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 the talent Explosively RAW novel - Chapter 173
방출되고 재능폭발 173화
정우의 18승 사냥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한정우 선수가 10번째 탈삼진을 잡아내며 6회를 마무리합니다!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 정우가 마운드를 내려갔다.
-현재까지 단 2실점을 기록 중인 한정우 선수! 투구 수는 아직 82개입니다.
-여기에서 교체도 가능하겠지만, 최근 상황을 생각하면 7회까지는 던지게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스코어는 5 대 2.
가디언스가 리드하고 있었다.
3점의 리드를 안고 있지만, 최근 가디언스는 셋업맨인 라이언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7회까지 던진다면 8회에는 라이언 투수를 등판시키겠죠?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해설위원의 예상은 정확했다.
“올리버, 불펜에 연락해서 라이언과 빅터 준비시켜.”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올리버 코치가 불펜으로 전화를 거는 사이, 오멘의 시선이 그라운드로 향했다.
‘라이언 녀석을 믿어야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지만…….’
사실 그의 마음대로였다면 라이언이 아니라 다른 투수를 준비시켰을 거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 나서기 전, 세스 시스코 단장에게 라이언을 기용하란 말을 들었다.
‘시스코 단장은 너무 현장까지 신경을 쓴단 말이지.’
단장이라고 모두 현장을 챙기는 건 아니었다.
모두 스타일이 달랐는데.
시스코 단장은 현장을 많이 신경 쓰는 타입이었다.
이런 유형의 단장들은 감독이 사실 썩 좋아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감독의 권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을 고용한 것이 시스코 단장이기에 오멘 감독은 그의 말을 거부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실점한다면 교체해도 된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시스코 단장 역시 최근 라이언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를 교체해도 된다는 언질을 한 것이다.
‘거의 마지막 기회라고 봐야겠지.’
오멘 감독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 * *
예상대로 정우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다.
-한정우 선수가 다시 마운드에 오릅니다!
그에게 맡겨진 아웃카운트는 단 3개.
처리하는 게 어렵지 않게 보였다.
‘아직까지 힘은 남아 있으니까.’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오판이었다.
딱!!
-3구를 강타!!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입니다!
-앞전 타석에서 2루타를 때려내며 타점을 올렸던 페디 선수가 멀티히트를 기록합니다.
페디는 올 시즌 3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는 정교함을 갖춘 타자였다.
그 정교함으로 오늘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정우를 괴롭혔다.
‘잘 때리네.’
나쁘지 않게 들어간 공을 결대로 밀어쳐서 안타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마음에 담아둘 정도의 타격은 아니었다.
‘다음 타자를 잘 잡아내면 된다.’
정우는 주자를 둔 상태에서도 공격적인 피칭을 이어나갔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98.2마일의 강속구!!
퍼펙트게임을 달성할 때처럼 구속이 쭉 이어지지는 않았다.
거기에 세트포지션으로 공을 던지면서 100마일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타자는 그 공조차 쉽사리 건들지 못했다.
워낙 코스가 좋았고 구위 역시 여전히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딱!!
“파울!!”
-2구 백도어 스위퍼를 건드렸지만, 관중석에 떨어집니다!!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정우는 곧장 승부수를 걸었다.
둥실!
허를 찌르는 커브로 타자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다.
퍽!
“스트라이크, 아웃!!”
-삼구삼진!! 한정우 선수가 안타를 맞은 직후, 허를 찌르는 커브로 타자를 돌려세웁니다!
-이게 바로 한정우 선수의 최대 장점입니다! 분명 강력한 공들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들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어요!
안타를 맞은 직후 삼진을 잡아내는 건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다시 흐름을 가져올 수 있었으니 말이다.
평소의 정우라면 여기에서 깔끔하게 후속타자들을 정리하고 이닝을 마감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오늘은 행운이 그를 따르지 않았다.
딱!!
-때렸습니다!! 3루로 향하는 그라운드볼!!
마르테가 베이스 뒤에 위치하며 자리를 잡았다.
