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11)
312화 신의 계시
죽음.
모든 존재는 태어남을 시작으로 삶을 영위하며 죽음을 기다린다.
죽음 이후의 사후 세계에 관해서는 여러 의견이 분분하다.
흙으로 돌아가 그대로 끝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환생 혹은 윤회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도 아니면 천국과 지옥을 논하기도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기록된다.’
죽음은 기록된다.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이 수많은 묘비를 가리키는 것이 아닐까?
콰콰쾅!
검은 쿠로의 주먹질에 고대 늑대가 저만치 날아가버렸다.
“두치야!”
자신을 처음으로 무리로 받아준 대장 늑대.
수호가 이를 악물고 짓쳐들어가 검은 쿠로의 복부에 주먹을 냅다 꽂았다.
“이 새끼가…….”
호랑이 새끼. 죽어서 가죽이나 남기지, 왜 이리…….
그것도 현생의 쿠로보다 더 강력한 과거의 쿠로라니.
“으르르!”
대장 늑대의 반려.
뿌꾸가 달려들어 검은 쿠로의 다리를 물었다.
기회를 노리고 수호의 주먹이 다시 쿠로의 얼굴을 마구 쳤다.
싸우는 와중에도 수호는 업적상점을 켰다.
그리고 간절히 염원했다.
‘저거 사야 해!’
영면에 든 고대 야수를 소환해 합체한다.
스킬들은 모두 요구하는 스탯이 다르다. 그리고 요구하는 스탯의 수치도 다르다.
숭배 1811
수호는 힐끔거리며 계속해서 상태창을 살폈다.
‘2000만 넘어라.’
고대 야수와 변신할 수 있는 스킬의 요구치가 2000.
저 스킬만 배우면 단숨에 파워업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조금씩 오르고 있는 숭배 스탯.
이건 훈련도 경험도 아니다.
수호를 신격화해 숭배하는 이들의 수가 늘수록 상승하는 스탯이다.
수호 본인의 노력 여하와 상관없이 외부적인 요인으로 결정되는 스탯.
지금 당장 수호가 지구로 돌아가 수백 마리 야수를 길들일 것이 아니라면, 믿을 건 인간들뿐.
그를 숭배할 인간들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이거라면?’
수호는 고대 야수 소환과 함께 배운 스킬을 활성화시켰다.
*“11차 저지선 뚫렸습네다.”
“간나새끼.”
“목표 압록강 넘었습네다.”
“간나새끼.”
“어떻게 합네까?”
“간나새끼.”
“예?”
쉴 새 없이 밀리는 전장에, 리중만은 분노로 가득 찼던 마음을 잠깐 비웠다.
“다시 말해 보라우.”
“목표, 압록강 넘었습네다.”
“좋군기래.”
두꺼비 군주가 압록강을 넘었다.
몬스터 군단의 첨병들은 죄다 몰살당했고, 두꺼비 군주보다 앞서 진군중인 이들이 전선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앞에서 밀리니 자연스럽게 몬스터들의 발걸음이 늦어지며, 좁은 공간에 많은 몬스터들이 군집되어 버렸다.
일제 타격하기 좋도록 말이다.
“작전 시작하라우!”
“알갔습네다!”
즉시 통합 작전본부가 세워진 수호 길드로 연락이 갔다.
평양에서 대기하고 있는 수호 길드의 용병팀도 슬슬 출동할 준비를 했다.
*대한민국의 전투기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보다 앞서 원거리 미사일들이 시간을 맞춰 일제히 쏘아져 하늘을 날고 있었다.
타격점은 압록강을 넘은 두꺼비 군주.
목표를 정확히 맞출 필요는 없다.
애당초 목적은 두꺼비 군주 주위로 빼곡히 모인 몬스터들을 일거에 쓸어버려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두꺼비 군주의 사냥은 현대화기로 하지 않는다.
수호 길드에서 목표를 제거해내지 못하면 한반도에 이제 더 이상의 미래는 없다.
“준비됐나?”
“준비 다 됐습니다.”
수호 길드의 5개 공격대.
개편 이후 주변의 던전과 필드를 누비며 짧게나마 손발을 맞췄다.
그들의 하위로 조직된 공격대는 출동하지 않고, 30인 정예로 구성된 5개 공격대 150인만 출동했다.
이들의 목표는 두꺼비 군주 주변의 몬스터와 군주 몬스터를 처리, 두꺼비 사냥팀을 돕는 것.
소송 드론 6대가 날아올랐다.
두꺼비 군주의 직접 사냥팀은 백사와 당진철을 주축으로 한 별동대다.
별동대가 탄 수송기가 평양을 떠나 북으로 날았다.
