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 the talent Explosively RAW novel - Chapter 134
방출되고 재능폭발 134화
알렉스는 정우가 던진 공의 데이터를 확인하며 경악했다.
‘피치터널이 거의 일정하다.’
추적시스템을 이용해 정우의 모든 공은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던진 6개의 공 중 스위퍼와 싱커가 2개, 체인지업이 2개였다.
체인지업도 고속과 오리지널을 한 개씩 던졌다.
그런데 이 모든 공들의 피치터널이 일정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백 퍼센트 똑같지는 않지만, 이 정도의 격차는 아무리 훈련으로 단련한 엘리트 선수라 하더라도 분간하기 어렵다.’
실제로 올슨은 정우의 공에 전혀 대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뻐억-!!
부앙!!
“스윙, 스트라이크.”
이번에는 바깥으로 휘어져 나가는 싱커였다.
그런데 올슨의 배트는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노리고 돌아갔다.
‘올슨의 눈에는 체인지업이라고 판단될 정도로 궤적이 같았다는 의미겠지.’
올슨은 귀신에 홀린 기분일 거다.
모든 공의 궤적이 비슷하게 날아오고 있으니 말이다.
놀라운 점은 또 있었다.
‘아직까지 패스트볼을 던지지 않고 있다.’
정우는 올슨과의 승부에서 포심을 던지지 않았다.
그게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말 그대로 정말 테스트 상대로 쓰고 있는 거야.’
올슨이란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를 세워두고 자신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는 소리였다.
‘실력 차이를 논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한과 올슨의 사이에는 거대한 장벽이 세워져 있는 것과 같아.’
아예 다른 차원에 있는 두 사람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스위퍼로 투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정우가 마지막 공에서 허를 찔렀다.
‘지난 시즌의 데이터로 나에 대한 분석은 각 팀에서 모두 이루어졌을 거다.’
정우는 메이저리그의 분석력을 직접 경험했다.
특히 2년 차가 된 선수들이 마치 공략본이 나온 것처럼 공략당하는 모습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나에 대한 분석도 이루어지면 작년처럼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변화를 주어야 한다.
피치터널의 통일화도 그런 부분에서 생각해낸 방법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익숙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정우는 새로운 변화를 주기 위해 한 가지 플랜을 더 세웠다.
그게 바로 새로운 변화구의 장착이었다.
‘기존의 슬러브를 사용해도 되지만, 완성도가 떨어진다. 무엇보다 어중간한 무브먼트를 보여준다는 것도 단점이야.’
슬러브가 메이저리그에서 자취를 감춘 이유도 바로 애매한 포지션에 있기 때문이다.
커브와 슬라이더의 특징을 모두 갖춘 두 개의 구종답게 분명 유니크한 무브먼트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두 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건 어느 하나의 특출한 장점이 없다는 소리와도 같았다.
그래서 정우는 슬러브가 아닌 오리지널 커브를 익히기로 결정했다.
“후우…….”
심호흡을 뱉은 정우가 글러브 안에서 공을 돌려 그립을 잡았다.
연습단계에서는 마음에 들게 던졌던 공이다.
정우는 와인드업에 이어 공을 뿌렸다.
“흡!!”
쐐애애액-!!
커브는 손에서 빠지는 느낌으로 날아간다.
그렇기에 릴리스 포인트에서 공이 앞으로 뻗어 나가는 게 아니라 위로 한 번 둥실 떠오르는 궤적을 그린다.
하나, 올슨의 머릿속에는 커브라는 선택지가 없었다.
당연히 거기에 반응을 보일 수 없었다.
퍽!!
12시에서 시작된 공은 6시로 떨어지면서 커브 특유의 궤적을 그리며 미트에 들어갔다.
“스트라이크, 아웃!”
알렉스는 무심하게 손을 들어 올리며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다.
“승부는 한의 승리!”
“이건 말도 안 돼!!”
하지만 올슨은 패배를 인정하지 못했다.
“나와 승부 하는 게 무서워서 일부러 브레이킹볼과 오프스피드 볼만 던진 거지?!”
어거지였다.
정우가 어떤 공을 던지건 그건 그의 자유였다.
어떤 투수도 자신이 무슨 공을 던질지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 심리 싸움이 있기에 투수와 타자의 대결이 재밌는 것이었다.
