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42
142
67.활빈당(3)
사박, 사박.
“쉿ㅡ!”
리한봉은 자신을 뒤따라온 병사들을 돌아보며 손가락을 들어 입을 가렸다.
‘여기가 바로 9군단 사령부 본부대대인가······.’
리한봉이 시야를 들어 주변을 살피니, 온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채 2~4층짜리 건물이 드문드문 눈에 띄었다.
‘지하벙커는 확실히 없고······.’
이곳 9군단은 함경북도 경성군 관모리(冠帽里)에 위치한 군단이었다.
군인 사택과 함께 앞산에 부업으로 개간한 땅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그밖에 특이사항은 없었다.
‘수용소의 5000명 신민들을 수십 부대로 쪼갠 것이 잘한 일일까······.’
리한봉은 자신이 직접 이끄는 제1 본대.
그리고 마도공화국의 장관들, 그 휘하의 부관들이 대대, 중대, 소대를 이끌 수 있도록 군대를 분할했다.
‘전부 나만큼 뛰어난 인재들이니 잘들 하겠지.’
마도공화국 신민들은 예전에 수용소에 갇혀 있던 비쩍 마른 죄수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이준혁의 지원으로 과거와 현저하게 달라졌다.
‘모두들 초인이 됐고, 각성했지.’
신민들은 새로운 국가의 일원으로써, 스스로의 삶을 개척하고 새로운 국가를 위해 무기를 치켜들었다.
‘모두 하나하나가 다 일당백, 일당 천이니까.’
그래서 리한봉은 자신이 있었다. 아무리 총화기로 무장한 북한의 부대라도 초인의 힘을 꺾을 수는 없었다.
‘초인은 말 그대로 초인이다. 일반 사람들처럼 허약한 신체가 아니야······.’
최초의 비기너 단계에서부터 이미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신체를 가지게 된다.
두 번째인 어프렌티스 단계에선 강철을 손으로 우그러뜨릴 수 있었고, 세 번째인 어뎁트 단계에선 마나를 사용해 총탄을 맨몸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네 번째 단계인 제니스는 현재 리한봉이 올라선 경지였는데, 총탄은 물론 포탄까지 맨몸으로 튕겨내는 게 가능했다.
‘게다가 마나 블레이드나 마나 배리어도 쓸 수 있지.’
거의 미사일 세례나 핵무기 수준이 아니라면, 리한봉을 죽이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 소리였다.
‘나뿐만 아니라, 이젠 모두가 강하니까.’
심지어 심성이 연약한 김누리조차 어뎁트의 경지를 뚫었다. 다른 의욕 넘치는 장정들은 대개 어프렌티스를 달성했고, 못해도 비기너 상위 경지까진 올라섰다.
그런 이들이 총화기를 두려워할 리가 없었다.
‘내가 이곳을 빠르게 점거하는 게 유혈 사태를 최대한 막는 길이다.’
리한봉은 그렇게 다짐하며 복면을 콧등까지 올려 썼다.
복면엔 마도공화국을 상징하는 육망성과 중앙의 태극 모양이 그려져 있었다.
-가자!
리한봉은 오른팔을 번쩍 들며 소리 없는 명령을 내렸다.
사사사삭.
리한봉이 위병소를 향해 앞장서자 병사들은 챙겨온 투명 망토를 덮어쓴 채 리한봉을 뒤따라갔다.
투명 망토는 신민들이 북대천과 어랑천에 사는 무색 가물치를 잡아서 만든 아이템이었다.
무색 가물치는 말 그대로 투명해서 물속에서도 잘 안 보였는데, 워낙 덩치가 커서 움직일 때 손쉽게 확인이 가능했다.
신민들은 내천의 갈대숲에 거대한 물결 파동이 일어나면 강을 둘러싸서 무색 가물치를 잡았다.
그리고 무색 가물치의 비닐을 벗겨서 망토를 만들면 빛이 반사되지 않고 그대로 통과되어 다른 사람 눈에 보이지 않았다.
쐐액, 퍼억ㅡ!
“으악!”
‘후, 됐다.’
리한봉은 병사들과 함께 위병소를 지나칠 때, 소리 없이 초병들을 처치했다.
‘이미 누리네 아버님께서 전파 차단 역장을 펼쳐 놓았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초병들의 비명이 퍼져나갔다 해도, 간부들과 병사들의 숙소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이곳은 감시 카메라도 몇 개 없는 열악한 부대였다. 무전기로 대부분의 상황을 보고받았기 때문에, 전파 차단만 하면 부대원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완벽히 차단할 수 있었다.
‘곧바로 장교 숙소(BOQ)로 들이쳐서 놈들을 먼저 제압하는 게 중요하다.’
