Reincarnated Joseon's Royal RAW novel - Chapter 178
178화 적 정찰 함대가 오다.
무수한 포탄이 날아든 것도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후에 있을 풍경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장군전이라 불리는 나무 기둥이 천무포라 불리는 화포에서 발포되었다.
돌아온 병사들이 말한 철기둥이 곧 장군전이었다.
흑색으로 칠해진 목재 부위가 멀리서 봤을 때는 마치 금속처럼 보였다.
그런 장군전이 공중을 가로지르면서 무인도 위에 떨어졌다.
콰쾅!
큰 소리와 함께 공기가 밀려나는 것을 느꼈다.
좀 더 강한 바람이 불면서 판옥선에 걸려 있던 깃발이 강하게 펄럭이게 됐다.
일어난 폭발에 솟구친 돌들이 섬과 바다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첨벙! 첨벙!
“어떻게 이런 일이…….”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폭발하는 무기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조선이라는 나라의 진면목을 알게 됐다.
조선은 작정하고 그들을 시험하려 했던 군사들을 도리어 포위해서 모조리 죽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살려둔 것은 온전히 조선왕의 아량이면서 조선군과 백성들의 자비였다.
떨리는 시선으로 과녁이 된 섬을 멍하니 쳐다봤다.
그런 코니시를 상감인 이연이 옆에서 보면서 피식하면서 웃었다.
‘역시, 경악을 금치 못하겠지? 저 무기를 개발한다고 얼마나 고생했는데. 당연히 보고 놀라야지, 안 그래? 앞으로 난리 나고 뒤집어질만한 일들이 그득할 거야!’
코니시의 감탄에 이연이 어깨에 잔뜩 힘을 주었다.
뒷짐을 지고 고개를 한껏 뒤로 젖혔다.
그 모습을 이이가 옆에서 지켜보았으니, 의기양양해하는 상감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하…….’
물론 속으로만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리 그래도 상감 앞에서 한숨을 내쉬기에는 조금 그랬다.
그저 코니시에게 약간의 자랑질을 놓는 상감의 말을 들을 뿐이었다.
“사실, 육군에는 더한 게 있지.”
“예……?”
“설마 저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
“저것 외에도 적을 공격할 수 있는 무기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풍신수길이 몇십만 대군을 이끌고 오더라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 길목만 잘 지킨다면 말이지. 그리고 나에겐 그런 계책을 충분히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장수들이 있어.”
큰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이연이 코니시에게 말했다.
그 말을 듣고 코니시가 다시 소름을 느끼게 됐다.
‘저것 외에 더 있다고……?’
거짓말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그 말이 거짓이 아닌 진짜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여태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무기로 조선군이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다시 알게 되었을 때 갑판 위에서 술렁임이 일어나게 됐다.
신호를 담당하는 수병들이 이야기했다.
“신호연이다!”
“어디 방향이고?”
“동쪽 섬 뒤편입니더! 그리고 엄원으로 향하는 수로입니더! 먼바다에서 불명 함대가 확인되었다고 합니더!”
수병의 보고를 받고 이운룡이 난간 앞으로 다가서면서 멀리서 오른 연을 확인하게 됐다.
“불명 10척. 원해. 수영 방향…….”
4개의 연이 함께 달려서 날고 있었다.
신호연은 함대의 식별과 선박의 수, 거리와 방향을 함께 나타내고 있었다.
동쪽 섬 너머에 이즈하라와 연락을 취할 수 있는 판옥선 한 척이 있었고, 그 배에서 올린 연을 이운룡이 확인하고 지휘소에 올랐다.
보고를 받은 이순신이 이연에게 보고를 올렸다.
“적 함대가 출현했사옵니다.”
“그래? 그러면 그동안 발견되지 않은 적인가?”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허면?”
