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ease the talent Explosively RAW novel - Chapter 58
방출되고 재능폭발 58화
마운드에 오른 정우가 로진을 손에 묻히며 주자들을 확인했다.
‘맞으면 1루 주자까지 들어올 수도 있겠네.’
1루 주자의 체형은 마른 편이었다.
한마디로 발이 빠른 유형의 주자라는 소리였다.
장타를 맞으면 1루 주자까지 들어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기고 있는 경기를 역전시킬 순 없지.’
스코어는 4 대 3.
1점 차이였기에 여기에선 무실점으로 막아야 했다.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피처 플레이트를 밟은 그가 코빈과 사인을 교환했다.
‘아웃코스, 포심.’
코빈의 사인에 고개를 끄덕이고 세트포지션에 들어갔다.
-1사 1, 3루. 스코어는 4 대 3! 안타 하나면 동점이 되는 위기에 마운드에 오른 미스터 제로 한정우 선수! 과연 그는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요?
캐스터의 맛깔나는 상황정리와 함께 시청자의 숫자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병살타 가즈아!
-아웃카운트 두 개만 잡자!
-탈삼진도 좋다!
야구팬들이 정우를 응원하는 사이.
준비를 끝낸 정우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으며 초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딱!!
“파울!”
-초구 바깥쪽 낮은 코스를 찌르는 96마일의 빠른 공! 파울입니다!
-절묘한 제구가 아주 좋았습니다.
와인드업 투구가 아니어서 구속이 조금 낮게 나왔다.
하지만 구위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정우는 2구를 준비했다.
‘아웃코스, 투심.’
2구의 사인은 투심.
코빈의 의도를 쉽게 알 수 있었다.
‘빌드업을 쌓아가는 거군. 역시 내 공의 장점을 잘 알고 있어.’
투구에 있어 빌드업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앞에 어떤 공을 던지냐에 따라서 뒤의 공의 위력이 배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투수의 성향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포수의 경우 이 빌드업이 약해진다.
그러면 자연스레 공의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점에서 보았을 때 코빈은 분명 좋은 포수였다.
왜 가디언스에서 코빈을 주전 포수로 앉히는지 알 수 있었다.
“흡!!”
쐐애애액-!!
뻐어억!!
“스트라이크!!”
-2구 아웃코스를 찌르는 투심 패스트볼! 타자가 꼼짝도 못 합니다!
-타자 입장에서는 꽤 멀어 보였을 겁니다. 저 투심이 상당히 잘 쓰이고 있어요!
-투스트라이크로 유리한 볼카운트를 점유한 한정우 선수! 과연 결정구는 어떤 공을 던질 것인가?!
사인을 교환한 정우가 슬라이드 스텝을 밟으며 3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존의 중앙을 찔러오는 공에 이번에는 타자의 배트가 시동을 걸었다.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이었기에 웬만한 공에는 배트를 돌려야 했기에 망설임은 없었다.
그 순간 공이 몸쪽으로 휘어져 들어오면서 그의 스윙 궤적을 피해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부앙!!
“스윙 아웃!!”
-삼진입니다! 첫 타자를 삼구삼진으로 깔끔하게 돌려세우는 한정우 선수!
-결정구는 새로 장착한 스위퍼였습니다! 직전에 투심을 던지면서 위력이 배가 된 스위퍼에 타자의 배트가 허공을 가릅니다!
투심과 같은 터널링을 형성하고 있는 스위퍼에 속은 타자가 힘없이 타석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다음 타자를 상대로 정우는 초구 투심, 2구 고속 체인지업 그리고 마지막 결정구로 하이 패스트볼을 연달아 뿌렸다.
딱!!
“파울!!”
-하이 패스트볼을 겨우 맞췄지만, 파울이 됩니다!
-한정우 선수와 코빈 포수의 호흡이 아주 좋습니다. 첫 타자와 달리 이번에는 공의 조합을 바꾸어 던지면서 타자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어요!
정우가 던질 수 있는 구종이 늘어나면서 코빈은 다양한 볼배합을 조합하고 있었다.
‘아웃코스.’
이번에도 새로운 조합을 완성하기 위한 마지막 사인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인 정우가 세트포지션에서 4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센터 높은 곳을 찔러오는 하이 패스트볼의 궤적에 타자가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스윙의 궤적이 하이 패스트볼을 잡아내기 위해 위를 그리고 있었다.
