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to super rich! RAW novel - Chapter 469
– 470화 –
“짐 스키너가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그 말에 준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맞이할 준비 하세요.”
어차피 이미 상대가 무슨 카드를 꺼내 들지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상황. 이쪽 역시 어느 정도는 그에 대한 대응책을 준비해놨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조심해서 나쁠 건 없었기에, 준성은 마지막으로 관련 자료와 네스트 상황을 점검했다.
…
약 1시간 후.
ND빌딩 앞에 미국 자동차의 상징인 포드사의 링컨 3대가 나란히 멈춰 섰고, 머지않아 그 안에서 프랜차이즈의 왕이자 초대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불리는 기업.
맥도날드의 CEO [짐 스키너]가 하차했다.
꽤 큰 키에 살짝 저체중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른 인상, 가르마를 타 이마를 활짝 드러낸 머리 스타일. 그리고 서양인 특유의 큰 코와 살짝 늘어진 귓불이 인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차에서 내려 가볍게 ND 빌딩을 살펴본 후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는 경영지원본부장의 안내에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
ND 빌딩 6층.
네스트 본사 내 대회의실.
준성이 재민 그리고 일남과 페이퍼를 확인하며 맥도날드가 제시할 경우의 수에 따라 전략을 주고받고 있기도 잠시.
문득 회의실 밖이 소란스러워지는가 싶더니,
이내 맥도날드 측 사람들이 나타났다.
꼭 붉은색 배경에 노란색 M자가 적힌 깃발을 들고 행진하는 군대의 모습이 이러할까? 그들은 짐 스키너를 선두로 마치 적진에 돌진하는 기마대처럼 당당했다.
특히 그들은 마치 본인들이 맥도날드 소속이라는 것을 강하게 어필하기라도 하듯, 넥타이 혹은 헹거칩 등의 악세사리 역시 붉은색이 들어간 것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에 준성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제 왕국을 찾아온 손님에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네스트의 오너 이준성입니다.”
“맥도날드의 CEO 짐 스키너입니다. 커피 시장의 전설과도 같은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이군요.”
예의와 진심이 반씩 섞인 말처럼 보였기에,
준성 역시 웃으며 말을 돌려줬다.
“아닙니다, 맥도날드가 써 내려온 역사에 비하면 저희는 작은 후발주자에 불과하지요. 현대 프랜차이즈 경영의 시초가 맥도날드잖습니까?”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이번에 [우주 커피] 마케팅 참 괜찮던데요? 그 기고만장한 스타벅스가 제대로 한 방 맞아서 우왕좌왕하는 꼴이 고소했어요.”
“예, 운이 좋았죠. 꽤 도박성 짙은 사업이었습니다.”
“글쎄요. 저와 맥도날드가 볼 땐 모두 계산된 것처럼 보였습니다만, 혹시 저희가 틀린 건가요?”
“하하, 그 부분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겠습니다.”
짧은 말을 주고받는 사이,
준성과 스키너는 서로를 유심히 가늠했다.
‘… 짐 스키너. 정보에 따르면 기획을 전문으로 다루던 사람이다. 분명 얼굴은 웃고 있어도 속에는 구렁이가 잔뜩 들어 있겠지. 저 달콤한 혓놀림 사이에는 분명 숨겨 놓은 독니가 번들거리고 있을 거다. 방심하지 말자.’
준성은 본능적으로 스키너가 본인과 비슷한 종류의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 살짝 경계를 높였으며,
‘이준성, 네스트를 커피 시장을 통틀어 세계에서 제일 빠르게 성장시킨 경영자다. 그리고 그 휘두르는 전략 역시 변화무쌍하고 신속하지. 반드시 우리 쪽으로 끌어들여야 해. 하지만 서두르진 말자. 자칫 잘못했다간 우리 쪽 전략만 노출될 뿐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으니까.’
스키너 역시 준성이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속으로 앞으로 있을 미팅에 대비해 마음을 다잡았다.
그렇게 각 기업의 우두머리인 준성과 스키너가 인사를 나누는 동안 네스트와 맥도날드의 직원들 역시 차례로 악수와 함께 말을 교환.
이후 착석과 동시에 본격적인 미팅이 시작됐기에, 준성은 굳이 돌아갈 것 없이 바로 본론부터 꺼내 들었다.
“예, 저희를 보자고 하셨다고요? 의전을 보아하니 단순히 인사를 하러 오신 건 아닌 것 같습니다만.”
보통 기획을 전문으로 다뤘던 경영자의 경우 간접적인 화법을 선호했다. 말이 빙빙 도는 사이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벌어 최선의 수를 도출해 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준성 역시 이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바로 찔러 들어간 거였다.
