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tar chef RAW novel - Chapter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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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2 – 변화의 조짐 (4)
5.
식사가 시작된지 채 십 분이나 지났을까? 두 분 부모님께서, 밥 한 공기를 게 눈 감추듯 빠르게 비워내셨다.
“와, 정말 맛있는데? 아들, 이제 아버지 쉬는 날 대신 나와서 일해도 되겠다.”
필상이 멋쩍은 듯 “과찬이세요.”하고 답해 보이자, 어머니께서 고개를 몇번 내저어 보이고는 재차 말했다.
“아니, 정말이야.”
그리고는 아버지를 돌아보며 물었다.
“당신 생각은 어때요?”
이내 아버지께서 어깨를 한 번 들썩여 보이고는 답했다.
“뭐, 잘 배워서 거들어주면 나야 편하고 좋겠지. 평소에는 조금이나마 덜 바쁘게 일할 수도 있을 테고, 또 나 쉬는 날이라도 가게 문 닫아야 하는 게 아니니까 마음 편히 쉴 수도 있을 것 같고….”
한창 말을 이어나가던 아버지가 고개를 슬쩍 돌려서는 필상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어깨너머로 보고 배워 이 정도 요리를 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한두 달 정도면 무리없이 가게 내의 모든 메뉴를 조리할 수 있을 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필상의 의견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필상이 고개를 한 번 끄덕여 보이고는 마냥 덤덤한 투로 답했다.
“저는 좋아요. 사실 저도 배워보고 싶었거든요.”
어머니가 한차례 화색을 해보이며 “그래? 잘 됐네.”하고 답해 보이던 찰나, 아버지께서 사뭇 진중한 투로 되물었다.
“아들,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보는 게 어떨까 싶은데?”
“아녜요. 정말 전부터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왜 진작 말하지 않고?”
“가뜩이나 바쁘신데 괜히 번거로우실 것 같아서요.”
이내 어머니께서 재차 말씀하셨다.
“그래, 정말 잘 생각했어. 지금도 곧잘 하는 것 같으니 금방 배우겠다. 네 아버지께 잘 배워서 ‘요리대회’라도 한 번 나가봐.”
그 말에 필상이 저도 모르게 “어…?”하고 침음을 흘려보였다.
‘그러게, 대회가 있었지! 왜 대회 생각을 못하고 있었지?’
단연 해외 뿐 아니라, 국내에도 무수히 많은 요리대회가 존재한다. 비록 태반이 팀(Team)단위로 경쟁하는 단체전 형식이라지만, 꼼꼼히 잘 찾아본다면 분명 개인전 형태의 대회 역시 더러 섞여있을 게 분명했다.
만약 자신이 요리 대회에 출전해 썩 괜찮은 수준의 성적을 거둔다면? 분명 부모님을 설득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게 분명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대로 한 번 알아봐야겠다.’
필상이 한창 상념에 젖어들어 있던 찰나, 아버지께서 테이블 위에 놓인 식기들을 차곡차곡 겹쳐놓으며 말을이었다.
“아직 대회까지는 잘 모르겠다만, 그래도 확실히 소질이 있는 것 같기는 하네. 어쨌든, 맛있게 잘 먹었으니 설거지는 아빠가 할게.”
“아녜요, 아버지. 오늘은 제가 설거지까지 다 할 테니까, 차라리 TV라도 보면서 쉬고 계세요!”
손사래까지 쳐가며 다급한 투로 말해 보인 필상이, 아버지께서 들고 있던 식기를 빼앗다시피 낚아채서는 곧장 주방으로 향했다. 이내 그런 아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두 분 부모님의 시선이, 약속이라도 한 것 마냥 허공에서 맞딱뜨렸다.
“허, 여보. 필상이가 그새 철이 들었나 봐요. 가게 일을 돕질 않나, 밥을 차려주질 않나….”
“그러게 말이야.”
두 분 부모님 모두, 입가에 그윽한 미소를 머금고 계신 채였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철부지라 생각했던 아들의 갑작스런 변화가, 꽤나 반갑게 느껴지는 듯 보일 따름이었다.
6.
집으로 돌아온 필상이, 곧장 제 방에 자리한 컴퓨터를 켰다. 앞서 결심한 대로, 자신이 출전할 만한 ‘요리 대회’가 있는 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모니터에 빨려들어가기라도 할 기세로 훑어보고 있는 중이었으나, 딱히 큰 소득을 거두지 못한 상태였다.