“엄원을 점령한 후에 대마도의 모든 섬과 해안선을 수색했기에, 출현한 배들이 적선이라면 대마도 밖에서 온 배들일 것이옵니다. 구주에서 왔을 것입니다.”
이순신이 담대하게 이연에게 대답했다.
그 말을 듣고 이연이 곰곰이 생각했다.
함께 보고를 들었던 이이도 함께 생각하다가 떠올리게 됐다.
“풍신수길이 보낸 적선일 수도 있사옵니다. 아군의 철저한 봉쇄로 보름 넘게 적의 연락이 끊어졌사옵니다.”
“궁금해서 보냈다는 건가?”
“조선과 대마도의 상황을 가장 궁금히 여길 자이옵니다. 또한 누구보다 소서행장을 의심하고 있을 것이옵니다. 소서행장을 믿지 못하기에 따로 배를 보내서 확인하려는 것일 수도 있사옵니다.”
이이의 의견을 듣고 이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이의 말대로 도요토미가 보낸 정찰 함대일 수도 있었다.
아니, 다른 영주들의 배일 수도 있었다.
도요토미를 배신하지 않은 영주의 군사는 조선의 적과 다를 바 없었다.
사실상 도요토미를 상대로 전쟁을 치르는 중이었다.
그에게 충성하는 적을 궤멸시키는 것은 백번 말해도 정당한 일이었다.
짙은 미소를 지었고 코니시를 힐끔 쳐다보고선 이연이 이순신에게 물었다.
“실전을 치르는 것만큼 좋은 평가가 없지. 그저 무기의 위력만 보여주는 것보다 실제로 적을 어떻게 요리하는지가 확 와 닿으니까. 10척의 전선이면 이 정도로 충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직 탄약이 많이 남아 있지?”
“예. 전하.”
“지금 전력으로 적 함대를 상대할 수 있나? 추격해서 모조리 격침 시킨다면 결국 우리에게도 좋은 일인데 말야. 가능하겠지?”
이연의 물음에 이순신이 담대히 대답했다.
“이길 수 있사옵니다.”
“추정 피해는?”
“거의 없이 이길 수 있사옵니다. 아직 적은 우리 군의 실체를 모르는 상태이옵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이순신이 말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이연이 주먹을 불끈 주었다.
“그러면 즉시 추격 명령을 내려. 모조리 격침 시켜서 적이 대마도를 알 수 없게 만들어야 하니까. 엄원의 수군이 처리할 수도 있지만, 과인이 친히 놈들을 격침 시킬 거야. 물 샐 틈 없는 경계를 적에게 보여 줘.”
“예. 전하. 군령을 받들겠사옵니다.”
상감의 명을 받들면서 이순신이 머릴 숙였다.
함께 있던 코니시가 통역을 듣고 놀랐으니, 그가 눈동자를 떨면서 이순신과 그의 함대를 쳐다보게 됐다.
‘관백의 군선들을 친다고……?’
이이의 말대로 자신을 의심하는 도요토미가 정찰 함대를 보냈을 수도 있었다.
그들을 당연히 격침 시켜야 했다.
하지만 놀란 것은 왕이 친히 참전하는 것이었다.
물론 일본에서 영주들이 직접 전투를 벌이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런 경우는 반드시 필요에 의해서였다.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져서 앞장서서 싸워야 하는 순간이거나, 승리가 결정된 상황에서 전투를 마무리 지어야 할 때였다.
그리고 그것은 가장 위급한 때이거나 전투가 거의 끝났을 때였다.
하지만 조선의 임금이 전투에 참전하는 것은 둘 중 어느 것도 아닌 상태였다.
누구도 상감이 위험해질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전투를 준비하는 조선군의 모습이 눈에 들었다.
“풍신수길 놈의 적선을 깨버리자!”
“와아아아!”
조선군이 함성을 일으키면서 각자의 무기를 담당했다.
