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예외는 아니다.
사실 일월광천을 사용하려면 금구소요공과 같은 극양 계열의 무공을 하나 습득해야 한다. 거기서 경지를 올려야 하고, 그다음에는 월영무정공 같은 극음의 무공을 얻어야 한다.
여기서 대다수가 막힌다.
극양 계열의 무공을 수련하다가 상성의 무공을 파고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인 셈이다.
얻었다고 하더라도, 상성의 기운 때문에 본래 쌓았던 내공마저 흩어지게 되거나 주화입마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짙다.
운이 좋거나 기연이 있어서 두 가지의 상반된 내공을 보유했다고 치자, 교주처럼 균형을 맞춰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광명우사도 예외는 아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험난한 과정을 겪고 나서도 운이 좋아야 절기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왜 이것이 가능했나?
애초에 천옥을 품은 채로 주화입마를 경계하면서 무공 수련을 다시 출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구소요공을 익히는 과정은 전생에 이미 겪었고, 추가된 월영무정공은 천옥을 기반으로 세밀하게 금구소요공과 균형을 맞춰가면서 수련했다.
그래서 일월광천은 타인이 함부로 욕심을 내면 안 되는 무공이다.
그런 의미로 따져 보아도 일월광천은 아무것도 아니다.
욕심을 내면 주화입마에 빠질 테고.
연구하다가 막히게 되면 내게 물어볼 수밖에 없다.
나는 창공을 바라보면서 슬쩍 웃었다.
‘우사야, 세상일이 쉬워 보이더냐? 네 앞길에 가시밭길이 가득하길 기원하마.’
내가 전한 말에는 함정이 있다.
혈교주가 일월광천을 꿈꾸려면 혈기 쌓는 것을 이제 멈춰야 한다. 이미 수준이 꽤 높을 테니 말이다. 반대 지점의 무공을 찾아야 할 텐데, 쉽지 않을 것이다. 결국엔 혈교주도 일월광천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조화를 꿈꾸고 순리를 따라서 살아야 한다. 내가 말한 대로 어쩌면 혈교주의 후인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거기까진 내가 설계할 수 없다.
제자들에게 뒷일을 맡길 수밖에…….
색마가 운기조식을 하고 있어서 우리는 조용히 기다렸다. 우리에게 닥쳤던 참사 직전의 일이 너무 긴박했기 때문에 고요한 침묵이 그저 반가웠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힌 다음에 일어나자…….
주변에 귀마, 검마, 제천맹주가 나를 쳐다봤다.
아이들과 여인들은 조금 떨어진 곳에 모여서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눈을 마주친 제천맹주가 말했다.
“통천방은 우리에게도 종종 정보를 제공하곤 했지.”
“그랬소?”
제천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알기로 그간 한 번도 그 정보의 값을 치르지 않은 것으로 안다. 우리는 통천방이 이것저것 알려주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으니 말이야.”
“맹주 답소.”
제천맹주가 통천방의 아이들을 바라봤다.
“……제천맹이 보호하고, 후원하마.”
제법 그릇이 크다고 여겨지는 결정이었다.
팔짱을 낀 제천맹주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제천맹에 있기 싫은 아이들도 있겠지. 보살피다가 물어보고, 아이들의 뜻에 따라서 문주가 있는 하오문으로 보내든지, 임 맹주에게 보내든지 하마. 개방으로 보내는 것은 안 될 일이고. 문주, 그 정도는 감당할 수 있겠나?”
나는 주극을 쳐다봤다. 괜히 우두머리가 된 사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합시다. 제천맹과 하오문이 함께 후원하는 것으로 결정.”
나는 혼자서 박수를 세 번 쳤다.
짝짝짝.
가장 중요한 것을 빠르게 결정한 다음에서야 제천맹주가 검마를 바라봤다.
“이제 옛 좌사로군. 검마, 반갑네.”
맏형이 제천맹주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반갑소. 주 맹주.”
“검왕과 비무에서 무승부를 했다지? 소문이 자자해서 나도 들었네.”
우리는 검마가 이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나 잠자코 있었다.
제천맹주가 말했다.
“……어쩐지 이제는 비무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닌 것 같구나. 우사의 폭주를 쳐다보고 있으려니 나조차도 정신이 혼란할 지경이야. 별일이 없었으면 언젠가 자네를 초대해서 비무를 한번 해보고 싶었네. 내가 자네를 꺾으면 군검왕까지 내 밑으로 깔릴 테니 말이야.”
제천맹주가 가벼운 어조로 말하는 것인지라, 맏형도 보기 드물게 소리 내면서 웃었다.
“군검왕과는 무승부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로군.”
제천맹주가 눈을 감고 있는 색마를 바라봤다.
“백응지에서 가장 사고를 많이 치는 문제아라 들었는데 뜻밖이다. 아까 우리가 동시에 달려들었을 때 문주 다음으로 대응이 빨랐네. 경공보다 눈치가 더 빠른 녀석이야.”
