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d a tyrant from a slave trader RAW novel - chapter 10
자기들이 어떤 임무를 맡았는지.
그들이 지껄인 말이 에이바르에 의해 로젠비크에게 흘러 들어간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 채였다.
에이바르는 로젠비크가 처음에 그걸 시켰을 때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걸 알아 오면 뭘 하려고 하는 건지 알지 못해서였다.
그래도 일단 하라고 하니 말을 듣기는 했다.
이유를 알 수는 없었지만 로젠비크에게는 거스르기 힘든 권위 같은 것이 있었다.
잘못하면 아주 귀찮은 일에 휘말리게 될 것 같아서 웬만하면 그와 대립하고 싶지가 않았다.
나중에 에이바르는 자기가 알려준 임무마다 세이든 용병대가 실패했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처음에는 그들이 실패한 임무가, 자기가 로젠비크에게 알려준 그 임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러다가 그런 일이 반복되면서는 결국 에이바르도 깨달았다.
새끼 야수들이 스스로 싸우는 방법을 터득해가고 있었다.
* * *
로젠비크의 얼굴에 서릿발 같은 냉정함이 맺혔다.
이번에 세이든 용병대에 호위를 의뢰한 것은 키에로드 백작가였다.
백작은 딸인 루시아의 여행길을 안전하게 지켜줄 호위를 부탁했고 세이든 용병대는 그 일을 받아들였다.
키에로드 백작이라면 로젠비크가 개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반역의 주역 중 한 사람.
아버지를 죽인 자였다.
로젠비크가 혼자 나서려 했을 때 어느덧 루엔피스와 레이아스가 따라붙었다.
그들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그림자처럼 로젠비크의 양옆을 지켰다.
녀석들이 도움이 되기는 할지 알 수 없는 일이었지만 로젠비크는 상관하지 않았다.
“너희까지 챙길 생각은 없다.”
“언제는 안 그런 것처럼. 그냥 하던 대로 해.”
헤레이스의 앞에서는 방긋방긋 잘도 웃던 녀석들이 그의 앞에서는 평소처럼 싸늘했다.
로젠비크는 말을 달렸다.
헤레이스가 새로 사 준 말은 확실히 전에 타던 것보다 좋았다.
검도 상등품이었고, 방패는 가벼웠다.
방패까지 들고 싸울 일은 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늘 가지고 다니라는 헤레이스의 성화에 말에 달고 다니기는 했다.
경갑도 생긴 것과 다르게 꽤 질기고 실용적이었다.
그녀가 무뚝뚝한 얼굴로 챙겨준 것들이 크게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그곳에 있는 이들은 모두 깨닫고 있었다.
“우리가 이 일을 방해하면 헤레이스에게 도움이 되는 것 맞는 거지?”
루엔피스가 말했지만 대답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대답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니라는 듯 루엔피스도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그들이 언덕을 넘어 달릴 즈음, 화려한 마차가 나타났다.
에이바르가 얻어온 정보는 꽤 정확했다.
그들은 마차가 느긋하게 지나가는 것을 보고 있다가 따라붙었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을 보며 용병대원들이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로젠비크가 선두에서 빠르게 달려갔다.
루엔피스와 레이아스는 그의 검에 낯선 기운이 일렁이는 것을 보았다.
‘오러? 저게 이런 식으로 발현이 된다고?’
황궁에 있는 동안 그들은 검술을 배웠고 오러에 대해서 귀가 닳도록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로젠비크의 오러는 그들에게서 봤던 오러를 훨씬 뛰어넘었다.
훨씬 강하고 정교한 느낌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이게 무슨 일이냐고 열심히 물었다.
하지만 어차피 그들이 서로를 바라본다고 해봐야 답이 나올 일은 없었다.
로젠비크는 앞으로 달려나가며 마차를 향해 오러를 날렸다.
용병대원들은 그가 마차를 향해 달려드는 것을 보고도 도망치기에 급급했다.
자기들이 도망치면 마차가 부서지고 그 안에 있는 사람이 공격을 당한다는 생각 같은 것은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백작가의 영애를 호위하는 일이라면 의뢰비도 많이 받았을 텐데, 그들에게는 그저 돈이 목적인 듯했고 목숨을 바쳐서 의뢰인의 안전과 생명을 구하겠다는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런 모습을 보자 헤레이스가 떠올랐다.
그 여자라면 자기가 맡은 술 항아리 하나를 지키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할 텐데.
자기가 피하면 술 항아리가 깨질 거라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공격을 막아설 텐데.
아니지. 헤레이스라면 적이 이렇게 가까이 다가오도록 놔두지도 않았을 거야.