“형님, 자신 있어요?”
한동수의 물음에 당진철이 호언장담했다.
“내 살아생전 용은 못 봤으나 온갖 영물을 봐왔네. 제깟놈이 아무리 용써 봐야 별수 있겠는가?”
[내가 용이다, 이놈아.]백사의 전음에 당진철이 껄껄 웃었다.
“이무기가 어찌 용이란 말이냐? 그럼 지렁이도 토룡이렸다. 허허허!”
백사는 그냥 한숨을 쉬곤 고개를 돌렸다.
별동대는 화려하게 조직되었다.
주 전력은 수호 길드의 야수들.
이무기 백사에 호랑이 짭쿠로, 거대한 곰 일곰, 꼬리 아홉 달린 여우인 구미, 원숭이들의 대장인 후왕까지.
수호의 의지나 명령 없이 신목 주변을 벗어나고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야수들이 모두 출동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야수뿐만 아니라 용병들도 많았다.
당진철에 아미파 고수 태사신니, 거기에 한동수와 명진, 장재식과 같이 L등급에 올랐으나 5대 공격대에 속하지 않은 고수들이 대거 포진되었다.
치료 스킬을 가진 진세연도 마찬가지.
“누님은 내가 책임지고 지켜 내겠소.”
명진의 말에 진세연이 피식 웃었다.
“네 몸이나 신경 써. 괜히 까불다가 다치지나 마.”
“내 한 몸 건사할 정도는 되오.”
“지랄을 한다. 꼭 그렇게 나대다가 다친다.”
“아, 누님은 동생을 조금 믿을 필요가 있소.”
명진이 괜한 허세로 긴장을 풀어주려다, 손을 떨고 있는 진세연을 보고 흠칫했다.
“…….”
진세연이 황급히 손을 감췄으나 그 떨림이 멎지는 않았다.
“누님, 두려우시오?”
생각해 보면, 전장으로 나가는데 누가 두렵지 않으랴?
고아가 된 남매는 서로 떨어져 하나는 절에, 하나는 성당에 맡겨져 버렸다.
수녀로 곱게 자란 진세연이면 당연히 무서울 만도 했다.
‘아니, 곱게 자라신 건 아닌가?’
스스로 몬스터 때려잡고 각성까지 할 정도면 기본 성격이야…….
“난 그분이 아니니까.”
“음?”
“솔직히 무서워.”
전장이, 죽음이 무서운 게 아니다.
“난 그분처럼 해낼 자신이 없어.”
전장이라 많은 이들이 다칠 것이다. 그들을 치료하고 살리기 위해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다.
그분은 위험한 던전을 가도 단 한명의 부상자도, 사망자도 내지 않으신다.
오로지 피로에 찌든 과로자만 낼 뿐이다.
“난 그분처럼…….”
“누님.”
명진이 가만히 진세연의 어깨를 짚었다.
“누구도 누님께 사장님의 모습을 기대하지 않소.”
“…….”
박수호의 능력은 대단하다.
그 신체적 강함을 배제하고서라도 주변의 지형지물을 찰흙처럼 주무르고, 죽어가던 사람도 말끔히 살려낸다.
그는 어쩌면 신의 헌신일지도 모른다.
“누님의 몫만 해내면 되오.”
“후우.”
어느새 눈물까지 비쳐 나온 눈매를 훔친 진세연이 명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빡빡이, 많이 컸구나.”
“…….”
누나도 위로해 줄 줄 알고.
“내 무슨 일이 있어도 누님만은 지켜낼 터이니 걱정 붙들어 매시오.”
“허세는.”
진세연은 웃었다.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명진의 저 모습을 봤다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아니, 그랬다면 출가도 안 했고, 박수호도 안 만났고, 완전히 다르게 컸으려나.
어쨌든 수송기는 압록강을 넘어서는 두꺼비 군주의 위에 당도했다.
아직 착륙하긴 이르다.
슈슈슈슈슈슈.
소리가 들려오는가 싶은 찰나, 이미 날아온 미사일들이 지면을 강타하고 있었다.
일부러 높이 고도를 올린 수송기까지 휘청거릴 정도로 연달아 폭발음이 진동했다.
슈아아아아!
뒤이어 날아온 전투기들이 일제히 미사일을 쏘아대며 위협적으로 보이는 몬스터 무리를 공격했다.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일어난 포화에 몬스터 무리가 와해되고 흙먼지가 주변을 가득 채웠다.
“다들 준비합시다.”
2차 3차의 포격이 이어지는 와중에 수송기는 고도를 유지하며 착륙할 준비를 했다.
“와, 하나도 안 보이네.”
창밖을 내다본 동수는 혀를 내둘렀다.
