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25
제12장 수능 준비 (2)
유설화의 집안에서는 항상 아들을 원했다고 한다. 둘째까지 딸로 태어나자 그녀의 아버지는 유설희를 아들과 같이 키웠는데, 그것에 영향을 받아 머리도 짧게 잘랐고 항상 사내처럼 행동을 하고 다녔던 것이다.
어떻게 보면 정체성까지 그렇게 변했을지도 몰랐는데, 갑자기 형부라고 말을 하라고 하자 기가 막혔던 것이다.
“싫으면 말고.”
“크윽……. 제가 형부라고 부르면 제자로 삼아 주시는 겁니까?”
“하루에 20분 정도는 검술을 알려 주도록 하지.”
그 말에 유설희는 입술을 짓씹었다.
그녀는 대단한 결심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혀, 형부…….”
“잘 안 들린다.”
“형부! 됐죠?”
“앞으로도 계속 형부라고 불러야 한다. 그리하지 않으면 절대 검술은 전수를 하지 않겠다.”
“쿡쿡쿡.”
유설화는 곁에서 웃고 있었다.
유설희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야말로 홍시와 같이 붉어져 터질 것 같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부르라고.”
“으아아아아!”
유설희는 비명을 질렀지만 한성과 유설화는 매정하게 돌아선다.
여자로 태어났으니 여자처럼 행동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기는 그들이었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한성은 유설희를 실컷 놀려 먹은 후에 천지인의 삼재검법을 전수해 주었다. 앞으로도 기초적인 검술 정도는 몇 가지 알려줄 예정이다.
유설화가 한성을 배웅한다.
“오늘 고마웠어요.”
“무엇이?”
“설희에게 관심을 가져 주어서요. 사실 저런 성격 때문에 친구도 별로 없거든요.”
“나는 특이한 사람을 좋아하니 신경 쓰지 말도록.”
“그, 그런데 형부라고 부르라는 것에는 어떤 뜻이 있는 건가요?”
“별다른 뜻은 없는데?”
“정말인가요? 어떤 뜻도?”
“설희가 너무 사내같이 행동을 해서 버릇을 고치려 하였다. 그건 너도 알고 있었잖아?”
“그, 그래도 어떤 이유가…….”
“그야 생각하기 나름이지.”
“그게 무슨 말인가요?”
“알아서 생각하라고.”
한성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제 헤어질 때가 된 것이다.
“내일 학교에 오실 거죠?”
“당연히 그래야지. 앞으로 너와 공부를 해야 하니까.”
“그럼 함께 한국대학교에 들어가도록 해요.”
“거 좋지.”
“약속이에요?”
“물론이다.”
한성은 집으로 워프 했다.
* * *
미국 애리조나 주.
주도(州都) 피닉스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얼마 전, 애리조나 주의 금지 구역에서 SS급 이상의 마나가 감지되었다. 며칠 전에는 피닉스의 주민 수만 명이 학살되었고 전부 대피령이 내려져 있는 상태였다.
애리조나 주를 공포로 몰아넣은 존재는 인간체 몬스터로, 이마에는 악마의 뿔이 돋아나 있었으며 박쥐의 날개, 그리고 온몸이 시뻘건 근육으로 뒤덮여 있는 마족이었다.
학계에서는 악마다, 몬스터다 여러 가지 말들이 많았는데, 암흑마법을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마족으로 명명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었다.
미국 남서부 방어사령관인 주다 로튼 대장은 긴장된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과연 놈을 토벌할 수 있을까?”
“A급 이능력자가 다섯이나 동원되었습니다. 저희가 포격만 잘하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쿠구구구궁!
어디선가 마나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허공에서는 악마의 형상을 한 마족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리석은 인간들아!
고오오오오!
놈은 허공에 검은 구체를 모았는데, 그곳에서는 강력한 에너지 파장이 모여들고 있었다. 이능력자들은 놈에게 달려들었으나 가볍게 휘두른 검기에 의하여 모조리 쓸려 나갔다.
“끄아아아악!”
“아아아악!”
“저런 미친!”
“모두 쓸어버리리라!”
검은 구체가 날아온다.
구체로 수많은 포탄이 날아가고 있었으나 그것은 모든 화약 무기들을 그대로 녹여 버렸다.
쿠아아아아앙!
주도 피닉스 전체에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멕시코에게서 영토를 구입한 이후로,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던 주도 피닉스는 SS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마족에 의하여 멸망했다.
수도 방위사령부.
요즘 강한석 대장은 그다지 큰 걱정거리가 없었다. 서울에 나타나는 몬스터 대부분은 처리가 되고 있었으며 위험한 놈이 나타나면 S사무소에 의뢰를 넣으면 되었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휘하 장교들이 처리를 하고 있어 그 싸가지 없는 놈의 얼굴을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되었다.
