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2
12화
현석이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콰아아아-!
실내에 엄청난 압박감이 내려앉았다.
“…!”
쿵!
그러기 무섭게 이대강의 머리가 바닥에 처박혔다.
“크, 크윽…!”
당장이라도 모든 장기가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바에 있던 술병들이 깨지고, 근처에 있던 의자가 부서져 내렸다.
그러는 동안에도 이대강은 고개도 들지 못한 채 몸을 덜덜 떨 뿐이었다.
그의 능력으론 현석의 기세를 거스를 순 없었으니까.
그리고 공기가 자신의 목을 옥죄어 오기 시작했다.
“커, 커헉…!”
점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목과 이마에 핏줄이 선명하게 솟아올랐다.
‘무, 무슨 기운이…!’
이대강은 경악했다.
이건 절대 F급의 힘이 아니었다.
자신의 경험으로 족히 B급, 아니.
충분히 A급에 가까운 실력자였다.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그를 짓누르는 힘은 더욱 강해진 상태였다.
‘아, 안 돼…!’
점점 더 경련이 심해지고, 당장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그의 눈이 서서히 뒤집혔다.
거기까지 확인한 현석이 손을 가볍게 휘저었다.
중압감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허억! 허억! 허억!”
이대강은 그제야 다급하게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뇌에 산소가 공급되며 다시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엿 됐다!’
그의 머릿속에 경종이 울렸다.
만일 처음부터 실력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설설 기면서 최대한 뽑아 먹으려 했을 테지만.
제대로 시비를 걸어버렸으니 여기서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턱!
현석이 이대강의 멱살을 잡아 그를 일으켜 세운 건 건 그때였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대강이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잘못했어?”
현석은 그의 품에서 몬스터의 핵을 다시금 가져오며 물었다.
“예, 예!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하,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어떤 정보를 원하시든 간에 제가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구해오겠습니다!”
정말 죽고 싶지 않은지.
이대강은 손을 싹싹 빌며 애원했다.
핵을 전부 챙긴 현석은 아무런 감정 없는 눈으로 이대강을 바라봤다.
그러기를 잠시.
“일주일 주지.”
현석의 입에서 한없이 낮고 차가운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대강이 한 짓을 생각하면 죽여도 무방한 일이긴 했으나.
굳이 정보 길드와 척 질 필요는 없었다.
‘지금 당장만 해도 아무런 대가 없이 정보를 가져고 오겠다는데 마다할 필요는 없지.’
그렇기에.
현석은 녀석이 괜찮은 정보를 물어 온다면 그 값을 제대로 쳐 줄 생각이었다.
단순히 힘을 찍어 누르는 것이 아니라.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조절한다면 사실상 큰 노력 없이 정보 길드를 마음대로 다룰 수 있게 될 테니까.
-녀석이 제대로 미끼를 물었군.
‘뭐, 이런 녀석들이야 뻔하지.’
현석은 에단과 텔레파시를 통해 대화를 주고받고는 이대강의 멱살을 놨다.
쿵!
녀석이 힘없이 떨어지며 바닥을 굴렀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연신 바닥에 이마를 찍었다.
“알겠습니다! 일주일 안에 반드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뱉은 말은 웬만하면 지키도록 해. 난 날 건드린 놈이 제발 죽여달라고 비는 걸 볼 때가 가장 즐겁거든.”
“거,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그럼 간다.”
현석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클럽을 떠났다.
이대강은 현석이 사라진 후에도 잠시 멍을 때리다.
이내 퍼뜩 정신을 차리곤 다급하게 바 쪽에 있는 유선전화를 꺼냈다.
“긴급이다. 제1순위로 태정 길드 마스터 조태일에 관한 정보 전부 정리해서 내게 보고해! 중요도 순으로 정리해놓은 거 말고! 그거 일주일 전 버전이잖아! 싹 다 다시 조사해!”
일순간 현석을 속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
목숨이 두 개가 아니고서야 그런 미친 짓을 골라서 하고 싶진 않았다.
* * *
이대강이 연락하기로 한 날까지 남은 시간은 일주일.
‘충분하겠네.’
