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137)
138화 분열
대통령 상황실.
“해상자위대의 2개 함대가 대한해협의 해양경계를 넘었습니다.”
“그거야 흔하게 있던 무력시위가 아니겠습니까?”
“이보세요. 김 장관. 일본 함대가 우리 해역에 들어왔어요. 부산 앞바다가 코앞입니다.”
“그게 어쨌다는 겁니까?”
“조금만 더 접근하면 부산이 타격 사정권입니다. 이게 지금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 줄 모르시겠습니까?”
“그게 문제면 저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되는 일 아닙니까?”
“허, 참.”
가만히 있던 대통령이 물었다.
“우리 군의 대응은 어떻습니까?”
아까부터 표정이 굳어 있던 국방부장관이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남부사령부를 중심으로 모든 채널이 끊겼습니다.”
“으음.”
지금 가장 큰 문제는 이것이다.
일본과의 전쟁 발발시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될 곳이 부산이다.
전쟁 가능성 여부를 떠나 호시탐탐 분리 독립 기회를 노리던 부산은, 이 기회를 빌미로 일을 벌이려는 움직임이 다분해 보였다.
“대통령님. 지금 부산시장 손종무의 성명 발표가 있습니다.”
“한번 보지.”
회의실 한쪽에 걸린 대형 스크린에 부산방송이 나왔다.
“…….”
회의실에 있는 자들이 말을 아꼈다.
분해하는 이도 있었고, 이미 수없이 기미를 보였기에 당연한 수순이라는 자들도 있었다.
“되었네. 그만 보지.”
“네, 대통령님.”
화면이 꺼지고 회의실에 침묵이 감돌았다. 그 와중에 누군가 김 장관을 보며 비아냥거렸다.
“김 장관은 지금 저기 계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김안목 환경부장관은 피식 웃었다.
“내 출신이 일국당이나 지금은 엄연히 행정부 소속이오.”
국무총리가 나서서 중재했다.
“국무를 보고 있는 자리입니다. 다들 자중하시지요.”
대통령 류담이 한참만에 입을 열었다.
“부산시 여론은 어떻습니까?”
“일본 도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헌데 그간 여론의 방향이 일본의 잘못보다는 한국 정부의 실책에 초점이 맞춰 있던지라…….”
“과정을 되짚자는 게 아닙니다. 결과가 어찌 될 것 같습니까?”
“자치령 분리 찬성에 80퍼센트로 예측합니다.”
“으음. 그렇게 심각합니까?”
“사실 세계적 흐름이라 막을 수가 없습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것은 막을 수가 없다.
중앙 정부의 지원은 미비하고, 소외된 도시 시민들의 불안함은 강력한 새로운 지도부의 탄생을 바란다.
차원 산업시대.
인류의 생활기반이 도시 규모로 축소되어 도시 간 이동이 지극히 불편하고 위험한 이 시대에, 도시국가의 분리독립은 비일비재한 일이 되어버렸다.
강력한 통치체제를 구축하고 있던 중국이 분열된 건 시작에 불과했고, 러시아도 사실상 블라디보스토크가 자치령으로 분리했다.
미국도 그 드넓은 영토가 약점이 되어 50개 주가 사실상 독립된 국가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언제 도시가 무너질지 모르는 위험한 시대에 중앙 정부만 믿으며 가만히 있는 건 멍청한 짓이다.
부산은 자족시설을 갖추며 오래전부터 자치령 분리를 준비했으며, 이번 일본 사태는 그저 빌미일 뿐이다.
여론만 따라주면 국민투표는 받아내기 쉽고, 여론은 충분히 만들어 낼 수 있다.
“막을 수 있겠습니까?”
“……없습니다.”
정부가 쥐고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 군대다.
도시의 안전을 지키고 인근 필드를 정리할 수 있는 무력 단체.
하지만 그 군대가 나뉘었다.
남부사령부가 부산의 편을 들어버리면서 사실상 이미 나라가 나뉘어버렸다.
“어쩌면 일본 정부와 부산의 사전 협약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어허, 우리 일본은 왜 또 걸고넘어집니까?”
생산성 없는 공방이 이어졌고 비서실장이 현안에 대해 다시 상기시켰다.
“중요한 안건은 두 가지입니다. 일본의 무리한 요구에 대한 대책과 부산 독립 선거에 대한 개입 여부입니다.”
“솔직히 각성자 개인의 범죄에 국가가 휘둘리는 게 어이가 없습니다.”
“김 장관. 박수호 씨를 그저 그런 각성자 취급하면 곤란합니다. 현재 7성 던전에 대응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각성자입니다.”