막사에서 편하게 잠을 자고 있을 때, 위병이 그를 깨웠다.
“사령관님.”
“으음……. 무슨 일이냐?”
“장관님이…….”
“빌어먹을. 또 전화를 했나?”
펄럭!
“날세.”
“허억! 충성!”
강한석 대장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설마하니 국방부 장관이 직접 찾아왔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자는데 깨웠나?”
“아닙니다. 슬슬 일어나려던 참이었습니다.”
물론 거짓말이다.
지금 시각이 새벽 3시를 향하고 있었는데, 일어날 준비를 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관의 목소리를 무전기로 듣는 것과, 직접 만나는 것과는 아주 천양지차였다.
그는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미국에 난리가 났다네.”
“또 무슨 일입니까?”
“애리조나 주의 반 이상이 파괴되었다네.”
“……!”
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음을 확신하였다.
운석이 떨어질 때 미국으로 가장 많이 떨어졌다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 이후로 미국은 고난의 가시밭길을 걷고 있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SS급 이상의 마족이 나타났다네. 5시 정도에 주한미군 사령관이 직접 온다고 하니 카일 존슨 대장과 함께 그를 찾아가도록 하게.”
“으음.”
“왜, 싫은가?”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UN은 물론이고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에서 직접 부탁을 한 것이니 실수 없이 처리하도록 하게.”
“예, 장관님.”
찾아가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그 싸가지 없는 놈의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잠이 싹 달아나는 느낌이었다.
* * *
한성은 며칠 동안 학교와 사무실, 유설화의 집을 오갔다.
주중에는 공부를 하고, 주말에 의뢰를 처리하는 패턴으로 생활하기로 한 것이다. 11월 이후에는 충분히 시간이 있었으므로 그때부터 이계의 조각을 열심히 모으러 다닐 예정이었다.
그는 하품을 하며 등교를 하는 중이었다.
학교 앞에 이르렀을 때, 정류장에서는 유설화가 기다리고 있었다.
“사장님!”
“좋은 시절이네.”
이수정의 말이었다.
지금 학교 내에서는 한성과 유설화가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교실 내에서는 항상 옆자리에서 수업을 받았고 점심 식사를 함께했으며 하교도 같이 했다. 그러니 그런 소문이 나는 것은 당연했던 것이다.
유설화는 노트를 하나 내밀었다.
“이게 뭔가?”
“외우도록 하세요.”
요점 정리 노트였다.
이수정은 혀를 차며 고개를 흔들었다.
“열녀 났네. 열녀 났어. 요 앞에 열녀비를 세워야겠어.”
“부러우면 부럽다고 말로 해라.”
애애애앵!
여동생과 티격태격 등교를 하고 있을 때였다.
타다다다다!
수많은 차량들이 학교 앞으로 몰려들었으며 허공에는 헬기까지 떠 있었다. 한성은 직감적으로 강한석 대장이 올 것임을 알았다.
“이 양반은 매번 요란을 떠는군.”
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가능하면 학교에서는 평범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이런 요란을 떠는 것이다.
익숙한 얼굴의 강한석과 코쟁이 한 명이 한성에게 급하게 달려왔다.
“사장님!”
강한석은 한성에게 공식적으로 사장이라 부르며 공대를 했다. 게다가 그의 계급은 대장이었으니 학생들이 놀랍게 보는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함께 온 미군의 계급도 대장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큰일 났습니다!”
그는 더욱 부산을 떨었다.
코쟁이까지 가세를 하여 그들은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들의 말인즉, 미국 애리조나 주가 박살이 났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SS급 마족의 소행이었다.
‘조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군.’
한성은 내심 쾌재를 불렀으나 이런 때일수록 최대한 뜯어내야 하는 것이다.
그는 짐짓 모른 척을 했다.
“그런데요?”
“좀 도와주십시오.”
“사정 좀 봐 주십시오.”
“곧 수능입니다. 공부를 해야 합니다만.”
“미국 시민 수백만의 목숨이 달려 있습니다. 그곳에는 한인도 많이 살고 있습니다.”
“내 알바 아니지요.”
“크윽.”
강한석과 카일 존슨의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그들은 눈빛을 교환하였다.
‘정말 싸가지 없는 놈이로군요.’
‘제가 뭐랬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한성에게 납작 엎드릴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제발 부탁드립니다. 무엇이라도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이 일을 어쩐다.”
한성은 팔짱을 꼈고, 지켜보는 사람이 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한참 동안이나 뜸을 들인 한성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래서 얼마 줄 건데요?”
“…….”
강한석과 카일 존슨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듣던 대로 한 성격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도저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성품을 가졌던 것이다.
세상에 이런 싸가지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한성은 철면피를 깔았다.
일을 하는데 돈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일전에는 매번 헐값에 의뢰를 수행했지만, 이번에는 그리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