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 the talent Explosively RAW novel - Chapter 52
방출되고 재능폭발 52화
주말을 앞두고 정우는 소연이와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이제는 제법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모자를 쓰고 다녀야 했지만, 큰 불편함은 없었다.
“우리 오빠, TV에는 자주 나오는데. 아직 알아보는 사람은 별로 없네?”
“모자 쓰면 그냥 평범해서 그런 거 아닐까? 내가 키가 엄청 큰 것도 아니니까.”
“그것도 맞지. 다른 운동선수들은 엄청 커서 딱 보면 어! 누구다 할 텐데. 우리 오빠는 적당히 크니까. 자세히 보지 않으면 잘 모를 거야.”
“그래도 일반인 사이에선 제법 크거든?”
“히히! 키 이야기에 욱하긴!”
자신을 놀리는 소연이의 모습에 고개를 저었다.
“참, 오빠. 나 이번 주에 퇴사하는 거 알지?”
“응. 그래도 어떻게 잘 처리됐네.”
“미국에 가게 됐으니까, 막진 못하지. 회사에서는 외주로 몇 가지 일을 해줄 수 없냐 그래서 생각해 보겠다고 그랬어.”
“그래?”
“응. 내가 제법 일을 잘하거든. 그래서 그런지 나가는 걸 많이 아쉬워하더라고.”
외주를 준다는 건 그만큼 소연이의 능력이 뛰어났다는 의미다.
확실히 똑 부러지는 성격답게 일도 잘했던 거 같았다.
“참, 그리고 이번에 퇴사하면서 직원들하고 회식했거든?”
“아, 저번에 말했던 거?”
“응. 거기에서 막 물어보시더라고. 갑자기 무슨 미국을 가냐면서 말이야.”
“하긴, 너무 갑작스럽긴 했지.”
“응응!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내가 오빠에 대해 말했거든?”
“결혼할 사람이 나라고?”
“응! 그랬더니 회사 사람들이 보는 눈이 달라지더라고! 어떻게 만났냐부터 해서 메이저리거 부인이 되는 거냐고 물어보고. 난 스타가 이런 기분인가 했었다니까.”
들떠서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미소가 지어졌다.
“거기다 나 괴롭히던 상사 있었거든? 그 사람이 글쎄 뭐라는지 알아?”
“뭐라 했는데?”
“혹시 오빠한테 부탁해서 메이저리거랑 소개팅 자리 좀 마련해 줄 수 있냐 그러더라고. 나 참! 무슨 한국도 아니고 메이저리거랑 소개팅이야.”
“그건 좀 웃겼다. 소개팅하려고 미국까지 오겠다는 거야?”
“어, 진짜 그랬다니까? 정말 웃겨가지고 웃으면서 거절했지.”
“잘했어. 참, 미국에 갈 준비는 잘하고 있어?”
정우는 미국에 들어가야 하는 일정이 잡히면서 소연이와 그것을 공유했다.
자신이야 작년에 경험이 있지만, 소연이는 처음이었기에 조금 걱정이었다.
“물론 잘하고 있지. 비자 준비는 이미 끝냈고 여권 기간도 확인했지. 그리고 미국에서 지낼 짐들도 미리 포장해서 부모님 집으로 부쳤어. 미국에서 지낼 곳 결정되면 바로 붙여주실 거야.”
괜한 걱정이었다고 생각하면서 정우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소연이와 이야기를 나누어갔다.
* * *
정우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은 김대진은 아쉬움에 달력을 바라봤다.
“쩝……. 12월까지는 한국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12월이요? 아……. 한정우 선수요?”
“그래. 내일 들어간다 하더라고.”
“그럼 한국에서는 프로그램 하나도 안 찍고 들어가는 거예요?”
“어. 광고 계약도 김중호 아카데미랑만 하고 프로그램도 야구의 신 출연만 진행하는 게 끝이더라.”
“헐……. 그렇게 제안이 없었어요?”
부하직원의 말에 김대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차라리 그랬다면 아쉽지나 않지. 대기업은 없었지만, 중소기업에선 제법 모델 제안이 많이 들어왔어. 그리고 방송국에서도 케이블 쪽에서 제안이 들어왔고.”
“그런데 하나도 안 했어요?”
“그러니 아쉬운 거지. 프로그램에 나갔으면 인지도가 높아져서 내년을 더 기대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확실히 그렇죠. 그런데 너무 계약에서 양보한 거 아닙니까? 기존 수수료에서 5퍼센트나 깎아주다니. 우리도 먹고는 살아야죠.”