한 마디로 올슨은 떼를 쓰고 있었다.
마치 아이처럼 떼를 쓰는 그의 행동에 알렉스도 참지 못하고 나서려는 그때였다.
“그럼 아웃카운트 하나만 더 상대해주지.”
정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올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의도대로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우의 다음 말에 인상을 찌푸렸다.
“이번에 내가 던질 공은 모두 포심 패스트볼이다. 그러니 잘 보고 때리도록 해.”
“뭐라고? 구종을 알려주고 던지겠다는 거냐?”
“너 정도라면 그래도 돼.”
“이익!!”
무시에도 정도가 있다.
그런데 정우는 그 수준을 넘어섰다.
아무리 빠른 공이라 해도 포심의 움직임은 단조롭다.
그런 공을 때리지 못할 일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타석에 선 올슨을 바라보며 정우가 투구 자세를 잡았다.
‘이게 무슨……?’
두 사람의 대결이 다시 시작됐다.
말릴 틈도 없었다.
정우는 사인을 교환하고 곧장 와인드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연달아 공을 뿌려댔다.
뻐어억-!!
부앙!!
초구 몸쪽에 붙는 패스트볼.
올슨의 배트는 허공을 갈랐다.
뻐어어억-!!
부앙!!
2구는 바깥쪽 낮은 코스에 정확히 꽂혔다.
이번에도 올슨의 스윙속도가 구속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게 말이 돼……?’
구종을 알고 있다.
그건 타자에게 무척이나 유리했다.
그런데 배트가 따라가질 못했다.
‘구속이 빠른 건 인정하겠어. 그런데 왜 때리지 못하는 거지?’
분명 포심이 날아올 거라는 걸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을 건들지도 못했다.
빠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때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의문이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정우는 그가 의문을 풀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다.
“흡!!”
그가 던진 세 번째 공이 치기 좋은 코스로 날아들었다.
‘이번에야말로!’
적당한 높이로 들어오는 공을 때려내기 위해 올슨이 배트를 돌렸다.
그러나 공은 배트의 위를 지나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억-!!
부앙!!
마지막까지 헛스윙을 당한 올슨이 귀신에 홀린 것처럼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정우는 그런 올슨을 바라보다 무심한 얼굴로 말했다.
“네가 졌다.”
승리 선언을 한 정우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 * *
올슨과의 대결은 정우에게도 많은 걸 안겨주었다.
‘피치터널의 통일화도 어느 정도 성과를 얻었어.’
백 퍼센트라고는 할 수 없다.
아무래도 공의 성질이 모두 다르기에 자세한 추적시스템을 도입하면 다른 점을 찾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사람은 시스템이 아니었다.
‘육안으로 피치터널의 다른 점을 찾기란 불가능할 거야. 알렉스와 중호 형님도 그렇게 말했고.’
인간의 눈은 그렇게 정밀하지 못하니, 이 정도면 충분했다.
‘커브는 한 번씩 타자들의 허를 찌를 때 던지면 된다.’
커브의 완성도 역시 나쁘지 않았다.
원체 기본구속이 빠른 정우였기에 커브의 구속도 80마일대를 유지했지만, 궤적이 기존에 던지던 공들과 전혀 달랐다.
타자들의 허를 찌르기에는 충분했다.
‘구속은…….’
트레이닝을 반복해 이전보다 공을 편하게 던질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 몸 상태를 올리는 단계였기에 무리해서 최고구속을 실험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스로 느끼기에 지금 상태에서 공을 던지더라도 이전의 102마일을 가볍게 넘어설 수 있을 거 같았다.
‘일단 평균구속이 크게 상승했어.’
2028시즌 선발투수로 뛸 당시 정우의 평균구속은 97.3마일이 나왔다.
상당히 높은 구속이었지만, 하이드 씨 모드의 정우를 생각하면 또 물음표가 지어지는 구속이었다.
그 이유는 평균치였기 때문이다.
지킬박사 모드에서 던지는 공의 구속은 90마일 중반에 형성되는 일이 많았다.
그렇기에 평균구속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제구력에 더 신경을 쓰더라도 90마일 후반을 던지는 게 어렵지 않다.’
그렇다고 최고구속이 엄청나게 늘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제구력이 잡힌 상태에서 구속을 늘리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봐야겠지.’
