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361
제4장 불안한 정국 (2)
웅성웅성.
통일제국의 황제와 그보다 더한 권력자로 불리는 한성이 한자리에 모였다. 그것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으니 시민들이 소란을 떠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현대정치와는 다르게 이곳의 정치는 절대왕정이었다. 물론 지금은 지구도 절대왕정을 표방하고 있지만 그 전까지 정치인들의 행보는 철저하게 인기를 위한 도구로 쓰였다. 이곳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칼번은 정치적인 행보도 중요하게 생각했다.
물론 그것이 아니더라도 그는 한성을 발견하고는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달려온 것이었다.
그는 시민들과 함께 탕에 몸을 담갔다. 다만 암살의 위험이 있어 근위기사단과 경비병들이 물샐틈없이 경계를 하였다.
한성은 때를 민 후에 탕 안에 들어왔고 칼번과 기탄없이 대화를 나누었다.
“지구의 상황은 어떤가?”
“마왕은 패했고 마왕군은 대만으로 모두 이동했지. 일단 큰 위험은 없어진 셈이다.”
“다행이로군.”
“그렇지. 최소한 카렌 대륙으로 마왕군이 당장 쳐들어 올 리는 없을 거다.”
“잠재적인 위험은 남아 있다는 뜻인가?”
“그렇지.”
한성은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렇기도 했지만, 여기서 위험 요소가 완전히 없어졌다고 말하면 카렌 대륙이 지구를 지원하는 폭이 축소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대륙에는 마왕군이 쳐들어올지도 모른다는 의식이 전반적으로 깔려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지구는 카렌 대륙으로부터 풍성하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었다.
이것은 대륙이 통일제국으로 묶여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곳에는 어쩐 일이냐?”
“너와 이런 저런 일을 상의하기 위해 왔지.”
“병력이 부족하냐?”
“그런 것은 아니다.”
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병력이 부족한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지원이 필요했다.
“식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그리고 문명재건을 위한 지원이 있어야 하지.”
“카렌 대륙의 재정이 휘청거리겠군.”
“그래도 마왕군과 직접 상대하는 것보다는 나을걸?”
“그건 그렇지.”
시민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카렌 대륙에서야 지원만 하면 그만이었지만, 그들이 쳐들어온다면 대륙이 멸망하는 건 시간 문제였다.
멸망을 하는 것보다는 세금을 올려 지구를 지원하는 편이 나았다.
카렌 대륙에서도 천족들이 머물렀었다. 실제로 마족이 등장하여 대륙에서 깽판을 친 적도 있었기에 이것은 사실이었다.
“샤렐은 잘 있고?”
“샤렐이야 무탈하지.”
“내가 너에게 동생을 맡긴 건 가장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생각을 해주면 고맙고.”
“구체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식량과 자재, 그리고 기술자들이다. 노동자들은 현지에서 확보를 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식량의 수급에 문제가 좀 있다.”
“왜지?”
“올해는 흉작이라.”
“대륙 전체에 흉작이 든 것은 아니잖아?”
“그건 그렇지만, 제국 본토에 흉작이 들어 불가피하게 점령지에서 식량을 조달할 수밖에 없어서. 과연 지구로 얼마나 식량을 보낼 수 있을는지.”
“후우.”
산 넘어 산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식량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었다. 마족들은 인간문명을 대부분 파괴하였다. 농사를 짓는다고 해도 내년이나 되어야 곡식이 자라날 것이다.
그래도 대안은 있었다.
“지구의 농업과 이곳의 마법을 결합하여 속성으로 재배할 수는 있지.”
“그래도 한 달은 걸릴 것 아니냐?”
“그건 그렇지만.”
“앞으로 한 달이 문제로군.”
“지금 지구에 식량이 얼마나 남아 있지?”
“한 보름 정도 먹을 양이 있지.”
“문제가 심각하네.”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말하면 거짓이었다. 상당부분은 어업으로 충당할 수도 있을 테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보름 정도가 지나면 그야말로 헬 게이트가 열릴 것이다.
그 시간을 버틸 수 있을지는 한성도 장담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최대한 버텨봐야지.”
“미안하다. 나도 최대한 노력은 하고 있는데 말이야.”
“아니, 그래도 카렌 대륙의 지원이 없었으면 지구는 멸망했지.”
“그 후에는 카렌 대륙의 차례고 말이야.”
“말이 그렇게 되나?”
촤륵!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부터는 기밀에 속할 수도 있는 이야기였기에 가능하면 밀폐된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어야 했다.
한성은 실제로 이곳에서 지구로 지원하게 될 여러 물자들에 관해 상의해야 할 것이다.
저녁 무렵이었다.
웬만하면 이곳에서 하루 더 머물고 싶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유그드람도 회복을 할 것이고 무슨 일을 벌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는 돌아가야 한다.
칼번은 텔레포트게이트까지 직접 한성을 배웅하였다.
“잘 가라.”
“이번에 술이라도 한잔해야 하는 건데 말이야.”
“후후. 어쩔 수 없지.”
칼번 역시 아쉬움을 드러냈다.
한성이 칼번에게 손을 내밀었다.
“문제가 해결되면 놀러 오도록 하겠다.”
“그래. 이곳은 신경 쓰지 마라.”
한성은 카렌 대륙의 사령관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의 권력이 미치지 않는 곳은 없었다. 카렌 대륙 자체가 그의 명성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카렌 대륙 곳곳에서 반란이 터지지 않아 다행이었다. 만약 여기서 카렌 대륙까지 반란이 터진다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그럼, 가 보겠다.”
