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282
제1장 대결 (2)
한성의 주먹이 김유성의 얼굴에 작렬했다.
쿠아아아아앙!
콰르르르릉!
쩌저저저적!
사방의 결계가 박살 나고 있었다.
김유성의 몸은 저 멀리 날아올랐고 결계에 부딪쳤다.
콰과과과과광!
핵폭발에 준하는 충격이 휘몰아친다.
한성이 결계를 치지 않았다면 도시 하나가 날아갈 수도 있었다. 지하 벙커였고 공간은 협소했다.
벙커를 이어 광역권을 형성하였으며 그것은 곧 도시로 변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벙커 하나가 아니라 심각한 충격에 휩싸였을 수도 있는 문제였다.
놈은 결계의 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
그러고는 침묵이다.
김유성은 움직이지 않았다.
털썩.
결계를 풀자 김유성이 떨어져 내렸다.
곁에서 대결 아닌 대결을 바라보고 있던 김유환이 달려왔다.
“죽은 건 아닐까요?”
“그건 아니다.”
김유환은 놈의 코에 손을 대어 보았다.
“숨만 붙어 있군요.”
“동생이 하나 생겼구나.”
“그러게 말입니다.”
“앞으로 잘 데리고 다니도록 해라.”
“흐흐흐. 그건 제 전문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놈은 무인의 자존심과 긍지를 걸었다. 또한 개방도에서 표방하는 모든 규리까지 내걸었다. 그러니 한성의 말에 순순히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성의 조건에는 김유환의 동생이 된다는 것도 포함되어 있었다. 무림에서 배분은 매우 중요하였다.
사형과 사제지간이 된다면 김유성은 매우 골치가 아파질 것이다.
“옮길까?”
“그러죠.”
그들은 근처 여관으로 향한다.
여관이 생기기 시작한 지는 대략 10일 정도가 흘렀다.
사람들은 길이 이어지기 시작하자 다른 구역으로 여행을 다녔고, 그 사이에 지어진 것이 바로 여관이었다.
여관이라고 해서 이전의 모텔을 생각하면 곤란했다. 여인숙보다도 시설이 못하였으며 그마저도 두 평 남짓이다.
침대도 아닌 바닥에 김유성이 누워 있었다.
김유성은 한참 동안이나 기절해 있던 상태였다. 하지만 맞았다가 바로 일어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났다.
“나는 버텼다!”
“이제 일어났나?”
“버텼다니까?”
“여기가 어딘지 보고 말하는 것이 좋겠군.”
한성은 팔짱을 끼고 있었다.
김유성의 얼굴에는 낭패한 기색이 어렸다. 그러다가 필사적으로 빠져나갈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하였다.
“이건 기절이 아니다.”
“그럼 뭐라고 생각하는데?”
“사악한 술법에 당한 것이다! 내가 이곳으로 넘어왔듯이 말이야!”
“거지 새끼라 그런지 꽤 구차하군.”
“뭐라고!?”
“네놈은 모든 긍지를 걸었다. 자존심을 버리겠느냐?”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
“그럼 약속을 지켜라.”
“크윽! 도대체 몇 분이나 기절해 있었다고?”
“반나절이다.”
“…….”
한성의 말에 김유환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이 세계에는 시계가 매우 잘 발달되어 있었다. 전기도 들어왔으므로 전자시계가 있었고 도저히 우길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김유성은 시계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내쉰다.
“반나절이라니…….”
“죽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
김유성은 생각에 잠긴다.
이렇게 되었다면 빠져나갈 도리가 없었다. 그는 개방의 방주였다. 언제나 선을 행하고 긍지를 갖는 것이 첫 번째 규약이었다.
무인의 긍지를 버리느니 죽는 것이 나았다.
“너는 내 노예가 되는 것이다.”
“크으윽.”
“그리 약속했잖아?”
“하지만 주인이라고 불릴 생각은 마라.”
“형님이라고 하든지 뭐라고 부르든지 마음대로 해라.”
“그럼 나도 형님이라고…….”
“그럼 헷갈릴 텐데?”
가만히 앉아 있던 김유환이 태클을 걸었다.
김유성의 얼굴이 사정없이 구겨졌다.
사실 한성의 노예가 되는 것보다 김유환의 동생이 되는 것이 더 심각한 일이었다.