지킬박사와 하이드 씨.
팬들이 지어준 이 별명대로 정우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진 투수처럼 공을 던졌다.
그러다 28시즌 막바지에 집중력이 크게 올라가면서 두 가지의 장점을 섞어서 공을 던질 수 있었다.
정우는 이번 비시즌에 그때의 모습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사실상 가장 큰 숙제인 셈이다.
그 숙제에 대한 성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었다.
‘이걸 온전히 내 걸로 만들 수 있다면 29시즌, 타 팀들이 나를 공략하기 위해 세운 대책들을 어느 정도 무산시킬 수 있을 거야.’
모든 게 원만히 흘러가고 있었다.
“아! 아!”
그때 아기침대에 얌전히 누워 있던 정연이가 목소리를 냈다.
사슴처럼 커다란 눈을 땡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정우는 생각을 지우고 그녀를 안아 들었다.
“우리 공주님, 벌써 일어났어?”
“아!! 아!!”
“아빠 알아보고 웃어주는 거야?”
이제 태어난 지 두 달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직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왜인지 자신을 정확히 알아보는 거 같았다.
“우리 공주님이 언제쯤 아빠라고 불러주려나?”
최근에 생긴 또 하나의 꿈.
그것은 정연이가 자신을 아빠라고 불러주는 것이었다.
그때를 기다리며 정우는 정연이를 안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 * *
가디언스는 캠프를 준비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기구들의 점검은 다 끝났나?”
“예. 마지막 점검에서도 이상은 없었습니다.”
“제2 구장의 이글아이가 조금 문제가 있어서 마지막 점검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스프링캠프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전년도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기에 이번 시즌 팬들의 기대감은 높았다.
거기에 팬들의 불만 역시 컸다.
그 이유는 바로 감독의 교체였다.
‘생각보다 반발이 심했지.’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중요한 메이저리그 시스템상 감독의 교체로 인한 지역 커뮤니티에서의 반발은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로버트 감독의 교체는 지역 커뮤니티에서 많은 반발이 나왔고 시소코 단장은 그 부분에 신경 쓰고 있었다.
“이번 시즌은 스프링캠프부터 확실한 이벤트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는 걸 잊지 말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래서 가디언스 프런트는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그중에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작년 메이저리그 최고의 히트상품이랄 수 있는 한정우였다.
“4월에 보블헤드 이벤트는 어떻게 되고 있나?”
“수량은 모두 준비가 끝났습니다.”
“한의 유니폼은?”
“기존 유니폼의 제작량을 늘리고 각 월에 있을 이벤트 유니폼의 제작도 들어갔습니다.”
가디언스가 진행하는 모든 이벤트에서 정우는 이제 중심이 되었다.
그만큼 그의 스타성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고 수준으로 자리 잡은 상태였다.
“아주 좋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자고.”
“예!”
스프링캠프 시즌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 * *
가디언스가 플로리다로 캠프를 옮긴 이후, 매년 이용하고 있는 허샤이저 스타디움에 수많은 기자들이 모여들었다.
“드디어 시작이군.”
그중에는 한국의 김명국 역시 있었다.
그는 경기장으로 들어서는 선수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주위를 살폈다.
“작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인 기자들이 많아졌어.”
“그만큼 한정우 선수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거 아닐까요?”
여전히 자신의 곁에 있는 이하연의 말에 김명국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라고 할 수 있지.”
“특히 올 시즌 한국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그의 소식을 원하는 팬들의 숫자가 더 늘어난 거 같아요.”
“그렇지. 원래 메이저리거들은 비시즌에 한국에 들어와 예능이나 뉴스, 광고 등에 출연해서 팬들에게 얼굴을 비추는 게 일상이었으니까.”
“한정우 선수가 찍은 광고가 고작 두 개잖아요.”
“대성그룹의 글로벌 모델과 김중호 아카데미의 전속계약 광고였지.”
“대성그룹이야 대기업이니 그렇다고 하지만, 김중호 아카데미는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어떻게 메이저리거인 한정우 선수의 몸값을 맞췄을까요?”
“들리는 소문에는 지분율을 나눠준 거 같더라. 아, 저기 온다.”
그때였다.
정우가 더플백을 메고 걸어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