타구가 빠르긴 했지만, 마르테의 수비력을 생각하면 처리하는 데 어려움이 없는 공이었다.
마르테 역시 그렇게 판단하고 잡을 준비에 들어갔다.
그 순간.
퍽!!
공이 베이스에 맞으며 굴절됐다.
-아아-! 베이스를 맞고 굴절된 공이 마르테의 옆을 지나 외야로 빠져나갑니다!
하필이면 공이 굴절된 방향 역시 파울라인 밖이었다.
좌익수가 급하게 백업으로 달려왔지만, 밖으로 도망치는 공을 잡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발이 빠른 페디는 2루를 지나 3루로 내달렸다.
촤아앗-!!
-아~페디 선수가 3루까지 안전하게 들어갑니다! 1사 2, 3루의 위기에 빠지는 한정우 선수!
-기분 나쁜 안타가 나왔습니다.
-공이 베이스에 맞은 것도 운이 나빴는데. 하필 그 공이 파울라인 밖으로 휘어져 나가는군요.
-그렇습니다. 정말 불운이 겹쳤다고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불운이 겹쳤다.
이보다 완벽한 표현은 없었다.
-과연 여기에서 오멘 감독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두 주자가 모두 홈으로 들어온다 하더라도 1점의 리드를 안고 있다.
문제는 정우의 투구 수가 어느덧 90개를 넘어섰다는 점이다.
구속도 구위도 떨어질 시점이다.
아무리 그가 에이스라 하더라도 오멘 감독이 지켜만 보고 있을 순 없었다.
-오멘 감독이 마운드를 방문합니다!
오멘이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공을 달라는 제스처를 취하진 않았다.
“운이 나빴군. 이런 날도 있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돼. 그보다 몸 상태는 어떤가?”
“더 던지라고 하시면 그럴 수 있습니다.”
“음,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어.”
여기에서 바로 바꿔달라고 말할 투수는 없었다.
당연한 대답에 오멘이 질문을 바꾸었다.
“내가 자네를 바꾼다고 하면 어떻게 할 건가?”
“뒤에 누가 올라옵니까?”
“라이언을 올릴 생각이야.”
“음, 감독님의 선택을 존중하겠습니다.”
오멘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라이언을 올린다는 대답을 듣고 내 선택을 존중한다고? 그만큼 라이언을 신뢰한다는 건가?’
그렇게 해석해도 틀린 건 아니었다.
최근 라이언이 정우의 승리를 날려 버렸기에 이런 대답을 한 것이 다소 의외였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그때 구심이 와서 재촉했다.
감독이나 코치가 마운드를 방문했을 때 무한정으로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들은 오멘 감독이 손을 내밀었다.
“그럼 뒤의 동료들을 믿어보자고.”
“예.”
정우는 순순히 공을 건네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한정우 선수가 여기에서 교체됩니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사이.
라이언이 불펜의 문을 열고 마운드에 올랐다.
-7.1이닝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간 한정우 선수, 그의 뒤를 이어 라이언 밀러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책임주자가 2명이나 있기에 라이언 밀러 선수의 투구에 따라 한정우 선수의 평균자책점이 요동칠 수 있겠네요.
-이번 시즌 한정우 선수는 한 번도 4실점 이상 한 경기가 없었습니다!
-과연 이 기록을 라이언 선수가 지켜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거 같습니다.
마운드에 오른 라이언이 몸을 푸는 모습을 정우는 말없이 지켜봤다.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은 그에게 올리버가 다가왔다.
“의외로 바로 교체를 받아들였군. 몸 상태가 나빴던 거야?”
올리버는 정우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오멘 감독이 교체하려고 할 때 정우가 거부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만큼 책임감이 강한 선수이니까 말이다.
“그건 아닙니다. 더 던지라면 그럴 수 있는데. 라이언을 올린다고 하셔서 그냥 내려왔습니다.”
“라이언을 올린다고 해서 내려왔다고?”
“예. 오늘 라이언 녀석은 꽤 볼 만할 겁니다.”
“최근 녀석이 부진했던 걸 잊어버린 건 아니지?”
