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33
133
65.흑천회(2)
“후······.”
“······.”
첸니르는 바닥에 널브러진 장천수를 내려다보며, 담배 연기를 훅하고 내뱉었다.
“사실 우리 퀸에게 불순한 의도로 접근해서 납치하려 했으니 당연히 죽어 마땅하나, 너는 아직 쓸 대가 있다.”
“······.”
장천수는 온몸의 뼈가 으스러지고, 갈비뼈가 살점을 뚫고 나왔음에도 아직 숨이 붙어있었다.
이름 그대로 ‘살려만 드릴게’라는 회복 마법 덕택이었다. 첸니르와 가룬바는 이준혁에게 충성했고, 또 이준혁의 지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마음으로 가득했다.
그래서 ‘가족’이라는 말처럼, 자신의 울타리에 있는 가족들을 지키는 것. 그것이 두 마왕이 앞으로 지구에서 할 일이었다.
“진서윤, 이승재. 이리와 봐라.”
“예, 보스.”
“넹~!”
첸니르의 부름에 두 사장들이 쫄래쫄래 달려와 첸니르 앞에 섰다. 이승재는 잔뜩 군기가 든 모습이었고, 진서윤은 홍조처럼 얼굴이 달아올라서 약간 쭈뼛쭈뼛하는 모양새였다.
“너희 둘 중에 앞으로 흑천회를 이끌 회장을 뽑도록 하겠다.”
“···보스께서 회장 자리에 오르시는 게 아니었습니까?”
“나는 전면에 드러나서는 안 되는 사정이 있다.”
“예······.”
“너희 둘 중에 누가 일을 더 잘하냐?”
“······.”
“···제가 더 잘합니다.”
“···!?”
첸니르의 물음에 이승재는 침묵했고, 진서윤이 살며시 손을 들며 이승재를 노려봤다.
그 눈빛이 ‘내가 너 보단 낫잖아?’하는 표정이었다. 이승재는 콧김을 씩씩내며 당장이라도 다 엎어버리고 싶은 표정이었으나, 감히 첸니르 앞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러는 순간, 자신의 머리는 어깨 위에서 내려와야 했을 테니까.
“그럼 네가 회장해라.”
“넹······.”
“너 근데 말투가 원래 그러냐?”
“······.”
첸니르는 즉석에서 흑천회 회장을 결정지은 후, 곧바로 진서윤의 말투를 지적했다.
그러자.
“큭큭큭······.”
이승재가 고개를 돌리곤, 미친 듯이 웃어 재끼며 ‘귀척 떨기는’하며 비아냥거렸다.
“······.”
진서윤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고개를 푹 수그릴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원래 그런 모양이군. 알았다.”
“···네.”
척.
회색 간이 의자에 앉아 있던 첸니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장천수 이 놈은 내일 당장 마탑 본사로 끌고와서 퀸에게 무릎꿇리고 사죄시켜라. 그것이 너희들에게 주어진 첫 번째 임무다.”
“예, 보스.”
“알겠습니다, 대부.”
“대부?”
첸니르는 ‘대부’라고 호칭한 진서윤의 말에 잠시 멈칫하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앞으로 갓 파더(God Father)로 모시고 싶습니다.”
“대부(God Father)···. 대부라······.”
마피아를 다룬 영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명작 영화 ‘대부’
영화 속 주인공으로 나온 ‘돈 꼴리오네’나 ‘마이클 꼴리오네’를 따라하며 많은 건망주(건달 유망주)를 양성한 그 영화!
‘대부라면 내가 조폭들의 왕이 된 건가······.’
전면에 얼굴마담을 할 사람은 진서윤으로 정해놨지만, 결국 그녀를 조종하는 것은 첸니르 자신이었다.
‘조폭계의 흑막······.’
후······.
첸니르는 입에 문 담배를 빼내 잠시 진서윤을 쳐다보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뭐라고 모시든 니 마음대로 해라.”
“네, 대부.”
“대신 나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마라. 네 몸은 네 스스로 지켜야 할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진서윤은 진지한 얼굴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실질적으로 흑천회를 다스리는 ‘회장’이 되었으니, 다른 조폭들에게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면 스스로 강인해져야 했다.
