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Station Druid RAW - Chapter (361)
362화 신의 강림 (1)
수호 길드 개척마을 타이베이.
동수가 마을을 돌아다니며 크게 소리쳤다.
“스니이이임!”
동수는 소리치는 와중에 혹시 몰라 휴대폰을 들어보았으나 통신장애였다.
“빌어먹을 새 새끼.”
이게 다 하늘에 떠있는 불사조 때문이다.
불사조라는 이름에 걸맞게 작은 녀석이 얼마나 열기를 내뿜으며 타는지, 얼핏 보면 태양으로 착각할 정도의 신비로운 새였다.
신화 속에서나 등장했을 녀석이 등장하자 엎드려 절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였으나, 동수의 눈에는 그저 사냥해야 할 신급 군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끼아아아!
“아오, 귀 아파.”
문제는 녀석이 열기만 내뿜는 게 아니고 강력한 자기장까지 동반해 주변에 통신장애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위성을 중계기로 쓰는 혈석휴대폰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것은 마찬가지였다.
“아, 거참. 어디 가셔서 이렇게 안 오는 거람.”
잡음이 있긴 했지만, 타이베이 개척마을은 기존에 성 밖에서 자리를 잡고 있던 타이베이 자립기구로부터 이주민을 받으며 무럭무럭 규모를 키우고 있었다.
자립기구의 열악한 통치를 받느니, 외국인이지만 수호 길드의 비호를 받는 걸 택한 사람들.
개척마을에서 야금야금 인구를 빼가고 있으니, 자립기구는 인구 유출을 피하려고 요즘은 배급에도 신경 썼다.
주변 몬스터 사냥도 열성을 올린다지만 수호 길드가 주는 상징적인 안정감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대다수의 생존자들은 수호 길드가 비호하는 개척마을에 오고 싶어 했지만, 요청한다고 모두 받아주는 게 아니라 일정 자격이 필요했다.
범죄 가능성이 낮아야 하고, 공동체를 위해 기여할 준비가 된 사람들만 받아주었다.
수호 길드의 문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자격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내치진 않았다.
자립기구를 피해 도망쳐 왔는데 내쫓는 건 그대로 돌아가 죽으라는 말이나 진배없다.
수호 길드 개척마을 주민이 되지 못한 이들은 조금 먼 옆 도시인 타이중으로 데려다 주기도 했고, 1회에 한하여 원하는 도시로 이동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수호 길드의 개척마을은 모두 수호시티와 이동포탈망을 갖추고 있었으니, 마음만 먹는다면 수호시 근처에 있는 포탈허브를 통해 세계 어느 도시든 순식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립기구와 개척마을 사이는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자립기구가 불만을 품고 대거리하려 해도, 워낙에 전력 차가 자명한지라 속으로 삭히고만 있었다.
자립기구는 애초에 명진이 생존자들을 끌어모아 그들 스스로 일어서도록 도와준 단체다.
그에 명진은 책임감을 느끼는지, 자립기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백방으로 다니며 중재하는 중이었다.
“그냥 싹 쓸어버리면 안 되나.”
동수의 입장에서는 실컷 구해놓고 살길까지 마련해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라며 내쫓은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별수 없는 일이었다.
동수는 명진 스님이 아니니까.
다들 각자의 사명이나 책임감이 다름을 안다.
동수가 보기에는 그냥 쓸데없는 일에 힘 낭비하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아오, 저거나 빨리 잡아야 하는데.”
괜히 터지지 않는 휴대폰에 하늘 위에 날아다니는 불사조를 쏘아보았다.
이번 주 타이베이 개척마을의 수비공격대는 박준호의 공격대다.
신의 사제로 임명되며 물을 다룰 수 있게 된 그이지만, 불사조를 꺼트리기엔 놈이 너무 높이 날고 있었다.
높이 날 뿐만 아니라 도통 땅에 내려오지 않고, 전파방해를 빼면 크게 위협되는 행동도 하지 않았기에 사냥순번이 늦춰진 녀석이다.
다음 주 타이베이 수비조인 이글스 공격대가 오면 처리할 것이다.
서민수 대장은 비행이 자유로우니까.
수호 길드가 아무리 난다 긴다 해도 신급 군주와 1:1로 붙어 이길 수 있는 수준의 각성자는 몇 되지 않는다.
전부 사제나 기사로 임명 받아 신성력 정도는 자유자재로 써줘야 상대가 될까.
동수도 L등급이지만 같은 등급으로 취급받는 게 민망할 정도로 그들은 대단하다.
‘갓 등급 정도로 불러줘야 하나.’
수호에게 임명받은 그들을 G등급으로 따로 불러야 하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스니이이이임!”
명진을 찾는 동수의 고함 소리가 그칠 새가 없었고, 수비대장으로 와있던 박준호가 한소리를 했다.
“동수야. 때 되면 오겠지. 뭘 그리 찾냐?”
“아오, 형님. 저 불사조 못 잡아요?”
“내가 날개가 있냐. 비행을 하냐. 어떻게 잡아?”
“전에 물줄기 타고 오르더만.”
“그거야 점프 수준이고. 저기까진 안 닿아.”
“쳇.”
동수가 입을 한 댓발 내미는 것을 보곤 박준호가 웃었다.
“좀 참으면 되지. 곧 오겠지.”
“아오! 인터넷도 안 되는 이곳에 잠시도 있기 힘들어요.”