김대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야. 당장 5퍼센트를 더 먹겠다고 한정우를 놓치는 게 오히려 바보 같은 일이지.”
“그만큼 포텐셜이 높은 선숩니까? 메이저리그에서 잘 뛰었다고는 해도 겨우 2개월이잖아요.”
“인마, 한국인 메이저리거 중에 누가 100마일을 그렇게 밥 먹듯이 던지냐?”
“그건…….”
“게다가 그는 스토리가 있어. 이 부분을 잘 활용하면 광고계의 블루칩이 될 가능성도 커.”
휴먼스토리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작위적인 신파에 대한 거부감은 늘었지만, 실제 휴먼스토리는 여전히 좋아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정우의 스토리는 나쁠 게 없었다.
“무엇보다 당장 5퍼센트 덜 받는다고 해서 우리가 굶어 죽는 건 아니잖아?”
엘리트 에이전트는 한국에서 한 손에 꼽을 정도의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었다.
당연히 정우 한 명만 관리하는 것도 아니었고 프로스포츠의 유명 선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었다.
정우에게서 정상적인 수수료를 받지 않더라도 큰 문제는 없었다.
“하긴, 다른 선수들이 알더라도 메이저리거니 어느 정도 이해를 해주겠죠.”
“그렇지.”
“그런데 대표님 말씀대로라면 오히려 올해 미디어에 전면적으로 나서지 않은 게 좋은 거 아닙니까?”
“무슨 소리야?”
“27시즌 단 2개월 만에 사람들의 눈을 휘어잡은 선수인데. 풀 시즌을 치르면 전 국민의 눈이 집중되겠죠. 그럼 자연스레…….”
“몸값이 올라가겠지.”
“거기다 광고도 찍지 않은 선수라서 레어한 느낌도 있고요. 28시즌만 잘 치르면 말 그대로 대박이 날걸요?”
“확실히 그 말도 맞네. 어쨌든 난 이 선수가 크게 될 거라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비즈니스 티켓도 전해줬지.”
“불법 아닙니까?”
“한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라면 그랬겠지만, 메이저리거잖아? 미국의 에이전트들이 못하는 건 우리는 할 수 있지.”
메이저리그에서는 에이전트가 선수에게 일정 금액 이상의 가치를 가진 물건을 주지 못하게끔 되어 있었다.
돈을 빌려주는 행위 자체도 불가능했고 만약 이를 어긴다면 에이전트 자격이 박탈됐다.
그걸 잘 알기에 김대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점수를 땄다.
“제발 대박 나라!!”
그리고 나머지는 하늘에 빌었다.
정우가 대박이 나서 회사의 규모를 더 키울 수 있기를 말이다.
* * *
한국을 떠나는 날.
정우와 소연이는 부모님의 배웅을 받았다.
“새아가가 함께 간다니. 걱정이 하나도 되지 않는구나.”
“아가, 아들 좀 잘 부탁할게.”
“네, 어머니 아버지. 저만 믿으세요!”
세 사람의 반응에 정우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내가 무슨 애도 아니고…….”
하지만 속으로는 내심 기분이 좋은 정우였다.
인터넷에서 자주 보이는 시부모와 며느리의 관계를 생각하면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나았으니까 말이다.
그때 방송을 통해 수속을 시작한다는 안내가 들려왔다.
“그럼 들어가 볼게요.”
“그래. 몸조심하고.”
“아버님, 어머님. 다녀오겠습니다.”
“아프지 말고 잘 지내다 오려무나.”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두 사람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갔다.
둘만 남게 된 어머니가 참았던 눈물을 흘리자 아버지가 그녀의 어깨를 살며시 보듬어주었다.
* * *
미국에 도착한 정우와 소연은 공항에 마중 나온 맥클레인과 조우했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닙니다. 이렇게 마중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쪽은 제 와이프입니다.”
“안녕하세요.”
“아! 말씀하셨던 대로 무척 미인이시군요! 저는 한의 에이전트인 맥클레인입니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맥클레인이 준비한 차에 몸을 실었다.
널찍한 SUV였기에 꽤 편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를 타고 공항을 빠져나가는 동안 맥클레인이 일정에 대해 간략히 브리핑했다.
“호텔은 지난번에 지내셨던 곳으로 준비했습니다. 구단 측에서 비용을 내는 걸로 해서 준비했으니, 마음 편하게 지내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틀 뒤에는 시소코 단장과 미팅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미 메일로 사본을 보내드렸지만, 혹시 궁금하신 부분이 더 있으신가요?”
“아뇨, 워낙 자세하게 보내주셔서 더 궁금한 건 없습니다.”
