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UST RAW novel - Chapter (739)
러스트 [RUST]-739
흐응-
[그러니까 이것들이 이 통로로 도망쳤다는 거지?] [넷.] [놈들이 도망칠 곳은 이곳 한 곳입니다.] [다른 곳은 전부 무너졌습니다.]밖에서 발견된 통로에서는 전쟁기계들이 열심히 청소하고 있으니, 이곳과 연결된 건 아닌 것 같고.
그런 김 양의 귓가에 뭔가 미묘한 소리가 증폭됐다.
[이거 무슨 소리임?]보조 인공지능이 파형을 분석했다.
[비명의 진동과 일치합니다]도망치던 새끼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고?
갸웃-
왜?
김 양이 결정을 내렸다.
시끄러운 곳에 굳이 애들 넣을 필요는 없겠지.
이럴 때는 전쟁기계가 최고였다.
‧
신인류랍시고 장교와 부사관이 부하들을 잡아먹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군대가 유지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모든 병사를 신인류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뉴욕 갱단과 마피아가 그런 방법을 썼다가 분열됐다. 하위개체 가운데 상위로 한 번에 변해버리는 것들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신인류로 진화시키는 것도 상당히 번거로워졌다. 대량의 변이 인자를 주입해야 하는데, 변이 인자가 뭉친 곳은 뇌와 심장.
그 많은 숫자의 병사를 전부 제대로 된 신인류로 만들기 위해서는 몇 번이나 심장을 떼어 내고 치유해야 할까?
여기까지만 해도 전 병력의 신인류화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그렇게 신인류 부대를 만들고 나면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문제. 바로 싱싱한 에너지원이었다.
10만 명의 신인류 부대를 만든다고 가정하자. 엑소슈트 같은 카운터 병기가 없다면 100만이고 200만이고 학살하는 건 일도 아닐 것이다.
그런 식으로 적들이 난전에 응한다면 교전을 통해 적군을 연료나 치료제로 삼으면 될 일이지만, 적들이 난전을 피하고 원거리 공격만 한다면?
융단 폭격과 자주포, 방사포의 화력 집중 같은 화력전 양상으로 흘러간다면? 그렇게 신인류 병력을 최대한 늘렸더니 갑자기 전쟁이 소강상태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
정기적으로 식인하거나, 오진 그룹에서 공개한 레시피로 만든 치료제(억제제)를 먹어야 하겠지.
하지만 둘 가운데 후자는 불가능했다. 치료제 원료의 생산지인 유럽과 제대로 교역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가까운 한국에 오진 그룹이 있다면 한국을 윽박질러서라도 물량을 확보할 텐데. 오진 그룹은 울릉도로 도망쳤다가 각국 특수부대가 침투하면서 산산 조각났다.
따라서 남은 방법은 현실적인 방법은 정기적 식인이었다. 일반 병사까지 모조리 신인류로 만들었기에 엄청난 숫자의 에너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전쟁은 멈췄으니 상대편에서 필요한 물량을 가져올 수도 없다. 그럼 어떻게 될까? 남은 방법은 자국민들을 대량으로 실종시키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남부 연맹에서도 공훈에 따라 장원 형태로 마을을 분배할지언정, 군대를 모조리 식인귀로 만들지 않았던 것이었고.
그건 7개로 나뉜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내전이 시작됐다고 하지만 전 병력을 신인류로 만들겠다는 발상은 자멸하겠다는 소리였으니까.
당장 뒤를 받쳐줄 군대는 필요했고 신인류인 장교들이 함부로 병사들을 먹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페널티를 부과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 말은 일단 어떤 일이 발생해 규칙을 어기고 병사를 먹게 된다면, 목격자를 남기지 말고 전부 죽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
비명과 신음이 사라진 어둑한 통로 끄트머리.
점점 짙어지는 피 냄새 속에서 투덜거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젠장. 이쯤 먹었으면 한 단계는 위로 올라갈 줄 알았는데.”
“한 입씩 먹어봐야 효과 없다는 소릴 들었잖아.”
지배력이 강해지는 방법. 충분히 섭취하면 됐다.
다만 그냥 먹는 것이 아니고 시신 한 구를 일정량 이상 먹어야 한다는 것. 제일 확실한 방법은 온전히 한 명을 먹는 건데. 성인 남성을 75kg으로 잡는다면 사실상 전시에는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위에서 자기들만 독식하려는 건 줄 알았지.”
“바로 들통이 날 걸 속였겠냐?”
말을 하고 보니 속일 것 같았다.
“······.”
“······.”
“상처는 어떠냐?”
“아물었어.”
같은 상위가 둘, 중위가 넷. 그리고 소위도 넷.
“다들 괜찮나?”
“예.”
“괜찮습니다.”
상위 둘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만 있던 자들이 대답했다. 그들의 앞에서 헤집어진 시체들이 두셋씩 놓여 있었다.
‘욕심들은 많아서.’
하긴 무슨 짓을 하든 단계만 올라가면 길이 열리니까 그렇겠지.
“후- 사령관도 죽고 그 밑에도 전부 죽은 것 같아.”
