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21)
322화 한반도 연합 (2)
박수호는 어디 갔는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그가 테이밍한 야수들은 그대로 있다.
그리고 그 야수들이 합심해 두꺼비 군주를 처치했다.
그 뒤의 일은 더 충격적이었다.
킹콩같은 고릴라가 방귀를 뀌니 수천의 몬스터 군단이 와르르 무너졌다.
트럭보다 더 큰 덩치의 호랑이는 리저드맨 군주를 씹어 처치했다.
꼬리 아홉인 구미호는 고블린 주술사 군주를 아주 손쉽게 처리해버렸다.
또 그들이 보유한 정예 공격대 셋이 군주 몬스터를 추격해 사냥했다.
군주급 몬스터는 크게 두 종류다.
7성 던전 브레이크시 나오는 군주.
8성 던전 브레이크시 나오는 신급 군주.
군주 몬스터의 위험한 점은, 주변에 있는 몬스터를 휘하에 끌어들여 군대로 조직화한다는 것이다.
신급 군주는 그런 군주를 여럿 거느릴 수 있어서 더 위험하고 말이다.
거기에 군주급 정도 되면 물리방어력에 면역을 가진 몬스터들이 많아 골치 아팠다.
아예 몸 자체를 유체화해 물리공격을 흘려버리는 뱀파이어 같은 몬스터도 있었고, 강력한 배리어를 가져 어지간한 미사일 공격에는 끄떡도 없는 리치킹도 있었다.
돌연변이처럼 보이는 거대한 오우거라든가, 특이한 주술을 쓰는 고블린.
리저드맨, 오크 등 다양한 몬스터들이 군주로 출몰했다.
그런 군주 몬스터를 수월하게 사냥해 낼 수 있는 길드가 몇이나 될까?
야수 전력을 논외로 치고서라도, 군주급 몬스터를 공격대 한 개 팀이 공략해 낼 수 있는 길드는 적어도 한반도에서 수호 길드가 유일하다.
그도 그럴 것이, 군주급 몬스터가 보스로 출몰하는 8성 던전 공략 성공을 커리어로 가진 공격대가 수호길드 외에 없다.
대기업을 등에 업고 온갖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서울의 난다 긴다 하는 길드들도 8성 던전 공략에 실패했다.
지난 강릉 8성 던전 출현시, 귀환석을 확보해 호기롭게 도전했던 서울 길드 연합 몇 곳은 큰 타격을 받았다.
그들 길드의 대들보나 다름없던 엘리트 용병들이 목숨을 잃었고, 운 좋은 몇이 박수호에 의해 구출되었지만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구함받은 이들을 수호 길드가 대거 스카웃해 가면서 인재가 유출되었고, 결국 서울의 몇몇 길드는 심각한 전력 상실을 겪었다.
대표적인 곳이 웅비 길드.
웅비 길드의 간판 용병 강석호는 지금 수호 길드에 가서 공격대를 하나 맡고 있었다.
서울 12개 길드 회동.
각 길드를 대표하는 사장들이 모두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대격변 이래 10년.
서울의 12개 길드 사장들이 전원 한자리에 모인 것은 처음이었다.
그만큼 지금 사정이 심각했다.
깔끔하게 꾸며진 회의실은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었다.
참석한 12인의 사장들이 입을 다물면 이곳에서 오간 대화는 세상 밖으로 나갈 염려가 없다.
처음 이 회동을 주도한 것은 신라 길드.
신라 길드 사장이 입을 열었다.
“다들 바쁜 걸음 하셨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십시다.”
“좋습니다.”
다들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며 신라 길드 사장이 중요한 안건을 끄집어냈다.
“이대로 가다간 서울시가 수호시에 종속되고 말 겁니다.”
“으음.”
다들 대답은 안 했지만 공감하는 바다. 모두가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랬기에 이 회동에 참석했다.
“지금 저 윗동네엔 9성 던전이 등장했다지요. 아직 아무도 도전하지 않고 있지만, 그 시작은 또 수호 길드가 될 겁니다.”
에너지 측정등급 9000이 넘게 나온 포탈이다.
9성 던전이라고 의심해 보는 것이 합당한 일.
서울시의 길드들은 8성 던전도 자력으로 공략이 불가능한 상태인데 9성 던전이 출현해버렸다.
나는 걷고 있는데 이웃은 뛰고 있으며 적은 날고 있다.
KH 길드 사장이 슬쩍 손을 들어 이목을 집중시켰다.
모두의 시선이 모이자 그가 입을 열었다.
“위기감이나 갭이야 모두가 알고 있는 일이니 중언할 이유가 없습니다.”
맞는 말이다.
위기 때문에 모였고,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그 대책에 대한 의논이 나와야 하지 않겠나?
신라 길드 사장은 현재의 상황을 상기시키며 여러 사장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으나, 글렀다.