리한봉은 아까 브리핑한 대로, 자신을 따라온 병사들에게 이곳 대대원들이 혹여나 빠져나가지 않도록 철저히 감시하게 했다.
‘일단 대대원들의 숙소 입구를 모조리 틀어막고, 위병소 입구에도 두 명을 배치한다.’
이미 다들 자고 있을 새벽 시간이었기 때문에 숙소 입구와 위병소 입구만 단속해도 충분했다.
사삭, 사사삭.
그렇게 리한봉은 10명의 부관들과 함께 장교 숙소로 이동했다. 장교 숙소는 연병장을 지나쳐, 50미터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2층 건물인가······.’
본부라 그런지 대대엔 간부나 병사들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진 않았다.
‘필요 인원만 제외하곤, 대부분 공격 부대에 배치되어 있을 테니까······.’
이곳은 말 그대로 컨트롤 타워였다.
사람의 몸으로 치면, 생각을 하고 명령을 내리는 머리. 그래서 기습적인 공격엔 아주 취약한 곳이기도 했다.
“군단장은 내가 직접 권속에 넣을 테니 나머진 너희들이 맡아서 권속에 넣어라.”
“예, 각하.”
리한봉은 이곳의 간부진을 모조리 제압한 후, 녀석을 조종해 군단 본부와 예하부대를 장악하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해서 최대한 명령 체계를 흩트려 놓으면 다른 부대에 침투한 우리 병사들이 손쉽게 부대를 점거할 수 있을 것이다.’
리한봉은 그렇게 생각하곤, 곧바로 군단장 숙소로 이동했다.
군단장 숙소는 장교 숙소에서도 외따로 떨어진 곳에 위치한, 정원이 있는 호화로운 숙소였다.
쒜애애액ㅡ!
촤악ㅡ!
“크아아악ㅡ!”
“으억!”
군단장의 숙소에서 불침번을 서고 있던 병사 두 명이 리한봉의 기습에 목숨을 잃었다.
무색 가물치로 만든 투명 망토는 어둠에 완전히 동화되어 리한봉의 육신을 완벽히 가렸다.
그래서 리한봉은 마음 놓고 그들에게 다가가 들키지 않고 칼을 휘두를 수 있었다.
파박, 팍!
병사들의 고함을 들었던지, 집 안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퍼엉ㅡ! 펑!
리한봉이 핏빛 심판의 검으로 문을 내려치자, 곧바로 문이 박살 났다.
“씨발, 어떤 간나가ㅡ?”
그러자 안에서 잠옷 차림의 덥수룩한 수염을 지닌 중년인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튀어나왔다.
“너 뭐야, 이 썅간나?”
“욕하지 마라, 이 새끼야!”
촤악ㅡ!
“으억!”
리한봉은 자신에게 욕지거리를 내뱉은 군단장을 향해 가차 없이 검을 휘둘렀다.
철퍽ㅡ!
“크아아아악ㅡ!”
그러자 군단장의 왼팔이 썰려 나가며, 바닥을 나뒹굴었다.
“너는 그동안 김정은의 개로 살면서 우리 인민들을 쥐어짜고 괴롭혀왔겠다?”
“크으윽······.”
팔을 부여잡은 채 벌레처럼 바닥을 기고 있는 군단장을 향해 리한봉이 그렇게 뇌까렸다.
“각 지역에 너희 같은 군부대가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인민들은 허리가 휘고, 이마에 주름이 패었다. 왜인지 아느냐?”
“······.”
“너네가 자급자족할 생각은 안 하고, 민가로 내려와서 곡식을 약탈하고 아녀자를 겁탈하는 통에 인민들이 숨을 쉬고 살 수가 없었다.”
“크으··· 그건······.”
“아가리 닥쳐!”
퍼억!
“으악!”
리한봉은 군단장이 변명하도록 가만 놔두지 않았다. 들어보지 않아도 뻔한 말이었다.
“다 개정은이가 시켰다고 변명할 생각이었지? 하지만 너도 똑같은 놈이다.”
“흐······.”
“김정은보다 밑에 있다뿐이지, 결국 알량한 권력을 쥐고 흔들면서 인민들을 쥐어짜고 힘들게 한 건 매한가지 아니냐? 내 말이 틀렸느냐?”
리한봉은 녀석의 변명을 듣지도 않고 할 말만 깨끗이 쏟아낸 후, 무차별적인 폭행을 선사했다.
녀석은 온몸의 뼈가 부러지고, 이빨이 다 부서져 나간 채 점점 병신이 되어 갔다.
“한봉아, 이제 그만해!”
그때 뒤에서 가녀린 여자 목소리가 리한봉의 팔을 붙잡았다.
“누리야···.”