그 커다란 덩치의 두꺼비 군주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자, 내려갑니다. 벨트 다 맸죠?”
기다렸던 소식에, 수송 드론의 운전대를 잡은 동수가 동체의 착륙을 시도했다.
아니, 떨어트렸다.
슈슈슈슈!
점점 속도를 붙이며 내려가는 수송기는 순식간에 먼지구름을 뚫고 고도를 낮췄다.
“으으, 이게 무슨 착륙이야.”
장재식의 투덜거림에 동수가 웃었다.
“죄다 낙하산 매달고 뛰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으으, 이러다 다 죽겠다.”
“곧 와요. 기다려요.”
동수의 호언대로 먼지구름을 뚫고 와이번 비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콰직.
거대한 발톱이 드론의 몸체를 낚아채 수직으로 떨어지던 궤도를 휘었다.
활공하듯 비스듬히 떨어져 내리며 두꺼비 군주를 찾았다.
“저기네.”
초토화된 지면과 상반되게 주변의 공기는 깨끗했는데, 그 진원지가 다름 아닌 두꺼비 군주의 등 위다.
“고블린 주술사다!”
군주급으로 추정되는 고블린 외형의 몬스터 하나가 지팡이를 휘두르며 연신 마법을 부리고 있었다.
주변 공기가 휘몰아치며 먼지를 걷고 있었는데, 이게 공격대에 역으로 도움이 되었다.
“으으, 부딪친다!”
콰장!
수송기 문을 부수며 후왕과 일곰이 뛰어내렸고, 그들이 착지한 동시에 와이번이 수송기를 놓았다.
콰직!
두 거대한 야수가 수송기를 받아들어 두꺼비 등 위에 안착시켰다.
“와, 뒈질 뻔했네.”
용병들이 재빨리 나왔고, 백사를 비롯해 야수들도 나와 주변을 보았다.
“크르르!”
두꺼비 군주는 거대 육상군주라는 이름답게 거대하다.
그 많은 폭격에도 티끌 하나 다치지 않았는데, 신성력 보호막이 작동해서다.
그 덕에 두꺼비 등 위에 타고 있던 몬스터들도 전혀 피해를 입지 않은 상황.
“크헝!”
일곰이 호기롭게 달려나갔고, 짭쿠로가 날뛰었다.
“얘 웅크리면 바로 튀어야 해요.”
다행히 이성우를 취조하다시피 해 알아낸 정보가 많다.
두꺼비 군주의 독안개 공격은 준비동작과 시간이 있으니, 그것만 조심하면 된다.
파파파팟!
저 하늘 위로 뒤이어 고도를 낮춘 5개의 수송기가 모습을 보였다.
그들이 착륙할 지점을 확보하기 위해 주변의 몬스터를 쓸어버리기 시작했다.
“백사! 가자.”
[좋다. 확실하게 끝장내 버려라.]“물론.”
당진철이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그가 낀 아공간 팔찌 안에는 이숙자가 심사숙고해 만든 극독이 한양동이나 담겨있다.
한 방울로도 코끼리 정도는 즉사시키는 극독이니, 그대로 퍼부으면 이 덩치 큰 두꺼비라 해도 어쩔 수 없을 것.
기회는 백사가 만든다.
츠츠측.
백사가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다.
두꺼비 군주가 귀찮은 파리 떼 같은 적을 처치하기 위해 독안개를 생성할 틈을 주면 안 된다.
“키아아아!”
거대화한 이무기가 두꺼비 군주와 제 2라운드를 펼치기 시작했다.
[나도 조무래기들 데려왔다!]쿠쿵.
용병들이 몬스터들을 사냥하는 사이, 이무기가 두꺼비의 굵은 목을 휘감기 시작했다.
*엘프 알리어드와 로매드는 오늘도 세계수에 힘을 보태기 위해 혈석을 무더기로 가져와 마력을 공급했다.
“후우, 마법도 참으로 심오하오.”
“그러게 말이야.”
정령기사였으나 정령을 뺏기고 마법사로 전향한 두 숲지기는 이 나무가 어서 자라 드넓은 대륙에 영향을 뻗치기를 바랐다.
[…….]“음?”
“어?”
알리어드와 로매드는 눈을 마주쳤다.
“자네 들었는가?”
“분명 무슨 소리가…….”
두 엘프는 서둘러 세계수의 두꺼운 몸통에 손을 얹었다.
“맙소사.”
두 엘프는 감격한 얼굴이었다.
신전기사로 살아온 인생이다. 신의 목소리를 듣는 영광을 누리게 되다니.
[뭐하냐?]“예?”
[뭐하냐고.]“가, 가이아 님?”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