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283
제2장 대국민 투표 (1)
원탁의 테이블 앞에 화상 회의가 열렸다.
테이블에는 LED 모니터가 올려져 있었고, 그곳에서 각국 정상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물론 정상들이 없는 경우도 많았다.
현재 인구가 30% 정도 감수하였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20억 이상의 인구가 사라졌으며 나머지는 천운으로 목숨을 구하였다. 이런 상황이었으니 나라의 수뇌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계승권을 가진 국무총리가, 총리까지 없는 경우에는 장관이 승계를 받아 이어 나갔다.
총 100개가 넘는 국가에서 연맹체제가 설립되었고, 대략 30개 국 정도에 권한을 몰아주었다.
모니터는 정확하게 29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한성이 입을 열었다.
“얼굴들을 보니 반갑습니다.”
-무사하다는 소식은 들었네.
-천만다행이야.
-하지만 이번에 지구를 지키지 못하였지.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이 대통령이 무슨 잘못이란 말이오? 할 수 없었던 일이지. 마계의 마왕이 쳐들어와 쓸어버린 것을…….
도저히 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일이 발생한 것이었다. 그 때문에 한성은 씁쓸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회의를 시작하지요.”
여러 가지 안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아직 국가의 체계조차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각 벙커로 이동하는 길도 그리 넓지 않아 통치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마치 원시시대부터 삶을 시작하지만 인구는 40억 후반을 달리고 있는 그런 세상에서 사람들은 살아가고 있었다.
경찰력 부족, 식량 부족, 인구밀도 과잉, 폭력, 약탈 등. 사람들은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있었다. 하나하나 해결하기에도 벅찼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국가 자체가 붕괴하였다는 것이다.
-무기들이 대부분 소실되었다네. 그 때문에 군대조차 없는 형편이지.
“대피한 군인들을 모은다면 어느 정도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르는 소리.
미 대통령 존 스미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존 스미스는 벙커의 시험 성능차 방문하였다가 봉변을 피할 수 있었다. 한성과는 구면이기도 하였다.
-폭력단에서 무기들을 가지고 있네. 남아 있는 무기들은 그들에게 들어가 있는 상황이지.
“별의별 일이 다 발생하는군요.”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겠나.
“다른 문제는 접어 두고라도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적들의 격멸입니다.”
-하나, 이제 우리에게는 힘이 없어.
-그렇다네.
“하지만 어차피 몬스터들은 이능력자들이 상대했었죠. 바뀐 것은 많이 없습니다.”
-뛰어난 이능력자들이 없다는 것이 문제 아니겠나.
-사람들 틈에 섞여 있지.
“가장 먼저 이능력자들을 모아 협회를 설립해야 합니다.”
-하나, 그것도 쉽지가 않아. 이능력자 상당수가 폭력단에 소속되어 있거든.
“공고를 해서 모아 보도록 하죠. 다음은 가장 중요한 제국의 개입 문제입니다.”
-아직 희망은 있군.
“제국에서 대략 300만 정도의 병력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그들과 현 천족의 도움을 받을 예정입니다.”
-좋은 소식이군.
“하지만 그리 하려면 먼저 지구 자체가 제국으로 편입되어야 합니다. 제국에도 명분이 있어야 도울 것이니까요.”
-가능하겠나?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것입니다.
-불가능하지 않을까요?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민주주의는 기원 이래에 수천 년에 걸쳐 발전하다가 최근 들어서야 자리를 잡았다. 민주주의 쟁취를 위하여 흘린 피만 하여도 헤아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한데 한성은 지금 민주주의를 포기하라 말하고 있었다. 그것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해야만 하는 일이죠.”
-아무래도 무리가 있을 것 같은데…….
“그럼 카렌 대륙에서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으음.
“지금은 살고 보아야죠.”
-대국민 투표는 어떻겠나?
“대국민 투표요?”
-그렇다네. 용지에는 두 가지로 투표하는 것이지. 하나는 지구를 제국령으로 포함시킬 것인가 하는 일과 총독으로 누구를 세울 것인가 하는 일이지.
-그건 보나 마나 천상의 기사 아니겠습니까?
“저는 무리입니다.”
-자네는 카렌 대륙의 대공이 아니었나. 지구의 총독도 문제없어.
“하지만…….”
-그렇게 해 주게.
-저도 찬성입니다.
-찬성입니다.
-좋은 의견입니다.
한성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어차피 이대로 두면 지구는 자멸할 것이다. 물과 식량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엄청난 사태가 벌어질 것은 뻔한 일이었다.
지금은 지상으로 나가는 것을 막고 있었지만, 폭력단이 발전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다.
