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461
제4장 수호자 (2)
테미스 역시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혼돈이 결계를 쳤군.”
“그런 것 같습니다.”
“내 불찰이다. 행성을 만들 때, 태초의 혼돈이 행성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곳에서는 놈을 없앨 수 있습니까?”
“찾으면야 없앨 수 있지. 하지만 어딘가에 꼭꼭 숨어 버렸다.”
“골치 아픈 존재로군요.”
“그렇다고 볼 수 있지.”
한성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이대로 행성을 포기해야 하는 걸까. 하지만 이대로 혼돈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한성은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았다.
“스승님의 힘을 내려 주십시오. 제가 결판을 내겠습니다.”
“괜찮겠나?”
“죽기밖에 더 하겠습니까.”
어차피 한성의 본체는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때문에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목숨에 지장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은 스승의 창조물이었으므로 다시 갈아엎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스승의 영기가 많이 소모될 것이다. 처음부터 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 틀림없었다.
“자네가 수고를 해 주게. 영기의 목걸이를 내리도록 하겠네.”
“주십시오.”
스아아아!
한성의 목 언저리가 빛났다.
곧 한성의 목에 목걸이가 생성되었는데 영롱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후우.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조심하게.”
“물론입니다.”
한성은 다시 한 번 혼돈에 도전을 해 보기로 하였다.
산에 오르기 전, 한성은 회의를 열었다.
이곳에는 아리아를 비롯하여 테미스가 창조한 3대 신격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한성은 심각한 어조로 말한다.
“말이 좀 꼬였다.”
“아리아 님에게 들었습니다. 태초의 혼돈이 나타났다고요.”
“그래. 본체는 스승님이 소멸을 하실 수 있지. 하지만 놈은 꼭꼭 숨어 버렸다. 그리고 이 땅에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치사한 놈이군요.”
“그렇다고 스승님이 직접 강림할 수도 없다. 그랬다가는 엄청난 파장이 일어나겠지. 차라리 이곳을 없애고 새로 만드는 것이 낫지.”
“으음.”
신격들은 침음을 흘렸다.
그야말로 예상조차 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힌 것이었다.
가일럿이 분통을 터뜨렸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놈이!”
“확실한 사실은 놈을 물리쳐야 이 행성이 산다는 것이다. 스승님께서도 오랜 시간 힘을 사용해야 하고.”
“그리 둘 수는 없습니다.”
“그래. 나도 언젠가 세상을 창조할 날이 오겠지만 스승님과는 교류를 할 것이다. 그리되면 언젠가는 이곳에서 유희를 즐기지 않겠느냐? 그러니 나 역시 이곳을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저희들이 뭘 하면 되겠습니까.”
“지금 상태로 죽이는 것은 좀 힘들지도 모르겠다.”
“창조주의 권능을 받아도 말입니까?”
“그래. 아무래도 무리야. 내가 상대를 하겠지만 완전히 죽이기는 힘들 거다. 내가 힘을 모으기 전까지는 봉인하자.”
“그리하겠습니다.”
“너희는 봉인에 집중하라.”
“신명을 받드옵니다!”
괴물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한성을 비롯한 신격들이 바위산을 오르고 있었다.
반쯤 올라갔을 때, 혼돈이 목소리를 냈다.
“썩 꺼져라!”
“태초의 혼돈이여, 도대체 네놈은 왜 창조신에게 대항하는 것이냐?”
“그런 것 따위를 네가 알 필요는 없다. 이방인이여!”
“알고 있었군.”
“더 이상 들어오면 죽이겠다.”
“나를 죽인다고 해서 내 본체가 죽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작정하고 네놈을 찾아다니면 어쩌려고 그러냐?”
“죽여 주마!”
콰과과과!
거대한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징그러운 촉수들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부릅뜬 두 눈에는 혈관이 비쳤고 촉수는 하나하나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놈이 촉수를 휘둘렀다.
쿠아아앙!
사방에서 가루가 날렸다.
산의 반 정도가 날아갔는데, 가히 가공할 만한 힘이었다. 아마 테미스에게 권능을 받지 못했다면 한성도 무사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한성은 검을 날렸다.
“천. 지. 일. 섬!”
콰과과과!
백색의 광선이 뿜어져 나간다.
공간마저 뒤틀어 내는 엄청난 힘이 작렬했다.
서걱!
“끄아아아아악!”
한성이 혼신을 다해 힘을 쏟자 틈이 생겼다. 놈의 상처에서는 검은 피가 사방으로 비산하고 있었다.
“봉인하라!”
스스스슷!
엄청난 신성력이 퍼부어진다.
“나는 죽지 않는다!”
“안다. 그래서 봉인하려는 거다.”
놈의 몸이 굳어가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괴물은 석상이 되어 결계 안에 봉인되었다.
“휴우.”
“고생하셨습니다.”
신격들이 한성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가볍게 생각을 하고 유희를 하였는데 이런 괴물 놈이 나타나는구나.”
한성은 봉인되어 있는 결계를 파훼하고 반지를 들었다.
