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od-Killing Archmage RAW novel - Chapter 132
131화
어둠의 탑.
“끄아아아악!”
“야야야 왜 그래 멈춰, 멈추라고… 아아악!”
“베릴 정신 차려 인마! 너 나랑 어렸을 때부터 친구… 커헉!”
“그만해! 안 그러면 내가 널 죽일 수밖에 없잖아!”
“젠장, 젠장!”
현재 그곳은 말 그대로 지옥이 따로 없었다.
사방에선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들려왔고, 바닥은 온통 마족들의 피로 뒤덮여 있었다.
시체도 마구 뒤엉켜 있어 누가 누군지 알아볼 수 없을 정도.
“끄아아아악!”
그리고 누군가 위에서 떨어져 추락사했다.
“허어…!”
가르단은 바로 자신의 앞에 떨어진 마족을 보고 탄식을 터뜨렸다.
그런 그의 얼굴은 완전히 넋이 나가 있었다.
가르단과 함께 있는 원로들 또한 마찬가지.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대체 어떤 이유에서인지 마족이 마족을 공격하기 시작한 탓이었다.
특별히 눈에 띄는 징후도 없었다.
갑자기 동족을 공격하는 이들 간의 연관성도 전혀 없었다.
정말 문자 그대로 갑자기.
묻지마라고 하던가?
몇몇 마족들이 근처에 있던 마족을 공격하는가 싶더니, 이젠 탑 전체로 퍼져 완전히 아수라장이 된 상태였다.
그리고 가르단은 현재의 사태를 어떻게 할지 도통 감이 잡히지 않았고.
“가르단! 뭐라도 해보시오!”
“가만히 있을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안다.
너무나도 잘 안다.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을.
하지만 자신보고 대체 어쩌라고!
지금 동족을 죽이는 것도 같은 마족이 아니던가?
하물며 한두 명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탑의 절반 가량이나 되는 마족들이 동족들을 공격하는 상황이었다.
원인도 모르는 상황에서 다짜고짜 저 많은 동족을 죽이자고?
그리고 저들의 눈을 보라!
무슨 약에 취한 듯 자신들이 지금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그런 그들을 마냥 죽일 수는 없었다.
“가르단!”
“무슨 의견이라도…!”
“마신 님을 불러오는 건 어떻습니까?”
“대회장에서 여기까지 거리가 얼만….”
“전부 닥쳐!”
“….”
“….”
가르단의 호통에 원로들이 화들짝 놀라며 입을 다물었다.
콰르르르르!
그들이 시선이 자연스레 가르단의 뿔로 향했다.
붉은 뿔에서 격렬한 마기가 일어나며 스파크를 일으키는 중이었다.
그만큼 현재 가르단이 분노했다는 증거.
“일단… 공격성을 띄는 동족을 전부 기절시켜. 알았어?”
가르단은 분노를 꾹꾹 누르듯, 한 글자 한 글자를 씹어대듯 말했다.
“아, 알겠소.”
“아무렴. 그, 그래야지!”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원로들이 하나둘 고개를 끄덕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워낙 정신을 잃은 동족이 많아 상황이 빠르게 정리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원로들의 힘은 평범한 마족보다 몇 배는 더 강했다.
그렇기에 서둘러 움직이기만 한다면 최대한 많은 마족을 살릴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그리고 아직 멀쩡한 마족이 있다면 제압을 도우라고 전해.”
“그러겠소.”
하지만 바로 그때.
“허업!”
“가르단… 저, 저쪽을….”
원로들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또다른 원로들이 모습을 드러낸 탓이었다.
“으으으으….”
“적인가…?”
“동족을 배신한 쓰레기들….”
그것도 눈이 반쯤 뒤진 채로.
동족을 공격하는 여느 마족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모습이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그들 또한 강한 마기를 보유한 마족이라는 사실이었다.
가뜩이나 생포해야 하는 이쪽의 입장에선 당연히 불리한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가르단은 선택해야 했다.
저들을 죽이고 다른 마족을 구할지….
아니면 어떻게든 저들마저 생포한 뒤 늦게라도 다른 마족을 구할지.
‘마신이시여….’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셨을 겁니까?
동족을 살리기 위해 동족을 죽여야 하는 이 거지 같은 상황에서 말입니다!
가르단이 속으로 그렇게 울분을 토해낼 때였다.
뚝!
“…?”
“…?”
“…?”
갑자기 모든 소란이 멈췄다.
이성을 잃었던 이들이 제자리에 멈춰 섰다.
다만 아직 눈이 뒤집혀 있는 게 정신을 차린 것 같진 않았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가르단이 미간을 좁히며 의문을 품는 순간이었다.
또각!
어둠의 탑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또각, 또각!
가르단을 비롯해 맨정신을 유지하던 마족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곳으로 향했다.
“저, 저자는!”
“너…!”
동시에 그들의 눈이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나 기억하고 있던 거야? 이거 고맙네?”