일단 대국민 투표를 진행하면 사람들의 관심을 그곳으로 돌릴 수 있었다. 화젯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다.
“저도 출마는 하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다섯 명 정도는 출마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들의 관심을 돌릴 수 있죠.”
-좋은 생각이네.
“그럼 투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일단 자네가 발표를 해 주게.
“제가요?”
-어쨌거나 이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자네일세. 그러니 자네가 발표한다면 모두가 참여한다고 말할 게야.
“좋습니다. 제가 발표하겠습니다.”
-일단 그 문제부터 해결해야겠지.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각국 정상들은 일단 적들을 몰아내야 한다는 데에 의견을 모으고 있었다. 세상이 멀쩡해야 권력 다툼도 있는 것이었다.
지금 내부에서 분열된다면 마족들을 몰아내는 것은커녕 그냥 자멸할 수도 있었다.
회의는 이쯤에서 종료하도록 한다.
한성은 곧바로 방송을 준비하였다.
유설화가 방송할 지역에 대해 토를 달았다.
“이런 화려한 곳은 안 돼요.”
“맞아요. 국민들이 지탄할 거예요.”
국민들은 이렇게 화려한 상황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게다가 지하 벙커와 이곳은 차이가 심했다.
지하 벙커는 그저 몇 달 정도 버티기 위한 시설이었다. 그러니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벙커에서 하는 것이 낫겠군.”
“맞아요.”
“그럼 가도록 하지.”
한성은 길을 나서기로 한다.
웅성웅성.
한성이 걸어가는 길에 수많은 사람이 몰려나와 있었다.
어쨌거나 그는 인류의 희망이었던 것이다.
“천상의 기사다!”
“와아아아아!”
“천상의 기사는 무슨! 그는 우리를 지키지 못했어!”
“흥! 그가 없었으면 우리는 다 죽었어!”
사람들끼리 종종 이렇게 싸움이 나기도 하였다.
한성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패하여 문명이 멸망했다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을 달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성은 아예 공개적으로 방송을 진행한다.
“생방송 1분 남았습니다!”
“무슨 생방송을 한다는 거지?”
사람들은 더욱 몰려들고 있었다.
한성은 벙커의 중심으로 들어온다.
강소라 기자가 사인을 보냈다.
“갑니다. 큐!”
“안녕하십니까. 천상의 기사 이한성입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잦아들었다.
한성은 좌중을 둘러본다.
절망에 빠져 있는 얼굴들이 보인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보고 있었다. 희망이란 바로 한성을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알던 문명은 멸망했습니다. 다시 문명을 지어 올릴 힘도 없어진 상황이지요. 공장도 사라졌고 창고들도 사라졌습니다. 벙커에는 건축 장비를 상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희에게는 지식이 있고 투쟁할 힘이 있습니다. 여기서 무너져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지금의 고통을 딛고 일어나 살아남기 위하여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최우선 과제로 생존을 꼽고 있습니다. 무엇을 하든 살아남고 보아야 합니다. 저에게 죄가 있다면 일단 생존 후에 생각해보도록 합시다. 제가 일선에서 물러나 버리면 정말로 세상은 멸망해 버리기에 이 자리에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일단 지상으로 올라갑시다. 그곳에 문명을 재건해야 합니다.”
강소라가 한성에게 묻는다.
“인류를 재건하려면 그들을 몰아내야 하는데, 저희에게 그럴 힘이 있나요?”
“이능력자분들은 협회로 묶여 대항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저는 카렌 대륙의 병력을 들여올 생각입니다.”
“그들이 도와준다고 하나요?”
“다만 그리되려면 지구 자체가 제국령으로 묶여야 합니다. 그래야 통치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지금은 솔직히 세상이 엉망입니다.”
“제국령이라면 민주주의는…….”
“무너지는 것이지요.”
“으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 달랐다.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전제 왕권이 들어서면 질서야 잡히겠지만 언제 벗어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당장 현대 문명을 건설할 수 없으므로 저희의 문명은 퇴보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향후 백 년 안에 찬란한 문명을 개건할 수 있을 것이 확실합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카렌 대륙의 도움 없이는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결론도 내리셨을 것으로 보는데요.”
“그렇습니다. 결론도 내렸죠.”
“어떤 정책이죠?”
“대국민 투표로 결정합니다. 또한 제국령에 포함될 경우 총독도 선출하도록 하겠습니다.”
“……!”
술렁거림이 일었다.
대국민 투표로 모든 것을 정한다.
즉, 민주주의를 표방하는지, 그렇지 않다면 전제 왕권주의로 돌아가는 것인지는 국민들의 뜻에 맡기겠다는 뜻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