강자와 함께 세계를 정화시켜 나간다는 것은 긍지라도 가질 수 있는 일이지, 마교 놈의 의제가 된다는 것은 실로 고통이 아닐 수 없었다.
“작은 형님이라고 불러 봐라.”
“그것은…….”
“거지새끼가 더럽고 치사해도 거짓말은 하지 않지. 내가 잘 알아.”
김유성은 울상을 지었다.
“……형님.”
“뭐라고?”
“형님!”
“하하하! 작은 형님이라고 해라.”
“알겠다, 이 자식아!”
퍼어어억!
“커어어억!”
한성의 발길질에 김유성은 방구석에 처박혔다.
“약속은 약속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냐?”
“젠장…….”
“뭐라고 불러야 한다고?”
“작은 형님.”
“크하하하핫!”
김유환은 정말로 좋아했다. 기쁨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한성도 꽤나 뿌듯했다.
“노예가 하나 늘었군.”
“그래도 노예는 좀…….”
“뭐가 어때?”
한성은 어깨를 으쓱였다.
만약 무림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만 있다면 영토의 회복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놈 역시 권토중래를 노리고 있었지만 그것은 한성도 마찬가지였다.
한성은 중앙 지휘통제실로 김유성을 데리고 갔다.
이제부터는 김유성도 이 세계를 운영하는 핵심 멤버가 될 터였다.
지휘통제실은 조금 화려하게 지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만약에 이런 일이 발생하면 중앙 본부로 쓸 생각에 지하 15층 규모로 지어졌다.
사실상 이곳 지휘통제실에는 없는 것이 없었다.
비축 물자도 충분하였으며 각종 오락 시설과 술, 그리고 호텔식 룸도 형성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사계절의 특징들이 표현되는 거대한 LED 화면이 있었는데,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사치스럽게 꾸며졌는지 알 수 있었다.
지이이잉!
문이 열리자 비서진이 인사를 한다.
“어서 오세요, 각하.”
“별일 없었지?”
“각국에서 의향을 물어 보던데요?”
“앞으로 어찌해야 할지?”
“네.”
유설화가 비서실장을 담당하고 있었다.
그의 모든 스케줄을 책임지는 유설화는 각국의 정상들에게 오늘 저녁에 연락하겠다고 말을 해 둔 상황이었다.
“그에 대해 상의해 보도록 하자.”
“중책들을 소집할까요?”
“지금 중책이 어디에 있어? 그냥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중책이지.”
“그건 그러네요.”
유설화는 간단하게 납득하였다.
곧 회의가 구성되었다.
회의장에는 한성과 유설화, 샤렐과 오창진, 김유환과 김유성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 밖에도 중요한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사실상 세계를 움직이는 축은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었다.
유설화는 한숨을 내쉬었다.
“겨우 이 정도가 세계의 중심축이라니…….”
“세상이 갑자기 멸망하였으니 어쩔 수 없지.”
유그드람에게 패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유그드람이 대침공을 하지 않고 있었던 이유는 바로 한성을 죽이지 못하였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패해서 대침공을 감행하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유그드람은 한성이 기절해 있는 동안에 지구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그나마 방공호가 없었다면 지구는 끝장났을 것이다.
“바깥의 상황은 어때?”
“지금의 상황이에요.”
화면에 바깥세상이 펼쳐진다.
그곳에는 마계식 건축물들이 세워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거대하고 화려한 성채들이 건설되고 있었는데, 모든 건물들을 깡그리 밀어 버리고 처음부터 건설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기존에 건설되어 있던 인간 문화의 잔해들을 재활용하기는 하였다. 자원은 발굴되고 있었으며 사방은 허허벌판이었다. 건축물들을 짓고 있는 마물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마계가 이전되었군.”
“그렇다면 이제 지상은 우리의 것이 아니겠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그보다는 앞으로 상황에 주목해야 한다.
“칼번과 회의한 결과, 지구 자체를 제국령으로 포함시키면 어떻겠냐고 하던데 말이야.”
“제국령이라면?”
“지구의 모든 지하 도시가 제국에 포함되는 것이지.”
“으음.”
“반란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지금 상황에서?”
한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지금은 그저 살아남는 데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단은 살고 보아야 민주주의가 있는 것이지,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는 상황이라면 차라리 철권통치를 하는 것이 나았다.
지금의 세상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