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62
제5장 붉은 영혼 (1)
고오오오오!
유그드람은 마왕성 지하에서 빠른 속도로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하지만 회복은 더디기만 하다.
놈과의 실력 차이가 월등하였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마지막 순간에 신성력을 머금은 공격에 내부 장기가 뚫려 버려 세포가 괴사했다. 이 때문에 아직까지도 내부가 엉망진창이었다. 최소한 한 달은 요양을 해야 내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스슷!
그의 앞으로 친위대 한 마리가 부복한다.
“폐하! 한 떼의 무리가 진격하고 있습니다!”
“인간들인가?”
“그렇사옵니다!”
“이곳을 노리고 있나?”
“아무래도 방향을 보면 그렇게 사료되옵니다.”
“그럴 리가 없다.”
유그드람은 몸을 일으켰다.
내부가 진탕이었지만, 그렇다고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느 정도는 운신을 할 수 있었다.
그는 패밀리어를 활성화했다.
스아아아!
유그드람은 두 눈으로 북극 대륙을 살폈다.
단순히 토벌을 위하여 들어온 군대일 수도 있었다. 북극에도 몬스터들이 있었고 그들을 쓸어버리고자 온 것이라면 그냥 무시하면 된다. 놈들이 바로 위를 지나가더라도 이곳에 마왕성이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할 것이다.
만약 놈들이 이곳을 덮치려 한다면 텔레포트를 하여 내빼면 그만이었다.
“예상대로군.”
인간의 군대는 사방으로 나뉘어 순찰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저기 아론이 아닙니까!?”
유그드람이 얼굴을 찌푸렸다.
정말이었다. 친위대의 말대로 아론이 직접 군을 이끌고 왔다. 그는 생각에 잠겼다.
“아론이 굳이 왜?”
놈은 인간의 왕이었다. 말로는 총독이라고 하지만 왕이나 다름없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유그드람은 도망을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했다.
만약에라도 놈이 이곳으로 들어온다면 어찌 될까. 놈이 회복되었다는 전제 하에 그는 죽을 수도 있었다.
“퇴각한다.”
“옛!”
그는 쉽지 않은 결정을 내렸다.
이곳에서라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위하여 목숨을 걸 정도는 아니었다. 위험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내빼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한데 문제가 발생했다.
쿨렁!
빠지지지직!
“크으으윽!”
곧바로 몸을 빼려 하였지만 그는 뭔가에 가로막혀 나아가지 못하였다.
유그드람의 얼굴이 떨렸다.
“이럴 수가!”
“폐하! 결계를 친 것 같습니다!”
“그게 말이 되나!?”
“아무래도 군대가 갈라진 것은 눈속임이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그들이 이곳으로 곧장 몰려오고 있습니다!”
광범위하게 결계가 펼쳐져 있었다. 그것도 몇 겹이나 된다. 천계의 천사들이 하늘을 날았고 인간의 군대는 진군했다. 거기에는 엘프족과 카렌 대륙의 정예들이 섞여 있었다.
“마물 출격하라! 우리는 결계를 뚫는다!”
“예!”
쿠아아아앙!
“이미 공격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런!”
유그드람은 낭패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였다.
설마 하니 인간의 군대가 직접 이곳을 노릴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기밀이 새어 나간 것이 틀림없다.
마족 수뇌부에 분명 첩자가 있는 것이다.
“마법통신은?”
“불가합니다!”
“이건 말도 안 된다!”
쿠아아아아!
성채 전체가 흔들렸다.
진동이 이곳까지 느껴졌으며 바깥에서는 비명소리까지 들렸다.
친위대가 마왕을 둘러쌌다.
콰과과과과광!
얼마 지나지 않아 수련동이 뚫렸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백색의 화려한 페너플리를 걸친 기사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유그드람의 눈에 분노가 어렸다.
“아론!”
“유그드람! 이제는 끝이다. 이 전쟁을 끝내도록 하자.”
으드드득!
그는 이를 갈았다.
인간문명을 멸망시켰으나 놈은 미리 그것에 대비를 하고 대피소를 지었던 것이다. 그리고 인류 대부분을 보존하였던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마왕인 자신까지 죽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유그드람도 그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놈만 죽이면 된다! 가라!”
팟팟!
대악마들이 몸을 날렸다.
유그드람 역시 몸을 날렸다. 일단 놈만 죽이고 나면 어떤 수가 생길 것 같았다.
콰과과과광!
한성의 검이 어지럽게 주변을 때렸다.
검은 오러가 사방을 휘감았고 연신 검격음을 냈다. 하지만 한성은 여유롭게 대악마들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고대 마왕의 정수를 흡수한 한성은 이전보다 강해져 있었다. 부상을 입은 유그드람과 겨우 대악마 몇으로는 그의 공격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대천사들이 곧 지원하였다. 이곳에는 카이너스도 있었으며 김유환과 김유성까지 가세했다.
한성은 나머지 대악마들을 동료들에게 맡기고는 유그드람을 추적했다.
역시나 상처 입은 유그드람은 꽁지 빠지게 도주를 하였다.
“가소롭구나!”
한성은 검강의 다발들을 뭉쳐 유그드람이 움직이는 전 방위에 뿌렸다.
쿠아아아앙!
“끄아아아악!”
유그드람은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의 상태가 정상이었다면 한성이 그를 잡는 데 분명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놈은 상처를 입었다. 사실, 이렇게 움직이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유그드람은 추락하였다.
“폐하!”
“어딜!”
쿠아아앙!