KH 사장은 그가 가진 타개책을 먼저 듣길 원했다.
“좋습니다. 바쁘신 분들 모아놓고 실언했습니다.”
신라 길드 사장은 자리에 모인 모든 사장들과 한 번씩 눈을 마주쳤다.
다들 뒷배로 대기업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자들이다.
정확히는 PMC회사 자체가 대기업에 속한 사업부 중 하나다.
하지만 대격변 이후 무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이 시대에, 용병회사인 각 길드는 모그룹에서도 아주 중요한 사업부.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사업이다.
오히려 돈을 퍼부어서라도 육성해야 하는 회사.
길드 자체가 그들의 사병이다.
법과 돈은 더 이상 재벌을 지켜주는 수단이 되어주지 못한다.
포션과 신성력마저 존재하는 세상에, 질병은 더 이상 위협 수준에도 들지 못한다.
인류 자체를 위협하는 새로운 종의 출몰.
아니, 종들의 출현!
몬스터를 상대론 협상도 타협도 불가능하다.
가장 원초적이고 폭력적인 대화수단만이 그들을 상대로 스스로를 지키는 일.
재벌들이 눈에 불을 켜고 PMC사업부를 키우는 이유다.
서울을 12개로 쪼개 각 구역을 방위하지만, 최악의 최후의 순간이 되면 그들은 그저 재벌가 몇을 위한 사병으로 쓰일 것이다.
중요한 사업부다.
여기 모인 사장들 면면만 봐도 알수 있다.
재벌가 직계이거나 그들을 대대로 모셔온 가신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사장 자리를 꿰차고 있었다.
신라 길드 사장이 쉬이 생각해둔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저놈들이 손해를 보려고 할까?’
다른 방법이 없는 일이다.
뜻에는 찬성할지라도 방법을 논하는 과정에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질 것이다.
“답이 없으니 이 몸이 민망하구려. 편히 이야기해 보시지요.”
신라 길드 사장이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KH 길드 사장은 회장의 둘째 아들로 이제 겨우 50줄에 든 놈이다.
가장 핵심사업부였던 KH전자 사장 자리를 형에게 내어주고 후계가 밀렸지만, 대격변으로 세상이 뒤집어지며 다시 기회를 잡은 놈이다.
‘되지도 않는 늙은이 흉내는.’
신라 길드 사장이 입을 열었다.
“합병합시다.”
“으음.”
“큼.”
“어허, 그건 최후에나 논의할 방법인 것 같소.”
신라 길드 사장이 고개를 저었다.
“이미 최후의 순간입니다.”
“합병한다 한들 무슨 뾰족한 수가 있겠소?”
“티끌이라도 모아 어디 한번 발악해 봐야지요.”
“허, 티끌이라니.”
신라 길드 사장은 조금 답답한 듯 언성을 높였다.
“시류는 정확히 봅시다. 지금 길드 최고 용병들 등급이 어떻습니까? 길드마다 SS등급 용병이야 서넛 있지요.”
S등급은 그보다 많은 수지만 오십 전후다. 가장 규모가 큰 KH 길드도 72명이다.
“각 길드마다 정예공격대를 꾸려봐야 결과물이 어떻습니까? 겨우 7성 던전을 공략할 수준이지요. 그것도 며칠이나 걸려 겨우겨우 말입니다.”
신라 길드 사장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조금 호소력 있게 나가야겠군.
“그런데 수호 길드는 어떻습니까? U급, 아니 L등급 용병들이 벌써 몇입니까? 우리 길드에서는 손에 꼽히는 SS등급이, 그 길드에서는 평범한 취급을 받습니다.”
실제로 수호 길드 5대 공격대 정예들은 죄다 SS등급 이상이다. 개중에 몇몇 S등급 용병들이 끼어있지만 그들이야 워낙에 각성 스킬이 특이하고 가치있어 공격대 한자리를 차지한 것이고.
회의실 말석에 앉아있던 웅비 길드 사장이 나섰다.
“힘을 합친들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이미 연합해 봤으나 거하게 실패하지 않았습니까?”
귀환석만 믿고 강릉 8성 던전에 호기롭게 도전했다가 상당수 용병이 죽었다.
그때 참여한 길드는 용병 모두를 잃어야 했다. 그나마 웅비 길드는 용병들 목숨을 구했지만 수호 길드에 뺏겨 버렸다.
연합공격대를 꾸리는 것 자체가 실패작.
웅비 길드 사장의 냉소적이 반응에 신라 길드 사장이 고개를 저었다.
“연합하자는 게 아닙니다. 아예 하나의 회사로의 전면 합병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
“손발 맞지 않는 용병들을 등급에만 맞춰 밀어넣은 것이 실패요인입니다.”
서울 12개 대길드가 용병회사를 전부 합친다.
그리고 정예들을 한 팀으로 엮어 차츰차츰 7성 8성 던전을 도전하는 거다.
