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147
제4장 12성 점령 (2)
아케아 후작령으로 수많은 병력이 모여들고 있었다.
두두두두두!
대지를 가로지르며 일만이 넘는 군대가 내달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인간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엘프들은 랭턴 황제의 치세하에 노예로 살아야만 하였다. 그러나 아론 대공이 귀환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방랑 생활을 하던 엘프 군대가 이곳으로 출발하였던 것이다.
마침 근처에서 방랑하던 방랑군이 소식을 들었고 아케아 후작령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방랑군 사령관인 라틴 후작은 리키어스 제국의 깃발을 바라보며 감개무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였다.
“리키어스 제국의 깃발입니다!”
“나도 보고 있다.”
“정말로 아론 대공께서 오셨군요!”
“어서 가자! 한시라도 빨리 뵙고 싶구나.”
“예!”
두두두두두!
그들이 후작령에 이르렀을 때, 또 한 무리의 군대가 도착했다.
선두에는 라이얼 백작이 군대를 이끌고 있었는데, 그는 제국 서부에서 활동을 하던 반군이었다.
입구 앞에서 멈춰 선 라틴 후작과 라이얼 백작이 마주했다.
“라이얼 백작!”
“라틴 후작 아니십니까. 살아 계셨습니까?”
“당연하지. 그렇게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니겠는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라이얼 후작은 참모로 명성이 드높았다.
수많은 작전을 직접 총괄하였으며 아군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승리를 이끌어 내기도 했었다.
대륙일통 전쟁의 두 장수들이 만나자 병사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드디어 리키어스 제국이 부활하였음을 실감하였던 것이다.
“멈추시오!”
“우리 얼굴은 알고 있겠지?”
문지기들이 그 앞을 막았으나 이미 깃발을 보고 알고 있었다.
“통과!”
웅성웅성.
영주 성 대회의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엘프 방랑군 사령관 라틴 후작과 라이얼 백작, 소드 마스터인 리투안 후작도 있었다. 여기에 안파스 공작도 군대를 이끌고 왔으며 레이얼 여공작까지 군대를 이끌고 온 것이다.
벌써 소드 마스터 둘에 참모장이 도착했던 것이다.
리투안 후작과 레이얼 여공작은 동문수학을 한 사이었다. 아론 대공에게 검술을 가르침을 받아 소드 마스터가 되었던 것이다.
리투안 후작이나, 레이얼 공작이나 세월의 풍파를 피해갈 수 없었으나 역시나 노화는 더디게 진행되었다.
리투안 후작의 실제 나이는 43세였으나 30대 중반 정도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고 여공작 레이얼은 실제 40세 가까이 되었으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나이 차이는 조금 났지만, 그들은 실제 친구처럼 지냈다.
“리투안! 살아 있었군.”
“네 목숨도 질기구나.”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 알고 있었지.”
“후후. 스승님께서는 돌아오신다는 말이 없으셨다.”
“상황이 어려우니까 돌아오실 줄 알았다.”
사람들은 저마다 인사를 나누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샤렐이 도착한다.
“황녀 전하를 뵙습니다!”
사람들이 일어나 고개를 숙인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데 대공께서는?”
“주무십니다.”
“…….”
사람들의 얼굴이 일순 굳었다.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잠을 핑계로 나오지 않는 것은 오직 아론 대공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레이얼 공작이 크게 웃었다.
“역시 스승님이시군요!”
“하하하! 이렇게 하지 않으시면 대공이 아니지요.”
“하여간 그분은 변한 것이 없어요.”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어차피 전쟁 중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자고 싶을 때 자고, 진격하고 싶을 때 진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공의 군대는 누구도 막을 수가 없었다.
“자자, 그럼 참모장께서도 오셨으니 대략적인 회의를 진행합시다. 대공께서 아무리 늦어도 정오에는 일어나지 않을까요?”
“그렇고말고.”
사람들은 먼저 회의를 진행했다.
어차피 갑론을박을 하는 모습을 아론 대공이 좋아하지 않았다. 회의라면 아주 질색을 하였던 것이다.
샤렐이 말을 했던 대로 한성은 잠을 퍼질러 자고 있었다.
오늘 아침 수련을 하기도 하였고 배부르게 밥을 먹고 나자 졸음이 쏟아졌다. 그 때문에 낮잠을 자고 있는 중이었다.
지금 밖에는 30만 대군이 모여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성이 자고 있자 오히려 유설화가 호들갑을 떨었다.
현대인이 그 많은 군대를 두 눈으로 직접 보게 될 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사장님!”
“…….”
“일어나세요!”
“으음…… 무슨 일이냐?”
“지금 옛 리키어스 제국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어요!”
“그래서?”
“그래서라니요? 당연히 나가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됐다. 기다리겠지.”
한성은 그대로 침대로 직행한다.
“드르렁!”
다시 코고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곁으로 아름다운 엘프가 다가온다. 그녀는 엘프 왕국의 실질적인 리더인 아델리아였다.
“깨우지 마세요.”
“어째서요?”
“저렇게 주무셔야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어요.”
“효율은 개뿔…….”
유설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야말로 이곳 세계에서 한성의 말은 법으로 통하고 있었다. 그저 귀찮아서 가지 않는 것을 효율 운운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국의 운명이 걸려 있는 일.
이곳에서는 대륙의 운명이 걸려 있다고 보아야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성에게는 잠이 더 중요했던 것이다.
한성은 정확하게 정오 정도가 되자 일어났다.
그의 배꼽시계는 정확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식사 시간에는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었다.
한성이 일어나 식당으로 오자 그곳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오호.”
“스승님!”
“대공 전하!”
