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124
제4장 전초전 (2)
한성은 청와대에 도착했다.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었다. 며칠에 한 번꼴로 청와대를 오갔다. 아버지 덕분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언젠가는 질서를 바꾸어야겠다고 다짐하는 그였다.
회의장에 도착하자 역시나 아버지가 함께였다.
‘빌어먹을 노인네. 아버지를 이용하여 나를 협박하는군.’
박종진은 아버지를 육군참모총장으로 봉했다. 그 때문에 이해우는 회의마다 참석하였고 어쩔 수 없이 한성 역시 바른 자세로 앉아야만 했던 것이다.
대통령이고 나발이고 다른 인간들은 상관없었다. 오직 한성이 신경을 쓰는 사람은 아버지였다. 가족과 친구를 제외하면 신경을 쓰는 것 자체가 심력 낭비였다.
“왔는가?”
대통령이 반색을 하며 맞는다.
“귀찮게 또 부르셨군요.”
“이번에 사태가 너무 급박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네.”
“아버지도 계셨습니까.”
“결국 미 군사 정권에서 선전 포고를 했다.”
“그렇습니까?”
“어떻게 하면 좋겠나?”
“일전에 말씀드렸습니다. 대통령의 말씀대로 제가 저지른 일이니 제가 알아서 수습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아국에는 피해가 없도록이요.”
“가능하겠느냐?”
“예, 아버지.”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핵까지 불능으로 만들어 버렸던 한성이었다. 그러니 전쟁을 벌인다고 해서 패하지는 않을 것이다.
일전에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프랑스 군사 정부가 들어섰지만, 한성이 혼자 가서 다 박살을 내 버렸다. 그러고 난 후에 여러 가지를 요구하였던 것이다.
다만 한성은 이번에 더 많은 요구를 할 생각이었다.
“이전에 비해 조약이 늘어나겠지만요.”
“그런 것이 어디 있습니까!”
존 스미스가 버럭 했다.
한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럼 그냥 하지 말까요?”
“그건…….”
“조약을 추가하도록 하지요.”
“이런 날도둑을 보았나…….”
존 스미스는 자조적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한때 세계를 호령하는 대통령이었으나 지금은 정권을 탈취당하고 말았다. 지금으로써는 한성에게 기대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일단 전쟁 준비는 해 주십시오. 필요 없을 것 같지만, 본 드래곤만으로는 벅찰지도 모르니까요.”
“아국에 본 드래곤이 배치되나?”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함대를 방어할 생각입니다.”
“좋은 생각이네!”
“마족 하나와 서큐버스 퀸도 배치해 둘 것이니 너무 심려치 마시기 바랍니다.”
“고맙네!”
“그럼 저는 가도 되겠지요?”
“하지만 문제가 있다.”
“무엇입니까?”
이해우가 한성을 붙잡는다.
생각 같아서는 다 무시하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참는 것이었다.
“전쟁을 홀로 수행하기에 명분이 약하다.”
“무슨 명분이요?”
“네 관직이 말이다. 일개 경찰청 산하의 직원이니까.”
“몬스터 관리청장입니다만.”
“그러니 약하다는 것이지. 장관 정도는 되어야지.”
“…….”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정부에서는 한성을 장관으로 취급하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하지 말라고 하여도 아예 공론화시키는 분위기였다.
그 때문에 제대로 한번 엎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버지는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어차피 하는 일은 비슷하다. 기왕 하는 것, 몬스터부 장관이 되도록 해라.”
“별수 없는 일이다. 네가 저지른 일이 아니더냐.”
“그런 억지가…….”
“이미 준비해 두었다.”
“허허허.”
한성은 신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를 내었다.
지금 보니 청와대 앞에 기자들이 빼곡하게 몰려 있는 것이 기억났다. 그것은 전쟁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기자들로 생각되었는데, 수많은 경찰들과 사람들이 모인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금 보니 이렇게 치밀하게 계획을 짜 놓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 이 정도면 이미 나라에 충성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가문의 영광이다. 네가 장관이 된다면,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구나.”
“그렇게까지 말씀을…….”
“부탁한다.”
아버지가 한성의 손을 붙들었다.
한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요.”
“와아!”
회의장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청와대 대기실.
갑자기 진행된 취임식이었지만 이미 비서들이 경찰 정복까지 가져왔다.
