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Grand Master RAW novel - Chapter 77
제4장 흔적 (1)
한성은 꿈을 꾸고 있었다.
요즘 들어 샤렐에 대한 꿈을 자주 꾸었는데, 그것은 아마 그녀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꿈이라고 해 보았자 별로 큰일을 치르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정원을 산책하거나 밤에 별자리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 정도가 전부였던 것이다.
삐익삐익.
풀벌레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저녁.
한성은 샤렐과 함께 황궁 정원을 거닐고 있었다.
“정원이 아름답군요.”
“오빠가 심혈을 기울여 지어 주신 것이니까요.”
“황제께서 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참 깊습니다.”
“그러니까 아직까지 저를 시집보내지 않는 것 아니겠어요. 저만큼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한다고요.”
“그리될 겁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은 당신이에요.”
“저는 돌아가야 합니다.”
한성은 씁쓸하게 말했다.
황녀와 사랑을 쟁취하고 대공의 직위까지 올라온 것은 좋았지만, 지구로 돌아가야 한다는 열망은 항상 품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마다 샤렐은 한성에게 말했다. 함께 가겠다고. 그곳에서 결혼을 하겠다고 말이다.
그러나 샤렐은 그럴 수 없을 것이다.
“황제를 버릴 수 있습니까?”
“오빠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저도 더 이상은 강력하게 이야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오빠도 이해할 거예요. 저는 당신 곁에 있어야 행복하거든요.”
“언젠가는 함께 가도록 합시다.”
한성은 샤렐을 끌어안았다.
그런데 그녀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샤렐!”
“반드시 저를 찾아 주셔야 해요.”
“가지 마십시오!”
“반드시!”
“허억!”
한성은 잠에서 깨어났다.
주변을 둘러보니 집이었다. 그녀와 정원을 거닐고 있었던 것은 꿈에 불과하였던 것이다.
가슴이 싸늘하게 아려왔다.
“상사병이 깊어지는 것 같군.”
한성은 스스로 병명을 진단했다.
샤렐에 대한 그리움은 어느덧 만성이 되었다.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병이 깊어져 죽을 수도 있다고 여겼다.
한성을 죽일 수 있는 병마 따위는 없었다. 어떤 것도 그를 주화입마에 빠지게 할 수도 없었으며 해할 수도 없다. 그러나 마음의 병은 달랐다.
샤렐을 놓고 왔다는 것은 지금까지 큰 후회로 다가오고 있었다.
잠이 들려 하였지만 그리할 수가 없었다. 그리움 때문에 사무쳐 아예 잠을 잘 수도 없었던 것이다.
“라임.”
스스스슷.
라임이 모습을 드러낸다.
그녀는 한성에게 깊게 고개를 숙였다.
“찾으셨습니까.”
“일은 어찌 되어 가고 있나?”
“죄송합니다, 주인님.”
라임은 죄송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이것은 라임의 잘못이 아니었다. 이계의 조각을 찾는다는 것은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물론 한성은 그녀를 책망하기 위해 부른 것이 아니었다.
“내 의식 속에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 들어갈 수 있나.”
“주인님께서 허락해 주신다면요.”
“허락한다.”
스아아아아!
라임은 한성의 기억을 뒤적거렸다.
그녀는 한성이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이렇게 되었는지 상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마음의 병이 깊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원하시는 것은?”
“그녀로 화하라.”
스스스슷!
라임은 한성이 원하는 대로 샤렐과 같이 변모했다.
그녀를 보는 순간, 한성은 울컥하는 감정이 치밀고 올라왔다.
“그대인가?”
“…….”
라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지금 한성은 샤렐과 함께 서 있는 것이다. 그는 라임을 침대 위로 쓰러뜨렸다.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몰라.”
“저도 보고 싶었어요.”
“언제나 함께합시다. 당신을 지켜 줄 것이니.”
“약속이에요.”
한성은 오랜만에 샤렐의 가슴에 파묻혔다.
그는 능숙하게 샤렐의 옷을 벗기고 있었다. 그리고 탄력적인 둔부를 한입 베어 물었다.
“아아!”
‘아니로구나.’
그러다가 한성은 눈을 감았다.
라임은 샤렐을 완벽하게 흉내 내고 있었지만, 미묘한 감정이나 목소리가 달랐다. 그것이 환상을 깨게 하였던 것이다.
한성은 라임을 둘려 눕힌 후에 안았다.
“반드시 데리러 가리다.”
비록 가짜에 불과하였지만, 라임을 안고 있다는 충만함에 한성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이른 아침 무렵.
한성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이렇게까지 깊게 잠을 자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샤렐을 안고 있다는 안도감에 깊은 잠을 자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늦게 일어났는데 이것이 그만 사달을 만들고 말았다.
