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 the talent Explosively RAW novel - Chapter 109
방출되고 재능폭발 109화
정우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는 높았다.
-한정우 나왔으니 이길 듯.
-올 시즌 한정우는 거의 매덕스급이지.
-존슨 아니냐?
-그냥 레전드들 이름 다 소환 가능이지.
-ㄹㅇㅋㅋ
작년 메이저리그 데뷔.
그리고 올해 본격적인 루키시즌을 치르면서 그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했다.
특히 퍼펙트게임과 연속이닝 무실점.
두 가지 기록은 앞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항상 언급될 기록들이었다.
-사인을 교환한 한정우 선수가 와인드업에 들어갑니다.
그런 기대감이 정우의 어깨를 짓눌렀다.
긴장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 역시 한 명의 사람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일반인과 다른 부분이 하나 있었다.
-1구 던집니다!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98마일의 빠른 공이 타자의 몸쪽을 강하게 찌릅니다!
그건 바로 강심장이었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떨지 않고 자신의 공을 던질 수 있는 강심장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이 나오게 했다.
“초구부터 공격적으로 나가는군.”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백승진의 말에 김중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 예전부터 큰 경기에서 강했습니다.”
“그래?”
“관계자에게 들었던 말인데. 고교 시절에 저 녀석 혼자 팀을 전국대회까지 올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타입의 선수였군.”
백승진이 아쉽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아쉽습니까?”
“솔직히 그렇지. 국가대표에 넣을 수 있었다면 아주 큰 전력이 됐을 거야. 실력으로도 멘탈적으로도 말이야.”
국제대회는 선수에게 엄청난 중압감을 준다.
그런 대회에서는 선수의 멘탈에 따라 활약도가 갈린다.
많은 국제대회에 나가면서 그런 것들을 경험했던 백승진이기에 정우의 존재가 무척이나 아쉬웠다.
“구단 측에서 결국 허가가 나오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죠. 일단 아시안게임은 지금 있는 선수들로 치르고 프리미어12나 다음 WBC에서 노려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지. WBC에서는 구단 측에서도 허락을 할 테니까.”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축이 되어 치르는 유일한 국제대회였다.
물론 주관사는 따로 있었지만 사무국의 입김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덕분에 메이저리그 메인 로스터에 소속된 선수들이 출전하는 유일한 국제대회가 되었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첫 타자를 삼진으로 잡고 시작하는 정우의 모습에 백승진의 눈에는 아쉬움이 더욱 짙어졌다.
* * *
정우의 호투가 이어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3이닝 동안 단 1개의 피안타만을 허용한 한정우 선수! 오늘 경기 벌써 6번째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정우는 탈삼진 능력이 매우 뛰어난 투수 중 한 명이었다.
100마일을 넘나드는 강속구를 필두로 다양한 변화구를 던지면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능력이 뛰어났다.
-한정우 선수의 탈삼진 페이스가 심상치 않네요.
-그렇습니다. 특히 아르스 타자들이 한정우 선수의 모드에 신경이 분산된 느낌입니다.
미국의 한 언론에서 한정우는 두 개의 모드가 있다는 기사를 쓰면서 그 말은 곧 공식화가 되었다.
그것이 한국에도 전해져 해설위원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별명인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처럼 한정우 선수는 올 시즌 정밀한 제구력을 보여주는 모습과 강력한 구속을 앞세우는 야수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그러다 보니 타자들 입장에서는 어떤 공이 날아올지 도무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우의 이런 완급 조절은 아르스 타자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과연 오늘 경기에서 한정우 선수가 어떤 모습을 더 자주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현재와 같은 페이스라면 하이드 씨 모드로 더 많은 공을 던질 거 같네요.
오늘도 이어지는 정우의 호투에 캐스터와 해설위원은 침착하게 중계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계속 이어지진 못했다.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오늘 경기 9번째 탈삼진을 기록하는 한정우 선수!!
-4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한정우 선수!! 엄청난 페이스입니다!
4회 탈삼진을 세 개나 추가한 정우는 말 공격에서 득점까지 지원을 받았다.
