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11
제4장 고대 마왕의 심장 (2)
타악! 타악!
공수가 빠르게 교환되고 있었다.
한성은 절대적인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어떠한 경우에도 표정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테미스 역시 무표정으로 일관하고 있었지만, 미세한 떨림은 어쩔 수가 없었다. 조운진만 상대하다가 테미스를 상대하니 감정을 읽을 수 있었다.
‘신세계로구나.’
조운진은 어떠한 경우에도 틈을 보이지 않았다. 혹시라도 틈이 있을까 하여 일부러 살을 내어 주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패한 대국만 하여도 수십 번이다.
그런 조운진에게 바둑을 배운 한성은 마왕의 미세한 떨림, 손짓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할 수 있었다. 그것을 기반으로 계책을 세우기 시작하자 마왕은 밀리기 시작하였고 중반이 넘어가자 빠르게 무너졌다.
“후우.”
마왕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은 누가 봐도 초조함의 반증이나 다름없었다.
“대단하군.”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도대체 그 시간에 무엇을 하였기에 이렇게 빠르게 실력이 는 것인가?”
“수련을 쌓았지요.”
“혼자서?”
“스승을 두었습니다.”
“좋은 스승을 두었군.”
마왕은 돌을 내렸다.
한성은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 알고 있었다.
마왕은 대국을 포기했다.
“불계승입니까?”
마왕이 손짓하였다.
“내어 주어라.”
상자가 한성의 손에 들어왔다.
“드디어……!”
“하나, 명심하게. 이것이 자네의 손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만큼이나 책임이 더해진다는 의미일세.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지?”
“물론입니다, 폐하.”
한성은 희미하게 웃었다.
마왕은 한성에게 패배를 시인하였고 자신감에 상당한 금이 갔을 것이다. 하지만 테미스는 이마저도 기쁨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하하하! 다음번에는 이길 걸세!”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한성은 그렇게 돌아섰다.
오늘부터 마왕은 새로운 연구에 돌입할 것이다.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하였기에 진 것인지 연구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마왕은 한성에게 이길 가능성이 적었다. 한성은 표정과 감정을 연구하는 것이었고, 마왕은 기술을 연구하고 연마하는 것이다. 이 둘의 차이는 극명한 것이었다.
한성은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이것은 마왕이 특별히 빌려준 것으로, 미래의 유그드람에게 탈취되었다가 찾아온 것이었다.
한성은 이것이 있어야 수련을 쌓을 수 있었다.
“흡수만 하면 되는 건가.”
쿨렁!
한성은 시간과 공간의 방으로 넘어온다.
아마 유그드람은 이곳에서 억겁에 이르는 시간 동안 노력했을 것이다. 그리하여 지금의 경지를 얻어 낸 것이다.
한성 역시 하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었다.
고대 마왕의 심장은 테미스 이전의 마왕이 남긴 조각이었다. 일부에 불과하였지만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힘이 주어질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다.
달칵.
한성은 상자를 열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이 구슬에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마기가 뿜어져 나온다. 이것을 그냥 흡수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한성은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전신 혈맥이 터져 죽는다.
그가 택해야 하는 것은 시간을 두고 흡수하는 것이었다.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성은 해내야 했고 그리하여 새로운 경지에 접어들어야 한다.
스스스슷!
한성은 안정적으로 흡수를 시작한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그것은 상관없었다. 그는 천천히 마왕의 심장을 흡수하기 시작하였다.
그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도대체 이곳에서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한성은 정말 오랜만에 눈을 뜬다.
온몸에서는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마력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흐읍!”
한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한쪽에 마기의 덩어리를 날린다.
쿠아아아아앙!
휘이이이잉!
무시무시한 마기가 휘몰아치며 주변을 집어삼켰다.
천둥이 쳤으며 대기조차 없는 이곳에 대기가 생성될 지경이었다. 주변은 지독한 마기를 머금은 땅으로 변하였다.
“후후후.”
한성은 만족스럽게 웃었다.
아직 심장을 반도 흡수하지 못하였지만 몇 단계나 진보한 느낌이었다. 도대체 이런 심장을 통째로 가지고 있는 테미스가 어떤 실력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한성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스아아아아!
마기가 빠르게 흡수된다.
처음 100년 정도는 천천히 흡수하여 전신의 모든 혈맥을 매우 빠르게 강화시켰다. 천천히 진행해야만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이번에는 언제 깨어나게 될지 기약이 없었다.
그야말로 억겁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한성은 이곳에서 수련을 하며 시간의 흐름조차 잊고 있었다. 시간이란 상대적인 개념이었으며 바깥의 시간을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다만 이곳에는 일생 동안 단 한 번 출입할 수 있었으므로 완벽해지기 전까지는 나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한성은 수련에 수련을 거듭하였고 지금까지 가지고 있는 기술들을 다시금 점검하고 완벽한 무학을 익혀 나가는 데 주력하였다.
스스스슷!
그리고 마침내 모든 마력이 흡수되었다.