현석은 남은 시간을 활용해 한 국밥집을 들를 생각이었다.
끼니를 때우러 가는 건 아니고.
그곳이 청소부 시절 가장 친했던 김두성의 부인이 운영하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현재까지 현석의 안배에서 일어난 일은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처음부터 태정 길들에서 꽤 오래 걸리는 작업이라 공지했기에, 그곳에 들어갔던 청소부의 가족들 또한 그렇게 알고 있는 것이었다.
‘실제론 자신들의 가족이 죽은 줄도 모르고 말이지.’
마음 같아선 그 사실을 모두에게 알려 죽은 자들의 장례를 제대로 치르게 하고 싶었지만.
조태일의 꼬리를 잡기 전까진 최대한 정체를 숨기고 있어야 했다.
자칫하면 그쪽에서 역습이 들어올 수도 있으니까.
-현석, 그런데 정보 길드에 이어서 자꾸 이렇게 돌아다녀도 괜찮은 건가?
에단이 이렇게 걱정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현석은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괜찮아. 이동하면서 흔적은 최대한 지우고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순간, 현석이 어느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CCTV가 있는 쪽이었다.
현석과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CCTV의 불이 지나치게 깜빡거리며 이상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현석이 눈으로 마력을 흘려보내 CCTV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킨 것이었다.
-카메라들을 전부 손보고 있었군.
“그런 셈이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현석은 자신을 목격한 이들에게 간단한 환각 마법을 걸기도 했다.
물론 환각 마법은 가볍게 건드리기만 해도 풀린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다른 것보다 아주 잠깐이라도 환각을 봤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자신이 환각을 봤는지도 모를뿐더러, 무의식에 현석이 아닌 다른 사람을 봤다는 착각을 심어둔다면.
훗날 현석의 얼굴을 떠올릴 때 어떤 게 진짜인지 확언할 수 없을 것이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에단이 납득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때마침, 현석은 국밥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글씨가 지워진 간판을 단 허름한 국밥집.
그러기 무섭게 꼬질한 아이 셋이 가게 문을 열고 나왔다.
“오늘도 잘 먹었습니다!”
“잘 먹었어요 아줌마!”
그들은 90도로 국밥집의 주인에게 인사하곤, 어딘가로 부리나케 달려갔다.
“뛰지 말고 천천히 가 이 녀석들아!”
주인인 박경숙은 그렇게 외쳤다.
-…굉장히 선한 기운이 느껴지는 사람이군.
‘그래도 정령이라고 잘 알아보네.’
에단의 말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었다.
실제로 박경숙은 선한 인물이었다. 김두성도 그랬고.
아는 사람들만 아는 얘기지만.
유명한 일화로 결식아동카드가 중단된 아이들에게도 계속해서 밥을 챙겨준 이야기가 있다.
자신들도 여유가 없음에도 말이다.
‘눈치도 주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이 먹으라고 했을 거야.’
아이들은 미안한 마음에 발길을 끊기까지 했지만, 아이들이 밥을 굶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그들을 끌고 와 억지로 밥을 먹였다.
친구들 있으면 데려오라는 말과 함께.
‘그리고 그게 지금도 계속 이어지고 있는 거고.’
박경숙이 현석을 인지한 것은 그때였다.
“아, 들어오시는 건가요?”
“네.”
“아유 다리 아프실 텐데 어서 오세요. 뭐 드릴까요?”
“순대국밥 하나만 주세요.”
“네네, 조금만 기다리세요.”
현석은 그렇게 말하곤 아무 자리에 앉았다.
바로 옆자리에서 아이들이 밥을 먹었는지 사뭇 너저분했다.
“아, 금방 치워드릴게요! 잠시만요!”
“괜찮습니다. 천천히 하세요.”
현석은 괜히 마음이 불편해졌다.
언젠가는 알게 될 사실이지만, 남편이 김두성이 죽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를 기다리고 있는 박경숙의 모습 때문이었다.
-어떻게 할 건가 현석? 말할 건가?
‘일단은….’
“국밥 나왔습니다~”
박경숙이 국밥을 가지고 온 것은 그때였다.
‘먹고 생각하지.’
