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66
66
38.수능(2)
“아버지, 엄마도 같이 가신다고요?”
수능 당일.
새벽 5시부터 일어나, 내 아침상을 거하게 차리신 엄마.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일어나 일찍 신문을 펼치신 아버지.
“그래, 우리 아들 첫 수능인데, 엄마도 따라가야지.”
“나도, 간다. 준혁아.”
“······”
“오빠, 나도 갈래!”
아침 먹을 때가 되니, 혜은이도 눈을 비비며 튀어나와서 그렇게 외쳤다. 혜은이는 150센치 정도였던 키가, 전신성형을 통해 170의 우월한 기럭지로 변했다.
“···알겠어요.”
오늘 아리가 마탑 컴퍼니 식구들을 죄다 끌고 온다고 했는데, 어쩌면 우리 가족이랑 마주칠지도 모르겠다.
‘뭐 상관없겠지. 어차피 내 사람들인데······’
만약 딴마음을 먹는다면, 그놈들은 다 죽는 셈이었다. CCTV처럼 기생충으로 24시간 감시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되지 않았다.
“우와, 맛있네요.”
아침 메뉴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소고기 청국장찌개, 그리고 돼지불백, 볶음 김치 등이었다.
나는 매콤하고, 짭조름한 걸 좋아해서 엄마도 내 입맛에 맞춰 맵고 짜게 음식을 했다.
우리 네 가족은 거하게 식사를 끝마치고, 새로 뽑은 롤스로이스 팬텀에 올라탔다.
늘 느끼는 거지만, 이 차를 탈 때마다 내가 진짜 돈을 많이 벌긴 많이 벌었구나······ 하는 걸 느꼈다.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일이니까······’
빚이라는 무게에 짓눌려, 그저 하루 앞의 일만 신경 쓰며 살았을 것이다. 어떻게든 아껴서 덜 쓰고, 덜 먹고, 덜 사 입고······
그렇게 평생 살았겠지.
‘지금이라도 바꾸면 돼.’
슬픈 과거는 이제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버린 지 오래다. 다시 밑바닥까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지금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니까.
‘오늘 반드시 백 점 맞는다.’
불수능?
웃기고 있네.
나도 경제신문을 통해 그 기사를 봤다.
수능출제위원장이 한 브리핑을.
아무래도 내가 수험생들에게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이, 되려 수능의 난이도를 올려버린 거 같아서 미안하긴 하지만······
어차피, 학생들이 풀 수 있는 난이도 선에서 나올 테니까, 별로 상관없을 거 같기도 했다.
‘난이도가 높아져서 별변력도 같이 올라가면, 진짜 열심히 공부한 애들이 빛을 보겠지.’
그동안 너무 인간적인 시선으로 경쟁을 바라보다 보니, 경쟁이 경쟁이 아니게 됐다.
그래서, 수능이 물수능이다 뭐다 말이 많이 나온 것이다.
‘삶은 치열하니까······’
차가운 사회는 수능 공부보다 더 치열하다. 직장에서 일하는 것도 그렇고, 결혼을 하면 가정을 지키는 것, 그리고 다양한 부분에서 많은 역경이 닥치게 된다.
지금 이 관문은 사회로 들어가는 시작일 뿐이다.
나는 시작이 조금 늦긴 했지만, 뭐 상관없었다. 늦고 빠르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대로 했냐 안 했냐가 중요한 거니까.
그렇게 20분을 달려 서울 중구 이화여자고등학교에 도착했다. 내가 시험을 치르는 고등학교였다.
끼익.
아버지가 차를 멈춰 세우자, 엄마와 나, 혜은이가 먼저 내렸다. 아버지는 주차하고 오신다고 했다.
“아들, 어서 들어가자.”
“입구까지만 같이 가요.”
내가 엄마의 손을 잡고 말하자, 옆에 있던 혜은이가 도끼눈을 뜨며 나를 쳐다보았다.
“혹시, 그때 그 여자도 오는 거야?”
“······”
“했네, 했어.”
“하긴 뭘 해.”
“요새 맨날 외박하더니, 그 여자랑 단둘이 여행이라도 갔다 온 거 아니야?”
“…”
“헐, 진짠가 보네······.”
나와 혜은이가 티격태격하고 있자, 엄마가 나섰다.
“누군데 그래?”
“그냥 아는 여자예요.”
우리 세 사람은 이야기를 하면서 학교 정문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그곳엔 이미 수험생들을 응원하러 온, 같은 학교 선후배들이 쫘악 장사진을 친 채 플랜카드를 들고 응원하고 있었다.
“떡드세요, 선배님들.”
그리고, 떡을 나눠주는 어여쁜 여고생들도 있었다. 아마 수능시험 잘 보라고 나눠주는 기념 떡인 거 같았다.