지배력 특유의 제한이 사라진 것을 보면 확실했다.
‘한 명 정도는 살려뒀어야 했어.’
행정병과 기관병들이 밖으로 나가지 못한 이유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적의 드론이 정찰하고 있다는 것까지 듣고 말았는데. 생각해 보면 이상한 점이 있었다.
‘놈들의 드론이 일반 병사의 움직임을 놓쳤을 리 없어.’
센서든 카메라든 뭐가 됐든지 걸렸을 거다. 그럼 어떻게 돌아왔을까? 미끼를 던지고 도망쳤다? 놈들의 드론이 그렇게 쉬운 무기였다면 이 꼴이 되지 않았겠지.
“이상하지 않나?”
“뭐가?”
“밖에 드론이 있다는 걸 알고도 어떻게 되돌아왔지?”
“운이 좋았겠지.”
“······.”
이딴 새끼랑 같은 상위라니. 그는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살아서 본국으로 갈 수만 있다면 1계급 정도는 올라갈 수 있었다. 지금 가진 정보는 천금과 같은 정보니까.
‘드론의 탐지기를 무력화시켜야 해.’
어떻게?
?
·········그래.
어떻게 일반 병사들이 밖에 드론이 다닌다는 걸 알고 있었지?
설마?
상위의 시선이 여기저기 헤집어진 시체들을 향했다. 혹시 저 가운데 능력을 각성한 병사가 있었던 건가?
탐지기를 교란하는 능력 같은 걸 각성한 자가? 머릿속에 미끼가 되겠다며 살려달라는 병사의 얼굴이 떠올랐다.
‘각성 사실을 숨기고 미끼가 된다고 하고 도망치려고 했던 건가?’
하- 빌어먹을.
“저. 통로에서 뭔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짬밥에서 밀려 자연스럽게 통로 쪽 사주경계를 하고 있던 소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식인귀의 민감한 감각이 움직이는 소리를 들은 것.
“뭔데? 추격인가?”
“엑소슈트의 기동음은 아닙니다.”
상처를 입었고 앉아서 쉬던 또 한 명의 상위가 벌떡 일어났다.
“저리 비켜봐.”
잠시 통로를 살피던 상위가 고개를 돌리며 인상을 썼다.
“야 무슨 소리가 들린다고 지—-.”
퍽!
붉은색 선이 그어지며 머리통이 날아가 버린 시체가 철퍼덕 쓰러졌다.
붉은색 실선?
“해치 열어!”
“밖에 드론이 있다고 하지···.”
“닥치고 열어! 흩어져야 몇이라도 산다.”
“······.”
“······.”
그 엄청난 숫자의 드론을 흩어진다고 피할 수 있을까? 해치를 열지 않고 쭈뼛쭈뼛하는 모습에 상위가 탄식처럼 설명했다.
“그 숫자가 전부 이곳에 있을까? 전술적으로 생각해봐. 다른 곳으로 갔고. 이곳에 있는 드론은 소수일 거다.”
“······.”
“······.”
“연막탄 던지고 전속력으로 달리면 살 수 있다. 지형도 숲이야. 드론도 숲이 우거진 지역으로 내려오지는 못해. 일단 도시로 들어갈 수만 있으면 살 수 있다. 살 수 있어.”
“놈들이 일반인들까지 죽일지도 모릅니다.”
“일반인들까지 죽일 생각이었으면 제대로 된 핵을 썼겠지. 처음부터 도시까지 날려버렸을 거야. 그러니까 해치 열고 뛸 준비 해. 나가면 살 확률이 있지만, 여기에 있으면 반드시 죽는다.”
항복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표정을 보이는 놈들이 두셋 보였지만, 항복하라고 경고 없이 머리를 날린 놈들이었다.
“나는 간다. 있을 놈들은 있어도 좋아. 다만 지금 봤다시피 녀석들은 항복하라고 경고하지도 않고 머리를 날려버린 놈들이다. 부디 항복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군.”
상위는 더 이상의 설득을 포기하고 웃옷을 벗었다.
끼이이익-
상의를 탈의한 뒤 해치를 열자, 더운 공기가 훅 안으로 들어왔다.
일본에서 대규모 연쇄 화산폭발이 일어나 일본을 비롯한 인접 국가의 평균 온도가 무려 2도나 내려갔지만, 그래도 40도에 육박하는 기온.
시원해야 할 숲이 이 모양인데 철근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는 확실히 찜통이 됐겠지.
“3. 2. 1. 간다!”
펑- 펑- 펑-
연막탄이 터지며 그 속으로 필사의 도주가 시작됐다.
—는 상황이 모니터에 떠올랐다.
뽀그르르르륵—
김 양은 상위의 기억을 앞뒤로 돌려가며 이리저리 확인했다.
신형 로봇에 코일건을 단 건 잘한 일이었다. 전력소모가 크기 때문에 10기 가운데 1기씩 넣었는데 쏠쏠하게 잘 써먹었다.
식인귀의 머리통도 맞추기만 하면 한 방 컷.
이건 분명 의미 있는 전과였다.