“아니, 그렇다고 그 하나 지키자고 국민들을 위험으로 내몹니까? 지금 상황을 보십시오. 나라가 두 쪽 나게 생겼습니다. 이게 민심이에요.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어요.”
“어허, 지금 일본 위협이 더 큽니까? 지금 당장 서울에 시티 안에 7성 던전이라도 생긴다 해 보세요. 누가 막을 겁니까? 서울 버리고 피난 갑니까?”
“맞습니다. 이미 필드는 몬스터 소탕이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각 도시끼리 각자도생하는 와중에 그들의 독립을 어찌 막겠습니까?”
군대의 힘이 크다 하더라도 화력무기도 무한정 공급되지 않는다.
군수공장들이 시티 내에 위치하며 보호받고 있지만, 그 자원도 한계가 있는지라 생산량도 점차 줄어드는 상황.
각 도시는 전쟁물자를 최대한 비축하며 도시 안전을 최우선하기 시작했고, 필드의 지배력은 사실상 사라졌다.
몬스터들이 차지해버린 필드 때문에 이미 도시는 섬이 되어버린 상황.
어지간한 규모의 호위대를 대동하지 않으면 필드로 전전하는 게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각 도시간 물류비용이 엄청나게 올라버렸다.
서울과 부산의 왕래는 이제 와 거의 없는 수준.
한동안 토론이 이어졌고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한 가지 결론이 도달했다.
인류 생활반경이 줄어들며 상대적으로 멀어져버린 일본보다 당장 서울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
일본의 요구에는 불응.
부산의 독립은 그들의 시민투표에 맡기기로.
그러기 위해서는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하나.
“관리국장은 책임지고 수호 길드의 서울 전역 방위협약을 이끌어 내세요.”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각성자 관리국장.
애초에 한국내 각성자들을 관리감독하는 게 일이지만, 이미 일개 개인을 넘어선 수호 길드와의 협상인지라 머리가 아팠다.
김미소도 능구렁이가 따로 없고, 무엇보다 박수호의 의중을 알 도리가 없으니…….
*동수TV로 시작한 유튜브 채널은 수호 길드 공식 채널이 되어 길드의 이모저모를 널리 알리고 있었다.
몬스터별 대응 방법, 사냥 방법이라든가.
던전 유형별 공략 방법, 대처 방안, 생존법 등의 교육방송 자료도 꽤 되었지만 진심으로 교육을 위해 보는 사람은 적었다.
수호의 공략 장면은 도저히 일반 용병들에게 따라하라고 보여주는 게 아닌 수준의 영상이고.
박준호, 명진스님, 장재식 등의 사냥방법을 찍은 영상들도 사실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블린이네요. 머리가 약점입니다.’
‘오크네요. 일단 목을 날리면 죽습니다.’
‘리자드맨은 목을 치면 움직이지 않습니다.’
최대한 간결한 동작으로 목을 치는 게 일상이 되다 보니 이미 다른 사냥법은 잊은 듯한 그들의 사냥법에, 교육 목적보다는 그저 속 시원한 시청 목적의 시청자들이 더 많았다.
댓글들도 용병보다는 몬스터 사냥과는 거리가 먼 일반인들이 절대 다수.
‘리얼 여긴 속시원하게 몬스터 사냥해서 좋음.’
‘이거 보면 나도 용병해 볼까 싶음.’
‘ㅋㅋㅋ 절대 착각하면 안 됨. Url***** 이거 보고 오셈.’
‘와, 같은 오크 잡는데 다섯 명이서 포위해서 10분 걸리는 거 실화냐?’
‘ㅋㅋㅋ 저게 정상임. C급 5인 레이드임.’
‘저게 정상임. 누가 오크 목을 콩나물 대가리 따듯이 사냥함?’
‘A급 되면 쉬움.’
‘ㄴㄴ A급이라도 다 저렇진 않음.’
‘리얼 수호 길드는 사냥꾼들이 아니라 농사꾼들 같음.’
‘팍 사장이랑 같이 레이드하는 거 보면 리얼 농사임 ㅋㅋㅋ 걍 혈석 줍는 수준.’
‘와, 나도 저기 들어가면 A급 금방일 듯.’
‘수호 길드 신입용병 모집 또 안 하나?’
동수는 오랜만에 채널 구경을 하면서 히죽 웃었다.
“이야, 엄청 컸네. 구독자 벌써 천만이네.”
개인채널일 때는 꿈에도 못 꾸던 숫자 아닌가.
지금은 그저 자신의 각성스킬로 영상만 찍어서 건네주고 있었다. 채널 관리부터 편집까지 전부 전문가가 붙어서 하다 보니 전보다 영상 재미가 더했다.