딱!!
-때렸습니다!! 마이크 브렛의 이번 타구는 큽니다!!
주장인 마이크가 2구를 그대로 당겨쳐서 장타를 만들어냈다.
2루 베이스에 있던 미카엘이 홈을 밟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타구였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었다.’
점수를 내는 걸 확인한 정우가 가볍게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컨디션도 아주 좋고.’
소연이의 갈비찜 덕분일까?
4회가 지났지만, 아직 지치거나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오늘 공이 원하는 대로 모두 들어가고 있었다.
‘마치 퍼펙트게임을 기록했던 날처럼 컨디션이 좋다.’
오늘은 노히터 요건이 이미 깨졌다.
그래서인지 마음은 더 편안했다.
‘반드시 이긴다.’
각오를 다지며 다음 이닝 수비에 나갈 준비에 들어갔다.
* * *
4회 말.
가디언스의 공격이 마무리됐다.
-가디언스가 4회 말에만 5점을 내면서 경기를 앞서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여유로운 점수를 등에 업고 한정우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오를 수 있겠네요.
마운드에 오른 정우는 길어진 공격 덕분에 가볍게 몸을 풀었다.
-공격이 길어진 것이 한정우 선수에게 영향이 없었으면 좋겠네요.
-아무래도 벤치에 오래 앉아 있으면 영향이 가게 되나요?
-그렇습니다. 몸의 열기가 식으면서 근육이 다시 수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해설위원은 약간의 우려를 나타내고 있었다.
사실 긴 공격이나 수비 이후에 선수의 페이스가 떨어지는 건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백 퍼센트 그럴 거라는 건 아니었지만, 정우가 흔들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정우 본인도 자신의 컨디션이 떨어졌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몸의 열기를 다시 올려야 해.’
벤치에 앉아 있으면서 자연스레 몸의 열기는 가라앉는다.
짧은 휴식은 오히려 도움이 되지만, 긴 휴식은 독이 되는 이유다.
그걸 알기에 정우는 이번 이닝에는 다른 선택지를 택했다.
‘여기에서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보단 맞춰 잡는 피칭으로 가자.’
지금까지는 하이드 씨가 활약했다면 이번 이닝에는 지킬박사를 깨울 시간이었다.
“후우……!”
사인을 교환하고 심호흡을 뱉은 정우의 시선이 가상의 존으로 향했다.
이전에는 크게 이 분할로 나누었던 존을 더욱 세분화했다.
‘아웃코스 로우.’
코빈의 미트가 위치한 곳을 확인한 정우가 와인드업에 이어 1구를 뿌렸다.
마지막 순간까지 손끝에 느껴지는 실밥의 감촉을 느끼며 손가락의 힘을 조절했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이전보다는 확연히 느려진 구속으로 날아갔다.
그걸 본 타자의 눈이 번뜩였다.
‘실투!’
강력함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 공이었다.
타자 입장에서는 실투로 생각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걸렸어!’
실점한 팀에게 가장 필요한 건 빠른 추격점수였다.
그걸 알기에 타자의 어깨에는 자연스레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일말의 망설임 없이 배트를 돌렸다.
후웅!!
묵직하게 돌아간 배트가 공을 낚아채려는 순간.
휘릭!!
공이 미세하게 변하면서 배트의 스윗스팟에서 벗어나 밑 부분을 때렸다.
딱!!
-때렸습니다!!
배트의 밑에 맞은 공이 크게 원바운드 되어 튀어 올랐다.
-높게 떠오른 타구! 유격수 미카엘이 거의 제 자리에서 잡아 빠르게 1루로 던집니다!!
뻐어억!!
“아웃!!”
-아웃입니다! 미카엘 선수의 깔끔한 수비로 아웃카운트를 기록하는 한정우 선수!
공 하나로 아웃카운트 하나.
이보다 더 효율적일 수 없는 투구로 시작한 정우에겐 이전의 야수 같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높게 떠오른 타구, 우익수 마이크가 앞으로 천천히 달려 나오며 가볍게 타구를 처리합니다.