12개 길드 합쳐서 귀환석도 두 개 확보했으니까, 두 팀 정도 여유롭게 키울 수 있을 것이다.
벌써 몇은 합병을 염두에 두고 손익계산에 들어갔다.
‘지분은…… 아냐, 지분은 의미 없지. 공격대장은 우리 쪽 용병이 맡아야 해.’
‘통합 사장은 누가하지?’
저마다 손익계산을 굴릴 때 KH 길드 사장이 핵심적인 문제를 짚었다.
“다들 간과하는 게 있소이다. 던전의 발생이 빈번한데, 육성을 위해 정예 공격대를 빼내면 그 공백은 어찌할 생각이시오?”
서울 12개 길드.
12구역으로 쪼개진 서울의 한 구역씩을 방어해낸다.
길드의 제1 사명은 도시 내 생성된 던전을 완전소멸해 던전브레이크 자체를 막아내는 일.
“지금도 여기저기 브레이크가 일어나 혼란인데, 여기서 인원을 더 빼내면…….”
누군가의 걱정에 신라 길드 사장이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했다.
“맞습니다. 역부족이지요.”
“음?”
“역부족이니 포기해야지요.”
“…….”
서울의 한 구역을 차지하는 대길드의 위상은 남다르다.
길드가 나눠가진 방위 부담으로 인해 국가로부터 여러 혜택도 받아 왔고 말이다.
구역을 포기하는 건 그 혜택들을 모두 포기하는 것과 같다.
“그건 아니 될…….”
“제가 묻고 싶습니다.”
신라 길드 사장은 좌중을 쭉 훑어보았다.
여기선 단호하게 말해야겠군.
“서울에 미래가 있습니까?”
“…….”
적어도 여기 모인 이들은 서울의 미래보다는 각자회사를 더 생각하는 이들이다.
“이미 대부분 가족들은 제주도로 피신하지 않으셨습니까?”
“어허.”
“흐음.”
웅비 길드 사장이 테이블을 탁 쳤다.
“위험한 발언이오. 지금 서울을 버리자는 게요? 정부가 가만있을 것 같소?”
그들이 순수한 용병 길드라면 가능한 일이나, 여러 사업부를 가진 대기업이다.
그 기반시설이 모조리 서울에 있는데 모두를 저버리고 떠나자는 말인가?
신라 길드 사장이 씩 웃었다.
“떠나다니요. 그거야말로 위험한 발언입니다.”
아까 했던 말을 다시 상기시켰다.
“시민들 안전을 저버리는 게 아니지요. 여력이 없어 못하는 게지요.”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사장들의 얼굴이 꿈틀거렸다.
저마다의 손익계산에 들어갔다.
대길드로서 누리던 혜택이야 사라지겠지만, 구역 내 던전을 의무적으로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
‘모기업에 보복하기는 힘들 것 같지만…….’
명분이란 게 이리 주무르고 저리 주무르기 마련이라 영 불안했다.
“말장난일 뿐이오. 정부가 가만있겠소?”
대한민국 정부가 가진 군대와 화력은 여전히 가장 강력한 무력이다.
서울의 길드들이 발을 빼면 시민들의 두려움과 불안, 불만이 정부를 향할 것이다.
시민들의 분노를 대신 감당해줄 적당한 기업을 골라 공중분해시키려 들 터인데…….
지금 여기에 모인 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들끓게 될 여론이다.
정부야 민심 따라 움직이니까.
그때 계속 신라 길드 사장을 주시하고 있던 KH 사장이 물었다.
“얼굴을 보아하니 뭔가 대비책이 있는 모양이오.”
“우리야 여력이 없어 손 떼지만, 시민들의 안전을 지켜줄 누군가가 대신 들어온다면 어떻습니까?”
그 누군가가 누가 될지는 여기 모인 모두가 알고 있었다.
“수호 길드가 맡으려 하겠소?”
“맡기만 하면 가장 좋은 일이구려.”
“시민들이야 오히려 더 좋아할 수도 있겠군요.”
더 믿음직한 경비원이 생기는 겪이니까.
모두가 의문 가득한 시선을 던질 때, 신라 길드 사장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가 서류 하나를 테이블 위에 두었다.
수호 길드가 정부에 보낸 기획서다.
12개 길드 모두 그들만의 정보책이 있어 모두 입수해서 알고 있는 서류다.
“한반도 연합?”
“맞습니다. 이게 발족하면 그들은 결코 서울을 못 버립니다.”
말이 한반도 연합이지, 신대한민국을 만들자는 것과 진배없다.
수호 길드는 그 수장이 되려 한다.
“왕이 되겠다는데 만들어 줘야지요. 우리는 실리를 챙깁시다.”
왕의 의무는 왕이 질 것이다.
그사이 족쇄 같던 의무를 벗어던지고 정예용병들을 육성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