입구에서 천천히 들어오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얼마 전 찾아왔던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뒤집어 쓰고 있던 로브를 벗었다.
미소를 머금고 있는 타샤의 얼굴이 훤히 드러났다.
“너구나….”
가르단이 그녀를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
그렇게 찾아다닐 땐 코빼기도 안 비치더니.
지금 같은 상황에서 태연자약한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면 확실했다.
“뭐가 나라는 거지? 아, 지금 상황 말하는 건가?”
타샤는 탑 내부를 쭉 훑어보며 뿌듯하다는 투로 말했다.
“맞아, 나야. 어째 딱 내가 의도한 그림이 그려졌네. 아주 만족스러워.”
수많은 마족의 시체가 바닥을 뒹굴고 있건만.
타샤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지금 웃음이 나와?”
“안 나와 그럼? 모든 일이 내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는데. 당연히 행복할 수밖에 없지.”
“개자식! 넌 지금부터 죽었다고 복창해라!”
콰드드득!
가르단이 마기를 터뜨렸다.
그의 몸이 비약적으로 부풀어 오르며 흡사 고릴라와 같은 외형으로 변했다.
뿔은 몇 배는 더 커져, 존재만으로도 상당한 위압감을 풍겼다.
취익-!
그가 숨을 내쉬자, 증기와도 같은 연기가 입에서 뿜어져 나왔다.
“어어, 나 저거 알아. 상위 마족만 쓸 수 있다는 ‘개방’이잖아.”
내재한 마기를 터뜨려 능력치를 폭발적으로 상승시키는 기술.
타샤 또한 한때 마신을 상대했던 인물인 만큼, 마족에 대해서는 빠삭하게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걸 알면서도 그리 서 있다니, 멍청하기 짝이 없군.”
쾅!
가르단이 자리를 박차고 나선 건 그때였다.
“크윽!”
“크윽!”
어찌나 힘이 강한지, 가르단이 만들어낸 풍압에 주변에 있던 원로들이 뒤로 조금 밀려날 정도였다.
“일단 그 턱부터 부숴주지…!”
순식간에 타샤의 지근거리에 도착한 가르단이 오른팔을 높이 치켜들었다.
파지지직!
마기가 번개처럼 일어나더니 이내 날카로운 창의 형태를 갖추었다.
가르단은 그것을 쥐고는 있는 힘껏 타샤를 향해 내려찍었다.
하지만.
“그러면 후회할 텐데?”
“흡…!”
순간 자신을 노려보는 시선에, 가르단은 그 자리에서 정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고개가 자연스레 자신의 팔로 향했다.
대체 언제 그런 것인지, 바닥에서 나무의 뿌리가 솟아나 제 팔을 붙잡고 있는 것은 물론.
그의 관절은 단단한 얼음에 고정돼 있었다.
“흐음 말 잘 듣네.”
타샤는 그런 그를 보고 조소를 흘렸다.
“이런 젠… 장…!”
가르단이 이를 악물고 타샤의 능력에서 벗어나려 했다.
그러나 그럴수록 뿌리는 더욱 그를 강하게 옥죄어 왔다.
“가르단…!”
“우리라도…!”
심각한 상황임을 인지한 원로들 또한 나서려 했지만.
“그러지 않는 게 좋을 텐데?”
이어진 타샤의 말에 차마 움직일 수 없었다.
“남은 동족들이 죽는 꼴을 보고 싶은 거 아니잖아?”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손엔 얼음으로 만들어진 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 검끝은 가르단의 미간을 겨누는 중이었고.
“내가 신호를 보내면 당장이라도 멈췄던 마족들이 다시 날뛸 거야. 괜찮아?”
“미, 미안하오.”
“움직이지 않겠소. 원하는 바를 말하시오.”
원로들이 꼬리를 내렸다.
사실 그것 말고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당장 이곳에서 가장 강한 가르단도 일격에 제압됐는데.
“미안하지만 너희들이 내게 해줄 수 있는 건 없어. 난 여기 친구에게 볼일이 있거든.”
타샤의 고개가 가르단에게 돌아갔다.
“….”
가르단은 여전히 격노하는 눈빛으로 타샤를 노려보는 중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타샤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물었다.
“어딨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왜, 여기 탑 어디에 숨긴 거 있잖아.”
“그런 거 없다.”
“어, 진짜?”
단호한 가르단의 모습에 타샤가 짐짓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뭘 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찾는 건 없다. 그러니 썩 꺼져라.”
“아 몰랐네….”
타샤가 난감하다는 듯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쇄애액!
푹!
그녀는 난데없이 들고 있던 검을 한 마족에게 던졌다.
풀썩!
검에 맞은 마족은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숨을 거뒀다.
“지금 뭐 하는 거냐!”
그 모습을 본 가르단이 발작하며 소리쳤다.
그를 붙잡고 있는 뿌리와 얼음이 일순간 크게 흔들렸지만.
