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210
제1장. 계약해지 (2)
한성은 치혈한 공방을 이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용호상박의 결투가 이어지고 있는 듯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조금이나마 한성이 밀리고 있었다.
쿠아아앙!
그러나 그에게는 한 번의 기회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김유환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김유환 역시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는 무인이었다.
과거에는 마교의 교주였으며 지금은 빠르게 힘을 회복해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깨달음을 모두 가지고 있는 김유환이라면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던 것이다.
한성은 김유환에게 신호를 보낸다.
-지금이다!
쿠르르르릉!
쿠아아아앙!
김유환이 무형검을 발출하는 동시에 한성은 몸을 피했다.
평소라면 김유환의 공격을 막아 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즉사할 수도 있었다. 그만큼이나 힘의 소진이 컸다.
한성이 이형환위를 사용하자 그 자리를 유그드람이 채웠다. 동시에 무형검이 유그드람의 몸에 작렬했다.
“끄아아아악!”
“죽어랏!”
한성은 천지일섬을 시전 한다.
지금의 내공으로 사용할 수 있는 최후의 초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허공에서 강렬한 빛이 번쩍였으며 엄청난 마기의 덩어리가 유그드람의 몸에 부딪쳤다.
쿠아아아앙!
유드그람은 추락하고 있었다.
한성은 지금이 기회임을 인지하고 있었다. 현재의 기회를 놓쳐 버리면 다시는 유그드람을 잡아 죽일 수 없을 것이다.
놈이 다시 힘을 정비하여 나타난다는 생각을 하면 끔찍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한성은 놈에게 검을 휘둘렀다.
후우웅!
“이런!”
그러나 한성의 검은 허공을 갈랐다.
유그드람은 그 와중에도 블링크를 사용하여 한성의 머리 위에 올라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놈이 한성을 공격하지는 못하였다.
잠깐 스치듯 지나가는 유그드람의 모습은 꽤 처참했다.
양쪽의 뿔은 깨졌으며 온몸은 검은 피로 얼룩져 있었다. 거기에 얼굴 몇 군데와 뼈가 함몰되어 있었다.
유그드람은 사방으로 외쳤다.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안 돼!”
한성은 비명을 질렀다.
유그드람이 마계로 돌아가서는 안 된다. 게다가 이렇게 한성에게 원한을 가진 채로 돌려보내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한성은 발도의 자세를 취하여 검을 날렸다.
지금은 모든 힘을 소진하여 검을 잡을 수도 없었지만, 유그드람을 보낼 수 없다는 의지가 만들어 낸 최후의 일격이었다.
휘이이잉!
그러나 유그드람은 공간을 넘어 사라졌다.
한성의 검기만이 허공을 갈랐다.
“빌어먹을.”
한성은 추락하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놈을 쳐 죽이려 하였으나 그러지 못한 것이었다. 과연 놈이 언제 나타날지는 알 수 없었으나 한성의 입장에서는 전혀 개운하지 못한 결과였다.
한성의 몸을 김유환이 받았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놈은…….”
“사라졌습니다.”
“쿨럭!”
한성은 피를 한 움큼이나 토했다.
그야말로 크나큰 실책이다.
어떻게 해서든 유그드람의 발목을 잡아냈어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했다. 그리고 그것은 언젠가는 큰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한성은 버티려 하였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얀트 성채에 위치한 지휘부.
이곳에서 카폰 그라운 국왕은 악마 유그드람과 아론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었다.
누구도 유그드람이 패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전하, 유그드람이 밀리는 것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보아라. 압도적이지 않은가.”
“그래도 다행입니다. 저런 인간을 직접 상대하려 하였다면…….”
참모진은 모두 몸을 떨었다.
저것은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었다. 도대체 어쩌다가 저렇게 강한 인간이 나타났는지는 몰라도 그대로 두었다면 전 대륙에 재앙이 되었을 것이다.
카폰은 이대로 유그드람을 이용하여 제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릴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인신 공양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유그드람은 그의 소원을 또 들어 줄 것 같았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쿠아아아앙!
“어엇? 유그드람이 맞았습니다!”
카폰의 눈이 일그러진다.
유그드람은 확실히 우위에 있었지만, 엎치락뒤치락하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한 대 맞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니었다.
“끄아아아악!”
“주, 죽는 것 아닙니까!”
“그럴 리가!”
카폰은 눈을 부릅떴다.
