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216
제4장. 본의 아닌 도움 (2)
한성은 처소로 돌아왔다.
그는 카이너스에게 마왕에게 들었던 계획을 밝혔다.
“큰일이로군.”
“목숨을 내놓게 되었다.”
“도주할 수 있는 방법은?”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이미 다방면으로 도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도주하려면 최소한 마왕성 밖으로 나가야 했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갑갑한 일이었다.
“이곳에서라도 시도해 보도록 하자.”
“성공할까?”
“알 수 없다.”
드르륵!
그들이 도주를 모의하고 있을 때, 마왕의 보좌관이자 서큐버스 퀸 라이얼이 들어온다.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험험. 무슨 말입니까?”
“도주를 시도하는 순간, 온몸이 타 들어가 죽을 수도 있습니다.”
“끄응.”
한성은 신음을 내뱉었다.
이미 마왕이나 고위 간부들은 한성이 도주할 수도 있다는 가정 하에 움직이는 것 같았다. 이리 확신하고 있다면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럼 알아서 처신하시기를.”
드르륵.
그녀는 문을 열고 한성의 처소를 나간다.
털썩.
한성은 침대에 눕는다.
“완전히 꼬였군.”
“꼬이는 것이 인생 아니겠나.”
“나와 살더니 인간의 사상에 물들었군.”
“이제는 내 딸도 인간이니까.”
카이너스는 인간적인 사고를 하기 시작하였다. 물론 이것이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는 지금 판단할 수 없는 문제다.
탁!
마왕은 바둑을 두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도 신통한 일이었다. 몇만 년이나 바둑을 연구하였던 테미스였다. 이 세상에 적수가 없다고 생각하였으나 그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스스슷!
테미스의 앞으로 라이얼이 나타난다.
“폐하, 경고하고 왔습니다.”
“도망가면 죽는다고 했나?”
“결계에 걸리면 온몸이 타 죽는다고 경고했습니다.”
“잘했다.”
“하나 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왜 그를…….”
“바둑을 잘 두니까.”
“……!”
라이얼은 숨겨진 진실과 마주하였다.
마왕의 표정은 매우 진지하였다.
“폐, 폐하.”
“너도 5만 년 정도 살다 보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겨우 바둑을 잘 둔다는 이유로 그런 작위를 내리신 것입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사실 모든 것은 핑계였다.
사대공작의 성질이 어떠하니 하는 말들은 그저 그를 붙잡아 두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라이얼은 혀를 내둘렀다.
“역시나 폐하…….”
“내 무료함을 달래줄 수 있다면 작위를 내리는 것 정도는 별일이 아니다.”
“예…….”
라이얼은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하였다.
마왕은 괜히 마왕이라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마계의 절대자였고 누구도 심기를 거스를 수 없었다.
장례식 당일이 되었다.
장례식 날에 본인이 나온다는 것은 매우 신선한 발상이다. 하지만 이곳 마계에서는 전통이었으며 모든 마족들이 당연하게 생각하기도 하였다.
선대에서 후대로 이어질 때에 힘을 남기는 것은 마계에서 흔하게 있는 일이었다. 그 때문에 본인이 참석하는 장례식이 일반화되어 있었다.
장례식은 마신의 홀에서 열린다.
마계의 마족들은 마신을 숭상하였고 거의 종교처럼 믿음을 가졌다. 실제로 마신이 있는지는 몰라도 있다고 믿으며 거대한 성채를 건설하였다.
그것이 바로 마신의 홀이다.
한성은 대기실에서 한숨을 푹푹 내쉬고 있었다.
“하아.”
“땅 꺼지겠다.”
“긴장이 될 수밖에.”
“후후. 천하의 아론 대공이 긴장을?”
“너는 긴장되지 않나?”
“긴장된다. 일이 잘못되면 딸을 볼 수 없으니까.”
아마 긴장은 그녀가 더 하고 있을 것이었다. 다만 그것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이다.
“어차피 해야 한다면 최선을 다하도록 하자.”
“그러도록 하지.”
마왕이 심장을 집어넣을 때까지만 방어하면 된다. 한성이 첫 번째로 방어할 것이지만, 놈들이 행동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마계 공작들이나 다른 대 악마들도 도울 것이었다. 그러니 시간을 잠시 벌면 되는 것이었다.
똑똑.
드르륵.
문이 열리고 서큐버스 한 마리가 들어온다.
이미 한성과 카이너스는 어제부로 귀빈이 되었다.
“장례식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곧 가지.”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럼 가보도록 할까?”
운명의 순간이 다가왔다.
마신의 홀은 무려 수만 명이나 수용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실제로 마계 전체의 고위 마족들이 참석하게 되며 그만큼이나 성대하다.
사대공작들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한성은 귀빈의 자격으로 마왕과 함께 입장을 하고 있었다.
“마왕 폐하께서 나오십니다!”
“와아아아!”
환호성이 울려 퍼진다.