여전히 가르단은 그곳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어? 아니… 없다고 하길래. 다시 물을게. 진짜 숨겨둔 거 없어?”
“그런 건….”
쇄액!
가르단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타샤는 다시금 얼음 검을 만든 뒤 한 마족을 죽였다.
“진짜?”
쇄액!
“이상하다. 분명 있을 텐데.”
쇄액!
“잘 생각해봐. 있을 거야.”
그리고 다시금 타샤가 검을 던지려는 찰나.
“머, 멈춰라!”
가르단이 다급한 목소리를 외쳤다.
“응.”
물론 타샤는 신경조차 쓰지 않고 마저 검을 던졌지만.
푹!
다시 한번 가르단의 눈앞에서 동족이 죽은 상황.
그 모습이 뼈가 사무칠 정도로 괴롭고 화가 났지만, 가르단은 이를 꽉 깨물었다.
분노를 삭히기 위해서.
더는 희생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의 입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
“왜 사람을 불러놓고 말을 안 해?”
타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얼음 검을 소환했다.
“네가 찾는 게 어디 있는지 말할 테니 멈춰라. 이번에도 동족을 죽인다면 끝까지 입을 다물도록 하지.”
가르단이 경고하듯 말했다.
타샤는 그런 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검을 바닥에 아무렇게나 던졌다.
“그러지 뭐.”
얼음 검이 산산조각이 나며 바닥에 흩어졌다.
“그래서. 어디 있어?”
“….”
타샤의 물음에 가르단이 괴로운 듯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내 방 책상 아래를 보면 네가 원하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거짓말이면 재미없을 거야. 알았지?”
타샤는 그렇게 말하며 초점 없이 서 있는 마족들을 훑어봤다.
마치 언제라도 저 녀석들을 다시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말하듯이.
“대신 말해줘. ‘그것’을 얻어서 어쩔 생각이지?”
“음… 내가 그리 착한 성격이 아니라.”
타샤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더니, 순식간에 가르단의 방이 있는 위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가, 가르단!”
“괜찮소?”
원로들이 다가와 가르단을 구속하고 있는 뿌리를 뜯어냈다.
마침내 자유의 몸이 된 가르단이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후우….”
그러기 무섭게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 원로가 그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아니 근데 가르단. 대체 뭘 숨겨놨다는 것이오?”
“그러니까. 그건 우리도 처음 듣는 얘기오만.”
“별거 아니야.”
가르단이 체념하듯 말했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가 될 수 있는 존재였지.”
“미래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녀석은….”
하지만 가르단의 말은 끝까지 이어질 수 없었다.
“끄, 끄어어어!”
“크아아아악!”
의식을 잃은 마족들이 다시금 움직이기 시작한 탓이었다.
“아, 아니 저것들이 왜…?”
“이 개 같은 여자가!”
가르단이 분노하듯 소리쳤다.
‘그것’이 있는 곳을 알려주면 자신들 만큼은 살려줄 줄 알았건만.
그건 완전한 착각이었다.
애초에 그녀는….
자신들을 살려둘 생각이 없던 것이었다.
“화는 그만 내고 일단 막아야 하지 않겠소, 가르단.”
“후우… 그래야지. 다른 마족들은?”
“모르오. 그 여자와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도망친 것 같기는 한데… 그 여자가 입구를 막고 있는 터라 사실 다 뻔하지 않소?”
다시 말해 숨은 마족들이 잡힐 것이라는 건 시간문제라는 뜻이었다.
“아아아아악…!”
가르단이 양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울부짖었다.
너무나도 절망스러웠다.
마족의 미래라고 생각했던 ‘녀석’을 넘긴 것도 모자라 이대로 당하기만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게 다 자신이 힘이 없기 때문이었다.
만약….
만약 자신에게 조금 전의 사태를 해결할 만한 능력이 있었다면….
마신처럼 압도적인 힘을 갖고 있었다면…!
적어도 이렇게 많은 마족들이 죽진 않을 것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남은 마족이라도 살리기 위해선 눈물을 머금고 의식을 잃은 마족을 죽이는 수밖에.
“알겠소.”
“그 결정에 대해서 뭐라 할 사람은 아무도 없소.”
“죽은 동족들도 이해할 것이오.”
원로들은 힘든 결정을 한 가르단을 위로하며 마기를 끌어 올렸다.
“크아아아아-!”
“그어어어어!”
좀비처럼 달려오는 동족들을 노려보며.
“미안하지만 죽어줘야겠어 친구들.”
한 원로가 그렇게 말하며 달려오는 마족을 죽이려는 그 순간이었다.
쩌저저저저적!
갑자기 바닥이 얼어붙음과 동시에, 정신을 잃은 마족들이 일제히 얼어붙었다.
가르단과 원로들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뒤이어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샤 어디 갔는지 알려줄 가르단 구함.”
현석이었다.
그를 본 마족들의 얼굴이 화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