“손.”
첸니르는 그런 진서윤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
“손 내밀라고.”
“아······.”
진서윤은 간식을 바라는 아기 강아지처럼 조심스럽게 꼬물락거리며 오른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덥석!
“······!?”
첸니르가 진서윤의 오른손을 덥석 붙잡고 잡아 당겼다. 진서윤은 순간 첸니르에게 안길 뻔했지만, 가까스레 그런 수모까진 겪지 않고 몸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화아아아악ㅡ!
“응?”
“좀 아플 수도 있다.”
“으윽······.”
첸니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진서윤의 오른손에서 강렬한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통증은 손을 거쳐 손목과 팔을 타고 올라와 전신에 퍼져나갔다.
“마나의 힘을 전이하는 중이다. 얌전히 있어라.”
“넹······.”
진서윤은 왼손으로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이를 악물며 버텼다.
‘마나······? 마나라니! 설마 게임에서 봤던 MP(Mana Point)를 말하는 건가?’
그녀는 설마 자신의 몸에 그런 이상한 기운이 흘러들어온다고 하니, 처음엔 살짝 두려움이 일었다.
하지만.
‘다 나를 강하게 만들어주기 위해 이러시는 걸 거야······.’
첸니르가 악의적인 마음으로 이런 일을 하는 것 같진 않았다. 진서윤은 현재 자신이 가룬바에게 제압된 다른 조폭들과 다르게 정신적인 지배를 받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까진 진서윤의 자의를 어느 정도 허락하고 있는 셈이었다.
‘대체 왜?’
그런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었으나, 지금 자신은 철저한 ‘약자’였기 때문에 의문을 가지기보단 강자생존의 방식에 맞게 그냥 조용히 따라가는 게 상책이었다.
이유를 묻거나, 따지는 건 이곳의 생리에 맞지 않았으니까.
진서윤이 복잡한 마음으로 마나를 받아들이고 있을 그 무렵.
‘괜찮은 신체로군······.’
첸니르는 속으로 감탄하며 진서윤의 ‘내부(?)’를 관조하고 있었다.
‘비록 일찍부터 마나를 받아들이진 못했더라도, 이 정도로 거부반응이 적다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겠어······.’
그냥 편하게 부려먹으려고 이런 힘을 주는 것이었는데, 의외로 진서윤이 무인으로서 자질이 뛰어났다.
‘여자라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정도라면······ 최소 어뎁트 이상은 가지 않을까?’
첸니르는 이준혁으로부터, 믿을만한 녀석이나 마음에 드는 녀석이 있다면 마력의 힘을 전수해줘도 좋다고 허락했다.
이준혁 또한 북한에서 그러한 일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첸니르 또한 마찬가지였다.
별 생각없이 진서윤의 몸에 마력을 주입하고 있었지만, 정말 제대로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서윤의 재능과 자질이 뛰어났다.
“자 됐다.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은··· 여기까지요?”
혹시 다음도 있냐는 뜻으로 묻는 듯한 진서윤의 물음이었다. 그러자 첸니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생각보다 네 자질이 훨씬 뛰어나군.”
“···정말요?”
첸니르의 칭찬에 진서윤은 그 자리에서 살짝살짝 폴짝거리며 흥분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겪어보는 신비한 힘을 받은 것도 정말 행운인데, 다음 기회에 더 제대로 된 것을 가르쳐 주겠다니?
‘만약 그 힘을 받으면, 진짜로 마나 블레이드나 오러 블레이드 같은 것도 쓸 수 있을까?’
정말 그렇게 되면, 총이나 대포도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 튕겨내 버리거나, 아니면 베어버리면 되니까.
게임에선 분명 그렇게 됐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도 그런 게 되려나?
‘마탑은 정말 엄청난 사람들이 우글우글 거리는 곳이었구나······.’
첸니르로부터 진서윤이 엄청난 힘을 부여받고 각성하자, 부러운 표정으로 멀뚱히 서 있던 이승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보스··· 아니, 대부. 저는 뭐 없습니까?”
