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76
176
82.마쨩(3)
“정면으로 뚫고 가신다고요?”
내 선언에 제임스 박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래야죠. 애초에 녀석들의 견제가 무서웠으면, 마탑 전자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마탑전자······.
아니, 마탑 쥬얼리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거대 세력들과의 마찰은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구띠, 헤르메스, 타파니, 꽈르띠에··· 마탑 쥬얼리 매장에 자사의 제품 공급 안 해.
-미국 왈마트 曰, 우리 마트엔 마탑 쥬얼리 안 받는다.
-전 세계 최고 보석 경매 크레스티, 마탑 쥬얼리 제품 출품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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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마탑그룹은 첫 출발부터, 전 세계로부터 견제를 받았다. 한국 시장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장악한 다국적 기업들이 마탑의 저력을 먼저 알아봤다.
하지만.
‘모두 우리 앞에 무릎을 꿇었지.’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재벌들은 그들을 바보로 생각하고, 마케팅으로 그럴듯하게 포장하면 원가에 비해 수백, 수천 배씩 부풀려 팔았다. 그리고 호구들이 잘 산다고 좋아했다.
하지만, 마탑 쥬얼 리가 만든 진짜 ‘명품’ 앞에선 어떻게 됐는가?
‘모두들 처참하게 박살이 났지.’
지금 구띠, 헤르메스, 타파니, 꽈르띠에 이런 기업들의 주가는 반토막이 나다 못해 기존의 30%이하로 주가가 폭락했다.
물론, 아직도 물건이 팔리긴 팔리지만, 예전 같은 말도 안 되는 가격을 받진 않는다.
그저 원가에서 조금 이득이 남을 정도만 받고 팔아도 ‘안’ 팔린다.
‘결국 우리가 이긴 거지.’
마탑 쥬얼리에서 만든 상품들은 많든 적든, 모두 ‘마법’적 이능이 붙어 있었다.
가격대가 높을수록, 고등급의 마법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도 옛날에 해외 명품 쥬얼리 회사들 보다는 적정 가격으로 받았다.
효능만큼 가격을 책정했고, 효능이 적으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 하는 제품들도 많았다.
‘마탑 제약도 만만치 않은 견제를 받았고······’
마탑 제약은 견제가 더 심했다.
경쟁 회사가 직접적으로 우리 공장에 불을 지르고, 국회의원들이 대거 개입해 마탑 제약의 신제품 출시를 막았다.
게다가,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의약 시장에서도 우리 마탑 영양제는 배척받았다.
왜냐?
‘리베이트를 안 했기 때문이지······.’
모든 제약회사가 다 하는 그 ‘리베이트’
한 마디로 병원에 뒷돈을 찔러주지 않으면, 아무리 효능이 좋은 약이라도 약이 팔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약은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내줘야 받을 수 있는 거니까······.’
환자가 필요하다고 해서, 원한다고 그 약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제약 회사들도 어느 정도 고정적인 수요가 있어야 약을 제조하고 파는데, 그에 대한 통제권을 모두 ‘약사·의사’들이 틀어쥐고 있었다.
말 그대로, 절대권력이라고나 할까?
‘그런 걸 내가 다 깨부쉈으니, 반발이 안 나올 수가 없지.’
국회의원들뿐만 아니라, 의사·약사 협회에서도 우리 마탑제약의 영양제는 일절 안 받는다고 했다.
아니, 했었다.
한데.
‘지금은 우리들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공급해달라고 난리지······.’
협회에 소속되어, ‘내가 내다’하던 의사·약사들은 지금 울며불며 박태진에게 찾아와 자신들의 병원에 마탑 영양제를 공급해달라고 사정하며 난리였다.
왜냐?
환자들이 그것만 찾기 때문이다.
애초에, 병원에 오자마자 ‘여기 마탑 영양제 있어요?’ 이게 첫 질문이었다.
그럼 병원에서 ‘없습니다’라고 대답하면 ‘네’하고 바로 나오는 게 요즘 실태였다.
그러니, 병원에선 미치고 팔짝 뛰는 것이다.
감히 자기들에게 리베이트도 안 하고, 어디 약을 팔 수 있나 두고보자··· 했었던게, ‘제발 우리 병원에도 마탑 영양제를 공급해 주세요’하며 간판까지 ‘마탑 머시기’로 제멋대로 바꾸고 있었다.
‘모가지 뻣뻣하던 대학병원 이사장들까지 박태진에게 찾아와 절까지 하고 간다니까······.’
그놈들에게 박태진이 해준 말은 이것이었다.
-귀찮으니까 좀 꺼져줄래?
