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ad Demon RAW novel - Chapter 365
365화. 제자들은 들어라.
나는 주변을 둘러보다가 오른손을 들었다.
“극양.”
왼손도 들었다.
“극음. 둘은 본래 음과 양으로 머무르려는 성질이 있다. 본질이라 한다. 체내에서 끌어낸 음과 양을 충돌시켜서…….”
나는 양손에 자그마한 공을 쥔 것처럼 말아쥐었다가 합쳤다.
“충돌한다. 물이나 불처럼 형체를 갖춘 것은 소멸하겠지. 하지만 이것은 기(氣)라서 다르다. 수많은 작은 기의 미립자(微粒子)라고 해야 할까? 하늘의 별처럼 많지만, 형체가 무척 작다. 개별적으로는 보이지 않아.”
“…….”
“먼지 하나하나가 각자의 성향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버티는 셈이야. 하지만 주최자인 나는 계속 음과 양으로 충돌을 강제하겠지. 그래도 아주 작은 것들이 본질을 유지하려는 근원적인 힘으로 저항한다. 이 원리까지 설명할 방법이 없어. 그냥 그것이 세상의 본질인 모양이지. 아주 작은 것들이 동시에 성질머리를 폭발하는 것이지.”
교주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본 다음에 말을 이어나갔다.
“수많은 미립자가 동시에 폭발, 폭발, 폭발, 폭발……. 수도 없이 폭발한다. 그 와중에도 나는 또 힘을 불어넣고 있는 셈이지. 결국에 일월광천이 완성되어서 터지는 순간에는 내가 가진 내공의 한계를 아득하게 뛰어넘는 폭발력이 생기게 된다. 교주, 여기까진 이해했나? 나는 최대한 성심성의를 다해서 설명했어.”
교주가 다행히도 고개를 끄덕였다.
“개념은 이해했다. 하지만 그런 추상적인 말을 듣고 어찌 일월광천을 펼칠 수 있겠나? 그것은 원리이지 무공의 구현을 설명한 게 아니다.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도록.”
나는 내 뺨을 한 대 후려쳤다.
‘죽겠네. 진짜…….’
사실 이게 전부다.
구결이 없는 무공의 구결을 어찌 읊는다는 말인가? 나는 고개를 숙인 채로 땅을 바라봤다가, 문득 한 아이를 바라봤다.
“……너도 이해하기 힘들어?”
한 아이가 고개를 저으면서 대답했다.
“이해는 했어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내공이 생겨도 문주님처럼은 못할 것 같아요.”
“그래?”
“예.”
나는 교주에게 물었다.
“직접 시범을 보여도 되나? 완성하진 않겠다. 여기서 터지면 다 함께 죽을 테니까. 이것은 협박이 아니다. 나는 죽을 마음이 없거든.”
교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봐라.”
색마가 옆에서 불안한 어조로 말했다.
“조심해라. 제발.”
“조심해야지.”
나는 오른손에 염계를 휘감았다. 아주 작은 불꽃이 손바닥에서 기의 형태로 춤을 췄다. 왼손에는 월영무정공으로 새하얀 불꽃을 만들었다. 두 개를 천천히 합쳐서 손바닥으로 틀어막는 순간,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아주 먼 곳에서 굉음이 터졌는데 이곳까지는 거리가 멀어서 미세하게 들리는 듯한 소리였다.
“…….”
체내에서 내공을 뽑은 다음에 손바닥의 공간을 양쪽에서 폭포가 쏟아지는 용소(龍沼)로 만들었다. 이 이상 주입하면 진짜 일월광천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급히 손을 거뒀다.
“자, 내공이 단전에서 출발해 경로를 따라서 장심으로 빠져나온다. 통로가 생긴 셈이지. 하지만 충돌 때문에 강제적으로 내공이 뽑히는 기분이 들어. 음과 양이 스스로 존재하기 위해서 발악하려는 힘 때문에 내 의지나 단전의 상태가 무시되는 셈이지. 특정 순간에는 일월광천이 주도권을 가진 채로 내 내공을 사용한다. 역전 현상이다. 태극은 보통 조화로움을 뜻하는데, 이 절기는 주객이 뒤바뀐 역전 현상에서 폭발한다. 그래서 역태극(易太極)이라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붙일 수 있겠지. 교주?”
혈교의 교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했으나 부족해.”
“이 절기는 끔찍한 것이야. 말 몇 마디로 완성할 수 없는 게 당연해. 그렇지 않겠나? 일단 상반된 기를 보유해야 해. 실은 이 조건부터가 어렵다. 여기서 주의할 점…….”