“물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라이언이 많은 부분을 고민하더군요. 앤드류에게도 직접 가서 이런저런 상의를 하고요.”
정우의 말에 올리버의 눈이 커졌다.
“라이언이 앤드류에게 조언을 얻었다고?”
라이언은 가디언스에서도 감각적으로 던지는 투수 중 한 명이었다.
그래서 앤드류가 우는 소리를 자주 했었다.
자신의 조언을 전혀 듣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랬던 라이언이 직접 조언을 들었다고 하니 쉽사리 믿기지 않았다.
그런 올리버의 반응이 재밌는지 정우가 웃으며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아마 꽤 재밌는 걸 보여줄 겁니다.”
정우의 말에 올리버의 시선도 그라운드로 향했다.
* * *
앤드류는 사무실에 설치된 TV를 통해 중계를 보고 있었다.
-최근 부진했던 라이언이 1사 2, 3루의 위기에 마운드에 오릅니다.
-한에게 이닝을 맡겨도 됐을 텐데. 오멘 감독의 선택이 다소 아쉽네요.
-부진이 길어지고 있는 라이언보단 한이 더 믿음직스럽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가디언스의 현지 중계인들조차 라이언에게 혹평을 쏟아내고 있었다.
아무리 홈팀 선수라 하더라도 성적이 좋지 않으면 혹평을 쏟아내는 것이 메이저리그 중계 방식이었다.
‘칫…… 라이언이 얼마나 노력했는지도 모르면서.’
그러나 선수의 바로 옆에서 서포트를 한 앤드류의 입장에선 중계가 마음에 들 리 없었다.
‘우리가 상의했던 대로만 합시다. 그럼 저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할 수 있을 거예요!’
앤드류는 TV 속에 보이는 라이언을 응원했다.
데이터를 신용하지 않던 그는 도움을 요청한 뒤로 바뀌었다.
언제 그랬냐는 듯 앤드류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와 함께 문제점을 고쳐갔다.
‘시간이 부족하긴 했지만, 원래 잘 던지던 투수였어. 그리고 큰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었고 문제점을 알았으니 바로 바꿀 수 있을 거야!’
라이언의 문제점은 특정 구종이 제대로 컨트롤이 되지 않는단 것이었다.
궁극적으로는 그 구종을 다시 원래대로 돌려야 하지만,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당분간 봉인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었다.
그렇게 되면 상대 쪽에서 오히려 당황하게 될 것이다.
‘상대들 역시 최근 데이터를 통해 슬라이더를 노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슬라이더를 던지지 않으면 가위바위보 싸움에서 이길 수밖에 없지.’
투구라는 건 결국 심리 싸움이다.
이쪽에서 어떤 패를 낼 것이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그런데 상대가 무엇을 낼지 알고 있는 상황에서 베테랑 투수인 라이언이 대응을 못 할 리 없었다.
그 예상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라이언이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내며 좋은 스타트를 보여줍니다.
-항상 시작은 좋았습니다. 문제는 공을 좀 던진 뒤가 되겠죠.
해설위원의 예상은 틀렸다.
딱!!
“파울!!”
-2구 떨어지는 커브에 타이밍이 뺏기면서 파울!!
-흠흠, 나쁘지 않은 타이밍에 커브를 택했네요.
유리한 카운트를 잡은 라이언의 투구에 앤드류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기에서 허를 찌르는 공격을 들어가야 해.’
본래 라이언은 여기에서 밖으로 도망치는 슬라이더를 던지는 게 일종의 패턴이었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해 이미 이야기를 해둔 상태.
그것과 똑같은 선택을 내릴 리 없었다.
-3구 던집니다!
그리고 라이언의 선택은.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앤드류와 이야기를 나눈 대로 빠른 승부를 내는 패스트볼이었다.
“좋았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양팔을 치켜드는 앤드류의 모습에 주위에 있던 동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앤드류는 민망함에 헛기침을 하며 급히 자리에 앉았다.
‘잘했어요! 라이언!!’
그리고 속으로 라이언을 향한 응원을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