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the Mount Hua Sect RAW novel - Chapter 1585
1584화. 그럼 대체 누구란 말이냐? (4)
파아아앗!
파아앗!
사람의 머리가 연이어 터져 나간다.
저 넘실대는 푸른 불꽃은 보이는 것 이상으로 위험하고, 느껴지는 감각 이상으로 치명적이었다.
흡사 살아 있기라도 한 것처럼 예상의 범위를 벗어난 방향으로 넘실거리며, 스치는 모든 것을 가르고 범위 내의 모든 몸을 으스러뜨렸다.
청염살강. 장일소의 독문무공.
그 무학은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전투를 치러 낸 장일소의 성명절기답게, 전장 한가운데서 적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다.
카아아앙!
넘실대는 불꽃이 날아드는 검을 튕겨 내었다. 동시에 휘몰아치며 상대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마치 악룡의 발톱처럼 무자비하게.
콰드드득!
가슴이 통째로 뜯겨 나간 이가 앞으로 고꾸라진다. 자비 없는 불꽃은 그렇게 쓰러지는 이의 뒤통수마저 끝끝내 으깨 놓았다.
퍼석!
불꽃이 쾌락에 떠는 것처럼 요동치며 번져 나간다.
“장일소오오오오!”
장일소의 얼굴 쪽으로 벼락 같은 쾌검이 내뻗어졌다.
하나 장일소는 그 검을 보고도 태연하게 고개를 꺾으며 앞으로 한 발짝 나아갔다.
콰득!
커다란 손이 검을 내질렀던 이의 얼굴을 움켜잡았다.
콰아아악!
이어 가해지는 어마어마한 악력. 얼굴이 으스러지는 고통에, 공동의 검수는 꺽꺽거리며 장일소의 손목을 잡고 늘어졌다.
“끄⋯⋯. 끄윽⋯⋯.”
“기억하렴.”
퍼석!
친절하게 말을 꺼낸 장일소가 그의 안면을 그대로 완전히 으스러뜨렸다.
“나보다 강한 상대에게는.”
파앗!
장일소의 소맷자락이 크게 펄럭였다. 그를 향해 달려들던 이의 목이 그 소맷자락 끝에서 서걱 잘려 나갔다.
푸우우웃!
흩뿌려진 피가 장일소의 주변에 자욱한 피 안개를 만들어 냈다.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잔혹한 광경이었다.
“정면으로 덤비는 게 아니란다.”
그 붉고 짙은 안개 속에서 장일소가 싱긋 웃었다.
파앗!
땅을 박찬 그는 제 목을 노리고 달려드는 이들의 한중간으로 떨어져 내렸다. 장포가 마치 붉은 나비의 날개처럼 크게 펄럭였다.
콰득!
벼락처럼 뻗어 나간 그의 주먹이 도를 휘두르던 팽가인의 가슴을 단번에 뚫었다. 피에 푹 젖은 주먹이 등으로 튀어나왔지만 아직 채 절명하지 못하고 떨어 대는 팽가인의 귀로 장일소가 속삭였다.
“저런⋯⋯. 아프더냐?”
파아아앗!
장일소는 꽤 자비로운 자일지도 모른다. 위로 획 휘둘러진 그의 팔이 꿰뚫렸던 팽가인의 몸을 단번에 둘로 쪼개며 숨을 완전히 끊어 놓았다.
뜨거운 피가 또다시 허공으로 흩뿌려진다.
쇄애애애액!
하지만 그를 노리는 광기 어린 칼들은 눈앞의 죽음 정도로는 기세를 잃지 않았다.
오히려 다섯 개의 칼이 내력을 한껏 실은 채 금방이라도 장일소를 조각 내 버릴 듯 동시에 날아들었다.
카강! 카가강!
날아들던 칼들은 장일소의 손목, 정확히는 패용된 장신구에 부딪히며 튕겨 나갔다. 탄탄한 근육이 꽉 들어찬 팔목이 제 팔보다 두 배는 두껍고 커다란 도를 쉽사리 막아 내었다.
“죽어라아아아아!”
하지만 팽가의 도수들도, 공동의 검수들도 물러나지 않았다. 물러나기에는 앞에 보이는 장일소라는 자가 너무도 눈부시게 빛난다. 익을 대로 익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농익은 과실처럼.
이성을 잃은 광인처럼 수십의 무인들이 악을 쓰며 장일소를 향해 돌진했다.
장일소의 입꼬리가 잔인하게 뒤틀렸다.
“모자라지.”
파아아아아앗!
그 순간, 그의 손끝에서 수십 줄기의 섬전이 뻗어져 나간다.
“컥!”
“끄아아아악!”
무언가가 몸을 뚫고 휘저으며 나가는 충격. 머리를 뚫린 이는 그 자리에서 절명했고, 몸뚱이를 뚫린 이는 참을 수 없는 고통에 끔찍한 비명을 내질렀다.
몸속으로 파고든 무언가가 맹렬하게 회전하며 내부의 모든 것을 비틀고 헤집어 놓는다.
카강!