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양손의 검지를 합쳤다.
“반드시 동등한 힘이어야 해. 극양의 힘이 더 강하면 그저 극음의 기를 집어삼키고 남은 찌꺼기가 나올 테니까. 그러니까 동등한 힘을 끌어올려서 팽팽함을 유지하다가 일월(日月)에게 주도권을 내줘야 한다. 두 근원의 충돌이 빛을 내뿜을 수 있도록…….”
교주 놈이 강의 시간에 무엄하게 끼어들었다.
“그래서 마교주 놈이 그렇게 자주 수련에 돌입했구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교주는 내공이 깊어서 더더욱 균형을 맞출 시간이 필요했겠지. 그대도 마찬가지다. 반드시 반대 지점을 찾아야 해. 어쩌면 그것을 찾는 것이 일월광천의 시작이자 끝이 아닐까? 그대가 일월광천을 어려워하는 건 한 가지의 본질만을 깊이 파고들었기 때문이야. 그것이 예를 들어 혈기(血氣)였다면 그것만으로는 역태극을 꿈꿀 수 없다.”
내 말을 들은 교주가 잠시 침묵했다.
“…….”
이제야 무언가를 깨달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더불어, 내 말에서 허점이나 빈틈을 찾으려는 모양인데, 나는 상황이 위험하다고 판단해서 정말 진실을 고했다. 왜냐하면, 교주뿐만이 아니라 아이들도 듣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왜 구결이 없는 무공이라고 했는지는 이해하겠나? 원리를 깊이 아는 것에서 출발해서 각자의 상황에 맞게 수련해야 해. 모든 일이 그렇다.”
교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더 말해보도록.”
나는 혈교 교주의 마음가짐이 살육을 저지르던 미치광이에서 무공을 익히려는 제자의 입장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달았으나 가까스로 내색은 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나는 다시 사부에서 교도로, 교도에서 사부로 역할을 오락가락하는 중이었다.
이번에는 일부러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잘 들어.”
“…….”
“논리적으로 일월광천은 두 사람이 펼칠 수 있어.”
교주가 끼어들었다.
“갑자기 왜 다른 말이냐?”
나는 손을 내밀어서 교주의 말을 끊었다.
“그렇지 않겠나? 원리가 그렇다고. 음양지체는 드물어. 극양과 극음의 내공을 동시에 보유한 고수도 드물다. 비효율적이라서 그래. 대다수가 한 분야를 깊이 연구하거든. 내 말이 틀렸나?”
교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설명하기 쉽게 남자 고수는 극양을 익히고, 여자 고수는 극음을 익혔다고 치자. 이 두 사람은 내 설명을 듣고 나서 이론적으로는 충분히 일월광천을 펼칠 수 있다. 다만 이 손바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서로 합의하고, 조율해야 해. 사실 내가 일월광천을 만들기 전에는 세상에 없었기 때문에 이름도 없었지. 실체가 없었던 절기인 셈이야. 한 사내가 한 여인을 만났는데,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가지게 되었다면 그것의 이름은 무엇일까?”
교주가 끼어들었다.
“그게 일월광천과 무슨 상관이냐.”
나는 교주의 말을 무시한 채로 아이들에게 집중했다.
“……세상에 없었던 일월광천처럼 음양의 조화가 실체화된 게 너희들이다. 음양의 조화는 역태극이 아니야. 자연스러운 일이지. 그러니까 남녀 두 사람이 조화롭게 만나서 탄생한 일월광천이 너희들이다. 감히 이 사부의 일월광천도 비할 바가 못 돼. 너희는 하나하나가 일월광천보다 더 대단한 기적이다. 이 사부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너희를 살려줄 테니 두려워할 필요 없다.”
나는 이성을 잃은 채로 헛소리를 중얼대다가 온 세상이 자줏빛에 물든 것을 확인했다.
“…….”
이 상태에서 암향표를 펼치면 떨어지는 혈사를 어떻게든 내 몸으로 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부러 교주를 향해 일보(一步)를 전진했다. 다행히 교주는 내 일보에 깊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교주가 대답했다.
“그것은 대체 무슨 무공이냐?”
“이것은 자하신공이다. 미리 말하지만 이것까진 설명할 수 없어.”
“어째서 그런가?”
“이것은 구결도 없고, 원리도 없기 때문이지.”
교주가 중얼거렸다.
“구결도 없고, 원리도 없는 무공을 대체 어떻게 펼쳤단 말이냐?”