“그래라.”
위이이잉!
텔레포트게이트에서 밝은 빛이 터지기 시작하였다.
쿨렁!
강렬한 빛이 한성을 삼켰다.
한성은 일단 대만으로 돌아왔다.
내일이면 북극을 공략해야 한다.
유그드람이 만약 대만으로 들어온다면 작전은 실패였다. 아직 대만을 공략할 병력은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떻게든 그들을 몰아낼 수는 있을 테지만, 그렇게 되면 엄청난 병력의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니 한성이 실질적으로 현 마계의 2인자인 것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그래야만 병력의 손실 없이 놈들을 몰아낼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한성이 마왕으로 등극하는 것이었다.
그는 빠르게 세워지고 있는 성채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엄청나군.”
“이번에는 마계가 수세에 몰렸으니까요.”
몬스터들은 심하게 학대를 당하고 있었다.
특히나 오크들은 더욱 심한 수난을 겪고 있었다. 놈들은 너무도 훌륭한 일꾼이었기에 학대를 해서라도 그들의 노동력을 최대한 뽑아내야만 했다.
“별일 없나?”
“없습니다. 그저 내부가 불안할 따름이지요.”
“유그드람에 대한 소문은?”
“그것도 불안합니다.”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그드람이 패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니 그들의 사기가 꺾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한성은 힘없는 마족들을 바라보며 이대로 부딪쳐도 상당히 놈들을 쓸어 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순간, 한성의 마음이 동요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이들을 지금 쓸어버리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었다.
툭탁툭탁.
현장에서는 빠른 속도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밖에 외부는 조용했는데 마치 폭풍전야를 암시하는 듯했다.
“작전의 개시는 언제입니까?”
“내일.”
“내일 모든 것이 끝나겠군요.”
“그러기를 바라야지.”
가능하다면 내일 유그드람을 죽여야 한다. 그래야만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이곳의 문제를 완전하게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만 고대 마계에 신경을 쓸 수 있다.
할 일이 태산이었다.
“잠정적으로는 타 차원으로 떠야 한다는 소문을 내라.”
“그럼 더욱 마왕의 입지가 흔들립니다.”
“내가 바라는 바다.”
“알겠습니다.”
한성은 이곳의 마왕으로 등극하고자 하였다.
마왕이 된다면 그는 이곳의 전 병력을 휘두를 수 있게 된다. 그러니 타 차원으로 이동한 후에 지구에 대한 좌표를 완전히 소거해 버리면 위험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다. 그 후에는 전쟁 후 복구만 신경 쓰면 된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식량이었다.
“마족들은 꽤 많은 식량을 비축하고 있지?”
“그렇습니다.”
“이들을 몰아내야만 인류가 살 수 있다.”
“그건 확실하지요.”
마족들도 인간이 먹는 것을 먹는다.
마기를 머금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정화를 시키면 된다. 식량창고는 따로 있었는데, 유그드람이 대만으로 퇴각을 지시한 이유 중 하나도 이곳에 식량창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성은 몸을 돌렸다.
대만의 병력이 움직일 일이 없다는 것은 다시 확인했다.
이제는 북극의 유그드람을 죽일 준비만 남았다.
놈은 빠른 회복을 위해 북극에서 치료받고 있었지만, 그 선택을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 * *
휘이이이잉!
천족과 엘프군단, 인간의 군단으로 이루어진 정예부대가 남극대륙에 상륙했다.
물론 아직까지 텔레포트게이트는 열지 않았다. 텔레포트게이트가 열리는 순간, 유그드람이 패밀리어를 통해 알아차릴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날카로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한성은 인원을 점검했다.
“얼마나 모였지?”
“총 1만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유그드람은 북극에 은신처를 지었다. 이곳은 최악의 상황에서 대피할 수 있는 장소였다. 게다가 마기가 풍부하였고 위성사진으로도 마왕성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지하에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사실, 첩자가 있지 않은 이상 마왕성의 위치를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였다. 한성 역시 자신이 마계의 2인자가 아니었다면 이곳을 발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철컥철컥.
한성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는 눈부신 광택이 나는 플레이트 아머를 입고 마왕의 뼈로 만든 검을 들었다.
한성은 작전에 대해 다시 설명했다.
“에브람과 라이사는 도착을 하자마자 결계를 친다. 나 역시 결계를 칠 것이지만 너희들도 튼튼하게 쳐야 한다.”
“알겠어요.”
“이번 한 방에 모든 것이 결정된다. 유그드람을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하게 될 것이다.”
모든 이들이 긴장된 눈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한성은 결코 패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유그드람의 도주였다. 그리 되면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할지도 모른다.
“김유환, 준비됐느냐?”
“예, 형님.”
“김유성은?”
“저도 됐습니다.”
놈은 타구봉을 매만지고 있었다.
마왕성을 경비하는 병력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소수정예라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한성은 유그드람을 죽이기 위해 안으로 들어갈 것이기에 나머지 병력들이 잘 버텨 주어야 했다.
한성은 숨을 한 번 몰아쉬었다.
“이제 가도록 하자. 역사의 마침표를 찍는다.”
“인간의 역사가 새롭게 시작되는 것이겠죠.”
김유환의 말에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성은 게이트를 열었다.
스스스스슷!
허허벌판으로 보이는 곳이었지만, 그곳에 마왕성이 있다.
이제 이 지긋지긋한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한성은 마왕으로 등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