선실에서 남은 화포탄과 화약 상자를 꺼내서 갑판 위에 올렸고, 폭발하는 장군전들을 한 곳에 쌓아두면서 싸울 준비를 했다.
그리고 불씨 없이 쏠 수 있는 소총을 해병들이 장전하면서 임전하게 됐다.
누구도 자신들이 패할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아니, 누구도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올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이라는 믿음과 함께, 오직 조선을 탐하는 자와 그에 속한 무리들에게 자비 없는 응징을 가하려 할 뿐이었다.
전의로 넘쳐나는 조선군을 코니시가 보고 있었고, 2척의 백제선과 2척의 판옥선이 돛을 펼치면서 빠르게 달려갔다.
겨울이라 북쪽에서 남쪽으로 순풍이 불고 있었다.
섬을 돌아나가자 탐망선이자 연락선, 1척의 판옥선이 더해지면서 총 5척을 이루게 됐다.
그리고 먼 북쪽을 돌아서 남쪽으로 달리는 적 함대의 뒤를 쫓게 됐다.
은밀히 이즈하라의 사정을 확인하려는 의도가 뻔히 보였다.
백제선들이 앞장서서 달렸고 판옥선들이 뒤에서 백제선들의 포말을 밟고 있었다.
백제선 선미에서 깃발이 오르자 이연과 이순신이 탄 대장선으로 신호가 전해지게 됐다.
“적 함대입니더! 거리 5리! 왜선 소선 9척, 대선 1적입니더! 기동전단장이 돌격 명령을 요청했습니더!”
선수에서 신호를 살핀 이운룡이 이순신에게 보고를 올렸다.
보고를 받은 이순신이 선수 정면을 보았고 앞서서 달리는 백제선 너머의 바다와 점처럼 보이는 10척의 적선을 쳐다보게 됐다.
속히 이운룡을 통해서 명을 내리게 됐다.
“돌격하라는 명을 전하라 빠르게 타격해서 적의 진격을 끊어낼 것이다.”
“예! 제독!”
명을 받은 이운룡이 수병들에게 지시했다.
“백제선들에게 돌격 명령을 전해라!”
“예! 나으리!”
이내 선수에 선 수병들이 깃발을 들고서 휘둘렀다.
그러자 앞서 달리던 백제선들이 접혀 있던 나머지 돛들도 펼치면서 속도를 더욱 높이게 됐다.
판옥선들과의 거리가 더욱 멀어졌고, 그 모습을 이순신, 이연과 함께 서 있던 코니시가 보게 됐다.
“…….”
코니시가 입을 다문 채로 매우 긴장한 시선으로써 보았다.
그리고 어느 정도 거리가 벌어졌을 때, 이즈하라로 향하는 풍신수길의 정찰 함대가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 * *
백제선의 높은 돛대는 10리 거리에서도 보일 수밖에 없었다.
남쪽으로 향하던 왜선 함대의 눈에 띌 수밖에 없었고, 갑판 위의 왜병들이 즉시 후미에 따라붙는 백제선들을 보면서 보고를 올리게 됐다.
“장군! 함대 뒤쪽에서 따라붙는 배들이 있습니다!”
“뭐라고? 어디?”
“저쪽 방향입니다! 남만인들의 배 같은데 속도를 높여서 쫓아오고 있습니다! 뭔가 의도가 있는 듯합니다!”
함대를 지휘하는 무사에게 하급 무사가 보고를 올렸다.
그의 보고를 받고 무사가 뒤에서 쫓아오는 큰 배들을 보게 됐다.
큰 돛대와 많은 돛들을 펼친 모습이 오란다나 포르토갈 상인의 배 같았다.
그리고 따라붙는 모습이 이상하게 여겨졌다.
두 척의 배 뒤로 몇 척의 배들이 쫓아오고 있었지만 돛대가 그리 높지 않아서 식별되지 않고 있었다.
또한 그 배들도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후미를 확인한 뒤 무사가 함대에 명을 내렸다.