‘어차피 협상의 칼자루는 그쪽이 쥐고 있으니 이쪽 패부터 까라 이거로구만. 그래, 좋아. 한 번 가보자고.’
이에 스키너 역시 훅 들어오는 준성을 보며 흥미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그럼에도 누가 기획을 다루던 사람 아니랄까 봐… 살짝 돌려 얘기하는 건 덤이었다.
“저희는 공공의 적을 가지고 있지요.”
“스타벅스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맞습니다.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괴물 말이죠. 네스트는 지금 그런 괴물과 싸우고 있고요. 맥도날드 역시 그렇고요.”
“네. 하지만 네스트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이미 동남아 시장은 네스트의 독주 체제가 굳혀졌고, 이번 우주 커피로 유럽과 아메리카 시장에 공성전을 걸었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그러니 맥도날드가 찾아온 거지요.”
짐 스키너는 거기까지 말하고는,
제 주먹을 세워 테이블을 두드렸다.
톡- 톡-
동시에 옆에 있던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준성을 시작으로 네스트의 직원들에게 서류를 나눠줬다.
거기에는 현재 세계 커피 시장의 점유율과 더불어 네스트와 맥도날드가 함께할 시 얻을 수 있는 추정 이익에 관련된 사안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저희가 제시할 제안은 간단합니다. 일시적 동맹입니다. 맥도날드는 현재 [맥카페]라는 이름으로 질 좋은 커피를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지요. 그리고 저희는 맥카페를 이용해 어마어마한 성장을 견인했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스타벅스와 경쟁 중입니다. 그러니 저희가 힘을 합친다면 분명 서로에게 큰 힘이 되어줄 수 있을 겁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기에 준성 역시 대충 서류를 훑고는 대답했다.
“예, 저희 역시 글로벌 기업이 되어 세계를 목표로 팽창하는 가운데 스타벅스와 마주치게 됐죠. 하지만 저희의 최종 목표는 단순히 스타벅스를 무너뜨리는 게 아닙니다. [프랜차이즈 커피숍] 시장을 넘어, [커피 시장 전체]를 집어삼키는 게 목표죠. 그래서 조금은 조심스럽군요.”
빙빙 돌린 얘기였지만,
복잡하고 에두른 경영의 언어 싹 빼고,
각자의 의견을 짧게 줄이면 다음과 같았다.
– 야, 스타벅스랑 싸우기가 좀 벅차거든? 걔네 성이 좀 견고하냐? 그러니까 맨날 타도 스타벅스 외치는 너희가 후방에 불 좀 질러 봐. 그 사이에 우리가 스타벅스 멱 따게.
– 내가 왜? 스타벅스 넘으면 다음엔 너희인데? 중간 보스 잡자고 최종 보스 도와줄 일 있냐? 누구 좋으라고? 우릴 용병으로 쓰고 싶으면 대금부터 제시해 봐. 싸게는 안 된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아는 두 사람이었기에,
짐 스키너는 씨익 미소를 지으며,
준비한 미끼를 꺼내 들었다.
“예. 네스트의 입장 역시 이해합니다. 저희가 공공의 적을 가졌다고 한들, 저희가 무조건적인 아군이 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그러니 대가 없는 도움을 요청하진 않겠습니다.”
“흐음-”
준성은 마치 공물을 요구하는 왕처럼,
침묵과 함께 팔짱을 껴 방어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건네드린 자료의 마지막 장을 펼쳐보시겠습니까? 만약 네스트가 맥도날드와 함께 가주신다면, [전폭적인 투자]와 [공생 관계를 이용한 유동 전략]을 약속드리겠습니다.”
팔랑- 팔랑-
스키너의 말처럼 맥도날드 측이 건네준 서류의 마지막 부분에는 그가 말한 내용이 간략하게나마 적혀 있었지만…
‘… 전부 뜬구름 잡는 얘기군. 뭐,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자세한 전략을 건네는 것도 코메디긴 하지.’
이에 준성은 조금 더 확실히 해 둘 필요성을 느꼈다.
“[투자]와 [전략 공유]라 하셨습니다만, 그게 정확히 뭘 말씀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조금 더 확실한 대답을 원합니다. 저희도 아무것도 모른 채 마냥 뛰어들 순 없으니까요. 일단 [투자] 쪽부터 짚고 넘어가죠.”
