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unter becomes the youngest son of a duke RAW novel - Chapter 316
제316화
28화
“정말 저를 힘들게 하시는군요.”
“…….”
멀린은 팔과 다리가 전부 뜯겼다.
마지막까지 저항했지만, 후마니타스를 막는 건 그에게는 불가능했던 모양이다.
‘어이가 없구나.’
멀린은 허탈함을 느꼈다.
지금이라면 충분히 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후마니타스는 권능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로크와의 전투로 상당히 소모했음에도, 멀린은 이렇다 할 타격을 주지 못했다.
로크에 비해 자신의 꼴을 봐라.
압도적인 참패.
이번엔 이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저항했고, 반항했다.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의 마법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속 시원하게 패배했다.
“배신자의 후예 중 당신은 정말 특별했어요, 멀린 칼리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닙니다.”
“……죄라고 했습니까?”
“맞아요. 그분을 배신한 일족의 죄는 후대에도 대물림되는 것이랍니다. 할 수 있다면 더 빨리 죽이고 싶었지만, 지금이라도 죽일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네요.”
후마니타스는 막혀 있던 무언가가 쑤욱, 하고 내려가는 듯 시원한 듯 미소를 지었다.
상쾌한 아침과 같은 미소.
지금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인 미소였다.
“하하…… 정말 웃기는 소리를 하시는군요. 배신이라…… 배신은 저희 일족이 한 것이 아닐 텐데요……?”
“자신의 죄를 아무리 부정한다고 해도 과거의 사실은 바뀌지 않는 법이랍니다. 부정해도…….”
“과거의 사실은 바뀌지 않지만, 왜곡되기 쉽죠. 과거라는 것이 원래 그런 거 아닙니까?”
멀린은 팔과 다리가 뜯겼음에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듯 차분하게 말을 잇고 있었다.
마치 지금 상황이 꿈이라도 되는 듯.
하지만 꿈을 꾸는 건 아니었다.
그의 두 눈은 정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있었다.
“왜곡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기억이라도 바꾼 겁니까? 저희 선대의 기억에 의하면…… 그분을 배신한 건 저희가 아니라…… 다…….”
콰아아아앙!
하늘에서 거대한 돌 조각이 운석처럼 떨어져 그대로 멀린을 덮쳤다.
다 죽어 가는 그에게 가하기엔 너무 과한 공격이긴 하지만, 후마니타스는 전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쓸데없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뭘 하려고 하는 건지도…… 헛소리를 지껄이는 건 자유지요.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후마니타스는 뒤에 무릎을 꿇고 있는 로크를 바라봤다.
대부분의 권능을 그에게 집중하고 있다.
태평양과 같은 성마력도 조금씩 그 끝을 보이고 있었다.
로크라는 개인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권능을 동원하고 있었다.
‘역시 그분의 그릇, 슬슬…….’
“그분을 만나 볼까요.”
후마니타스는 세계수 앞에 섰다.
옆에 사스티엘과 리엘 그리고 드래곤 로드가 서 있긴 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이미 그들은 전력 외였다.
드래곤 로드는 어이가 없었다.
‘이 몸이 싸울 가치도 없는 존재라는 건가.’
드래곤 로드로서의 자존심이 있지만, 차마 나설 순 없었다.
지고한 드래곤의 정신?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드래곤의 자존심?
다른 때라면 몰라도, 지금은 그런 것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
‘설마 이런 생각을 하게 될 줄은 몰랐군. 살고 싶다고 생각하다니.’
생존 본능뿐이었다.
후마니타스는 거대한 세계수를 바라보며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봉인만 푼다면 드디어 그분을 만날 수 있다.
오랫동안 준비했고, 그릇도 완벽했다.
이보다 더 좋은 건 없었다.
“세계를 한번 되돌린 보람이 있네요.”
후마니타스는 웃으며 세계수를 부쉈고, 그 안에 있던 봉인까지 부쉈다.
손맛이 있다.
가짜는 아니다.
애당초 봉인을 가짜로 준비하는 건 불가능했다.
봉인은 한번 지정된 장소에서 절대로 떨어트릴 수 없었다.
“이로써…… 아아아…… 드디어…….”
모든 봉인이 풀렸다.
이제 남은 건 오랫동안 준비해 온 그분과의 재회뿐이었다.
봉인이 풀리면서 그녀는 모든 힘을 되찾았다.
제약이 풀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메마르고 있던 성마력이 다시 충만해지고 있었다.
마지막 권능이 풀리며, 지금까지 사용할 수 없었던 스킬을 전부 되찾는 것이 가능했다.
“아아아…….”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고양감.
몸이 떨려 왔다.
이 전능감은 검은 마약과도 같았다.
한번 중독되면 두 번 다시는 빠져나올 수 없는…… 지금이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을 거 같았다.
“똑같은 실패는 반복하지 않아도 되겠죠~.”
그녀는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상처를 치료하고, 옷도 깨끗하게 고쳤다.
그러곤 로크가 있는 곳으로 왔다.
그에게 힘을 할당하고 있음에도 지금은 힘이 남아돌았다.
“자~ 이제 끝났답니다, 그릇이여.”
“…….”
“당신은 더는 저항할 수 없어요. 알고 있잖아요, 당신은 그분을 위한 그릇……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랍니다.”
그녀는 진심으로 기쁜 듯이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당연했다.
이 순간을 위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 왔던가.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후마니타스는 자신의 계획이 틀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멜라와 토닌을 만든 것도, 전부 이 순간을 위해서였다.