-안 받기로 했으면 약속 좀 지켜줄래?
-자꾸 조르지 말고 일단 좀 기다려 줄래?
-입 닥치고 그냥 돌아가 줄래?
‘줄래’ 시리즈로 녀석들의 가슴을 비수로 후벼팠다.
어차피, 공격은 녀석들이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박태진은 아무런 죄책감도 가지지 않고 전력으로 띠꺼움을 발산했다.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박태진의 그런 성격도 이럴 때는 소용이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요즘 박태진의 행동에 별로 제지를 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래도 ‘그건 너무 심하게 말한 거 아니냐?’ ‘앞으로는 좀 착하게 말해라’라고 했었지만, 그래도 여전했다.
한데, 이렇게 우리들에게 몰상식하게 나오는 적들에겐 박태진이나 유진광 같은 용병들이 톡톡히 한몫했다.
‘아무튼 사업이라는 게 늘 위기와 직면한다는 것과 상통하니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다른 기업들도 나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가거나, 중간에 파산해서 낙마했다.
물론, 나처럼 전 세계적으로 견제를 받는 건 아니었지만, 아무튼 사업하면서 일이 늘 순탄하게 흐르길 바란다면 그건 욕심이었다.
“마스터. 제가 미국에서 투자업을 하면서, 많은 인사들을 만났습니다.”
“그랬겠지요.”
투자자가 투자를 하기 위해 여러 회사를 돌아다니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투자금이 더 커지면, 정치인들과도 엮일 수 있는 일이고.
“한데 말입니다. 백악관에서 저에게 직접 접촉해온 적도 있습니다.”
“백악관이요?”
“네. 정확히는 제가 아니라 마스터를 찾았죠.”
“······.”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백악관에서는 이미 마스터에 대한 존재를 알고 있었습니다.”
“음···.”
조심한다고 했는데, 역시나 미국에 들켜버린 건가?
미국의 수사 정보 기관인 FBI가 전 세계의 모든 일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안다던데.
‘북한에서 지낼 때는 하루 종일 상공에 떠 있던 때도 많았으니까······.’
만약 인공위성으로 지구를, 그것도 나를 집중 조명해서 유심히 바라봤다면 충분히 이상한 점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백악관에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저를 만나고 싶어 하던가요?”
“그것까진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제임스 박을 통해 나를 직접 만나고 싶어 하는 거 같았다.
‘미국이라··· 미국······.’
나는 미국에 대해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우리의 우방국이자, 혈맹국이지······.’
지금은 그 의미가 많이 퇴색되어, 서로 이해득실을 따지는 거래 관계가 되어버렸지만.
아무튼, 미국은 6.25때도 적화통일이 될뻔한 우리나라를 도와줬고, 그것은 지금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미국과 소련 때문에 분단이 됐다곤 하지만, 결국 미국이 없었으면 지금의 남한도 없었어.’
해방 후에 우리 선조들이 개뻘짓만 안 했어도, 이렇게 남북으로 갈라질 일도 없었다.
생각을 정리한 끝에, 나는 제임스 박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미 대통령을 한번 만나보지요. 적당한 시점에 약속을 잡아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마 도럼프 대통령도 내가 마법사라는 걸 대충은 알고 있을 것이다.
‘모르는 게 이상한 거니까.’
지금까지 벌여온 내 사업, 그리고 평소 내가 썼던 마법들까지.
생각해보면, 미국이 그걸 모른다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됐다.
‘과연 전 세계에서 내 능력을 아는 자가 얼마나 될지 궁금하군.’
솔직히 알아보려면 당장이라도 알아볼 수 있었다.
나는 이 세상의 ‘신’이었으니까.
*
“어서 오십시오, 손님.”
“와, 벌써 마탑전자 매장이 생겼네요.”
“네, 손님. 원래 반텍 전자가 있던 곳인데 반텍이 마탑과 합병되면서 겸사겸사 마탑 전자로 상호가 변경되었습니다.”
마탑 전자의 출범 후, 전국에 퍼져 있던 반텍 전자 매장은 모두 마탑 전자로 간판이 바뀌었다.
마법의 언어인 룬어가 건물 외벽을 장식하고 있었고, 마탑을 상징하는 M이라는 글자가 간판 전면을 차지했다.
“안녕, 손님들? 나는 마탑 매장의 안내를 맡게 된 마쨩이라고 해!”
매장의 안쪽엔 사람들의 안내를 맡은 홀로그램이 서 있었다.
마쨩은 로봇청소기처럼 생긴 둥근 원판 위에서 3D캐릭터처럼 둥둥 떠 있었다.