“현재 네스트는 비상장 기업이지요? 그렇기에 자세한 내부 사정은 저희가 알 수 없습니다만, 스타벅스와의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선 군비가 많이 필요하실 겁니다. 그러니 저희가 지분을 대가로 그 비용을 충당해 드리겠습니다.”
한 마디로 지분을 시장가와 비교해 프리미엄을 거품에 비견될 정도로 잔뜩 줘 비싸게 사 준다는 뜻이었다.
정확한 액수는 들어 봐야 하겠지만,
최소 조 단위 돈이 제시될 터.
하지만 그럼에도 준성은 딱 잘라 대답했다.
“거절하겠습니다.”
“이유는요?”
“현재 네스트 지분의 90% 이상이 제 소유입니다. 그리고 저는 기본적으로 지분 침식을 좋아하지 않아서요. 제 회사에 남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도 싫고요.”
그 말에 짐 스키너가 놀랍다는 듯 제 턱을 쓸었다.
네스트 쯤 되는 글로벌 기업이 다른 기업들의 투자 없이 오로지 본인의 힘만으로 여기까지 크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또한, 비효율적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수도 없이 많은 기업들이 자본가들에게 투자를 받고, 더 나아가 상장해 지분을 대가로 주기적으로 돈을 수혈받는 거였다.
기업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경영을 하는 이유를 설명하자면 매우 길어지지만, 일상생활과 비유하자면…
아파트를 살 때 부채를 지는 것과 똑같았다.
애초에 빚을 내서 아파트를 산들,
이자 비용보다 아파트값이 더 빨리 오르기에,
레버리지(지렛대)를 이용하는 게 좋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일개 부동자산인 아파트가 이러한데, 경영자의 수완에 따라 그 가치가 몇 배부터 심하게는 몇백 배는 뻥튀기될 수 있는 기업이야 오죽하랴?
당연히 부채 잔뜩 끌어안아 거대한 눈덩이를 굴려 회사를 키우고, 추후 그 빚을 상환하는 게 경영의 기본이었다.
실제로도 외환 위기(IMF) 이전까지만 해도 대한민국 경영의 기본이자 왕도였고 말이다. 괜히 회계상에 [자산]이 [자본+부채]으로 적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준성은 조금 달랐다.
애초에 미래 정보를 알고 있었기에 굳이 다른 자본의 도움 따윈 필요 없었거니와… 오로지 제힘만으로도 회사를 굴리는 데 지장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준성은 전략을 굉장히 리스키(Risky)하게 운영하는 편이었다. 그러니 자본가 입장에선 무슨 외줄을 타는 것처럼 보여 간섭을 해올 수 있었기에… 준성은 그런 머리 아픈 상황 자체를 처음부터 만들고 싶지 않았다.
‘… 하! 소문이 진짜였다고? 네스트,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미친 회사군. 이 세상 어느 회사가 저렇게 운영을 해?’
스키너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속으로 탄성을 내뱉었다.
하지만 네스트의 운영 철학과 맥도날드와의 전략적 동맹은 분명 다른 사안이었기에, 짐 스키너는 플랜 B로 지분 구입이 아닌 다른 제안을 꺼냈다.
“경영 활동에 있어 변수가 끼는 게 싫은 모양이시군요. 그렇다면 좋습니다. [채권]은 어떻습니까?”
채권. 이는 정부나 회사 등이 비교적 거액의 돈을 차입하기 위해 발행하는 유가증권으로, 간단히 [차용증]이라 생각하면 편했다. 그저 그 주체가 사람이 아닌 법인이었을 뿐.
“글쎄요. 제안은 감사합니다만, 역시나 거절하겠습니다. 현재 네스트의 재무 상황은 매우 안정적이며, 스타벅스와의 경쟁 역시 저희 혼자만의 힘으로도 충분합니다.”
스키너는 씨익 웃기도 잠시.
이어지는 완고한 거절에 그는 빙-빙- 돌리던 말을 뒤로 밀어내고는, 숨겨놨던 독니를 꺼내 들었다.
“예, 네스트는 [혼자만의 힘]만으로도 여태껏 스타벅스와 잘 싸워왔죠. 하지만 만약 그 싸움이 [혼자]가 아니라면 더더욱 수월해질 건 더 말할 필요도 없겠죠.”
이에 준성 역시 눈을 갸름하게 뜨며 물었다.
“… 무슨 말씀을 하고 싶은 겁니까?”
“커피 프랜차이즈 2위인 [팀 홀튼즈]를 인수하시죠. 그에 필요한 대금은 저희 맥도날드가 투자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그 흡수를 통해 얻은 힘으로 스타벅스의 후방을 교란해 주십시오. 이게 저희가 제시할 조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