퍽!
“아웃!!”
-두 번째 아웃카운트가 올라갑니다!
-한정우 선수가 아무래도 여기에서 가면을 바꿔 쓴 거 같습니다.
가면을 바꿔 쓰다.
그 말이 의미하는 건 이제 야구팬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었다.
-지킬박사 모드 ON!
ㄴ무슨 게임 모드냐 ㅋㅋ
-이야…… 방금까지 힘으로 몰아붙이던 애 맞냐?
-타자들 진짜 혼란스러울 듯.
-아니ㅋㅋ 진짜 이렇게 정교한 피칭 가능?
-얘 이러다가 결국 두 가지 모드 하나로 합치면 언터처블 되는 거 아니냐?
ㄴ그건 불가능하지 ㅋㅋ
-공 3개로 아웃카운트 2개 지렸다.
효율적인 피칭으로 투구 수를 아낀 정우는 세 번째 아웃카운트 역시 공 3개로 마무리했다.
딱!!
-때렸습니다! 하지만 빗맞은 타구가 힘없이 구릅니다. 한정우 선수가 직접 공을 잡아 1루로.
퍽!
“아웃!!”
-아웃입니다! 5회 초, 한정우 선수는 단 6개의 투구 수로 아웃카운트 세 개를 처리합니다!
효율적인 피칭은 정우의 투구 수를 확연히 줄여주었다.
-승리투수 요건을 채운 한정우 선수의 투구 수는 71개! 아직 여유가 있습니다!
* * *
데뷔 이후 첫 챔피언십시리즈 선발 출전.
이러한 부분은 혹시나 그가 부진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게 했다.
하지만 그런 의문을 가졌던 사람들에게 정우는 정확히 보여주고 있었다.
-6회 초, 다시 마운드에 오른 한정우 선수가 투구를 이어갑니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몸쪽을 강하게 찌르는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다시 100마일을 찍으면서 여전히 강력한 구위를 보여줍니다!
-정말 한정우 선수는 종잡을 수 없는 투수입니다. 방금 전까지 아주 정교한 피칭으로 타자들을 괴롭히더니, 이번에는 다시 송곳니를 드러내고 타자들을 물어뜯고 있습니다!
자신이 어떤 투수인지 말이다.
사람들이 가장 놀라는 부분은 정우가 긴장하지 않고 공을 던지는 것이었다.
딱!!
“파울!!”
-2구 오리지널 체인지업으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한정우 선수!
-이 타이밍에 오리지널 체인지업을 던지면서 타자의 호흡을 완벽하게 뺏었습니다!
두 개의 공으로 순식간에 타자를 몰아넣는 그의 피칭에 팬들은 놀라워했다.
-얘는 맞는 걸 두려워하지 않네.
-솔직히 강속구 던지는 애들은 그거에 의존을 많이 하잖아.
ㄴㅇㅈ. 변화구를 던져도 빠른 거에 집착하지.
ㄴ정우는 그런 게 없음.
-방금 체인지업 80마일 중반이었는데. 솔직히 정타로 맞으면 넘어갔다 ㅇㅈ?
ㄴ그렇지. 그런데 제대로 때릴 수가 없음.
ㄴ진짜 허를 찌르는 피칭이지.
-저런 공을 던질 수 있다는 거 자체가 놀랍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어라.
먼 옛날부터 메이저리그에 전해져 내려오는 명언이었다.
하지만 그걸 실천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맞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상대가 최고인 걸 알기에 언제라도 맞아 나갈 수 있다는 공포를 가지고 던져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투수는 자신이 가진 최고의 무기를 던진다.
그런데 정우는 그러지 않았다.
때로는 느린 공을 던지며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다.
그리고 그렇게 타이밍을 뺏은 뒤에는 어김없이 다시 송곳니를 빼 들었다.
뻐어어억-!!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입니다!! 한정우 선수가 첫 챔피언십시리즈 선발등판에서 기어코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합니다!!
그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하며 그의 챔피언십시리즈 선발 데뷔전은 성공적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