“그분을 그릇에 안착시켜, 부활시키기 위해서는 7대 주선에게 깃들어 있는 그분의 근원이 필요했죠. 7개 전부요.”
봉인을 푼다고, 무작정 그분을 부활시킬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제대로 된 그릇이 필요했다.
그분을 담을 수 있는 그릇.
그렇기에.
“그릇이 필요했죠. 저는 생각했어요, 어떤 그릇이 과연 그분과 어울릴까? 그리고 결론을 내렸죠. 그분과 비슷한 헌터라면 어떨까? 하고 말이죠. 강인한 육체와 헌터라는 특수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 존재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가능성은 높았죠.”
그녀는 손뼉을 치며, 자신의 계획을 줄줄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칭찬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와 같았다.
그러든 말든.
로크는 자신의 몸에서 벌어진 현상에 집중하고 있었다.
마지막 봉인이 깨졌다.
7차 봉인도 사용할 수 있고, 이전과는 다르게 힘이 넘쳐 났다.
그와 동시에 그는 기다렸다.
‘그릇이라고 했지.’
후마니타스는 말했다.
자신은 그릇이고, 이제 준비가 끝났다고.
그렇기에 봉인을 풀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봉인이 풀렸으니, 곧 그 그릇을 채우는 무언가가 나타나겠지. 쓰읍, 내 몸은 쉽게 줄 수 없지.’
그가 나타나는 것을 기다렸다.
곧 있으면 그와 몸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을 벌여야 할 터이니, 귀와 눈을 닫고 최대한 정신을 집중했다.
한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상이 없었다.
뭔가 오는 것도 아니고.
‘혹시 내가 모르는 사이에 몸을 빼앗겼나?’
손을 움직여 봤다.
움직였다.
그런 낌새는 없었다.
그럼 도대체 무엇일까?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이건 기회였다.
로크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힘이 넘친다.
6차 봉인 해제를 중첩으로 사용했기에 원래라면 삐걱거렸어야 할 몸이지만, 지금은 뭔가 달랐다.
‘움직일 만한데?’
그뿐인가?
로크는 상태 창을 열었다.
이름 : 로크 바르커
성별 : 남
나이 : 15살
특성 : 루시드 드림, 꿈으로의 입장, 꿈의 편린, 꿈의 포식, 꿈의 공유, 꿈의 예지, 꿈의 유혹, 꿈의 분노
[능력치]힘 : ??? 민첩 : ??? 체력 : ??? 성마력 : ???
[의문], [상쾌함], [고양감]능력치 표시가 조금 이상하게 되었다.
수치가 표기되는 것이 아니라, 물음표로 나오고 있었다.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마력이 성마력으로 바뀌었나? 뭐, 그건 딱히 상관없으려나……?’
로크는 몸을 점검했다.
괜찮았다.
마나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신한 성마력이 조금 이질적이긴 하지만, 곧 익숙해졌다.
‘마치 오래전부터 사용했던 것처럼 간단하네.’
마나가 사나운 치와와 같았다면, 성마력은 골든 리트리버처럼 애교가 많았다.
오히려 다루기 쉬웠다.
그리고 고점이 높았다.
마나와 다르게 100의 힘을 사용하면 200의 효율을 냈다.
‘지금이라면 가능할지도…….’
로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마니타스의 권능이 아직 그를 붙잡고 있었지만, 로크는 성마력을 일으키며 그 힘을 뿌리쳤다.
후마니타스는 자신의 권능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난 로크를 보며, 기대 어린 눈빛을 보냈다.
봉인이 풀렸다.
그렇다면 그릇은 그분이 차지했을 터.
지금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성마력이 그것을 반증해 주고 있었다.
‘그분이…… 돌아오셨다…… 드디어…….’
“아아아아…… 어서 오세요, 가아라 님…….”
그녀는 반갑게 그를 안아 주기 위해서 양팔을 뻗었다.
긴장되었다.
오랜만의 재회.
무려 2,000년을 넘어서 다시 한번 꿈에도 그리던 그분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의 눈은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어서 저를 다시 한번 안아 주세요, 가아라 님. 당신을 만나기 위해서 저는…… 저는…… 그 따뜻한 품에…….”
“아아…… 그래야지.”
“…….”
“하지만 미안해서 어떻게 하냐.”
순간, 로크의 목소리에 후마니타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경악이 서렸다.
얼굴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일그러졌으며, 몸이 떨리며, 뒤로 주춤했다.
절대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에 로크는 씩- 웃으며 고개를 들었다.
“네가 그토록 원하던 님은 오지 않았는데 말이야.”
* * *
“……결국.”
루시드 드림 속.
에리아는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다.
마지막 봉인이 풀린 것이 느껴졌다.
이제 곧 있으면 그가 나타나, 로크의 몸을 차지하려고 하겠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기어코 벌어지고 말았다.
“나는…… 나는…….”
그녀는 탄식을 흘리며 고개를 떨구었다.
마치 이 모든 일이 자신 때문에 벌어진 거 같았다.
7대 주선이 애타게 찾던 그분의 분신이기에 어떻게 보면 그녀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는 할 수 있지만, 모든 책임을 떠넘길 수 없었다.
“하아……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냐.”
“…….”
에리아가 고개를 팍! 하고 들었다.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났는지 알 수 없는 남자가 어느새인가 맞은편에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한 에리아의 얼굴이 경악으로 번졌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내가 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남자는 잘 정돈된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
“내 분신체라면 말이야.”
7대 주선이 그토록 울부짖으며 찾던 그분.
가아라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