“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친위대도 하나씩 도륙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놈이 도망갈 수 있는 틈이 없어 보였다. 그야말로 총공세를 쏟아 부은 것이었다. 아무리 유그드람이라고 하여도 여기서 이길 수는 없었다.
“쿨럭! 쿨럭!”
유그드람은 피를 토하고 있었다.
“후아!”
한성은 숨을 몰아쉬었다.
그야말로 긴 여정이었다. 유그드람과 어쩌다가 엮이게 되었지만 놈은 지구까지 쳐들어와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지난 세월을 생각하면 유그드람에게 전우애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오늘, 그런 대 전쟁은 끝이 난다.
그를 지키던 친위대는 모두 도륙되었다.
하급 마족들은 천족을 비롯한 연합군에게 쓸려 나갔고 마물들은 인간의 군대에 쓸려 나가고 있었다.
유그드람에게 더 이상의 희망은 없었다.
한성은 유그드람의 양팔을 베어 냈다.
서걱서걱!
“크윽!”
푸하하하학!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지만 유그드람은 단순히 짧은 비명만을 토했을 뿐이었다. 한성은 아예 놈의 뿔마저 뽑아 버렸다.
퍼어어억!
마기가 농축되어 있는 뿔은 좋은 재료다. 이것을 녹여 검으로 만들거나 정수를 뽑아 흡수해도 상당한 성과가 있을 것이었다. 사실 유그드람의 뼈나 피, 날개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었다.
심장 역시 정수로 만들어 보관할 수 있을 것이었다.
결계는 더욱 조밀하게 조여졌다.
유그드람의 주변 5미터 안에 결계가 집중되었다. 이제는 이곳에 마신이 강림한다고 하여도 빠져 나가지 못할 것이었다.
“정말 긴 시간이었다.”
“이노옴!”
유그드람이 눈을 부릅떴다.
실핏줄이 터져 나갔고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당할 줄은 몰랐겠지.”
“나를 어쩔 셈이냐?”
“죽여야지. 그 전에 유언이라도 들어보자.”
유그드람은 분노를 토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지금까지 줄곧 한성을 괴롭히던 거인이 쓰러지려 하고 있었다. 최후의 승자가 웃는 법, 마침내 한성이 승리한 것이었다.
“유언이라도 들어 주지.”
“네놈을 저주할 것이다. 내가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느냐? 절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시작일 뿐이다!”
“마왕치고는 시답지 않은 유언이로군. 겨우 그런 말이나 하려했나?”
“죽여라!”
“잘 가라.”
한성의 검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서걱! 쩌저저적!
다만 한성은 놈의 머리를 베기 전에 심장부분을 절단하였다.
두근! 두근!
유그드람의 심장이 보였다.
피가 철철 흘러 나왔고 심장은 거칠게 뛰었다. 아무리 유그드람이라고 해도 죽음의 순간에는 두려울 것이었다.
한성은 유그드람의 심장을 그대로 잡아 뜯었다.
퍼어어어억!
“커어어어억!”
심장에서 피가 역류하여 유그드람이 그것을 토해 냈다.
한성은 심장을 잘 갈무리했다.
이제 유그드람은 죽은 목숨이었다. 앞으로 1분 안에 죽을 것이다. 머리를 잘라 버리려 하였지만, 놈의 시신도 나름대로 쓸모가 있었기에 온전한 상태로 보존하기로 했다.
유그드람은 눈을 부릅떴고 어느 순간, 붉은 기운이 사방을 잠식하였다.
“각하! 놈이 자폭을 하려나 봅니다!”
“빠져나가라.”
“예!”
한성은 여러 겹으로 결계를 쳤다.
유그드람은 자폭을 위하여 사방에서 뭔가를 끌어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붉은 기운이 폭사되었다.
화아아악!
“으음?”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틀림없이 폭발을 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였지만, 유그드람은 그리 하지 않은 것이었다.
붉은 기운이 하늘로 치솟았다.
“붉은 영혼이라!”
유그드람은 영혼을 자유의지로 뽑아낸 것 같았다.
이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지만, 마왕의 권능이라면 가능하였다. 하지만 놈이 제아무리 영혼을 끄집어내었다고 해도 당장 육신을 구할 수 없다면 소멸되거나 인간이나 몬스터의 몸으로밖에는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사실상 이것은 전쟁의 종지부나 다름이 없었다.
한성은 발악하고 있는 유그드람을 측은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깨끗하게 죽어 주었다면 평생 강력한 적으로 기억을 하였을 텐데 말로가 참으로 비참했다.
번쩍!
그의 영혼은 어느 순간, 빛을 뿜으며 사라졌다.
곧 동료들이 몰려들었다.
“형님, 도대체 저것은 무엇입니까?”
“놈의 영혼이지. 하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사라진 건가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다 끝난 것이네요?”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유그드람이 죽었다고 해도 마냥 손을 놓고 쉴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부터야 말로 진짜 시작이었다.
인류의 문명은 무너졌고 국가의 경계도 없었다. 식량도 없어서 대량으로 아사자가 속출할 판이었다.
게다가 고대 마계에서는 반란이 일어나 미래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여기서 처리한 유그드람이 살아 돌아올 수도 있었다. 한성의 입장에서 그보다 끔찍한 일은 없었다.
“일단 나머지 마족들을 처리하는 것이 사급하겠군.”
“이제 마왕으로 등극하시는 겁니까?”
“그래야겠지.”
인류의 문명을 재건하는 것이 급선무였지만 놈들을 대만에서 밀어내 아예 다른 차원으로 날려 버리는 것도 중요한 문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