나와 가족들은 그러한 것을 구경하며, 스쳐 지나가듯 입구로 들어서는데.
“준혁 씨!”
“준혁이 형!”
저 멀리서 나를 부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
아리와 최진우였다. 그리고, 두 사람 뒤에는 제임스 박과 대동그룹 회장 유필준, 아들 유진광, 그리고 치타대부 석창익과 그 부하들이 잔뜩 뒤따르고 있었다.
유필준은 대놓고 돈 자랑이라도 하려는지, 번쩍번쩍한 외제차에, 각종 꽃다발과 어디 비싼 떡집에서 쪄온 대형 떡케이크를 사 가지고 비서랑 같이 왔다.
유진광은 내가 따로 언질을 줬기 때문에 아무것도 준비를 안 했고, 석창익도 마찬가지였다.
유필준은 솔직히 올지 몰랐기 때문에 언질도 안 했는데, 어떻게 알고 저렇게 준비를 해왔다.
“준혁 님. 이거 드시고 꼭······”
“아리 씨. 추운데, 왜 기다리고 있어요.”
나는 다가오는 유필준을 쌩가고 지나치며, 아리의 손을 잡았다. 그녀는 오늘 화사한 분홍색 롱 원피스를 입고 왔다. 그녀라는 존재 자체가 수많은 군중들 사이에서 자체발광하는 느낌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아리와 나를 위해 자리를 슬쩍 피해줬고, 엄마와 혜은이만 내 곁에 섰다.
“이 아가씨는 누구니?”
“안녕하세요, 어머니.”
“어머머. 어머니? 준혁아, 네가 아까 말한 그 아가씨니?”
“···네. 최아리 씨라고, 제 사업을 옆에서 도와주시는 고마운 분이세요.”
“제가 뭘요. 오히려 제가 더 준혁 씨 도움을 받는답니다.”
아리가 겸양을 하자, 엄마가 아리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착하기도 해라. 얼굴도 이렇게 예쁜데, 마음씨도 곱고······”
“······”
엄마의 칭찬에 아리는 쑥스러운지 얼굴이 발그레해져서 고개를 수그렸다. 나는 왠지 그 모습이 재밌어서, 입을 가리고 키득거렸다. 아리는 괜히 그런 나에게 눈을 흘겼다.
“언니, 저 혜은이에요. 우리 구면이죠?”
“네, 혜은 씨. 저번에 금괴 팔 때 뵈었죠?”
“음. 역시 기억하시는군요. 그때는 정말 고마웠어요.”
“제가 뭘 한 게 있나요? 그냥 장사꾼으로서 물건을 제값 주고 거래했을 뿐인데요.”
혜은이도 아리에게 살갑게 대하며, 서로 친근하게 대화를 나눴다. 평소 질투심이 많은 혜은이었지만, 내가 전에 성형으로 얼굴과 외모를 다 뜯어줬기 때문에 열등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그래서 예쁜 사람을 봐도, ‘내가 더 예쁜데?’이런 마인드로 여유롭게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보면, 아리보단 몇 급수 떨어졌다. 아직까진.
“그럼 저는 먼저 들어가 볼게요.”
시험은 아침 8시 40분부터였지만, 수험표 접수는 8시 10분까지였기 때문에 미리 가서 대기해야 했다.
지금 시각은 7시 50분.
나는 가족들과 아리 일행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하며, 몸을 돌렸다. 그렇게 몇 발자국 걸어가려는데······
“저기, 준혁 씨!”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쭈뼛쭈뼛 서 있던 아리가 내게 달려와서 들고 있던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제가 오늘 새벽에 빚은 찹살떡이예요. 이거 드시고, 꼭 시험 잘 보세요.”
“흐흐흐. 감사합니다.”
나는 아리가 주는 떡 상자를 조심스럽게 받아서, 왼손에 챙겼다. 아까 유필준이 갖다 준건 너무 크고, 먹기도 싫었는데 아리가 주는 건 왠지 맛있어 보였다.
“그리고, 이따 점심때 뵈요. 도시락도 싸 왔어요.”
“오······”
나 때문에 새벽 일찍부터 도시락까지 쌌나 보다. 아리가 그 말을 끝으로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흐뭇하게 쳐다보다가, 곧 몸을 돌려 시험장으로 입장했다.
*
8시 20분부터 시작된 시험 설명과 쉬는 시간이 끝나고, 8시 40분이 됐다.
“자, 그럼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시험감독관으로 들어온 사람은 50대 중반의 갈색 정장의 남자였다. 그는 동그란 안경 아래로 작은 입을 벌리더니, 침을 몇 번 묻혀 시험지를 나누기 시작했다.
5열 종대로 나눠진 책상의 첫 줄부터 시험지가 돌아갔다.
1교시는 국어.