한성은 눈을 떴고 넘치는 마력이 사방을 지배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오랜 시간 수련하면서 그는 만류귀종이 무엇인지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선과 악은 원래 하나이며 그것은 필요에 의해 갈라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하하하하!”
한성은 허무하게 웃었다.
그는 삼라만상에 대하여 깨달았고 우주의 원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다차원의 우주, 수많은 세계, 그리고 시간과 공간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연구했었다.
완벽해진 지금, 그는 바깥세상으로 나가야 한다.
“유그드람! 기다려라!”
그는 시간과 공간의 방을 나온다.
쿨렁!
밖으로 나오자 아직 한성이 들어갔을 때 만들어진 마나의 파형이 남아 있었다. 이것은 그가 거울 속으로 들어간 지 실질적으로는 1초도 지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유구한 세월 속에서 수련을 하는 동안 실질적으로 걸린 시간은 찰나에 불과하였다.
그는 지구로 바로 넘어가야 했지만, 마왕의 말을 떠올렸다.
!b!때가 되면 반드시 나를 찾아오도록 하게.!/b!
그 때라는 것은 한성이 마왕의 심장을 모두 흡수하였을 때를 의미하였다. 그러니 마왕을 찾아가야 한다.
물론 감사의 말을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한성은 실로 오랜만에 마왕과 대면하였다.
전신에서 엄청난 마나가 흐르고 있었지만 그는 모조리 감추었다. 마왕 앞에서 그것을 드러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테미스는 박수를 쳤다.
“모두 흡수하였구나!”
“모든 것이 폐하의 은혜입니다.”
“허허허허!”
테미스도 설마하니 한성의 끈기가 이렇게 대단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어느 정도 끈기가 있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마왕의 심장을 모조리 흡수할 줄은 예상조차 못 했었다.
지금 한성은 공작급의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가너스!”
“옛, 폐하.”
“모든 귀족을 소집하도록 하라! 오랜만에 축제를 열 것이다!”
“명을 받듭니다!”
“자네, 시간 되나?”
“누구의 명이라고 거역하겠사옵니까.”
“하하하하! 역시 시원시원하군.”
마왕은 웃었다.
곧 있으면 연회가 열릴 것이었다. 그곳에서 테미스는 중대한 발표를 할 것이고, 한성의 지위는 수직 상승할 것이 틀림없었다.
띠링! 띠리리링!
하프가 연주되고 있었다.
마왕이 직접 여는 연회였기에 모든 귀족들이 참석하였다.
귀족이라고 해 봤자 마계 전체에 서른 마리도 채 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시녀 한둘에 기사단장 정도는 끌고 왔기에 실질적으로는 백 명이 넘는 마족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한성도 이루디아를 데리고 참석했다.
짝짝!
마왕이 손뼉을 치자 연주가 멈추었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늘, 위대한 마족이 탄생하였다. 그것이 누구인지 알고 있나?”
“혹시 아론 백작입니까?”
“바로 그렇다! 그는 고대 마왕의 심장을 흡수하였고, 공작급의 마력을 갖게 되었다!”
“……!”
귀족들은 놀람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것은 엄청난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아무리 마왕이 한성을 밀어주었다고는 하여도 마왕의 심장을 흡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오랫동안 수련을 쌓아 온 귀족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축하해 주어야 하지 않겠나?”
짝짝짝짝!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한성은 좌중을 둘러보며 허리를 굽혔다.
“감사합니다.”
“정말 대단하군그래!”
“이제 별의 세계에 들어오는 것인가?”
축하의 말이 쏟아지고 난 후에 마왕이 입을 열었다.
“마계의 공작은 둘이었지만 이제 세 명이 탄생하는 것이다.”
“와아!”
“마계 공작이라니!”
마계 공작은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신마대전이 일어나면 수천만에 이르는 마물들을 지휘하는 역할을 맡았으며 마계 내에서 엄청난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테미스는 한성을 불러들였다.
“무릎을 꿇어라.”
털썩.
한성이 무릎을 꿇었다.
“아론 질리언은 공작급의 마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는 귀족들이 더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짐은 오늘 이 시간부로 아론 질리언 백작을 공작으로 승급시키고 구 이그니스 영지를 하사할 것이다.”
짝짝짝짝!
귀족들은 박수를 쳤다.
한성은 미소를 지었다.
그야말로 조운진에게 절이라도 해야 할 판이었다. 지금은 워낙 오랫동안 수련을 하여 그에 대한 기억마저 희미해질 판이었지만 그가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조운진의 도움이 절대적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가 없었다.
한성은 허리를 굽혔다.
“영광의 자리에 앉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귀족들에게도 한마디 하게.”
“험험.”
한성은 헛기침을 하였다.
이제 한성은 마왕을 제외하고 모든 귀족들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공작들이 있었지만 그들은 이미 한성을 마왕의 후계자 정도로 생각하여 매우 호의적이었다.
“수련에 더욱 매진하여 천족 놈들을 쳐부수겠습니다!”
한성이 신마대전에 참여하게 될지 어떨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성으로서는 지금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