펄럭!
“오빠! 일어나!”
“…….”
이수정은 평소대로 오빠를 깨우려다가 몸이 굳고 말았다.
그곳에는 금발의 미녀와 한 남자가 엉켜 있었다. 알몸으로 뒤섞여 있는 모습이 그야말로 충격이나 다름없었다.
“꺄아아아악!”
“허억!”
한성은 그제야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 보니 이수정은 주저앉아 있었다.
그야말로 찰나의 순간이다. 여기서 잘못하면 그는 졸지에 변태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라임. 사라져라.’
-예, 주인님.
스스슷!
라임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한성도 평소대로 옷을 챙겨 입는다.
그와 동시에 부모님이 한성의 방으로 들어왔는데, 한성은 일부러 비몽사몽 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미쳤냐? 왜 갑자기 소리는 지르고 그래?”
“오빠가 여자와 뒹굴……. 응?”
그녀는 좌우를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보았자 사라져 버린 라임이 보일 리 만무했다.
“어디 갔어?”
“뭐가 어디 갔는데?”
“오빠와 뒹굴던 여자!”
“그런 것 없는데.”
“웃기지 마!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단 말이야!”
“잘못 봤겠지.”
한성은 딱 잘라 시침을 떼었다.
어디를 보아도 여자의 흔적이라고는 없었기에 이수정의 말은 헛소리가 되고 말았다.
아버지가 이수정을 나무란다.
“적당히 좀 해라.”
“정말 있었다니까?”
“흔적도 없지 않느냐?”
“와, 정말…….”
졸지에 이수정만 이상한 여자 취급을 받았고 한성은 천진난만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
달그락달그락.
식사 후에 한성은 운동 나갈 준비를 했다.
아무리 한성이라고 하여도 하루에 한 번 정도는 운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지금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양말을 신고 있는 한성을 타박한다.
“누구야?”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 금발의 여자 누구냐고!”
“뭐 잘못 먹었냐? 왜 생사람을 잡고 그래.”
“웃기지 마. 오빠는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잖아. 그러니까 충분히 아까와 같은 일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
“쯧쯧. 정신이 병들었구나?”
“웃기지 말고!”
“그만 싸우거라.”
이번에는 어머니까지 타박을 한다. 그러나 이수정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한성이 무슨 술수를 썼다고 여겼던 것이다.
“귀신은 속여도 내 눈은 못 속인다. 분명히 뭔가 있음이야.”
“있기는 개뿔.”
“내가 알아낸다. 반드시 알아낼 테니까!”
한성은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선다.
“마음대로 해라.”
탕!
그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조금 위험했군.”
-죄송합니다, 주인님. 괜히 저 때문에. 하지만 주인님의 품이 너무 포근하여 저도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습니다.
“되었다. 이미 끝난 일이다.”
한성은 밖으로 나온다.
여전히 날씨는 쌀쌀했고 정부요원들이나 경찰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들은 한성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중에 유독 한성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었다.
“청장님!”
“청장이 아니라는데도 계속 그러시는군요.”
그녀는 바로 강유정 경정이었다.
엘리트 중에 엘리트인 강유정은 한성을 몬스터 관리청의 청장으로 부임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었다.
이 일의 성사 여부에 따라서 그녀가 총경으로 진급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되는 것이었으니 그녀로서는 어떻게 해서든 한성을 청장으로 진급시켜야 했다.
“청장님. 이번에 결사대가 조직되었습니다.”
“결사대라니요?”
“청장님을 부임시키기 위한 결사대입니다.”
“…….”
한성의 얼굴이 구겨졌다.
점점 더 귀찮아지고 있었다. 이래서야 그녀의 말대로 그냥 몬스터 관리청에 부임을 하는 편이 낫지 않나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곧 고개를 흔들었다.
원래 사람이라는 동물이 간사하다. 일단 부임시켜 놓고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게 하려는 뜻이 훤히 보였다.
한성은 뜻을 꺾지 않는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청장님!”
한성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팟팟!
이한성 치안감은 엄청난 속도로 사라지고 있었다.
강유정과 결사대 팀원들은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
“인간이 아니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한숨을 내쉬는 강유정.
어떻게 해서든 설득시키려 노력하고 있었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오히려 그리할수록 그는 멀어지고 있었다.
“작전이 잘못된 것일까요?”
“작전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아직 그만한 시간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 그렇군요.”
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여러 가지 방책들이 나왔지만, 결국에는 그를 귀찮게 하여 자포자기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자포자기해 버린다면 그보다 좋을 수는 없다.
그 때문에 결사대가 조직되었지만, 지금의 상황을 보아서는 설득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강유정은 포기하지 않는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그들은 다시 기다린다. 이번에는 들어가는 길에 괴롭히기로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