국어는 독서, 문학이 공통과목이었고, 선택 과목인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1가지를 선택해서 시험을 쳤다.
나는 화법과 작문을 선택했다.
총 문항수는 45문제.
시험 시간은 08:40~10:00까지였다.
아무래도 수능의 첫 스타트인 만큼, 수능 과목들 중에서 수험생들이 제일 만만한 국어가 몸풀기로 나온 느낌이었다.
샤랴락, 샤락.
“응?”
시험관의 주의 사항이 끝나자 마자, 나는 거의 0.1초 단위로 답안지를 작성해나갔다. 남들이 보면 그냥 문제도 안 보고, 답안지를 막 찍는 느낌일 것이다.
그래서 나를 쳐다보는 시험감독관의 눈빛이 별로 좋진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괜히 다 아는 문제를, 남들 눈치 보며 천천히 풀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었다. 그냥 빨리 다 풀고, 사업 구상이나 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늦게 푸나, 빨리 푸나 그런 건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다.
‘국어 다 치면, 수학도 있고, 수학 끝나면 점심이라······’
나는 국어 시험보다, 오늘 아리가 어떤 점심을 싸 왔을지가 더 궁금했다.
마음 같아선 타임슬립 마법을 써서, 미래로 가서 아리의 도시락이 뭔지 확인하고 맛본 다음에, 다시 국어 시간으로 돌아오고 싶었다.
하지만, 그런 사소한 일에 마법을 남발하면 그 이후엔 더 참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자제했다.
‘수능 끝나면 사업이나 본격적으로 해야지.’
놀면 뭐하나?
나는 다른 수험생들과는 다르게 수능 끝나도, 할 일이 태산이었다. 벌려놓은 일이 원체 많다 보니, 마법 아이템도 만들어야 하고, 마법의약도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정치 부분도 문제지······’
지금은 수능 때문에 잠잠하지만, 최근 물밑에서 여당과 야당이 손을 잡고 대통령을 탄핵 준비 중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었다.
아리네 아버지가 과연 탄핵을 당하게 된다면, 나는 가만히 있어야 하는가?
아니면 나서서 뭐라도 해야 하는가?
‘일단, 내가 아직까진 정치를 잘 모르니까, 좀 더 정보가 필요하다.’
뉴스나 신문 기사로는 부족했다.
제대로 뒤집어엎으려면, 현재 국회에 소속된 의원들의 신상을 한 명, 한 명 빠뜨리지 말고 모조리 훑어내야 했다.
그래야 옥석을 가리든지 말든지 할 테니까.
‘그리고 북한 문제······’
최종환 대통령이 국민들로부터 다시 지지도를 복구하려면, 그에 걸맞는 업적이 필요했다.
그렇다면, 아리네 아버지에게 남북통일이라는 거대한 성과를 안겨주면 어떻게 될까?
역대 한국 대통령 중 그 누구도 이루지 못했던 남북통일. 분단해제.
그것을 이루어 낸다면?
‘아마 지지율이 장난 아니게 올라가겠지.’
지금 바닥을 치는 지지율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급상승할 게 분명했다. 게다가, 북한을 흡수하게 되면 비용은 많이 들겠지만 새로운 자원을 얻을 수 있으니 마냥 손해만은 아닐 터였다.
‘제약과 수능 아이템 말고, 다른 큰 사업도 한 번 생각해봐야겠군······’
무턱대고 정은이만 조지면 되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 그동안 북한 내부는 너무나도 썩고 곪아서, 터지기 일보 직전의 활화산과도 같았다.
만약 그게 터진다면, 북한 주민들뿐만 아니라, 남한 주민들까지 막대한 피해를 입으리라.
손해도 막심할 것이고, 그에 수반되는 비용 또한 천문학적인 액수가 들어갈 것이다.
‘새로운 돈벌이를 찾아야 한다.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을 흡수해도 끄떡없을 정도의 경제적 기반은 갖춰야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마법공학을 구축해서 큰 돈벌이를 할만한 게 분명히 있을 거다.“
많은 전문가들과 힘을 합친다면, 전국민이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날도 머지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예전 우리 선조들의 땅이었던 만주지역도 되찾아야지.’
현재 중국이 동북공정이다 뭐다 해서, 만주지역과 북한지역을 자기네 땅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다.
게다가, 고조선과 고구려, 발해의 역사를 중국의 소수민족 국가중 하나로 편입해서 자국의 영토라는 얼토당토한 억지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만약 더럽고 치사하게 나온다면 우리도 다 뺏어야지. 만주도, 중국도.’
스케일을 점점 넓혀나가니, 정말 할 일이 태산같이 많았다.
내가 그렇게 전세계적으로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갈 그때.
“답안지 거두겠습니다.”
1교시 국어 시험이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