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22
122
61.K-Black(2)
서울 신사동에 있는 k-black 빌딩의 맨 꼭대기 층, 회장실.
그곳엔 금일 k-black을 이끄는 5명의 사장단과 회장의 4명의 아들이 좌우로 탁자 하나를 마주 보고 앉았다.
“다들 모였나?”
“예, 회장님.”
회장을 제외한 모두가 착석한 후, 흑천회의 회장이자 보스 장천수가 창가에서 뒤돌아섰다.
눈 아래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장천수의 얼굴은 흡사 저승사자를 연상케 하는 위엄이 서려 있었다.
표정 하나만으로도 좌중을 압도하는 그는 존재 그 자체가 조폭 두목이자 조폭의 화신이었다.
“너희들을 모두 소집한 것은 다름 아니라, 마탑 문제 때문이다.”
“······.”
장천수의 입이 열리자, 사장단들과 임원진들의 눈에 미묘한 파동이 일었다.
물밑에서 일어난 흑천회의 마탑 사이의 갈등.
지금껏 회장 혼자서 해결하려던 비밀스러운 일을 이제야 부하들에게 공개하는 저의는 뭘까?
사람들은 모두 그렇게 생각했다.
‘설마 하다하다 안 돼서 우리한테 짬질하려는 건가?’
‘이제 완전 이빨 빠진 호랑이 다됐네. 이런 일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서야··· 쯧쯧쯧······.’
‘저 새끼 그냥 내가 재껴버려······?’
사장단들의 눈엔 그런 반항기가 잔뜩 담겨 있었다. 사실 지방에서 한가닥하던 부산의 팔성파, 서울의 21세기파, 전라도의 강은이파 등등.
그들이 모두 장천수의 흑천회에게 현재 통폐합된 상태였다.
하지만, 조폭들의 세계는 언제나 힘 있는 자가 곧 제일 윗자리에 가게 되어 있었다.
결국 장천수도 과거 선배들처럼 상처 입고 약해지면 부하들에게 물어뜯길 수밖에 없었다.
‘조폭들은 한 번 가오를 잃으면 그걸로 바로 나락이지······.’
방금 막 엔터에서 급히 이동해온 진서윤은 금단현상 때문인지 몰래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상념에 빠져 있었다.
‘회장의 위기인가, 아니면 그룹의 위기인가······.’
그동안 어둠의 세력에서 절대적인 위세를 자랑했던 장천수.
정·재계와 밀접한 유착으로 인해, 정부의 터치나 감시 없이 음지에서의 모든 것을 먹어치우고 세력을 확장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흑천회는 그 누구도 무시 못 할 어마어마한 조폭세력으로 성장했다.
중국의 삼합회, 일본의 야쿠자, 그리고 유럽의 마피아 등등······.
그것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해 보이던 한국 조직폭력계가 장천수라는 혜성의 등장으로 인해 판도가 바뀌었다.
흑천회라는 이름으로, 한국도 저 이름들 옆에 당당히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직이 비대해지면서, 그것을 통제할만한 힘도 무척 난해하게 되었지······.’
k-black, 즉 흑천회는 다른 일반 회사처럼 법과 룰에 맞춰 딱딱 돌아가는 방식이 아니었다.
언제든 손바닥 뒤집히듯 룰이 바뀔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고, 사실 법보다 주먹이 먼저인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법이 어쩌고, 룰이 어쩌고 하는 건 그냥 입 아픈 시간낭비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장천수는 최근 몇 번의 실책으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명예에 흠집이 생겼다.
아직까진 누수가 조금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 틈이 점점 벌어져서 손으로 메꿀 수 없는 누수가 되면 그땐 쌓아온 둑이 무너지는 것이었다.
아무리 천하의 날고기는 장천수라 해도 그렇게 되어버리면 그 급류에 떠밀려 어디론가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숨기지 않겠다. 나는 최근 마탑 그룹을 견제하기 전에 부하 녀석을 몇몇 보냈고, 모두 실패했다.”
“······.”