‘반응도 못 한 걸 보니 하급 식인귀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식인귀를 한 방에 잡았으니까.’
드론도 마찬가지.
드론에 있는 칩셋을 병렬 연결해 드론을 통제하는 보조 인공지능이 사용할 수 있게 해줬더니 엄청난 효율을 보여줬다.
확실히 드론 하나에 보조 인공지능 하나를 넣어서 굴리는 건 가성비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렇게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부족한 연산력을 병렬연결 방식으로 보충하는 방식은 효과 있었다.
‘PD 아저씨가 인공지능 네트워킹을 끔찍하게 싫어하긴 했는데···.’
어쩌겠는가? 원정대의 지도자는 김 양 자신이었다.
[근데 이게 전부? 더 중요한 기억이 있지 않아?]어쩐지 실망스러운 기억인걸.
뽀그뽀그르뽘으르륵—
뒤집고 헤집은 기억 속에서 특이한 모양의 금괴가 스쳐 지나갔다.
0.1초~0.2초?
그토록 짧은 순간이었지만 김 양의 놀라운 동체 시력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스톱.]삑- 정지된 화면을 기준으로
드르르륵-
조심스럽게 조그셔틀을 돌리는 김 양.
뭉치고 엉킨 기억 속에서 서서히 뚜렷해지는 노란색 덩어리가 드러났다.
진과스 금괴.
그러니까 무게가 220kg이 넘는 초대형 금괴.
박물관에 있어야 할 금괴가 다른 곳에 있었다.
‘그럼 그렇지 이런 걸 그냥 둘 애들이 아니지.’
김 양의 눈빛이 번뜩였다.
[여기 어디지?]절대로 금 때문이 아니었다. 진짜라니까.
아- 사람을 못 믿네. 인공지능 년이.
[···사령부 근처에 있는 점령군 사령관 저택 지하입니다.]그래 맞아.
남부 군벌에서 온 점령군 사령관이 사령부 건물에서 먹고 잤을 리가 없지.
그렇지, 그래.
응.
[청소는 끝냈지?] [드론과 로봇으로 정리했습니다.]블랙 드레이크호의 보조 인공지능이 당시 청소 영상을 김 양에게 전송했다.
후후훗-
[현재까지 상황 본국에 보고할까요?] [보고해.]김 양은 발걸음도 가볍게 움직였다.
[생체 반응 없습니다.]원정대 지휘관인 그녀를 호위하는 친위대원들이 먼저 마당으로 들어섰다.
[동작 감지기 이상 없습니다.] [클리어.] [클리어.] [마당 이상 없습니다.]드론과 전쟁기계로 청소한 사령관 저택은 깔끔하게 쓸려있었다. 도망치기도 바쁜 와중에도 이곳에 있는 물건을 약탈하려고 했는지, 시체가 수북하게 널린 모습.
여기저기 구멍이 뚫렸음에도 움직인 걸 보니 식인귀부터 한 방에 죽은 일반 병사까지 골고루 모여있었다.
확실히 진과스 금괴라면 눈이 돌아갈 만했다.
그래도 그렇지 식인귀들이야 워낙 육체적인 능력이 좋으니까 220kg짜리 금괴를 가지고 도망칠 수 있다지만, 일반 병사들은 뭐지? 들지도 못할 텐데.
그렇게 내려온 지하, 역시 금고가 웅장했다.
[뚜껑 열어.]로봇과 친위대원들이 번갈아 가며 레이저와 플라스마 커터로 열기까지 무려 3시간이나 걸렸을 정도로 단단한 문짝이었다.
묵직한 금고문이 열리며, 김 양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이건 금으로 만든 개미?’
엄지손톱만 한 크기부터 손바닥만큼이나 큰 것까지 무려 수백 마리의 황금 개미가 있었다.
여치와 메뚜기, 나비, 거미 네임드 벌레는 전부 수십에서 수백 마리가 액자에 담겨 진열되어있었다.
벌레뿐만 아니었다. 작게 축소된 형상으로 작은 12지신을 상징하는 동물은 기본, 코끼리나 악어, 거북이 같은 것들도 금으로 세공되어 있었다.
이런 것들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김 양이었다. 단순히 금반지, 팔찌, 목걸이, 금시계, 금괴 끽해야 금은방에서 파는 통금 두꺼비나 황금 거북이 정도였는데.
이곳에 있는 것들은 금으로 만든 예술작품에 가까웠다.
그리고 박물관처럼 길게 나열된 금 세공품 끝에 진과스 금괴가 있었다.
?????
220kg짜리 진과스 금괴와 똑같이 생긴 것들이 다섯 개나 있었다.
어어으흐으응?
김 양은 자기도 모를 소리를 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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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분한 김 양이 열심히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이것은 원대한 발견이었고 이것은 작은 것도 결코 허투루 넘어가지 않은 자신의 공이었다.
[그러니까 진짜 실물이 미쳤음. 완전···]마루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그러냐? 이번 보급선 편에 전부 보내라.] [!!!!!] [금덩어리 싣고 다니면서 작전 수행할 수는 없잖아.]허으으으으흑!
김 양은 자기도 모르게 통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