로젠비크는 어느덧 그녀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지만 정작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자기가 그녀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생각하는지, 헤레이스가 자신의 사고방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끼쳤는지.
로젠비크의 검에서 오러가 다시 날아갔다.
강도를 조절했기에 마차가 부서져 나가기는 했지만 안에 있는 사람이 큰 부상을 당할 정도로 피해를 입히지는 않았다.
부서진 마차 안에서 그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루시아 키에로드.
그녀는 부서진 마차 안에서도 도도한 자세를 유지했고 사람들이 찬탄해 마지않는 아름다운 얼굴을 들어 고혹적인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그는 그녀를 바라보지도 않았다.
그녀가 볼 수 있었던 것은 로젠비크의 뒷모습이 다였다.
로젠비크가 먼저 말을 타고 달려가자 루엔피스와 레이아스도 그 뒤를 따랐다.
루시아 키에로드는 그들을 보았지만 그들이 사라진 황자들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을 처리하도록 명령받은 자들이 처벌을 두려워하여 세 황자를 모두 죽였다고 확언을 한 탓이었다.
게다가 황자들을 본 사람들은 직접 그들의 시중을 들던 소수뿐이라 다른 이들은 황자들의 생김새를 알지 못했다.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것을 황제가 예감하고 그런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황자들을 모든 황실 행사에서 배제하고 꽁꽁 숨긴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가능성도 있는 일이었다.
“형. 그거 어떻게 한 거야?”
“그거 오러 맞지?”
루엔피스와 레이아스는 온통 거기에만 관심이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로젠비크는 거기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고 불안했다.
왜 그러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그냥 빨리 헤레이스가 있는 그 돼지우리 같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그는 쉬지 않았다. 마침내 그 돼지우리 같은 곳에 이르러서 헤레이스를 발견했을 때에야 가슴에 진탕치는 것 같던 이상한 감정이 사뿐히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헤레이스는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검 먼저 손질하고 그다음에 옷 갈아입어. 무기 손질이 가장 중요해. 저번에도 그냥 검집에 넣는 것 봤어.”
헤레이스는 로젠비크를 힐끔 바라보고 잔소리를 늘어놓더니 그들이 처음 보는 여자에게 건물 곳곳을 안내했다.
새로 온 하녀라고 했다.
에이바르도 이제 다른 일을 맡아야 하는데 언제까지 요리 담당을 하게 할 수는 없어서 뽑은 거라고 말하는데 별로 믿음직스러워 보이지는 않았다.
로젠비크는 헤레이스의 곁으로 다가갔다.
“왜?”
“그 검술. 나도 좀 배울 수 있을까 하는데.”
헤레이스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로젠비크는 어느덧 오러를 사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고 헤레이스의 가르침을 받고 싶어 했다.
헤레이스는 그의 실력을 먼저 알아보기로 했고 그가 오러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그녀가 알고 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였다.
회귀한 자신을 만난 것 때문에 그가 더 빠르게 오러를 성공시킨 듯해서 신기해하며 헤레이스는 검술을 가르쳐 주었다.
로젠비크는 자기가 배우던 것을 헤레이스에게 알려주고 잘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묻기도 했다.
계속 검술 훈련에만 매달릴 수는 없고 의뢰받은 일도 해야 했지만, 그것이 힘들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로젠비크는 헤레이스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좋았다.
그 자신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녀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마음이 편해지곤 했다.
헤레이스도 로젠비크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에이바르는 자기가 할 일을 확실하게 떠맡아 주었다.
일을 의뢰받는 일은 에이바르가 맡고 실제로 그 일을 완수하는 것은 헤레이스와 로젠비크가 맡으면서 일이 체계를 잡아갔다.
쌍둥이 황자들은 에이바르에게 검술을 배웠다.
아직 실제로 임무를 수행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그래도 헤레이스에게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성실하게 임했다.
에이바르는 자기가 할 일이 생기자 조금씩 의욕을 보였다.
일단 세이든 용병대에 돈을 다 갚자는 생각으로 헤레이스가 시키는 것도 열심히 하고 쌍둥이 황자들에게 검술을 가르치는 것도 성실하게 했다.
어린 녀석들에게 검술을 가르치라고 했을 때는 기가 막혔고 어쩔 수 없이 시작을 한 후에도 그 일이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어느 정도 가르치다가 밑천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에이바르도 충격을 받았다.
루엔피스와 레이아스는 가뭄으로 갈라진 땅이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그가 가르치는 것을 흡수했다.
“뭔데 이렇게 빨리 배우는 거지? 나한테 배우기 전에 다른 사람한테 먼저 배운 적이 있는 거냐?”
에이바르가 물어도 쌍둥이 황자들은 서로 바라보며 씩 웃기만 할 뿐 대답은 해 주지 않았다.