홀로그램 안에서 마쨩이 움직이면, 원판도 따라서 움직였다.
“이 제품은 우리 마탑에서 심혈을 기울여서 제작한 신개념 세탁기야. 이제 세제를 넣지 않아도 찌든 때 하나 없이 깨끗이 세탁을 할 수 있다구!”
“우와, 세제가 필요 없다고?”
“고럼고럼.”
마쨩은 귀엽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들 앞에서 애교 있게 제품을 소개했다.
여자들도 그런 마쨩의 모습을 귀여워했고, 남자들은 뭐···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마쨩이 하는 말에 껌뻑 죽었다.
그래서, 아무리 비싸도 지갑을 여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역시나 마쨩이 사람들 옆에 붙어서 영업을 하는 게 제일 매출이 잘 나오는군.’
사실 처음엔 그저 군포 공고를 졸업한 학생들에게 영업을 맡겨봤는데, 영 시원치 않았다.
그래서 여직원이라도 써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마탑전자 본사에서 지령이 내려왔다.
-앞으로 전 매장에 ‘마쨩’ 영업사원을 배치하세요.
-네? 마쨩이 영업도 한다고요?
-예. 그때 프레젠테이션 보셨잖아요? 웬만한 사람들보다 더 잘할 겁니다.
사실, 아무리 전자 매장 직원들에게 친절을 강조해도 결국 ‘사람’이다 보니, 결점이 많았다.
어차피 시간이나 때우다가 월급만 타면 된다는 심정으로, 아니면 인센티브를 많이 받아야 한다는 목적으로.
그저 돈 될만한 손님에게만 다가가서 살갑게 대하고, 조금만 옷이 누추하거나 가난해 보이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봤자, 결국 돈을 주고 사주는 사람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라는 판매사원들의 인식 때문이었다.
물론 판매사원들도 오랜 경력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경우일 수도 있지만, 그것은 분명 잘못된 행위였다.
가난해 보이든, 부자처럼 보이든 모든 손님은 동일하게 대접해야 했다.
아무리 물건을 안 살 것 같은 손님이라도, 옆에 달라붙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최선을 다하면, 결국 지갑을 열 가능성이 1%라도 올라가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기업의 이미지지······.’
마탑 매장의 점장 또한, 살만한 손님에게만 친절히 대하는 직원들을 매번 타박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이런 일에 지원하는 사람도 별로 없었고 이곳으로 발령오는 사람들도 전부 오고 싶어 지원 온 게 아니었다.
‘다들 그저 돈이 급하니까 이런 곳에 지원했거나, 아니면 벌써부터 이직을 노리고 대충대충 일하는 거지.’
척 보면 착이었다.
그런 놈들은 대개 표정에, 말투에, 행동에 다 쓰여져 있었다.
‘나 귀찮아’ ‘안 살 거면 그냥 대충 구경이나 하다 조용히 가라’ ‘사지도 않을 거면서 왜 자꾸 물어보는 거야?’ 등등···.
‘손님들은 그런 낌새를 귀신같이 알아채니까······.’
말로 표현 안 하면 모른다고?
그건 병X들이나 하는 생각이었다.
사람들은 그 사람의 늬앙스나 분위기만 조금 바뀌어도 귀신같이 알아챈다.
그리고, 그것이 곧 마탑의 기업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이다.
‘대충대충 일하는 녀석은 인사고과에 반영에서 전부 최저시급만 주다가 짤라야지.’
오히려 기업의 이미지를 깎아 먹으면서, 인건비로 지출 비용까지 나가면 이중삼중으로 손해를 보는 것이었다.
게다가, 인건비보다 더 큰 건 기업의 이미지였다.
‘하필이면 공고 애들을 뽑아 가지고···.’
그것도 꼴통학교에서 갓 졸업한 애들이다 보니, 직업의식이라던가 이런 게 하나도 없었다.
‘마탑 실장님의 후배들이라니까 뭐 어쩔 수 없다지만······.’
이미 마탑그룹 내에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마탑의 진짜 실세가 누구인지를.
‘마탑을 설계하고, 배후에서 조종하는 사람.’
이준혁.
대놓고 얘기하진 못하지만, 직원들끼리는 쉬쉬하면서 다들 이준혁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구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님.”
“오늘 친절히 설명해주셔서 고마워, 마쨩!”
“충성충성!”
“하하하하.”
마쨩이 입구까지 따라나가서 경례를 하자, 손님들도 그런 마쨩이 귀여웠던지 경례를 받아주었다.
‘일반 판매사원들보다 더 손님들에게 친근하잖아······.’
매장 점장은 마쨩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며,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이준혁의 모습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