한성에게도 비서실장이 배속되었다.
몬스터부는 나라를 유지하는 기초적인 부서라고 할 수 있었다. 국가의 보안을 책임지는 총책이라 볼 수 있었다.
몬스터부에서는 다른 업무는 보지 않고 오직 몬스터에 관련된 업무만 진행한다. 하지만 몬스터부가 사라지면 국가가 사라질 수도 있었기에 그만큼이나 중요한 자리였다.
비서실장 한가희가 인사를 한다.
“인사 올립니다, 장관님.”
“당신이 비서실장입니까?”
“그렇습니다. 오늘부로 배속되었습니다.”
“저는 바쁜 몸입니다.”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아침에 일어나 수련도 해야 하고 학교도 가야 합니다. 게다가 경찰청 산하 몬스터 관리청장까지 겸임하고 있습니다.”
“장관님의 영웅적인 면모를 평소 존경해 왔습니다. 그 때문에 지원을 한 것입니다.”
“개소리 그만하시고요.”
“예?”
“그냥 출세하고 싶은 것 알고 있습니다. 장관 보좌관이면 참으로 괜찮은 직책이지요. 어쨌거나 출세하고 싶으면 다음의 지시만 기억하면 됩니다.”
“하명하십시오.”
“첫째, 나를 귀찮게 하지 말 것. 둘째, 나를 귀찮게 하지 말 것. 셋째, 나를 귀찮게 하지 말 것.”
“…….”
“출근은 일주일에 두 번 합니다. 몬스터 관리청에도 들러야 하고 오전 내에 양쪽을 오가고 오후에는 학교에 가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할 수도 있습니다. 웬만한 일들은 알아서 처리하시면 됩니다.”
“일주일에 두 번이요?”
“그렇습니다.”
“그리하기에는 업무량이…….”
“그러니까 유능한 부하들이 있고 비서실장이 있는 것 아닙니까.”
한성은 인상을 썼다.
한가희는 고개를 깊게 숙였다.
“내가 정말 장관까지 해야 하다니.”
갑갑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성은 정복을 모두 갖춰 입었다.
한성은 경찰직과 장관직을 겸임하지만, 오늘부로 몬스터 관리청은 경찰청에서 분리되고 몬스터부 산하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한성은 두 기관의 장으로서 활동하게 된다.
언뜻 비슷한 것 같지만, 몬스터부는 몬스터를 관리하고 나라를 유지하는 총책이었고 몬스터 관리청은 산하 경찰들을 지휘하여 그에 대한 치안을 유지하게 될 것이었다.
똑똑.
이번에 총경으로 진급한 강유정이 들어왔다.
“장관님. 준비되었습니다.”
“가도록 하지요.”
한성이 나가자 비서들은 고개를 깊게 숙였다.
으드드득!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한가희의 입에서 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허리를 든 한가희는 테이블을 내리쳤다.
쾅!
“저런 개……!”
“실장님! 고정하세요!”
“저딴 새끼가 장관이라고?”
“제발 고정하세요. 듣겠어요.”
“와, 정말. 답도 안 나온다.”
한가희는 벌써부터 속이 터질 것 같았다.
천상의 기사이자 국민적인 영웅이었으나 도대체 하는 짓이 삼류 건달이나 마찬가지였다. 저런 인간이 인류를 짊어지고 있다는 것이 개탄스러울 따름이었다.
앞으로 인생이 막막했다.
한성은 가면을 쓰고 있었다.
갑옷을 입을 수도 있었지만, 출격은 내일쯤 해야 할 것이었기에 눈을 가리는 가면을 제작하여 쓴 것이다.
얼굴을 공개하자는 말들도 많았지만, 한성이 전부 기각하였다.
온전히 대학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절대 정체가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 가는 곳마다 연예인들처럼 사람을 몰고 다니는 것은 한성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웅성웅성.
밖으로 나오자 기자들은 물론이고 정부 고위급 인사들, 경찰 인사들, 군 관계자들까지 모여 있었다.
그 뒤에는 시민들이, 사회 저명인사들까지 모인 것으로 보였다.
물론 한성은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었고, 가능하면 빨리 일을 끝내고 싶을 따름이었다.
“장관님께서 나오십니다!”
짝짝짝짝!
“뭘 그리 호들갑입니까?”
“축하하네!”
박종진이 손을 내밀었다.