이승재는 진서윤이 ‘대부’라는 호칭으로 아부와 함께, 미인계, 꼬리 치기 등으로 엄청난 힘을 부여받자 자신도 뭔가 받고 싶어졌다.
“넌 없다.”
“···예.”
“킥킥킥······.”
진서윤은 이승재를 향해 혀를 쏙 내밀며, ‘고소해 죽겠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아까 전에 자신을 놀렸던 것을 통쾌하게 복수한 것이다.
“진서윤은 앞으로 흑천회 회장으로써 할 일이 많기 때문에 특별한 힘을 부여한 거고, 너는 그런 힘이 필요가 없다.”
“네······.”
이승재를 힘 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대답한 후, 고개를 푹 수그렸다.
“아무튼 진서윤은 장천수로부터 회장 자리를 빠르게 승계하고, 그 작업이 모두 끝나면 마탑에 와서 나에게 보고해라.”
“네, 대부.”
진서윤은 오늘 회장 자리를 약속받은 데다, 마력이라는 초월적인 힘까지 얻게 되어서 매우 고무되어 있었다. 사실상 죽으로 왔는데, 오히려 그게 전화위복이 되어 엄청난 신분 상승과 함께 이상한 내력까지 얻어버렸다.
‘정말 꿈만 같아······.’
비록 바지 회장이긴 했지만, 그래도 첸니르 대신 자신이 전면에 나서서 조직을 이끈다면 지금까지 여자라고 무시당해왔던 한을 풀 수도 있을 거 같았다.
게다가.
‘이제 정말 조직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겠지······.’
그녀는 아직 경찰이란 본분을 잊지 않았다. 흑천회의 우두머리가 되었다고 하나, 그녀는 뼛속까지 경찰이었다.
하지만 첸니르는 아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진서윤은 목에 가시가 걸린 듯 그 사실이 못내 걸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숨겨봤자 소용없겠지······.’
기뻐서 날뛰던 기분이 한순간에 확 내려앉았다. 만약 사실대로 말한다면 회장 자리와 함께 마력의 힘을 줬던 것까지 도로 뺏어가 버릴지도 몰랐다.
‘그래도 어쩔 수 없어······.’
진서윤은 첸니르에게만큼은 속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저, 대부······. 할 말이 있습니다.”
그녀는 돌아서려는 첸니르의 옷깃을 조심스럽게 붙잡으며 그렇게 운을 떼었다.
“뭐냐?”
첸니르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진서윤을 돌아보았다. ‘왜 자꾸 귀찮게 하냐?’라는 표정이 너무 역력해서, 진서윤은 잠시 몸을 움츠렸으나 지금 아니면 말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질러버렸다.
“저 사실 경찰입니다.”
“······.”
“뭐······!?”
첸니르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침묵했고, 오히려 격한 반응은 이승재로부터 튀어 나왔다.
“너 씨발 짜바리였어? 어쩐지···.”
이승재는 드디어 진서윤을 물어 뜯을 떡밥이 생겼다며, 좋아했다.
‘이참에 이년을 몰아내고 내가 회장이 되면 좋겠다.’
첸니르에게 제압당한 후, 버림패로 이용만 당하다가 버려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유용하게 써주다 못해, 회장자리까지 올라갈 뻔했다. 비록 불여시 같은 진서윤의 꼬리치기 때문에 그것이 실패했지만, 만약 진서윤이 여기서 첸니르의 신임을 잃고 팽당한다면?
‘그 다음은 당연히 나지.’
이승재는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열심히 진서윤을 타박하며, 쿠사리를 줬다.
“너 임마, 그동안 우리 흑천회 내부의 정보를 퍼 나르던 짜바리였다, 이 말이지?”
“···그래.”
“뭐? 그래? 이년이 그래도······.”
이승재의 손이 올라가며, 진서윤의 싸대기를 후려갈기려던 그때.
“잠깐 기다려라.”
첸니르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경찰? 경찰이 왜 흑천회에서 사장 자리에 앉아 있는 거냐? 거짓 없이 솔직하게 얘기해 봐라.”
“네, 대부······.”
진서윤은 풀이 죽은 목소리르 고개를 들더니,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신분 내력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