현석은 에단에게 전음을 보내며 국밥을 받았다.
“감사합니다.”
“매장이 조용해서 좀 그렇죠? TV라도 틀어드릴게요.”
박경숙은 국밥을 앞에 놓곤 리모컨을 들어 TV를 틀었다. 뉴스가 흘러나왔다.
달그락, 달그락.
그렇게 묵묵히 국밥을 먹는데, 뉴스에서 현석의 신경을 끄는 내용이 흘러나왔다.
[다음 뉴스입니다. 최근 들어 다량의 던전이 사라진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저거 우리 얘기군.
에단의 눈이 TV에 고정됐다.
현석은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해서 밥을 먹으며 귀를 기울였다.
[특히나 태정 길드 쪽의 사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국정원 쪽에서는 조직적으로 일어난 테러라 보고 있습니다.]‘테러라. 틀린 말은 아니지.’
현석이 속으로 피식하고 웃음을 흘렸다.
한두 개만 해도 길드에 어마어마한 금전적인 피해가 있을 터인데.
그것을 며칠에 걸쳐 수십 개나 없애버렸으니.
태정 길드는 나름대로 자신들의 실책을 숨기려는 듯했으나.
던전이 사라지는 것처럼 육안으로 보이는 현상들은 어떻게 막을 수가 없었다.
뉴스에 관련 내용이 나오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었고.
[범인은 최소 10명으로 구성됐을 것으로 보이며, 최소 B급에서 A급의 실력자일 것으로 추측된다고 국정원은 전했습니다. 또한….]-생각보다 우릴 높게 쳐주는 것 같은데?
‘그러게.’
그렇다고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기본적인 상식으론 던전을 파괴하기 위해선 저 정도 등급을 가진 헌터가 폭발을 일으켜야 했으니까.
‘그래도 덕분에 태정 길드 쪽에서는 더욱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겠네.’
아마 태정 길드에서는 범인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뉴스에서 언급된 정보는 사실과는 완전히 다른 내용.
때문에, 태정 길드에서 범인을 찾는 데 난항을 겪게 될 것이라는 건 기정사실이 된 셈이었다.
탁.
어느덧 식사가 끝났다.
“계산이요.”
현석은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이쿠, 빨리 드셨네. 입맛엔 잘 맞으셨어요?”
“제가 먹어본 국밥 중 최고던데요?”
“어머, 말은.”
박경숙은 그렇게 말하며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걸 보는 현석은 겉으론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웃음소리의 크기만큼이나 속이 꽤 아려왔다.
“원래는 8,000원인데, 총각이 말을 이쁘게 해서 좀 깎아줄게. 5,000원만 줘.”
“알겠습니다.”
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계산대에 현금이 가득 담긴 종이 가방을 올려놨다.
무려 2억 가량의 돈이 담긴 가방이었다.
몬스터의 핵의 일부를 현금화한 한 뒤, 정보 길드 수수료와 자신과 가족이 쓸 것을 뺀 나머지를 전부 넣은 것이었다.
“…손님?”
그것을 본 박경숙의 몸이 제자리에서 얼어붙었다.
“김두성 님께 전해드리는 겁니다.”
그 말을 끝으로.
현석은 마나까지 일으켜가며 순식간에 국밥집을 빠져나갔다.
그렇게 도착한 골목길.
-결국 말해주지 않았군.
“할 수가 없었어.”
어차피 지금 사실을 말해준다고 한들 지금 상황에서 박경숙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태정 길드에서 비밀을 숨기려 할 테니까.
그러면 그녀만 더욱 힘들어질 뿐이었다.
-그런데 저 사람이 돈을 쓸까?
‘쓸 수밖에 없어. 귀속 마법을 걸어놨으니까.’
아무리 버리고 태우고 해도, 그녀가 쓰기 전까지 저 돈은 사라지지 않을 터였다.
그렇다고 돈이 가족을 잃은 아픔을 채워줄 순 없겠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었다.
‘돌아가자.’
현석은 그렇게 말하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현석은 이대강의 연락을 받고 정보 길드로 향했다.
신을 죽인
대마도사의 귀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