부하들은 회장이 하는 말을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다. 조폭 세계에서 아직 장천수의 위상이 무너지지 않는 한, 그들은 평소 하던 대로 충실히 두목의 명령을 따를 뿐이었다.
“내 부하들 중, 마탑을 견제하기 위해 맨 처음 안비제약의 배석호가 나섰고 알다시피 녀석은 죽었다.”
“······.”
배석호가 마탑제약 공장에 불을 지르다 걸린 것은 전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를 제거한 사람이 바로 보스 장천수라는 건 여기 모인 사람만 알 뿐이었다.
“그리고 내가 마탑을 움직이는 실세 ‘이준혁’을 견제하기 위해 보냈던 이규태와 조동철도 모두 살해당했지.”
“······.”
배석호에 대해 말할 때와, 현재 부하들에 대해 말할 때 ‘죽는다’는 표정이 약간 달랐다.
배석호는 자신이 직접 죽였다는 식으로 말한 반면, 이준혁을 견제하러 갔던 부하들은 모두 ‘살해 당했다’라고 말했다.
결국 양쪽 다 실패이되, 뜻이 다른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하나 더. 이것도 이준혁 그놈과 연관이 돼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펄럭!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회장실 한쪽 켠에 앉아 있던 비서가 얼른 책상 위에 있던 서류철을 꺼내 사장·임원단들에게 나눠줬다.
그곳엔 ‘백석파 자연재해 사건’이란 파일 제목이 적혀 있었다.
“몇달 전, 우리 휘하에 있던 백석파 녀석들이 갑작스레 의문사를 당한 건 너희들도 들어봐서 알 것이다.”
“······.”
“그때 백석파 녀석들과 모종의 관계를 맺고 있던 주한보석방 주인······ 두 세력 다 알 수 없는 자연재해로 인해 사망했다.”
“······.”
이곳에 모인 이들은 장천수가 왜 저런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서로가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엔터 사장인 진서윤은 ‘설마’하며 눈을 빛냈다.
‘마법사 얘기라도 하려는 건가······?’
진서윤은 저도 모르게 피식, 실소를 터뜨릴 뻔했다. 말 그대로 ‘뻔’했고 진짜로 비웃지는 않았다. 만약 그랬다면 자신은 오늘 걸어서 이곳을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었다.
‘하긴 신기하긴 해.’
도대체 무슨 힘이 있다고, 한국 제일가는 조폭 수장의 견제를 모두 물리쳐냈단 말인가?
솔직히 경찰 총장의 아들이라 해도 이 정도까지 스무스하게 장천수를 엿 먹일 순 없을 것이다.
그만큼 조폭들이 한 번 눈 돌아가면 물불 안 가리고, 어떻게든 점찍은 놈은 반드시 납치하거나 제거했다.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뜻은, 곧 그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는 뜻이었다.
장천수 또한 그러한 점을 느꼈던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변명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말한 건 모두 사실이다. 이준혁이란 놈은 불가사의한 힘이 있다. 내가 실패한 것도 다 그런 이유에서지.”
“······.”
부하들은 침묵했으나, 속에서 하는 생각들은 제각각이었다.
‘변명 그만하고 어서 짐 싸 들고 여기서 빨리 꺼져라, 이 퇴물새끼야.’
‘혓바닥 존나 기네. 천하의 장천수도 이젠 늙었나······.’
‘나불나불거리는 저 주둥아리 그냥 확 뭉개버리고 싶네······.’
‘추하다, 걍 뒤져라 이 틀딱새끼야······.’
‘설마 진짜 마법사······?’
진서윤은 그래도 조폭들 중에서 대학도 나왔고, 좀 배운 사람이라 성격이 침착했지만, 여기 모인 두목들은 대개 배운 것도 없는 일자무식에다가 다혈질이었다.
한마디로 참을성이 없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이빨 빠진 호랑이가 질질 끌며 하는 말이 귀에 박힐 리가 없었다.
장천수 또한 다 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본론을 이야기했다.
“그래서 나는 결정했다.”
“······?”
“마탑··· 아니, 이준혁을 제거하는 자에게 회장 자리를 승계하기로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선언하겠다.”