마침내 몸을 뚫고 나온 것들이 땅에 있던 바위에 튕기며 솟아올랐다. 피와 살점을 휘감고 반짝이는 반지들을 보며 모두가 순간 넋을 놓고 말았다.
“그 정도론 말이다!”
휘이이이이잉!
크게 외친 장일소가 횡으로 손을 거칠게 휘저었다.
길게 자라난 손톱 끝에서 어린 마귀의 발톱 같은 조강이 생겨났고, 고통에 겨워 몸부림치는 이들의 몸을 단번에 갈라 주었다.
살점이 비산하고, 붉은 피가 쏟아진다. 명백한 살육과 죽음의 흔적을 온몸으로 뒤집어쓴 장일소가 참을 수 없다는 듯 광소를 터뜨렸다.
“하하하핫! 하하하하하하하핫! 도살당한 돼지 새끼들 같구나!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핫! 좀 더! 좀 더 와 보렴! 어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기이한 무공.
상대를 결코 살려 두지 않는 잔인함.
연이어 쏟아내는 광소와 조롱.
거기에 복색까지 더해져, 장일소의 모든 것이 그에게서 눈을 떼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한번 그를 두 눈에 담은 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두 가지뿐이었다.
그의 광기를 두 눈에 품은 채 죽거나, 아니면 제 손으로 장일소를 죽여 불처럼 자꾸만 옮겨붙는 저 광기를 끊어 내는 것.
장일소의 광기에 전염 당한 팽가인의 도가 장일소를 향해 떨어진다. 아니, 어쩌면 사실 그의 눈에 깃든 건 공포일지도 모른다.
결코 달아날 수 없는, 앞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이가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을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공포. 그 암담함.
“흐아아아아아!”
팽가인이 발작적으로 도를 내질렀다.
카앙! 서걱!
그런데 예상치도 못한 결과가 나오고 말았다.
그의 도가 장일소의 장신구를 피해 그의 팔에 틀어박힌 것이다.
물론 고작해야 피륙의 상처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의 도가 장일소의 몸에 눈에 보일 만큼의 깊은 상처를 입히고 붉은 피를 흘리게끔 한 건 사실이다.
“아⋯⋯. 아?”
채앵!
팔에 박혀 들었던 도는 이내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동강이 났다. 부러진 도의 날이 사내의 목에 그대로 틀어박혔다.
장일소의 손 아래 죽어 간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죽음이나, 동시에 분명히 다른 죽음이다.
그 일격은 이곳 모두의 눈에 똑똑히 남았다.
적어도 팽(彭)씨 성을 가졌다면, 저 장일소의 몸에 큰 상처를 낸 이의 이름이 무엇인지 기억할 것이다. 이게 바로 명예인 것이다!
암담한 절망에 서서히 빠져들던 이들의 가슴에 재차 불길이 치솟는다.
“오오오오오오오!”
용기를⋯⋯. 아니, 욕망을 끌어 올린 이들이 눈을 까뒤집으며 장일소에게 달려들었다.
검과 검, 그리고 또 검. 도와 도, 또 다른 도!
그 셀 수도 없이 많은 날붙이에 어린 건 그저 악의(惡意)뿐이었다. 정파와는 그토록 멀다 외쳐 대던, 진득하고도 농염한 악의.
“그래.”
장일소가 뒤틀린 얼굴로 제게 날아드는 악의의 산물들을 바라본다. 한없이 즐거워하는, 또한 한없이 역겨워하는 얼굴로.
“이런 거란다.”
콰앙!
그가 진각을 내밟자, 그와 동시에 튕겨 나갔던 장신구들이 일제히 돌아왔다. 그를 덮치려 드는 이들의 육신을 종잇장처럼 뚫고서.
“크아아아아아악!”
몸뚱이에 주먹만 한 구멍이 뻥뻥 생겨난다. 끔찍한 비명이 산발했다. 폭죽처럼 터져 나온 피가 장일소의 흰 얼굴로 쏟아지듯 튀었다.
“아아아악!”
고통에 전율하면서도 몇몇 독기 가득한 이들은 포기할 줄 몰랐다. 날아든 검이 장일소의 뺨을 길게 베어 내고, 커다란 도가 그의 어깻살을 한 움큼이나 떼어 냈다.
하지만 장일소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하는지 조금의 표정 변화도 없었다. 그저 광기 그득한 얼굴로 웃을 뿐.
달려들려다 쓰러지는 이, 고통에 겨워 주저앉는 이, 자신이 뭘 하는지도 잊은 채 휩쓸리는 이들까지.
그 모두가 고깃덩어리처럼 얽혀들며 장일소를 향해 밀려든다.
“하하하핫!”
장일소가 웃음을 터뜨렸다.
이게 그토록 장일소를 비난하고 비웃어 대던 잘난 정파다. 저 높은 곳에 고고히 앉아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속세를 비웃던 잘난 양반들.
턱!
장일소의 손이 일그러진 적의 얼굴을 움켜쥐었다.
왜 모를까?
그들이 그렇게 고고하게 모두를 내려다볼 수 있었던 건, 그저 모두가 원하는 걸 이미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들 역시 갈구하는 게 생긴다면, 속세의 더러운 버러지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파아아아아앗!