“그래서 내 이름을 붙였다. 다들 자신의 이름을 붙인 자기만의 무공을 창안하도록 해. 이것은 내 마음에서 출발한 무공이라서 가르쳐줄 도리가 없다. 우사, 아니 교주. 부탁을 하나 해도 될까.”
“해보게.”
나는 자하신공을 유지한 채로 숨을 내쉬었다.
“네가 아이들을 죽이면 너도 여기서 살아남지 못해. 이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지금 내 상태를 봐라. 나뿐만이 아니야.”
나는 일부러 동지들을 가리키면서 일보를 더 전진했다.
“제천맹주와 흑도, 검마, 귀마, 색마의 얼굴을 봐라. 네가 아이들을 죽이면 너도 이 자리에서 죽는다.”
“과연 그럴까.”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오늘만큼은 서로 운에 기대지 말자. 네가 만드는 혈교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만 이런 일로 시작하지 말았으면 한다. 기왕이면 마교 교주나 무림맹주, 다른 삼재와 나조차도 두려워하는 마도의 대종사가 됐으면 한다. 사실은 여기에 있는 흑도 사내가 칼 한 자루를 쥔 채로 미치게 되면 이런 학살극을 똑같이 벌일 수 있다. 이것은 필부도 할 수 있는 못난 행동이야. 대단한 일이 아니야. 필부도 할 수 있는 일을 혈교의 교주가 왜 하고 있나?”
“…….”
“네가 삼재를 꺾을 수 있는 천하제일이 되길 바란다. 여기에 있는 아이들을 해치지 않는다면 이 자리에서는 그냥 작별하자. 그간 내공을 일순간에 깊이 쌓아서 모처럼 긴 수련이 필요할 것이다. 일월광천도 깊이 연구해라. 혈기에만 매달리면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야. 충분히 연구한 다음에 나를 찾아오도록. 우리 승부는 그때 가리자. 마도의 고수라고 무조건 존중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대종사가 되면 경외감이라는 게 생기기 때문이야. 내가 검마 선배를 맏형이라 부르면서 존중하는 것도 같은 이유야. 이미 한 단계를 더 올라갈 조건은 다 마련하지 않나? 내게서 일월광천의 묘리를 들은 다음에 일단은 날 죽일 생각이었겠지.”
교주가 고개를 끄덕였다.
“잘 아는구나.”
“나는 결코 쉽게 죽지 않아. 내 상태를 보면 알 것이다. 만인에게 손가락질을 받는 괴물보다는 마도대종사가 더 어울리는데……. 교주, 부탁하네. 어린 교도들을 살려주게.”
교주가 고민에 빠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기도 하고, 주변을 둘러보기도 했다.
찰나가 마치 영원처럼 느껴지는 긴 시간이기도 했다.
문득 교주가 미소를 짓자, 저놈의 눈도 새빨갛게 돌변했다. 내가 이미 자하신공을 펼쳐서 온 세상이 자줏빛으로 물들었는데도 교주의 눈이 핏빛처럼 진하게 보였다. 저놈은 대체 어떤 괴물이 된 상태일까?
나는 교주에게 말했다.
“혹시 나를 흡수하거나 죽이지 못하면 마교 교주가 나를 흡수할까 두려운 것이냐?”
“옳은 지적이다.”
“그렇다면 너는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게 나 때문이 아니라, 그간 우사 노릇을 하면서 교주에게 받았던 고통을 폭발한 셈이야. 결코, 나 때문이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일보를 전진한 다음에 검지로 내 관자놀이를 찍었다.
“내 상태를 봐라. 내 성질머리를 알지 않나? 나는 네게 죽을 마음도, 교주에게 흡수당할 마음도 없다. 그런 순간에는 체내에서 일월광천을 터트려서 교주와 소멸하고도 남을 사내가 나다. 그러니 너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
교주가 내게 말했다.
“내 학살도 마교 교주 탓이라는 것이냐?”
“나뿐만이 아니라 너도 그렇다. 내가 언제 마교를 찾아가서 교도를 학살했나. 항상 너희가 날 죽이려고 찾아왔다가 당했지. 방법이 옳지 못했다. 날 죽이는 방법은 무척 간단해. 어느 날 네가 홀로 나를 찾아와서 생사결을 치르자고 말하면 돼. 수하를 대동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내 일월광천에 몰살당한 다음에 시작하겠지. 하지만 네가 혼자 오면 나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겠지. 왜냐하면, 그대가 오늘 내 부탁을 들어줘서 여기에 있는 자들을 살려줬기 때문이야.”
