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78
제4장 흔적 (2)
한성은 동네 뒷산에 올라 운기조식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세상의 어떤 기술이라고 하여도 사용하지 않으면 녹이 스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그 때문에 한성도 하루에 한 번, 바쁠 때에는 최소한 이틀에 한 번 정도는 운기조식을 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는 자신의 몸 상태를 관조했다.
‘그랜드 마스터에 이른 이후로 발전이 없군.’
이미 천하에 대적할 수 있는 존재가 없었지만, 그래도 한계를 돌파하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의 꿈이라 할 것이다.
천천히 그 방법에 대하여 생각한다.
‘깨달음을 뛰어넘는 깨달음이 필요할 것이다.’
한성은 정파 무공과 마교의 무공, 마법에까지 통달하였다. 그러나 아직까지 마법으로서는 8서클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어쩌면 그랜드 마스터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몰랐다.
한성은 마법을 수련해야겠다고 결론을 내렸다.
스스슷!
한성은 운기조식을 마치고 눈을 뜬다.
휘이이잉!
차가운 바람이 불었지만, 한성은 깊게 바람을 머금었다.
“후아!”
“주인님.”
그가 바람을 음미하고 있을 때, 라온이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냐?”
“시베리아에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마지막 조각 말이더냐?”
“그렇습니다.”
“오오, 진정이냐?”
“다소 고생길이 예상되지만 충분히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일단 흔적을 발견했으니까요.”
한성의 가슴은 뛰기 시작하였다.
아까까지 마법을 수련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일단 그 일은 나중으로 미루기로 하였다. 그보다는 마지막 조각을 취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마지막 조각을 찾게 되면 샤렐을 이곳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런 기대로 조각을 모아 왔었다.
세월이 흐르면서 샤렐은 한성을 그리워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만약 이곳으로 오는 것을 거부한다면 그것으로 샤렐을 지워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성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시베리아에 흔적이 있다고 라온이 말하였으니 그곳으로 곧장 날아갈 생각이었다.
“정말 끈질기군.”
아파트 주변에는 결사대로 불리는 경찰들이 깔려 있었다.
이대로 들어간다면 졸졸 쫓아오며 귀찮게 굴 것이 확실했다. 그러니 워프를 하는 편이 나았다.
“워프!”
쿨렁!
한성은 자신의 집 안으로 직접 워프 했다.
“깜짝이야!”
이수정은 외출을 준비하다가 놀라서 소파에 주저앉고 말았다.
“인기척 좀 해라!”
“내 마음이다.”
“오빠는 지금 저 사람들을 피해서 워프를 한 거지?”
한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수정은 슬쩍 밖을 바라보았다.
“그냥 받아들이지 그래?”
“웃기는 소리.”
“이렇게 사는 것보다는 낫겠다.”
“내 생각도 그렇다.”
촤륵!
아버지까지 가세하였다.
한성 역시도 귀찮게 따라붙는 파리들 때문에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청장이 되면 그 이상 업무가 늘어날 것을 우려했다.
“평생 그렇게 살 거야?”
“끄응.”
물론 저런 집념에 조금 지치기는 했다.
평생 이런 식으로 피해 다녀야 한다면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였다.
한성은 시베리아로 갈 준비를 시작했다.
어머니가 걱정스레 물었다.
“어디 가니?”
“며칠 동안 몬스터 사냥을 다녀오려고 합니다.”
“위험하지 않겠어?”
“하하하! 어머니. 아들이 조금 대단해서 몬스터 따위에는 죽지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믿고 있겠다.”
“그리고 어쩌면 며느릿감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한성은 폭탄선언을 했다.
며느릿감은 물론 샤렐을 말하는 것이었다. 미리 말을 해 놓아야 나중에 놀라지 않을 것이었다. 갑자기 샤렐을 데려올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샤렐이 막상 이곳에 오면 지낼 곳이 없었기에 한성과 함께 살아야 한다. 그리되면 집 안에서 함께 지내게 될 것이니 차라리 며느리라고 소개하고 사는 것이 나았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바람이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한성은 일단 회사로 향하기로 하였다.
사무실 앞.
한성은 워프를 하여 도착했다.
평소였다면 당연히 여유를 즐기며 버스를 탔을 것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평범한 삶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그였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었다. 샤렐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조금 서둘러 오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사무실 앞은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웅성웅성.
“정말 너무하는군. S물산 정도면 엄청난 규모의 회사인데 겨우 이런 곳을 사무실로 사용하다니.”
“그러게 말일세.”
사람들은 불평불만을 토로했다. 물론 한성은 신경 쓰지 않았다. 사무실이 화려해 보았자 이득이 될 것은 없었다. 무엇보다 사무실을 옮기는 것은 귀찮은 작업이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직원들이 인사를 한다.
사람들의 시선이 한성에게 몰린다. 이곳의 사장이 천상의 기사라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확실하게 그리 밝혀진 것은 아니었지만 항간에는 그러한 소문이 파다했다. 그리고 그것은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한성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다.