맥클레인은 계약과 관련해서 무척이나 섬세한 타입의 에이전트였다.
작은 부분까지 챙겨서 보고를 올렸고 덕분에 그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었다.
“그럼 긴 비행에 지치셨을 테니. 푹 쉬시죠.”
“감사합니다.”
편하게 호텔에 도착한 뒤에 정우와 소연은 푹 쉬는 데 집중했다.
아무리 비즈니스클래스를 타고 왔다 하더라도 긴 비행은 지치게 마련이었으니 말이다.
편하게 쉬다 보니 어느덧 이틀이 흘렀고 정우는 아침 일찍 일어나 나갈 준비를 서둘렀다.
“바쁘더라도 아침은 먹고 가야지. 아직 시간 여유 있잖아?”
“응.”
소연이가 차려준 아침을 먹은 정우는 샤워를 끝내고 정장을 갖춰 입었다.
오늘 계약할 가능성이 높기에 사진도 찍어야 했다.
그런 자리에서 평소 입었던 편한 복장을 입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넥타이를 어떻게 매더라…….’
넥타이를 매는 법을 잊어버린 거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지퍼 넥타이로 살걸…….”
“으이그! 이리 와봐. 내가 매줄게.”
당황해하는 정우를 보던 소연이 다가와 그의 넥타이를 매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정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러니까, 진짜 부부 같다. 그치?”
“우리 진짜 부부거든?”
“하하! 그건 그렇지. 정말 실감 난다는 이야기였어.”
“사실 나도 그래. 오빠랑 함께 침대에서 눈뜨고 같이 밥을 해 먹는 건 예전에도 그랬지만, 출근까지 준비해 주는 건 처음이니까.”
“앞으로도 해줄 거지?”
“오빠가 잘하면! 자, 다 됐다!”
한발 물러서려는 소연이를 정우가 꽉 껴안았다.
“앞으로는 더 행복하게 해줄게.”
“기대해도 되는 거지?”
“물론!”
“히히! 고마워.”
아침부터 알콩달콩한 분위기를 연출한 뒤, 정우가 집을 나섰다.
홀로 남은 소연은 테라스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LA의 맑은 공기를 만끽했다.
* * *
맥클레인과 함께 구장에 도착한 정우를 데이비드가 마중 나왔다.
“오랜만입니다, 한정우 선수.”
“잘 지내셨죠? 한국에 들어갈 때 챙겨주셨던 선물들 덕분에 지인들에게 점수 좀 땄습니다.”
“하하! 그거 다행이군요. 자, 이쪽으로 가시죠. 단장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평소에도 자주 걸었던 복도였지만, 오늘따라 유독 가슴이 뛰는 게 느껴졌다.
사실 이런 느낌이 처음은 아니었다.
‘마치 빅리그에 처음 콜업 되어 관계자들을 만나러 가는 길을 걷는 거 같네.’
당시에도 정말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었던 게 생각난다.
‘참, 몇 개월 만에 이제는 구단과 새로운 계약도 맺게 되고.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는 거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단장실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이미 시소코 단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반갑게 그를 맞이해 주는 시소코와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자리에 앉았다.
“새로운 시즌에도 한과 함께할 수 있다니.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제 메이저리그의 인생이 시작된 가디언스와 다시 동행하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좋은 조건에 계약을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는 한이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될 거라 생각하기에 거기에 합당한 조건을 제시한 겁니다.”
입에 침을 바르지도 않고 거짓말하는 시소코의 모습에 맥클레인은 얼척이 없었다.
하지만 이게 바로 단장이 할 일이란 걸 알기에 그 역시 자신의 역할이 웃는 모습을 유지했다.
“자, 그럼 마지막으로 계약서를 확인해 보시죠.”
정우는 맥클레인과 함께 최종계약서를 확인했다.
모든 것이 기존에 보고 받았던 것과 같았다.
달라진 부분은 주거비용 지원과 한국으로 갈 때 항공권을 지원해 준다는 내용이었다.
모든 내용을 확인한 맥클레인이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테이블 위에 놓인 펜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름 옆에 있는 곳에 사인했다.
이후 에이전트인 맥클레인이 사인하고 최종적으로 시소코 단장이 사인을 하며 계약이 마무리됐다.
“그럼 2028시즌에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이 소식은 곧장 다수의 언론을 통해 보도됐다.
[미스터 제로 한정우! 2028시즌 역시 가디언스와 함께한다!] [가디언스와 새로운 계약을 체결한 미스터 제로 한정우! 총액 천만 달러의 계약에 사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