에이바르도 나중에는 그들이 대답해주지 않을 거라는 것을 알게 된 듯 따로 묻지도 않았다.
지금으로서는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가르쳐서 어디 나가서 맞고 다니지 않게 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처음에는 얄밉기만 하더니 나중에는 미운 정이라는 것이 들었는지 그 녀석들에게 마음이 갔고 나름대로 자기가 해 줄 수 있는 것들은 챙겨주려는 그였다.
페이먼 용병대의 연무장은 그 어느때보다 활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 * *
서늘한 표정의 남자가 허공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 앞에 서 있던 남자는 자신의 말이 그를 화나게 했음을 깨닫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대공 전하.”
“죄송하다. 그렇게 생각하나?”
대공의 시선이 천천히 남자에게 향했다.
남자는 심장이 얼어붙었다가 그대로 조각이 나 버리는 것만 같았다.
생전 다른 사람의 앞에서 그런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그러나 그는 그곳에서 그 이상 한마디도 할 수가 없었다.
“어려울 게 뭐가 있었는가. 모든 걸 다 해 주지 않았나. 페이먼 용병대는 지금 벌써 사라져야 했다. 쉽게 흡수하라고 규정까지 바꿔주지 않았는가.”
남자는 세이든 용병대장이었다.
그는 변명을 하려고 했지만 입에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턱이 미친 듯이 떨렸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겠다. 그때도 이런 말을 한다면 그때는 정말 후회하게 될 거야. 아주 뼈저리게 말이다.”
알겠다고, 그리고 고맙다고 말을 하려고 했는데 그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는 겁에 질린 채 그곳을 나왔다.
용병대로 돌아간 그는 자기가 어디에 다녀왔는지 기억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페이먼 용병대를 빨리 흡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을 뿐이었다.
그는 용병들을 불러들여 페이먼 용병대가 의뢰받은 일들을 성사시키지 못하도록 하라고 명령했다.
앞으로 세이든 용병대는 다른 일은 맡지 말고 페이먼 용병대의 일을 방해하는 것에만 집중하라는 명령을 받고 용병들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대장의 명령을 어길 수는 없었다.
용병대장은 에이바르가 약속한 시간이 거의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때까지 돈을 마련하지 못하게 하면 결국 페이먼 용병대가 손에 들어올 거라고 생각하면서 그는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
* * *
페이먼 용병대는 일을 가리지 않았다.
위험이 따르는 일이라고 하더라도 헤레이스는 그 일을 받아들였고 로젠비크와 함께 성사시켰다.
헤레이스와 로젠비크는 점점 합이 잘 맞았다.
로젠비크는 헤레이스에게서 배운 검술을 사용해 적의 공격을 막아낼 뿐만 아니라 다시는 검을 잡을 수도 없을 정도로 잔혹하게 보복을 감행했다.
그는 자기를 향해 검을 겨눈 자를 절대 그냥 놔두지 않았다.
최소한 어깨에서 팔은 잘려나가게 해야 만족할 수 있는 듯 지치지 않고 말을 달렸다.
쉽고 간단한 일을 수백 개 맡아봐야 돈은 변변치 않게 벌렸다.
그러나 로젠비크를 믿을 수 있게 되면서 위험한 임무를 몇 건 수행하자 이제 돈을 갚는 것이 그렇게 어렵기만 해 보이지도 않았다.
페이먼 용병대가 호위 임무에 적합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그들에게 일이 거의 쉬지 않고 들어왔다.
쌍둥이 황제들도 그 임무에 같이 나가고 싶어 했지만 그들은 그들대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페이먼 용병대에 들어오는 운반 임무 같은 것들은 쌍둥이 황제와 에이바르가 맡았다.
간간이 다른 용병들이 고용됐는데 다른 용병대보다 돈을 더 많이 주자 상주 용병으로 눌러앉는 사람들이 생겼다.
쌍둥이 황자들과 에이바르가 하는 일은 돈을 많이 받는 일은 아니었지만 주기적으로 일을 맡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비슷한 거래처를 계속해서 확보해나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이제 술 운반뿐만 아니라 단거리 물품 운반도 맡았고 거리가 멀지 않고 비교적 안전한 길로 가는 상단의 호위도 맡으면서 조금씩 영역을 넓혀가기도 했다.
로젠비크는 자기가 헤레이스와 함께 어려운 임무를 같이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감을 느꼈다.
게다가 먼저 공격을 해오는, 그래서 자기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공격할 수 있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헤레이스는 로젠비크의 잔혹성이 이런 식으로 더욱 강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자기가 바꿀 수 없는 일로 괴로워하지는 말자고 생각했다.
“준비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