“······!”
사장들과 장천수의 아들들은 어안벙벙한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대체 저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란 말인가?
‘고작 그런 놈팽이 하나 못 잡아서 우리에게 손을 빌린다고? 그것도 회장 자리를 걸고?’
‘씨발 이거 완전 개꿀이잖아? 그 새끼만 잡아 오면 나 이제 이 조직 다 먹는 건가? 나 이제 회장되는 거야?’
‘존나 뭔가 이상한데······. 저 영감탱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어서 이런 제안을 하는 걸까? 솔직히 말이 안 되는 제안인데······ 역시나 품속에 구렁이 9마리 키우고 다니는 영감탱이라 그런가. 굉장히 음흉하군······.’
‘앞으로 누구랑 손을 잡고 이 조직을 장악해야 할까······?’
‘설마 이준혁이 규격 외 존재인 걸 알고 우리한테 떠넘기는 걸까?’
건설, 유흥, 관광, 수출, 엔터를 맡고 있는 각각의 사장들은 저마다의 고민에 빠진 채 상념에 빠졌다.
게다가 장천수의 네 아들도, 잠시 서로를 응시하며 눈빛을 주고받다가 다시 사장단들을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
차기 회장 승계권은 다른 회사들처럼 당연히 자신들에게 넘어올 줄 알았는데, 피 한 방울 안 섞인 사장단들이 날름 다 먹어치울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마탑 그룹을 전방위적으로 압박해라. 그럼 어디엔가 숨어 있는 ‘이준혁’이란 놈이 튀어나올 것이다.”
“······.”
조직의 최종 보스답게 자세를 고쳐잡으며 본격적인 지시를 내리기 시작한 장천수.
그는 어쩌면 최후일지도 모르는 명령을 부하들에게 내리며 이를 악물었다.
“야, 이승재.”
“예, 형님.”
장천수의 부름에 이승재가 퍼뜩 고개를 꺾으며, 성실히 인사했다. 아직까진 장천수의 존재는 이 바닥에서 절대적이었다. 재끼더라도 이번 일을 끝내고 재껴야 했다.
그전까진 무조건적인 충성이었다.
“너는 마탑 건설을 견제해라. 도대체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마탑이 현재 경매로 나온 건설 회사들을 대거 매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는 만큼 부딪힐 거리도 많을 거다. 건더기야 어떻게는 걸고 넘어지면 되는 거니까.”
“알겠습니다, 보스.”
“그리고, 남기.”
“예, 보스.”
“너는 마탑에서 요주의 인물들의 행동반경을 파악해서 밤에 쥐도새도 모르게 뒤에서 까버려라. 뒤처리는 확실히 하고.”
“알겠습니다, 보스.”
“그리고 서윤.”
장천수는 진서윤에게로 고개를 돌리면서, 그녀의 쭉뻗은 다리의 각선미를 잠시 감상했다.
살색 스타킹에 싸인 그녀의 부드럽고 튼실한 허벅지가 남자들의 음심을 솟구치게 했다.
“너는 마탑 엔터 소속 연예인들이 방송계에 진출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틀어막아라. 지금보다 더. 각종 인터넷 플랫폼에서도 활동하지 못하도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마라.”
“예, 보스.”
진서윤은 보스가 인터넷 방송까지 예의주시할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조금 놀랐다.
사실 현 시대는 TV로 직접 제시간에 맞춰 프로그램을 시청하기 보단, 인터넷을 통해 밀린 프로그램을 몰아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인터넷 자체 플랫폼 내에서도 다양한 컨텐츠로 무장한 크레에이터들이 자체 컨텐츠를 개발하여 사람들로부터 광고 수익을 창출해냈다.
이름하여 대 크리에이트 시대!
이제 연예인도 캠코더와 컴퓨터를 가지고 책상에 앉아 시청자들과 노닥거리며 돈을 버는 시대가 됐다.
물론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물론이고.
그래서 장천수는 그런 틈새까지 모조리 틀어막아, 정체를 꽁꽁 숨긴 이준혁이 직접 모습을 드러내길 염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