“…….”
“나는 은원이 확실한 사내다. 장소는 휑하고 넓은 곳으로 정하자. 거기서 강호인 둘이 아무런 방해도 간섭도 받지 않는 생사결을 치르자고. 그것만이 나를 죽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이외의 방식으로는 나는 절대 죽지 않아. 이것이 최종 협상이다. 다른 조건은 붙이지 말도록.”
교주가 웃었다.
“너희들의 합공이 예상되는구나.”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최종 협상은 여기 있는 모든 사람에게 말하는 것이다. 이미 다들 내 절기를 배웠어. 사용할 수 있고 없고는 개개인의 문제지만 내게 배웠으면 빚을 진 것이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이들도 마찬가지야. 일월광천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어.”
나는 자하신공을 유지한 상태에서 교주에게 말했다.
“네가 필부가 되겠다면 내가 지금 그곳으로 날아가마. 일월광천은 네 몸으로 직접 경험해보도록 해. 그 본질을 깨닫는 순간, 너는 네가 죽인 자들 가운데서 눈을 뜨게 될 거야. 그 옆에는 나도 있겠지. 그 지옥에서 네 혼까지 다시 소멸시켜주마. 너는 필부냐, 아니면 마도의 대종사냐?”
나는 문득 제자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서 자하신공을 스스로 거뒀다. 본연의 색(色)이 돌아온 세상에서 아이들이 전부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문득 생각나는 대로 광명우사에게 말했다.
“우사…….”
“말하게.”
“어쩌면 그대도 일월광천을 직접 펼치는 건 어려울 것이다.”
“단정하지 말도록.”
“그대가 익힌 무공의 반대 지점에 놓여 있는 무공을 익힌 여인을 만나서 교주의 후계자를 얻도록 해. 그러면 일월광천의 뜻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겠지. 세상에 없었던 아이를 눈으로 직접 보게 되는 순간, 오늘 이 자리에서 물러난 것을 자존심 상해하거나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가 맹세한다.”
지붕에서 광명우사의 웃음이 길게 퍼졌다.
갑자기 광명우사의 전신에서 핏빛의 날개가 뻗어 나오더니, 너덜거리던 장삼의 옷자락이 좌우로 펼쳐졌다.
나는 자하신공과 암향표를 동시에 폭발해서 움직였다고 생각한 순간, 아이들 틈에 뒤섞여서 엉켜있는 빨랫줄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
색마가 뒤이어서 도착한 모양인지, 올려다보고 있는 빨랫줄이 일제히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더불어서 검마와 귀마가 내 좌우에서 검을 뽑았다.
여전히 촘촘하게 얼어붙은 그물망의 틈새로 교주가 얼핏 보였다. 온통 핏빛에 휘감긴 교주가 정확하게 나를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문주야, 내가 필부로 보이느냐?”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그럴 리가 있겠소.”
교주가 슬쩍 웃더니…….
공중으로 솟구치자마자, 멀찍이 뻗어 나갔다. 곡선으로 솟구치던 혈교주의 핏빛 장삼이 날개의 형상처럼 펼쳐지더니, 신형을 회전하면서 거리를 한 번 더 벌렸다.
어느새 얼어붙은 빨랫줄 아래에는 제천맹주와 흑도의 사내들이 몰려와서 우두커니 서 있었다.
나는 물러난 혈교주를 떠올리면서 중얼거렸다.
“더럽게 말 안 듣는 새끼한테 무공 하나 가르쳐줘버렸네. 이게 잘한 짓이냐?”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혼잣말이 되었다.
심신이 지쳤기 때문에 주저앉았다. 자하신공을 거두자,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아이들이 많았다.
누군가의 명령으로 얼어붙은 거미줄이 사라지자, 평범한 햇살이 쏟아졌다. 무리해서 일순간에 공력을 쏟아낸 모양인지 안색이 창백해진 색마가 가부좌를 틀자마자 눈을 감은 채로 운기조식에 돌입했다.
“…….”
그것을 본 제천맹주가 손짓을 하자, 우리를 포위하고 있었던 흑도의 사내들이 전부 등을 내보인 채로 돌아서더니 방진을 유지한 채로 경계에 돌입했다. 나는 흑도 사내들의 등을 쳐다보다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한 번 내쉬었다.
그대로 드러누워서 평범한 하늘을 바라보다가, 통천방의 아이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
“일월광천은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로 아무것도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