“할 말이 있으니 회의실로 오도록 하십시오.”
손님 접견은 모두 미루어진다.
오창진은 시계를 바라보며 들어왔고 이소희 역시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 유설화는 그럭저럭 좋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역시나 조금은 벅차 보이는 얼굴이었다.
오창진이 살짝 짜증을 낸다.
“빨리빨리 하자. 지금 바쁘다.”
“저도 바빠요. 해야 할 전화가 산더미거든요.”
“나는 괜찮은데.”
한성은 사람들을 불러 모은 목적을 밝혔다.
“시베리아로 간다.”
“시베리아라고?”
“그곳에서 몬스터를 소탕한다.”
“하필이면 시베리아라니?”
이소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유설화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재밌겠다.”
“나는 시간 없다.”
오창진은 빠지기로 했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사업에 오창진이 없으면 안 되었다. 기업을 인수하고 각종 사안들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그가 꼭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한성 역시 그를 데리고 갈 생각이 없었다.
“네놈은 함께 가 보았자 짐이니까.”
“뭐라고?”
유설화는 그들의 사이를 조용히 가로막는다.
“그만들 하고.”
“쳇.”
“언제 출발하려고요?”
“지금.”
“하아. 정말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구나.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이소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서 이소희 비서는 안 가신다고요?”
“아니요. 가요.”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굳이 안 가셔도 됩니다.”
“절대로 갑니다. 여기서 계속 전화를 받고 있다가는 미치겠어요.”
그녀도 휴가가 필요하였던 것이다.
한성은 유설화를 바라본다.
“저도 가요! 무조건 가요.”
“너는 힐러니까 당연히 가야 하고. 그럼 짐꾼으로는 라임이나 라온을 쓸 수밖에 없나. 하지만 그들은 중요한 전력인데.”
한성은 고민에 빠진다.
시베리아에 간다고 해서 별달리 긴장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짐꾼이 없어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평소 같았으면 라온과 라임에게 짐을 들라고 했겠지만, 이번에는 그리하지 않았다. 마지막 조각을 품고 있는 놈은 본 화이트 드래곤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추정이 확실하다면 라온과 라임은 전투 전력으로 활용해야 한다.
“아! 동생을 데려갈까요?”
“설희를?”
“좋다고 할 텐데. 잠시만요.”
유설화는 당장 전화를 들었다.
그녀는 유설희에게 전화를 걸어 의사를 물었는데 주변으로 목소리가 울려 퍼질 정도로 크게 의사 표시가 되었다.
-당연히 가야지!
“그럼 빨리 오도록 해.”
-지금?
“지금 출발하니까, 뭐 하고 있으면 오지 않아도…….”
-절대로 갈 테니까!
유설희는 곧장 전화를 끊었다.
오창진이 지금 사람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여전히 씩씩하네.”
“그럼 준비는 끝난 겁니다. 나머지는 오창진이 알아서 하고.”
“맡겨 두라고!”
오창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사실, 오창진은 지금에서야 살아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대형 M&A를 추진하였고 거대한 투자 회사를 설립하고 추진할 계획에 있기도 했다. 이미 한국 굴지의 기업들로부터 엄청난 액수의 돈을 받아 재투자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직 S물산은 정식으로 발족하지도 않았지만, 각 기업들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하고 있었다. 거기에 물류 회사까지 발족해야 했다.
한성은 별로 신경 쓰지 않겠지만, 지금 오창진은 엄청난 일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벌써부터 그룹을 만들어 한성을 회장으로 추대하려는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겉으로 드러난 것이 아니었다.
일행은 워프를 하기 위하여 짐을 확인하고 있었다.
먼저 한성이 자신이 필요한 것을 이야기한다.
“돗자리는?”
“챙겼어요.”
“라면과 술은?”
“커피하고 김치, 밥까지 챙겼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역시 언니야! 스승님과 함께하다 보니 취향을 다 파악했구나. 이것도 신부 수업의 일종이야?”
“시, 시끄러워!”
짐이라고 말하는 것은 며칠이 걸릴지 몰랐기에 먹을 것을 꽤 넉넉하게 상비하는 것이었다. 게다가 시베리아 풍경이 꽤나 멋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술도 몇 병이나 쟁여 놓았다. 거의 휴가철 피서를 가는 수준이었지만, 일행은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소희가 한마디 꺼낸다.
“여전히 놀러 가는 분위기네.”
“이번에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뭘 잡으러 가는데요?”
“본 드래곤.”
“……!”
이소희는 입을 쩍 벌렸다.
유설화와 유설희는 한성을 믿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본 드래곤을 잡으러 간다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여겼던 것이다.
유설화가 이소희를 안심시킨다.
“드래곤을 단칼에 죽여 버렸던 사장님이잖아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걱정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워프!”
“잠깐!”
쿨렁!
이소희는 무어라 말하려고 하였지만, 이미 한성은 시동어를 외쳐 버렸다.
한성 일행은 마지막 조각을 찾기 위하여 시베리아로 워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