그 순간, 공이 딱 멈추면서 점점 아래로 추락했다.
고속 체인지업이 아닌 오리지널 체인지업을 택한 두 사람에 의해 타자의 배트가 농락당하듯 허공을 갈랐다.
후웅!
퍽!
“스윙, 아웃!!”
-삼진입니다! 83마일의 체인지업으로 타자를 돌려세우는 한정우 선수! 두 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냅니다!
-완벽한 빌드업에 이어 마침표를 찍는 투구였습니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하게 만드는 피칭으로 위기상황을 넘긴 정우가 마운드를 내려왔다.
* * *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데 필요했던 투구수는 고작 7개에 불과했다.
정우는 안타 하나 혹은 외야 플라이 하나라도 나온다면 동점으로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단 하나의 공도 외야로 날려 보내지 않았다.
‘대단한 녀석이야.’
그 모습은 로버트에게 인상 깊게 남았다.
방금 보여준 정우의 모습은 구원투수에게 반드시 필요한 장면이었으니 말이다.
‘루키가 새로운 시즌에 들어서면 상대에게 분석을 당해 공략당하기 일쑤다. 하지만 한은 그런 부분을 미연에 방지해서 나타났어.’
지금까지는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데 있어 백 점이란 점수를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작년 정우는 또 다른 점에서 불완전한 모습을 보였다.
그건 바로 체력이었다.
‘과연 멀티이닝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을까?’
궁금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로건에게 말했다.
“다음 이닝은 어떻게 할까요?”
“정우를 계속 올린다. 녀석이 멀티이닝을 소화하게 됐을 때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하거든.”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로건은 팀 내에서 가장 정우를 좋게 보고 있는 코치였다.
당연히 그가 다양한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궁금했을 거다.
‘이번에도 날 놀라게 해줄까?’
로버트는 기대감을 가지고 다음 이닝, 정우의 피칭을 기다렸다.
* * *
8회.
정우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7회에 이어 8회에도 한정우 선수가 마운드에 오릅니다!
-7회에 던진 공이 단 7개에 불과하다 보니 한정우 선수를 8회에도 올리는군요.
-올 시즌 시범경기 첫 번째 멀티이닝을 소화하게 된 한정우 선수! 과연 어떤 피칭을 보여줄까요?
8회 첫 타자가 타석에 섰다.
-첫 번째 타자는 5번 타자 제프 모건입니다. 그는 27시즌 22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자신의 커리어하이 기록을 넘어섰었습니다.
-올 시즌에는 근육을 더욱 늘려 나타났군요.
정확도와 파워를 갖춘 제프 모건이 타석에 섰지만, 정우는 망설이지 않고 공을 뿌렸다.
뻐어억-!!
“스트라이크!!”
-초구 몸쪽을 찌르는 98마일의 빠른 공! 제프 모건이 꼼짝도 못 합니다!
-제구가 정말 완벽했어요!
기선제압에 성공한 정우가 와인드업에 이어 2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이번에도 몸쪽을 찔러오는 공에 제프 모건의 배트가 돌았다.
후웅!!
그 순간 공에 변화가 일어났다.
휘릭!!
밑으로 뚝 떨어지면서 스윙의 궤적에서 벗어난 공이 그대로 미트로 들어갔다.
퍽!!
후웅!!
“스윙! 스트라이크 투!!”
-2구 90마일의 고속 체인지업에 제프 모건의 배트가 헛돕니다!
-정말 저 고속 체인지업은 볼수록 환상적입니다!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 간 정우가 결정구를 뿌렸다.
쐐애애액-!!
이번에는 바깥쪽을 찔러오는 공에 제프 모건이 한 번 더 배트를 돌렸다.
하지만.
휘릭!!
마치 부메랑처럼 바깥으로 휘어져 나간 공을 때리기에는 제프 모건의 배트가 짧았다.
부앙!!
퍽!!
“스윙! 아웃!!”
-삼구삼진! 오늘 경기 두 번째 삼구삼진으로 제프 모건을 돌려세우는 한정우 선수!
-스위퍼의 궤적이 정말 예술적이었습니다!