이 반지에는 엄청난 힘이 내장되어 있었다. 한성이 강림하기 위하여 힘을 나누어 세상에 뿌린 결과였다.
한성은 반지를 꼈다.
콰과과과과!
엄청난 양의 힘이 밀려들었다.
상실감과는 반대되는 충만함이다. 한성은 어느 정도 힘을 찾았음을 직감했다.
아리아가 걱정스럽게 말한다.
“이런 괴물들이 또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
“그럼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문제지. 그래도 찾아야 한다.”
한성은 하류에 또 하나의 봉인 지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곳이 어딘지 정확하게 알지 못할 뿐이었다.
그날 저녁.
한성은 각 부족의 부족장들을 모았다.
모든 권력은 한성에게서 나오며 부족장들은 그 명령을 수행한다. 그리하여 붙여진 이름이 바로 부족회의다.
부족회의에서는 한성에게 진언을 할 수 있는 권한도 있었다.
“하류를 치겠다.”
“하류라고 하시면 나일강 하류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다.”
“으음!”
칼이 신음했다.
한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것이 아니라 하류 지역에 있는 자들은 거의 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국왕을 선출했지요.”
“연맹왕국을 결성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오호. 그렇다면 더욱 재밌겠군.”
한성은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연맹왕국이 어떤 형태를 갖추고 있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테미스도 이 세상에 신경을 쓰고는 있었지만 세세하게 모두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그저 큰 틀만 잡아 두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신의 입장이었다.
한성은 관조자의 입장이 되어 재미를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연맹왕국의 이름은?”
“검은 매입니다.”
“그곳을 점령하면 인구가 불어나겠군.”
“최소한 세 배 이상은 불어날 것 같습니다.”
한성은 그곳을 바로 치려하였지만, 기왕 여기까지 왔는데 연맹왕국의 초기 형태가 어떻게 되는지 직접 체험을 해 보고자 했다.
“너희는 전쟁을 준비하라.”
“예!”
“삼일 후 출병이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한성은 아리아와 함께 연맹왕국에 스며들려 하였다.
“이걸 가져가십시오.”
칼이 한성에게 금덩이를 쥐여 주었다.
투박하게 가공된 금덩이였는데, 이것으로 거래가 가능하다고 한다. 물물교환의 시대에 화폐가 있다는 것은 매우 신선했다.
“화폐인가.”
“귀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청동입니다.”
“청동이라!”
역시나 연맹왕국은 청동기 시대에 접어든 것 같았다.
청동은 가공하기 쉽고 여러 가지 형태로 만들어 내기도 쉬웠다. 녹는점이 그럭저럭 낮아 충분히 검의 형태로도 만들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완벽히 청동기 시대에 접어들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우연히 그 방법을 발견하고 이제야 발전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었다.
한성은 직접 청동기문명을 눈에 담고자 하였다.
허술하지만 목책이 세워져 있는 곳이었다.
목책이 쭉 둘러져 있었고 바깥으로 오가는 인원을 통제하기도 하였다.
“청동뿐만 아니라 국가의 틀을 다져 가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 문제가 아닌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 오히려 잘되었지.”
“잘되었다고요?”
“당연하지. 국가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면 더 빠르게 제국을 이룰 수 있다.”
팟!
그들은 간단하게 스며들었다.
한성은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곳은 확실히 왕권 국가가 맞았다. 움막이 아니라 나무로 집을 지었고 초가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성채는 나름대로 석조건물이다. 어설프기 그지없었지만, 움막이나 짓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형태를 보면 상당한 발전이라 말할 수 있었다.
그가 궁금한 것은 청동검이었다.
과연 청동검이 얼마나 발전해 있을 것인가. 발전된 만큼 더 쉽고 빠르게 이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캉! 캉! 캉!
한성은 대장간에 들렀다.
“어서 오슈.”
“검을 사고 싶소.”
“골라 보시오.”
한성은 여기저기 걸려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조악한 형태의 검이었다. 재련을 잘하지 못했기 때문인지 돌보다는 나았지만 월등하다고는 할 수 없었다.
무기는 그렇다고 치고 방어구는 그래도 좀 나은 수준이었다.
급소를 청동으로 가린 형태의 갑옷이 눈에 띄었다.
그야말로 지금은 극 초기의 청동기 시대였고 연맹왕국도 완전한 왕국의 형태를 띤다기보다는 필요에 따라서 연맹을 이루는 것에 불과하였다.
왕이라는 자는 분명히 부족들 중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자가 맡을 것이다. 그마저도 기한이 정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한성은 금을 내밀었다.
“한 자루 주시오.”
“가져가쇼.”
한성은 검을 들었다.
“약하네요.”
아리아의 평이었다.
청동기라고도 볼 수 없는 그런 검이었다. 이런 것으로 무장을 한다면 뗀석기보다는 나을 테지만 날카롭게 갈린 간석기에는 미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보다 경도가 높기는 하겠지만, 썩 뛰어나다고 볼 수는 없었다.
“볼 것도 없군.”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바로 쳐야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