이렇게 보면 인간과 행동이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다만 그들은 마족이었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테미스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오랜 세월, 나는 마계를 위하여 봉사했다. 하나 이제는 무료함을 견딜 수가 없구나. 오늘에 이르러 심장을 전가하고 마신의 품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
주변은 쥐 죽은 듯이 조용했다.
테미스는 공작들의 앞에 선다.
마왕이 심장을 꺼내 사대공작 중 하나에게 주면 그는 다음 대 마왕으로 간택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선대 마왕의 힘을 모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사대공작이 모두 덤벼도 마왕을 상대할 수 없었다.
“간택 식을 시작하도록 하겠다.”
마왕은 천천히 사대공작의 앞에 이르렀다.
수많은 마족들의 만감이 교차하였다.
오직 한 사람만이 마왕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공석이 된 공작의 자리는 후작 급의 대 악마가 계승하게 된다.
마왕은 자신의 가슴을 벌렸다.
쩌저저적!
휘이이이잉!
“크윽!”
엄청난 에너지가 방출된다.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에너지였는데, 과연 저것을 흡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만큼이나 강력한 힘이었다.
마왕은 한성을 바라본다.
“부탁하지.”
“걱정 마십시오.”
마왕은 심장을 뜯어낸다.
두근! 두근!
고오오오오!
사방이 마기로 물들었다.
한성은 최대한 힘을 방출하였다.
어차피 여기서는 심장을 들고 달아날 수 없었다. 이곳 전체에 걸쳐 한성을 막는 결계가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들고 달아나는 순간, 몸이 타 버릴 것이고 사대공작의 손에 죽임을 당할 것이다.
팟팟!
가까운 곳에서 무언가가 날아오고 있었다.
쿠아아앙!
한성은 마왕의 앞에 나서며 강력한 공격을 막아 내었다.
“으드드득!”
온몸의 혈맥이 타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저 단 한 번, 공격을 막아 내었음에도 불구하고 검은 산산조각이 났으며 한성 없이 뒤로 밀려난다.
“으아아아아!”
한성은 폭발을 쳐 내었다.
전력을 다하였으나 겨우 폭발을 저지하였고 그 순간에 마왕은 다시 심장을 집어넣었다. 사대공작들이 폭발이 날아온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세 마리의 마족이었다.
신마대전에서 살아남은 대 악마들이라 생각되었는데, 놈들은 이를 악물고 이곳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쿨럭!”
푸하하학!
한성은 피를 토했다.
더 이상은 놈들을 막아 낼 수 없었다.
지금 한성이 대 악마 세 마리의 일격을 막아 낸 것만 하여도 기적적인 일이었다.
한성의 눈앞으로 그들이 당도하였다.
그러나 사대공작들이 공격을 무마시켰다.
퍽퍽퍽!
“끄아아아악!”
놈들은 재단의 아래로 굴러떨어진다.
한성이 없었다면 아마 성공하였을지도 몰랐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다면 모두가 방심하고 있을 것이고 오직 간택에만 신경을 쓰고 있을 것이었다.
아무리 반응이 빨라도 막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쿠구구궁!
한성은 저 멀리 날아가 처박혔다.
마왕이 한성의 몸을 들어 올린다.
스아아아아!
무언가 형용할 수 없는 강력한 기운이 넘어오기 시작하였다.
한성은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었다.
우두두둑!
온몸의 뼈가 부서져 내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것은…, 기연?’
한성은 분명 마왕과 약속하였다.
이번에 놈들을 막아 낸다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준다고 말이다. 그리고 마왕은 그 대가를 준 것이었다.
마왕의 목소리가 들린다.
-작은 선물이라고 생각해라.
스아아아!
한성은 마왕의 기운을 흡수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이것은 전혀 가공된 에너지가 아니었다. 태고에서부터 시작하는 순수한 마기였으며 그것은 한성이 가지고 있는 힘의 몇 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마왕은 더 많은 힘을 줄 수도 있었으나 한성의 한계를 알고 있었다.
우두두두둑!
한성은 한 단계 경지를 더 밟아 가고자 하였다.
화경에 올라서 환골탈태를 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고통이 뒤따랐다. 그의 몸은 단단하였기에 더욱 심한 고통이 느껴졌던 것이다.
우두두둑!
뼈는 강제로 이동하였다.
혈맥은 물론이고 내부 장기들이 다시 재구성되고 있었다.
한성의 온몸이 부풀어 올랐다가 제자리를 찾는다. 과도한 힘을 흡수하면서 몸이 터질 뻔하였지만 그때마다 테미스가 제어해 주었다.
스스스슷!
머리칼이 다 빠졌다갔다가 장발로 자랐고 그는 온몸에 충만한 기운을 느끼며 눈을 뜬다.
“후우욱!”
“나, 마왕의 힘 일부를 그대가 가졌음이다.”
“이건…….”
“또한 마계의 대 악마 자리를 꿰찰 수 있게 되겠지.”
“허어.”
한성이 마공을 익힌 것은 맞았다. 하지만 마계의 존재와 직접적인 접촉을, 그것도 마왕과 친분을 다지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