마계의 왕이라고 불리는 유그드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놈이 이렇게 허무하게 당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았다.
왕은 괜히 왕이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다.
유그드람은 한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다!
번쩍!
유그드람은 마계로 달아났다.
“허어.”
“저게 무슨?”
“…….”
사람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세상천지에 마왕이 도망가는 경우가 다 있단 말인가.
카폰은 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인정할 수 없었다. 이런 개떡과 같은 계약은 없었다. 분명히 아론을 없애 주는 조건으로 계약한 것이었다.
“전하?”
“당장 소환 의식을 준비하라!”
지하 소환마법진에서는 다시 의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한 번 유그드람을 소환하는 데에만 하여도 꽤 많은 인신 공양이 들어갔지만 상관없었다. 지금은 충분히 따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어찌 인간에게 마왕이 패한단 말인가. 그리고 꼴사납게 도망쳐 버렸으니 화가 치밀 만도 하였다.
휘이이이잉!
음산한 기운이 사방을 잠식하였다.
처녀들의 피가 재단에 넘쳐흘렀으며 골을 따라 마법진으로 흘러 들어갔다. 그러자 암흑의 빛이 사방에 퍼졌다.
-크르륵. 크르르륵.
곧 마기가 모이며 유그드람의 형상이 나타났다.
“으음!”
“저럴 수가.”
하지만 유그드람의 모습은 처참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놈을 소환할 때만 하여도 천하무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외모였으나 여기저기 맞아 엉망이었던 것이다.
도대체 얼굴의 형체조차 알아 볼 수가 없다.
유그드람은 숨조차 간신히 몰아쉬고 있는 중이다.
-크르륵. 어쩔 수 없이……. 소환된 것이다. 크르륵.
“계약이 틀리지 않습니까!”
-애초에 그리 강한 인간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낸들 알았겠습니까?”
-강력한 인간이라고 조사를 하지 못한 네놈의 잘못이다.
“이런 치사한! 그게 말이 되는 것입니까!”
휘이잉!
“커어어억!”
유그드람은 카폰의 멱살을 잡았다.
억울하기는 유그드람도 마찬가지였다.
세상에 태어나 이렇게까지 쪽팔렸던 적은 없었다. 겨우 인간에게 얻어터져 도망을 가는 마왕이라니!
이건 말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인간은 강력해도 너무 강력하였다. 게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휘하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있었던 것이다.
분명히 복수를 하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계약은 파기한다.
“그것은…….”
-네놈의 영혼도 필요 없다. 처녀들의 영혼도 모두 돌려주도록 하지. 그러고 계약은 파기된다. 네놈은 내가 수행할 수 없는 계약을 하였다. 일종의 사기라고 볼 수 있다.
“사기라니요!?”
-조사하지 않은 네놈의 탓이다.
“안 됩니다!”
-계약은 파기한다.
“무서운 것입니까!”
-입을 함부로 놀리면 이 자리에서 죽여주지.
“크윽.”
카폰은 입을 다물었다.
그야말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초유의 사태가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인간에게 패하여 도망가는 마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그러나 유그드람은 오직 카폰의 핑계를 대고만 있었다.
“파기하겠나?”
카폰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파기하지 않으면 당장 죽을 것 같았다. 두려움 때문이라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그드람은 그제야 카폰의 멱살을 놓았다.
-계약은 파기되었다. 다시는 이런 일로 소환하지 말거라.
“복수는 하실 겁니까?”
-네놈과는 상관없는 일이다.
스아아아아!
유그드람은 마계로 사라졌다.
털썩.
카폰의 몸이 휘청거리더니 바닥에 주저앉았다.
근위 기사들이 그를 부축한다.
“전하! 괜찮으십니까!”
“편찮으십니까!”
“치사한 놈…….”
카폰은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되었다면 도저히 희망이 없었다.
지금까지 카폰이 도망가지 않고 있었던 것은 모두 유그드람 때문이었다. 놈이 패할 것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갑자기 몸이 덜덜 떨렸다.
방금, 카폰은 도망치는 마왕과 마주했었다. 인간의 힘이 두려워 도주를 한 것이었다. 바꿔 말하면 이 세상의 어떤 무엇도 지금 진격해 내려오는 군대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어찌해야……?”
카폰은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였다.
이제 얀트 성채가 무너지고 왕국 전체가 제국의 군대에 짓밟히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