‘쩝, 마땅한 대회가 없네….’
대부분이 팀 단위로 경연을 치르는 단체전 형식이었고, 간혹 보이는 개인전 형식의 대회는 특정 지역의 특산물을 활용해 요리를 선보여야하는 소규모 대회였던 것이다. 그렇게 애꿎은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어가며, 여러 사이트를 뒤져보기를 잠시.
‘어? 찾았다!’
필상이 한차례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서울시 전국 요리대회
다름 아니라, 서울시에서 주최하는 요리 대회였다. 필상이 원하는대로 개인전 형식이었으며, 총 두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는 형태였다.
일단 첫 번째 부문은 현직 요리사들이 실력을 겨루는, ‘*프로페셔널 부문’(*Professional)이었다. 또, 그 다음 두 번째 부문은 요리사를 꿈꾸는 학생들이 경쟁하는 ‘*영 셰프’(*Young Chef)부문이었고 말이다.
이내 필상이 ‘시상내역 란’을 꼼꼼히 확인해보기 시작했다.
[ 프로페셔널 부문 ]대상 – 15,000,000원.
1등 – 10,000,000원.
2등 – 5,000,000원.
3등 – 3,000,000원.
이내 필상이 저도 모르게 “오…?”하고 감탄을 흘렸다.
‘예상했던 것보다 상금이 훨씬 센 편이네?’
시에서 주관하는 요리 대회이기 때문일까? 이 정도면 국내 요리대회 치고는, 더군다나 단체전이 아닌 개인전이라는 점을 감안해본다면, 상금이 상당히 파격적인 편에 속한다고 볼 수 있었다.
반면….
‘확실히 영 셰프 부문은 상금이 형편없네.’
[ 영 셰프 부문 ]1등 – 3,000,000원.
2등 – 1,500,000원.
3등 – 500,000원.
애써 우승을 거머쥐어 봤자, 상금이 고작 300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제세공과금까지 제하고 나면, 훨씬 더 적은 금액이 될 게 분명했고 말이다. 영 셰프 부문 수상자들에 한하여 부상 명목으로 후원 단체인 한원대학교 조리학과 입학지원시, 가산점을 준다는 내용이 짤막하게 기재되어 있었으나 필상과는 전혀 무관한 대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직 상금만을 목표로 출전을 결심한 것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뭐랄까? 액수가 지나치게 차이나는 터라, 괜히 의욕이 부진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고 해야 할까?
“어라? 잠깐만…?”
이내 필상이 이채를 머금은 눈을 한 채, 주최측 홈페이지를 낱낱이 훑어보기 시작했다. 문득 기발한 발상이 떠오른 탓이었다. 영 셰프 부문의 상금이 적어서 문제라면, 프로페셔널 부문으로 출전하면 그만이지 않겠는가?
이윽고, 필상의 얼굴 위로 환한 미소가 번져나가기 시작했다. 아무리 살펴 봐도 “미성년자는 프로페셔널 부문으로 출전할 수 없다.”는 내용의 조항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던 탓이었다.
‘없다! 아무리 찾아봐도 없어…!’
이윽고.
딸깍-.
모니터 화면 위로 “참가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나자, 필상이 한차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좋아…!”
금세 참가신청을 마친 상태였다. 물론 ‘영 셰프 부문’이 아닌, ‘프로페셔널 부문’으로 말이다.
프로페셔널 부문은 현역 요리사들을 위해 마련된 경쟁의 장인 만큼, 수상확률이 훨씬 더 적어질 게 분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같은 선택을 한 이유?
간단했다.
필상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미슐랭 투 스타 레스토랑의 ‘*수 셰프’(*부주방장) 직을 역임했던 바 있는, 프로 요리사가 아니던가? 비록 자만일 수도 있다지만, 꽤 규모 있는 국내 대회일 뿐이다. 어떤 부문에서든 상패를 거머 쥘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 상금 액수도 차이가 나고, 영 셰프 부문보다야 프로페셔널 부문 상패를 보여드리는 게 부모님께도 면이 서니까….’
애초에 영 셰프 부문으로 출전하여, 자라나는 새싹들의 기회를 빼앗고 꿈과 희망을 짓밟는다는 게 영 양심에 걸리기도 했고 말이다. 이내 한차례 기지개를 켜보인 필상이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번 ‘서울시 전국 요리대회’가, 자신의 재기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어주리란 확신 덕에 피어오른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