정우의 스위퍼는 우타자에게는 재앙과도 같았다.
분명 존안으로 들어오던 공이 갑자기 보더라인 밖으로 도망치는 궤적을 그리니 배트가 쫓아갈 수 없었다.
첫 번째 아웃카운트를 가볍게 잡아낸 정우는 두 번째 타자 역시 4구 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하이 패스트볼이 보더라인에 아슬아슬하게 걸치면서 스탠딩 삼진을 잡아내는 한정우 선수!
-그리고 이번 공의 구속이 100마일을 찍으면서 올 시즌 시범경기 첫 번째 100마일을 기록합니다!
정우는 본인의 페이스에 맞춰 천천히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시범경기에서 100마일이란 구속을 만들어내면서 얼마나 계획적으로 공을 던져왔는지를 증명했다.
‘이걸로 몸 상태까지 다 올라온 건가?’
로버트는 그의 피칭을 보며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비록 29살이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루키였다.
당연히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정우는 본인이 부족한 부분을 모두 채워왔고 거기에 새로운 시즌을 빈틈없이 준비했다.
로버트 본인도 선수로 뛰었던 적이 있었기에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었다.
‘스스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부분들이지.’
정우가 어떤 훈련을 해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그의 프로페셔널함은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그런 모습은 로버트의 뇌리에 인상 깊게 남았다.
그리고 팬들 역시 정우의 준비성에 혀를 내둘렀다.
-한정우 지리네.
-진짜 얘는 이제 메이저리그 1년 차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본인이 필요한 걸 다 준비하고 나타났네.
-올해 시범경기만 놓고 보면 사실상 불펜에서 가장 눈에 띔.
-프로의식이 장난 아닌 듯?
-얘 한국에 왔을 때도 별다른 광고나 TV출연도 안 했잖아?
ㄴ찾는 곳이 없던 거 아님?
ㄴ나 현직 방송국 작가인데. 얘 섭외하려고 난리였음.
ㄴ그런데 왜 안 나옴?
ㄴ본인이 다 거절했던데.
-아직 시즌 시작도 안 했는데. 설레발 오지네.
ㄴ오지는 건 열심히 하는 선수한테 악플다는 네 인생이 더 오지고요.
ㄴㅈㄹㄴ.
-정규시즌 들어가면 폭망할 각이다.
-시범경기 성적으로 설레발 치는 걸 보니 메알못인 듯.
물론 모두가 정우에게 찬사를 보내는 건 아니었다.
팬이 있으면 안티도 있는 법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우는 그런 반응을 알지도 못한 채, 세 번째 타자를 상대했다.
딱!!
-초구 하이 패스트볼에 파울!
퍽!!
“볼.”
-2구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투심에 배트 나오다 멈춥니다!
-아~이건 돌았던 거 같은데. 볼로 판정되네요.
뻐어억-!!
“스트라이크, 투!!”
-이번에는 2구보다 공 한 개 정도 더 안쪽으로 찔러 넣으면서 스트라이크를 만들어냅니다!
-하하! 한정우 선수도 승부욕이 대단하네요!
순식간에 원볼 투스트라이크를 만들어낸 정우가 와인드업에 이어 4구를 뿌렸다.
“흡!!”
쐐애애액-!!
그의 손을 떠난 공이 타자의 몸쪽을 정확히 찔러 그대로 미트에 꽂혔다.
뻐어어억-!!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삼진입니다! 결정구는 몸쪽 포심 패스트볼! 구속은 100마일이 나왔습니다!!
정우는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기록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오늘 경기 다섯 타자 연속 탈삼진을 잡아내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한정우 선수! 벌써부터 정규시즌이 기다려집니다!!
정우의 시범경기가 마무리됐다.
* * *
시범경기가 모두 마무리됐다.
정우는 이번 시범경기를 통해 자신이 어떤 준비를 해왔는지 메이저리그 팬들과 관계자에게 확실히 보여주었다.
당연히 언론에서는 그와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며 팬들의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그리고 로버트는 이런 성적을 올린 정우의 보직을 결정했다.
“시즌 초반부터 한을 셋업맨으로 기용한다.”
지금까지 세컨더리 셋업맨으로 뛰던 정우가 드디어 불펜 넘버 투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