나는 새삼스럽게 안색이 창백한 색마를 바라봤다.
“…….”
무공에 관해서는 오성이든 뭐든 간에 최정상의 인물이 맞다. 내가 자하신공과 암행표를 동시에 펼쳤는데도 한 박자 정도 뒤늦게 따라잡아서 거미줄을 모조리 얼렸으니 말이다. 어쨌든 색마도 최선을 다해서 모든 공력을 쥐어짜듯이 폭발했다는 뜻이다.
내가 지쳐서 지금 앉아 있는 것과.
무리한 덕분에 운기조식을 해야 하는 정도의 격차가 있을 뿐이다.
비록 똥이나 싸지르는 못난 놈이지만 아이들이 죽지 말았으면 한다는 공통적인 마음가짐에서는 벗어나지 않은 넷째라는 것을 나도 이참에 확인했다.
똥싸개를 어떻게든 빨리 영입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광마(狂魔) 혼자서는 해결할 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여전히 우리를 포위한 채로 경계를 서고 있는 제천맹주의 수하들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제 앉아도 되지 않소?”
제천맹주가 수하들을 바라봤다.
“……쉬어라.”
“예, 맹주님.”
딱히 달라진 건 없었다. 서 있던 자들이 등을 내보인 채로 앉아서 방진을 유지했다.
제천맹주가 문득 귀마를 쳐다봤다.
“자네는 실제로 보니까 인상이 더 대단하군. 육합선생.”
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맹주께서도 보통 인상은 아니시오.”
주극이 묘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자네가 육합선생이라는 별호로 서너 개의 방파를 박살냈을 때 한 곳은 권 단주가 입맹을 검토하던 자들이었다.”
귀마가 눈을 크게 떴다.
“음.”
주극의 말이 이어졌다.
“사정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더니 이미 여러 놈이 사고를 쳐서 육합문이 사라진 뒤에 벌어진 학살극이자 복수였더군. 은원은 당사자들끼리 해결하라고 했었지. 권 단주의 개입은 내가 막았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자네는 제천맹과도 싸울뻔한 셈이야. 이렇게 나타나서 하오문주와 어울리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 실력도 당시에 보고받았던 것보다 훨씬 강해진 것 같고.”
귀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홍산회주를 죽일 때, 그놈이 내게 오래 살아남지는 못할 거라고 하더니……그 의미를 이제 알았소.”
제천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홍산회주, 생각나는구나. 당주로 들어 오고 싶어 한다기에 권 단주가 일종의 심사를 보고 있었을 것이다. 정확하게는 아직 제천맹 소속이 아니었지. 심사 도중에 자네에게 죽은 셈이로군.”
나는 대화에 끼어들었다.
“강호에서 살아남는 게 쉽지 않고. 그때 맹주께서 성질이 뻗쳐서 권 단주에게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으면 우리도 육합과 다니지 못했을 확률이 높았겠네.”
제천맹주가 귀마를 쳐다보면서 웃었다.
“모를 일이지. 육합이 멀리 도망갔다가 이렇게 고수가 되어서 돌아왔을 수도 있는 게 강호 아닌가? 내가 보기에 육합, 자네는 지금 권 단주와 비교하더라도 수준이 낮아 보이진 않네. 강자가 되었군.”
문득 제천맹주가 고개를 돌리더니 명령을 내렸다.
“문 당주, 신 당주.”
사내 둘이 일어나서 돌아서더니 고개를 살짝 숙였다.
“예, 맹주님.”
“이제 쫓아가라. 동북 방향이다. 발견해도 너희끼리 쳐선 안 돼. 행적과 이동 경로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서 느릿하게 추적해. 알다시피 반쯤 미쳐있는 데다가, 너희들이 상대할 수 있는 자가 아니다. 마지막 대화를 들어보니 당장은 학살을 다시 벌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파악은 하고 있어야지. 지금 이동해라.”
“명을 받듭니다.”
“오 단주.”
“예, 맹주님.”
다른 사내가 일어나자, 제천맹주가 명령을 내렸다.
“임시로 통천방 일대를 전부 장악해라. 이곳의 생존자는 제천맹주가 후원자로 있을 것이라고 일대의 방파, 흑도 놈들에게 전부 전달해.”
“예.”
“개방에 소식을 전하러 갔던 주괄이 돌아오면 임시로 이곳의 당주를 맡으라 하고. 시간이 조금 흐르면 통천방의 새로운 방주는 이곳에 본래 속해 있었던 여인 중 한 명에게 권하겠다. 그전까지 통천방의 사업과 이권에 손을 대는 자들이 없도록 해. 모두 통천방의 생존자들이 이어 받아야 할 사업이야. 제천맹도 예외는 아니다.”
“알겠습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었던 방진이 느슨해지더니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움직였다. 명령이 다시 떨어졌다.