“아주 판을 제대로 벌이셨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네. 자네도 이제 정치적으로 엮여 있으니 별수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제가 왜 정치와 엮여 있습니까?”
“어쨌든 장관 아니던가.”
“끄응.”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가운데, 한성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었다.
곧바로 임명장과 함께 진급식이 시작되었다.
몬스터 관리청은 오늘부로 경찰청에서 분리된다. 하지만 경찰력은 그대로 유지하는 특수한 단체가 될 것이었다.
즉, 몬스터 관리청 경찰들은 오직 몬스터에 관련된 업무에만 집중하게 될 것이었다. 이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다.
이제 경찰들은 두 가지 종류로 분리될 것이었다.
한성의 어깨에는 거대한 무궁화가 네 개나 달렸다. 그리고 장관의 임명장도 받았다.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는 고위 관직에 오르게 된 것이었다.
“한마디 하게.”
“꼭 그래야 합니까?”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참 어쩔 수 없는 일이 많군요.”
“허허허!”
박종진은 멋쩍게 웃었다.
어차피 그들의 이야기는 사람들이 들을 수 없을 것이었으니 좋은 분위기라고 생각할 것이었다.
역시 박종진은 정치판에서 수십 년이나 굴러먹은 노장다웠다.
한성은 마이크를 잡았다.
“미국과의 전쟁으로 참으로 걱정이 크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들은 반란으로 일어난 정부이며 저는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하여 내일 출격하여 반역도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존 스미스 대통령에게 정권을 되찾아 줄 것입니다. 그리하여 한미동맹을 굳건하게 유지할 것입니다.”
“와아아아아!”
사람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한국은 미국의 관리를 받아 왔으나 이제는 그 역할이 바뀌게 될 것이었다. 몬스터가 들끓는 상황에서 한국은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이번에도 한국이 승리한다면 세계의 패권국으로 우뚝 서게 될 것이었다.
핵을 보유하는 것은 물론이고 원화를 세계 통화로 내세우고 급속한 발전을 할 것이다. 그 이후에는 통일을 주도하고 세계최강국의 반열에 서게 된다. 이것이 지금 계획되어 있는 시나리오였다.
물론 한성이 죽은 이후에는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현재로써는 한국을 뛰어넘을 수 있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 이만 줄이겠습니다. 내일 전쟁터에 나가 보아야 하니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한성은 그렇게 물러났다.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중 앞에서도 평소에 하듯이 질러 버린다면 천상의 기사는 엄청난 질타를 받을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한성도 머리가 있었기에 그리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내가 바본 줄 아십니까?”
그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연회가 준비되어 있다네.”
“됐습니다.”
“괜찮겠나? 자네를 위해 준비했네.”
“내일 전쟁을 하려면 준비할 것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가 보아야지.”
한성에게는 강력한 핑계가 있었다.
전쟁 준비를 한다는데 말릴 수는 없었다. 대내외적으로 광고를 해 놓았으니 미국에서도 준비를 할 것이었다.
한국에서도 전군에 비상령을 발효하고 예비동원령을 내려놓았다. 여차하면 모든 예비군을 동원하여 일전을 벌일 것이다.
하지만 한성은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랜드 마스터였고 카렌 대륙에서도 막을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다. 현대 화기가 아무리 발달하였어도 그것은 마찬가지다.
한성은 대기실로 들어와 기지개를 켰다.
“그럼 잠이나 자도록 해야겠군.”
* * *
드르렁!
한성의 방에서는 코 고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이수정을 비롯한 가족들은 일찍 들어와 있었다.
TV에서는 연신 전쟁에 대한 이야기로 들끓었고 전 세계의 외신들이 이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금 서울 거리는 인파로 넘쳐났다.
2002년 월드컵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내일 전쟁을 지지하고 있었다.
정확하게 말하면 한성을 응원하는 것이었다.
이수정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었다.
“이 상황에 잠이 올까?”
“그냥 두어라. 긴장되어 저리 일찍 자는 것일 수도 있다.”
“아빠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럴 수도 있지.”
‘퍽이나 그러겠다.’
아버지는 한성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수정은 한성이 아무런 생각도 없음을 진즉에 간파하고 있었다. 내일 전쟁이 일어나든 말든 긴장 따위는 아예 하지 않는 인간이 바로 이수정의 오빠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