가로로 그어진 장일소의 소매 끝에서 지독히 날카로운 강기가 솟구친다. 공평할 만큼 세상을 똑바로 가로 그은 소매는 그를 에워싼 이들을 반으로 갈랐다.
그 와중에도 장일소는 유심히 보고 있었다.
증오로 들끓던 눈이 일순 허망함으로 물드는 것을. 자신이 그저 이곳에서 발버둥 치다 죽는 운명밖에 안 됨을 끝내 인정하지 못하고 식어 가는 이들의 눈빛을.
원독, 허무함, 공포, 슬픔. 제각각 다른 감정이 깃들어 간다.
하지만 그 모든 눈빛의 한구석에는 여전히 버리지 못한 욕망이 들어차 있었다.
장일소가 수없이 봐 왔고, 앞으로도 봐야 할 것. 아마도 살아 있는 한 그가 보는 건 달라지지 않으리라.
숱한 이들이 쓰러지며 비어 버린 공간을 붉은 비단신 신은 발이 느릿하게 밟았다. 그 발이 차게 식으며 굳어 가는 이의 뺨을 당연하게 짓밟았다.
그저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걸음에 불과했다.
다만 다른 이들이 그 한 걸음에서 읽어 낼 뿐이다. 죽은 이를 단순히 고깃덩어리 취급하는 잔혹함, 이미 식어 버린 것에는 흥미를 잃고 마는 차디찬 심성, 거기에 깃든 포식자의 여유까지.
“왜 그러지?”
장일소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와 다른 이들의 피가 뒤섞여 흘러내렸다.
손가락으로 제 뺨을 쓰다듬자 붉은 흔적이 뭉개지듯 번졌다.
멈칫한 이들을 바라보며 장일소가 귀신같은 모습으로 웃었다. 그리고 속삭였다.
“나는 여기 있단다. 어서 나를 죽여 얻어야지. 너희가 원하는 것을.”
그 순간.
쇄애애액!
뒤엉켜 뭉쳐 있던 이들 위로 십여 개의 검은 그림자가 솟구쳤다. 그 찰나 장일소의 눈이 이채를 띠었다. 경신 자체가 다르다. 지금껏 그가 상대하던 어중이떠중이들이 아니다.
“패구우우우운!”
적홍빛 도기와, 시퍼런 검기가 장일소를 향해 매섭게 쇄도해 왔다.
장일소는 대적하는 대신 급히 뒤로 몸을 피했다.
콰가가가각! 콰각!
쏟아진 기운은 장일소가 밟았던 땅을 거칠게 할퀴었고, 쓰러진 시신들만이 잔인하게 휩쓸렸다.
“하?”
장일소의 눈이 순간 광채를 뿜었다.
파아아아앙!
회수되었던 그의 반지들이 다시 한번 허공을 찢어발길 듯 날았다.
카앙! 카아앙! 카앙!
하지만 이번엔 상대도 녹록지 않았다. 이미 장일소의 수를 확인한 공동과 팽가의 정예들은 예상했단 듯 반지들을 쳐 냈다.
다만 검을 쓰는 공동의 장로들은 그 여파에 몸이 밀려나고 말았다. 도에 비해 검은 가벼우니 어쩔 수 없었다.
덕분에 선수를 잡은 팽가의 정예들이 범처럼 장일소에게 달려들었다.
장일소의 두 눈이 새파란 살기를 내뿜는 바로 그 순간!
콰아아아아아아앙!
난데없이 장일소의 몸이 그대로 뒤로 튕겨 나갔다.
“헉!”
“뭐, 뭣?”
달려들던 팽가의 정예들은 당황하여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갑작스러운 충격 뒤에 나타난 건, 황금빛 권력.
날아드는 속도가 너무도 빨랐기에 장일소가 혼자 튕겨 나간 것처럼 보이게 한, 소림 특유의 불광 어린 권력이었다.
“아―미―타―불―!”
대지와 하늘을 뒤흔드는 웅혼한 불호가 터져 나왔다.
이윽고, 장일소가 서 있었던 곳에 한 사람이 천천히 내려섰다.
“바, 방장!”
“방장!”
겁을 집어먹고 물러나던 이들도, 기회를 노리던 이들도 화들짝 놀라 법정을 응시했다.
하지만 법정은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나가떨어진 장일소만을 주시했다. 눈빛이 무겁고도 어두웠다.
“패군께서는 그만 손을 멈추시오.”
무척이나 어색한 광경이었다.
시신과 병장기가 뒤얽혀 있고, 붉게 흠뻑 젖은 대지 위로 장일소가 드러누워 있다. 정말이지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다.
“하⋯⋯.”
이내 장일소의 입에서 허탈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한 다리를 끌어당겨 앉았다. 느른한 자세로, 앞에 선 법정을 보며 입을 뗐다.
“이거⋯⋯.”
입꼬리에서 한 줄기 피가 흘러내렸다.
“영 체면이 상했군그래?”
장일소의 두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
소림의 방장 법정.
만인방의 방주 장일소.
두 사람이 피로 물든 땅 위에서 제대로 충돌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