“적호(赤虎)야.”
한 젊은 사내가 돌아서더니 제천맹주를 바라봤다.
“예, 사부님.”
“광명우사의 인상착의와 특징을 종합해서 용모파기를 만든 다음에 개방과 무림맹에도 전달하고. 우사가 제천맹의 제일공적(第一公敵)임을 주변에 알려라. 이 미친놈이 교도를 끌어모을 가능성이 있는데, 그나마 나를 더 두려워하는 놈들은 못난 종교에 참여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협박의 말을 널리 퍼뜨려라.”
“알겠습니다.”
“이번 우사의 학살극을 상세히 기록하고, 혈교가 발호했을 때 소속과 무관하게 연합해서 대응하자는 뜻도 주변에 전달해. 너도 이동해라.”
적호가 제천맹주를 향해 포권을 취했다.
“예, 다녀오겠습니다.”
이렇게 보니까 주극도 맹주는 맹주였다.
때마침, 색마가 숨을 길게 토해내더니 가부좌를 유지한 채로 눈만 떴다.
“후우…….”
우리는 잠시 색마의 표정을 구경했다.
색마는 눈을 뜨자마자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본 다음에 우리에게 물었다.
“다친 사람은?”
검마가 대표로 대답했다.
“없다.”
“예.”
색마가 이상한 질문을 던졌다.
“놓쳤습니까?”
검마가 고개를 갸웃한 다음에 대답했다.
“정신을 잃었었느냐? 우사가 물러나는 것을 봤을 텐데.”
색마가 놀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음……그간 최대 공력은 제가 사용하는 월광일섬을 펼칠 때가 고점(高點)이었는데, 무리해서 더 끌어쓰다 보니까 한기가 밀려들면서 선 채로 잠시 정신을 잃었던 모양입니다. 혹시 지금 저만 춥습니까?”
우리는 고개를 들어서 멀쩡한 해를 바라봤다. 웃통을 벗어도 제법 따스한 날처럼 느껴졌다.
나는 색마에게 말했다.
“너만 춥다.”
“그러냐? 하지만 난 물고기를 먹었기 때문에 겨우 버틸 수 있었지. 얼어 죽을 뻔했네. 꿈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를 봤어.”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한 제천맹주가 눈을 껌벅이면서 나를 쳐다봤다.
“……주화입마인가?”
“그냥 헛소리요.”
“그렇구나.”
색마의 헛소리를 듣고 나서야 나는 우리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정작 우사와 싸우지도 않았음에도 이래저래 심력을 많이 소모한 셈이다. 이처럼 무공은 항상 남을 때리고 해치는 것만이 아니라 그 자신을 갉아먹기도 한다.
이것은 광명우사도 예외는 아니다.
나는 자하신공을 펼칠 때마다 만만치 않은 피로감을 느꼈는데, 광명우사도 몸의 한계를 무시하는 마공을 사용하는 것처럼 보였다.
외부로 발현된 혈기를 어찌 날개처럼 활용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순간만큼은 아무도 따라잡지 못했을 엄청난 경공을 펼쳤겠지만, 여파는 광명우사가 몸으로 전달됐을 것이다.
나는 통천방의 아이들을 잠시 바라봤다.
당장 가족을 잃은 아이들에게 내 제자를 하라거나, 제천맹으로 가라는 것도 말이 안 되는 상황이다.
나는 초췌한 아이들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물도 마시고, 밥도 먹어야지.”
솔직히 이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한 여인이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을 챙기고, 다른 여인들까지 다독였다.
제천맹주와 함께 이렇게 쳐다보고 있으려니…….
살짝 앞서 나간 예상이지만, 저 여인이 다음 통천방주가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한 여인의 활약을 말없이 지켜보다가 고개를 돌려보니…….
세상 못난 새끼들이 나처럼 할 일 없는 표정으로 두리번대고 있었다.
진짜 싸움밖에 모르는 한심한 새끼들이 배가 고픈 모양인지 손으로 배를 쓰다듬기도 하고. 술이라도 한잔 마시고 싶은데, 심각한 분위기 때문에 술 마시자는 말도 못 꺼내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냥 떠오르는 대로 검마, 귀마, 색마, 제천맹주를 싸잡아서 욕했다.
“에휴, 평생 싸움박질밖에 모르는 한심한 새끼들…….”
물론 나도 예외는 아니다.
내가 갑자기 욕을 하자, 다들 나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결국에 내가 먼저 일어섰다. 나는 앉아 있는 색마를 발로 툭 찬 다음에 말했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먹어야 또 싸우지. 가자고. 일어나. 못난 형제 새끼들아, 밥 처먹을 시간이다. 그러고 보니까 오늘 한 끼도 못 먹었네.”
제천맹주가 일어나면서 검마에게 내 상태를 문의했다.
“주화입마인가?”
검마가 고개를 내저었다.
“원래 저렇소.”
제천맹주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