“무슨 생각으로 쫓아오는지는 모르겠지만 전투준비를 하라. 만약을 대비해야 되니까 말이다. 그리고 은밀히 이즈하라를 살펴야 되니까, 선제공격은 반드시 금한다. 군사들에게 미리 주의를 전해라.”
“예! 장군!”
경계하되 먼저 공격하지 않으려고 했다.
전투가 벌어지면 소란이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고 이즈하라에서 미리 알아차릴 수 있었다.
불시에 쓰시마의 사정을 확인하고 쓰시마 국주와 우토성 영주가 배신하지 않았는지 확인해야 했다.
그리고 관백에게 신속히 알리려고 했다.
긴장감을 높이며 남쪽으로 계속 항진했다.
따라붙는 배들이 더욱 거리를 좁혔으니, 그 의도가 매우 수상해졌다.
“거리 1천 보! 놈들이 수상합니다!”
무사에게 보고가 전해졌고 다시 지휘소에서 일어난 무사가 함대 후미를 보게 됐다.
‘어째서 따라오는 거지?’
의도를 파악했지만 깊은 저의를 이해하지 못했다.
달려오는 남만의 상선을 보면서 무사가 미간을 잔뜩 좁히게 됐다.
그리고 경계령과 진법을 펼치라는 명을 내리게 됐다.
“어린진을 펼쳐라! 그리고 놈들이 오면 측편으로 최대한 붙여서 의도를 파악해라! 놈들이 공격하면 응전을 벌이지만, 절대로 먼저 공격하지 마라! 지금 즉시 명을 전하라!”
“예! 장군!”
화살촉 형태로 함대의 진형을 바꾸게 됐다.
때문에 진격하는 방향은 진형이 뾰족해지지만, 뒤쪽은 벌어져서 넓게 펼쳐질 수 있었다.
남만 상선들이 달려오면 펼쳐진 진형 사이로 뛰어드는 것이기에 삽시간에 포위할 수 있었고, 그들을 바로 옆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싸울 준비를 하면서 어떤 의도로 다가오는 것인지 파악코자 했다.
그리고 상선들이 세키부네들 사이로 들어와서 함께 달리게 됐다.
펼쳐졌던 세키부네들이 뛰어든 상선의 옆으로 붙게 됐다.
“뭐야, 이건?”
“남만 놈들이 어째서 끼어드는 거지?”
“그런데 엄청 크네?”
“이야~”
왜병들이 난간 앞에 서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면서 높이가 남다른 상선을 올려다보고 있었으니, 왜병들이 본 상선 중에서 가장 크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저 감탄하면서 싸울 수도 있다는 생각조차 잊게 됐다.
오직 지휘소의 무사들만이 매우 경계하면서 포위된 상선을 볼 뿐이었다.
그리고 상선에 걸린 깃발을 뒤늦게 확인하게 됐다.
“뭐야, 저 깃발은……?”
“어째서 한문이…….”
“조… 조선……?”
왜병들이 깃발에 새겨져 있는 한문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 크게 일어나게 됐다.
보고도 믿어지지 않아서 눈을 비벼야 했고, 그때 상선의 선측에서 수많은 덮개들이 열리게 됐다.
“뭐… 뭐야, 이건……?”
열린 덮개를 보면서 온몸이 얼어붙었다.
안에서 밖으로 돌출된 것은 대포였고, 그 크기가 일본의 대조총과 비교할 수 없었다.
2열로 수십 문에 달하는 대포가 상선을 포위한 세키부네와 왜병들을 노리고 있었다.
왜병들과 무사들이 눈을 껌뻑이던 때에, 남만인의 말이 아닌 조선말이 상선 안에서 크게 울려 퍼졌다.
— 쏴!
소리가 있은 후에 눈앞에서 벼락이 떨어지게 됐다.
뻐버벙!
왜선과 왜병들이 한순간에 지워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