“어서 빨리 이 사람을 권속에 넣고 군단을 장악하자. 시간이 없어.”
“알았어.”
치리리링~!
김누리는 리한봉을 진정시키곤, 곧바로 회복 스킬을 사용해 군단장을 치유했다.
리한봉의 공격에 의해 떨어져 나갔던 팔도, 살을 맞대어 놓고 회복 스킬을 사용하자 도로 붙었다.
“넌 이제 내 수하가 된다. 9군단은 이제 마도 공화국의 군단이 된다.”
리한봉은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뻗어, 9군단장 김영춘을 권속에 포함시켰다.
“지금 당장 대대원들을 무장해제 시킨 후, 연병장으로 집결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김영춘은 리한봉의 명령을 받들며, 허리를 90도로 깊게 숙였다.
이미 권능의 힘으로 리한봉에게 복속된 이상, 그는 더 이상 저항할 수 없었다.
마치 패러사이트에 걸린 사람처럼, 권능에 복속된 인간들은 상급자의 명령을 절대 어기지 못하도록 정신이 종속되었다.
*
“각하. 군단 본부에 있던 대대원들을 모조리 저희 병사들의 권속에 포함시켰습니다.”
“잘 했소. 그럼 다른 부대에도 무장해제 명령을 내렸소?”
“권속에 포함시키자 마자, 곧바로 예하 부대에 무장해제 명령부터 하달했습니다.”
“잘했소.”
리한봉은 군단 본부를 점령 후, 잠시 잠깐 마법사 김한빛에게 전파 차단 역장을 해제하게 한 후, 군단장을 시켜 예하부대에 무장해제 명령을 내리게 했다.
무장해제 된 예하 부대는 곧바로 투명 망토를 뒤집어 쓴 마도 공화국 병사들에게 빠르게 제압당했고, 권속으로 들어왔다.
공화국 신민들이 제각기 하급병사 이상의 계급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당 수명에서 수십 명의 사람들을 권속에 집어넣을 수 있었다.
‘말이 점령이지, 정말 하루 만에 10개의 군단 직할대와 2개의 사단을 점령한 건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위병소에 근무서고 있던 초병들 몇 명을 제외하면 살상도 별로 하지 않았다.
거의 무혈입성으로 군단 하나를 꿀꺽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 마도공화국의 첫 번째 승리인가······.’
첫 전투였고, 첫 번째 전쟁이었다.
그리고 첫 번째 승리이기도 했다.
‘그동안 9군단을 등 뒤에 두고 힘을 기르느라 늘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지······.’
본래 마도 공화국이 있던 청진 수용소.
하필이면 9군단도 청진에 위치해 있었다. 본래 6군단이 있던 자리였으나, 1995년 반란에 실패한 6군단 장교들이 모두 정치범 교화소로 끌려가거나 죽었다.
그리고 반란에 실패한 북한의 6군단은 그대로 사라지고, 그 자리를 9군단이 메꿨다.
‘자그마치 28년 만의 반란이다.’
아직 함경북도의 끄트머리인 청진 지역만 점거한 상태라, 반란이 완전히 성공했다고 자부하기엔 멀었다.
‘이제 시작일 뿐이지.’
함경도를 안정화시키려면, 바로 옆 동네인 양강도의 10군단도 같이 점령해야 했다.
그래야 당분간 안정기를 누릴 수 있었다. 후방에 적을 두고 발전하는 건 9군단을 마지막이었다.
‘일단 9군단을 점령했으니, 함경북도에 퍼진 화성 수용소와 회령 수용소를 점령한다.’
화성·회령 수용소는 북한의 6개 수용소에 포함되는 극악한 환경의 정치범 수용소였다.
‘화성에 2만 명, 회령에 5만 명······.’
그곳은 청진 수용소처럼 다량의 인원들이 마을을 이루며 보위성의 감시를 받으며 노역에 임하고 있었다.
‘그들을 모조리 구출해내면, 우리 마도 공화국의 신민들이 한순간에 8만 명 가까이 불어나게 된다.’
게다가 9군단과 수용소의 인원을 모조리 흡수하면, 그 주변에 퍼진 북한 주민들도 이쪽으로 흡수될 게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조선의 북쪽 지역은 완전히 우리 땅이 된다.’
일단 마도 공학과 마도 농업으로 이 많은 사람들을 굶주림 없이 케어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식량 걱정은 없었다.
게다가.
‘우리에겐 권능이 있으니까······.’
이제 신께서 아무나 초인으로 각성시켜주는 게 아니라, 청진에서 각성한 병사들이 각각 휘하에 권속을 넣고 각성시켜 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바꿨다.
그야말로 피라미드식 지배 체계로 일원화하는 절대 시스템이 구축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