“한동수 이사님. 준비 끝났습니다.”
“아, 그래요?”
동수는 아직 어색한 직함에 쑥스러워하며 세팅된 방송실로 갔다. 오랜만에 자신의 눈이 아닌 카메라에 영상을 찍는 날.
“연결됐어요?”
“네. 곧 오실 거예요.”
실시간 영상이 연결되자 조금씩 채팅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동숩니다. 그동안 목소리만 나오고, 이렇게 얼굴 본 건 오랜만이죠?”
세계 각국의 구독자들이 접속해 금방 채팅창이 어지러워졌으나, A급 각성자의 동체시력은 보통 수준이 아니었다.
“아, 왜 갑자기 라이브냐고요? 중대 발표가 있어서 나왔습니다.”
동수는 오랜만에 폭발한 관심을 즐기고 싶었으나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제가 지금 회식 중에 와가지고, 급하게 질문 몇 개만 대답해 드리고 바로 발표할게요.”
동수는 능숙하게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 중에 가장 많은 것들부터 말해주었다.
“네, 수호 형님 지금 왔어요. 귀환 파티예요.”
“어, 이주민 받긴 할 텐데 아직 기반시설이 부족해서요. 부사장님 말로는 필요한 기술자들이 많아서 금방 이주민 받을 거예요.”
“신입 용병 곧 모집할 겁니다. 네, 당연하죠.”
몇몇 질문에 답하고 나자 대부분의 질문이 하나로 통일되었다.
“네, 많은 분들이 가장 궁금해하시네요. 사실 이번 중대 발표와 맞닿아 있습니다.”
동수는 화면을 보며 진지한 표정을 했다.
“구천 행성에서 귀환하는 수호 형님 일행의 안전한 귀환을 위해, 길드는 일본에 사격 중지 요청을 하고 확답을 받았습니다.”
동수가 서류를 보여주었다.
“여기 보이시죠? 예정시간보다 33분 늦게 오셨어요. 근데 일본은 약속과 다르게 선제공격을 했습니다.”
동수는 안타까운 얼굴로 말을 이었다.
“다들 영상은 보셨죠? 캬, 악마의 편집이 따로 없더라고요. 제가 갔으면 빼박 증거영상 다 잡았을 텐데. 안타깝네요.”
동수는 눈으로 보는 것을 영상으로 저장할 수 있는 ‘영상기억’ 스킬이 있기에 거의 걸어 다니는 블랙박스나 다름없었다.
“어쨌든 팩트는 하납니다.”
동수가 익살스럽게 웃으며 카메라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영상 조작된 겁니다. 일본이 먼저 선제공격했으며 그에 대한 대응일 뿐입니다.”
동수는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것이 해명이 되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수호 길드는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습니다.”
동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채팅에 썰을 좀 더 풀까 하다가 말았다.
“앞으로 이런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공식 채널을 통해 길드 입장 발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구독 잊지 마시고요. 라이브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라이브 방송이 끝나고 김미소가 웃으며 칭찬했다.
“역시 전문가라 다르네요.”
“어휴, 근데 진짜 이렇게 질러도 되요? 전쟁 나면 어떻게 해요?”
김미소가 웃었다.
“전쟁 안 나요.”
“음, 제가 뭘 알겠어요. 형님하고 부사장님만 믿는 거죠.”
“이제 가 보셔도 돼요.”
“네, 내 참치.”
동수는 창문을 열고 곧장 광장으로 뛰어 내려갔고, 김미소는 때마침 울리는 휴대폰 전화에 웃었다.
“급하다니까. 참.”
뚜루루루, 착.
“네, 국장님.”
김미소는 웃으며 통화를 이었다.
“협약이 아니죠. 상호 동맹이 맞죠.”
연신 한숨을 쉬면서도 전화를 끊지 못하는 국장으로부터 긍정적 시그널을 포착했다.
‘이직하길 잘했어. 후후.’
외교 판이 수호 길드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 판을 조율하는 게 그녀의 몫.
이 작은 한반도에 도시국가들이 난립한 형태가 되었지만, 어차피 막을 수 없는 대세요 흐름이다.
천하삼분지계라고 치기에는 작은 규모지만 상관없다. 세계적 영향력은 그 이상이니까.
“네, 만나서 이야기 하죠.”
전화를 끊은 김미소는 창밖으로 노천 식당을 보았다. 한창 참치에 술을 마시는 무리를 보며 옅게 웃었다.
“제일 어려운 관문이 남았네.”
우습게도 김미소에게 가장 어려운 협상 상대는 다름 아닌 그녀의 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