오래전, 제자로 거두었던 리투안 후작과 레이얼이 달려왔다.
제자로 거둘 당시만 해도 비슷한 나이었지만, 지금은 열 살 이상 차이가 나 보였다.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도 눈에 익었다.
모두 고생을 해서인지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레이얼이 핀잔을 한다.
“어째 스승님께서는 하나도 늙지 않으시나요? 처음 뵈었을 때 그대로의 모습이로군요?”
“나는 늙지 않는다. 신체의 시간이 멈추었으니까. 억울하면 강해져라.”
“으으윽. 오랜만에 듣네요.”
한성은 리투안 후작과 레이얼 공작을 끌어안았다.
정말 오랜만의 해후였다.
그는 나머지 사람들과도 악수를 나눈다.
“지금까지 고생 많았겠군.”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잘못해서 제국이 분열된 것이 아닌가 우려됩니다.”
“다들 잘못이 있다. 그러니 지금은 앞으로 나가는 데 집중하기로 하자.”
“예, 대공 전하!”
한성은 능숙하게 무리를 이끌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설화는 혀를 내둘렀다.
“대단하군.”
“원래 대단하신 분이죠.”
아델리아가 슥 나타나 말했다.
그녀 역시 배정된 자리에 앉는다.
리투안 후작이 유설화를 바라보며 묻는다.
“한데 저 여인은 누구입니까?”
“후처다.”
“두 번째 부인을 맞으셨군요!”
“그건 아니고 곧 후처가 될 것이다.”
“하하하! 대단하신 분이로군요. 대공 전하의 마음을 얻다니요. 아델리아와 레이얼 공작이 그렇게 두드려도 넘어가지 않던 분이요.”
“그리되었다.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지. 가능하면 간결하게 해라.”
“물론입니다.”
참모장 안파스 공작은 랭턴이 겔타 후작령에 도착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겔타 후작령 심어져 있는 세작에게 마법 통신이 도착한 것이다.
그는 겔타 후작령에 병력이 모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곳이 격전지가 될 것입니다.”
“알아서 모여 준다니 고마울 따름이로군.”
“그렇지만 워낙에 험준하고 성벽도 두껍고 높습니다.”
“내가 말 안 했나? 9서클에 올랐다.”
“……!”
사람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무적으로 군림을 하던 그였다. 한데 여기서 마법까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었으니 괴물이라고 보아야 한다.
“미티어 한 방 떨어지면 협곡과 성벽도 날아가겠지.”
“그, 그럼 싹 쓸어버릴 수 있지요.”
“회의는 그럼 이것으로 되겠지?”
“물론입니다.”
정말 회의는 간결하게 끝난다.
이제 놈들의 병력이 모일 때까지 성채들을 점령하면 된다. 그리고 병력을 모아 제국부터 되찾을 것이었다.
제국 밖으로 독립한 놈들은 하나씩 찾아가서 작살을 낼 예정이었다.
영주들이나 일국을 무너뜨리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간과 거리였다.
‘과연 얼마나 탈환을 할 수 있을지.’
웅성웅성!
아직 점심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오랜만에 만나 만찬을 즐겼다. 물론 방랑군과 반군으로 활동하며 이렇게 좋은 음식을 먹어 본 지 오래되었다는 것도 만찬의 이유였다.
술잔이 돌아갔으며 무희들이 춤을 추었다.
한성은 고생한 그들에게 연회를 베풀었다.
짝짝!
레이얼 공작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녀는 한성의 강력한 추천으로 공작 위까지 받았다. 여성 최초였으며 소드 마스터가 된 것도 여성으로서는 처음이었다.
그야말로 그녀는 한성이 키운 검사라고 보는 것이 맞았다. 그 때문에 뼛속까지 아론 대공의 팬이었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아론 대공 각하시자 제 스승님의 말씀을 들어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옳소!”
“연설은 됐다.”
“그냥 한 말씀만 하시죠?”
드르륵.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우리의 적들은 나를 귀찮게 하였으므로 응당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 다 쓸어버리도록 하자.”
“와아아아아!”
사람들은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물론 이런 것을 현대인인 유설화가 보기에는 이상하게 생각될 수밖에 없었다.
“다들 정상이 아닌 것 같아요.”
“아무래도 그렇지.”
샤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왜죠?”
“저들은 전쟁터에서 최소한 10년 이상 살아왔다. 그런 사람이 정상일 리가 없잖아?”
“그런가…….”
“너는 알 수 없을 거다. 아론 대공이 왜 저렇게 인기가 많은지 말이야.”
모든 병사들이, 모든 귀족들이 아론을 존경하고 있었다. 속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제국이 분열된 이후 찾아오는 귀족들은 그야말로 골수분자라고 보아야 한다.
그가 미치는 파급력은 세계를 뒤흔들고도 남음이었다.
“이랬으니 평범한 삶을 추구한 건가.”
“그럴 수도. 이곳에서는 아예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으니까.”
대륙 최고의 권력자.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았으며 전쟁터에서 피를 보며 살아왔던 아론이었다. 아마 그는 그런 삶에 염증을 느꼈을 것이었다.
“전하!”
음악을 뚫고 척후병이 도착한다.
그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
“무슨 일이냐?”
“12성의 영주들이 세인트 자작령으로 들어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항복하지 않았더냐?”
“그렇습니다.”
드르륵.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갑옷을 챙겨 입었다.
“빌어먹을 것들이 거슬리게 하는군. 연회는 세인트 자작령에서 이어서 한다.”
“예!”
모든 사람들이 술을 마시다 말고 일어났다.
약간 취기가 오른 사람도 있었지만, 이곳에서 아론 대공의 말은 곧 법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