동수가 좀을 쑤셔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인터넷이 막혀서다.
그리고 동수가 직접 이동포탈을 통해 이곳에 온 것도 인터넷이 안 되어서다.
전령으로서의 역할.
“저 빌어먹을 불사조는 왜 여기 위에만 날아다닌대요?”
“그러게.”
다른 데로 가지도 않고 대만 상공 위만 주기적으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쳇, 이럴 때 형님이라도 계셨으면 한 큐에 그냥 작살내는 건데.”
동수는 못내 수호의 빈자리가 아쉬웠다.
“흐으음.”
준호도 형이 보고 싶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훌쩍 떠나버리곤 얼마나 무심한지 연락도 없다.
아니, 연락은 한 셈인가?
며칠을 삐쳐 있던 박준호가 신의 사제로 임명되었으니 말이다.
“어? 스님!”
동수가 마을 입구를 향해 들어서는 명진을 보곤 부리나케 달려갔다.
“아니, 스님 왜 이제야 오십니까?”
“동수 시주가 부르는 소리가 저 멀리서까지 들리더이다.”
“하하, 그래요?”
“헌데 어인 일로 그리 찾으십니까?”
“김미소 부사장님 호출이에요.”
“저만 말입니까?”
“아, 맞다.”
동수는 이제야 생각난 듯 준호에게 말했다.
“부사장 형님은 여기랑 우한이랑 둘 다 경비 맡으래요. 적극적인 사냥 말고 그냥 수비만 하래요.”
“음? 우한엔 지금 석호 있잖아.”
“그쪽도 소집됐어요.”
“그걸 왜 이제야 말 하냐?”
“뭐, 전했으니 됐죠. 아무튼 부사장님 빼고 전부 집합이에요.”
“허, 나만 빼고…….”
전령 한동수는 김미소로부터 지명을 받았다.
혹, 박준호 부사장이 실망하면 꼭 이 말을 전하라고 했다.
“뒤를 맡길 사람이 부사장 형님뿐이래요.”
“…….”
“최후의 보루 같은 거죠.”
“으음.”
“그럼 저희 갑니다.”
수호 길드 3개의 개척마을.
완전 철수해버린 큐슈를 제외한 타이베이와 우한의 수비를 박준호가 전담하게 되었다.
*수호시티 광장.
소집된 용병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그들은 공격대별로 모여 저마다 대기중이었는데, 대장들은 전부 부사장실로 호출되어 작전을 하달받고 있었다.
정확히는 사냥 구역의 분담.
작전 지휘실에 모인 이들은 전부 L등급의 각성자들.
거기에 더해 사제나 기사로 임명되어 거의 반신의 급에 올라버린 G등급의 공대장들도 함께였다.
김미소는 침착하게 작전을 설명했다.
“부산으로 이동, 각자의 작전 지역으로 상륙, 오크 사냥을 시작합니다.”
큐슈 개척마을이 있었다면 이동포탈로 순식간에 당도할 수 있었겠지만, 마을을 폐쇄하며 이동포탈까지 수거해버린 이후다.
일본에 닿는 가장 빠른 길은 포탈로 부산으로 간 다음 직접 상륙하는 거다.
“배 타고 갑니까?”
“수송 드론이 영남연합에서 모두 준비, 대기중이에요.”
홍세희가 슬쩍 손을 들었다.
“말씀하세요.”
“주목적이 뭐죠? 시민 구출인가요?”
홍세희의 물음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지금 일본은 정부가 무너져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오크들이 몇몇 도시에서 날뛰며 진격중이고, 각 자치도시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다.
김미소는 고개를 저었다.
“안타깝게도 협의되지 못했어요.”
아직 건재한 일본의 도시를 돕고 싶어도 그들의 응답이 없다.
동맹국으로서의 출진이 아니다.
“적극적인 오크 사냥. 그것으로 일본의 도시들과 시민들을 돕습니다.”
위협거리인 오크들을 줄인다.
김미소는 오사카를 지도에서 짚었다.
“최후의 진군 루트는 이곳입니다.”
일본 본토 곳곳에 상륙해 닥치는 대로 오크들을 사냥하며 오사카까지 간다.
바로 미드얼 행성과의 게이트 생성지점까지 말이다.
“변수가 너무 많은 전장이 될 겁니다. 모든 판단은 부대장 재량에 맡깁니다.”
오크 사냥의 시작이다.
“그럼 부디 무운을…….”
김미소가 말을 하다 말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파팟!
점점 또렷해진 시야로 들어오는 것은 붉은 사막이다.
이제는 익숙해진 광경.
“이거 언제 끝나나.”
수호는 미간을 찌푸리곤 이번에 획득한 마석을 습관처럼 흡수했다.
파사삭.
부서진 마석에서 피어오른 검은 연기가 수호에게 흡수되었다.
“하아.”
짜릿한 쾌감은 한순간이었고, 파워업은 손톱의 때만큼도 되지 않았다.
아주 연약한 녀석이었다.
겨우 30년쯤 살다가 검치호와 결투중에 죽은 과거를 흡수했다.
“뭐 이리 쓸데없이 여러 번 죽어서 무덤만 많은 거야?”
과거에 죽은 자신의 무덤을 수습중이다.
수없이 많은 신들의 무덤 중 자신의 무덤만 찾아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검은 연기만 찾으면 돼.’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무덤에 진입했다가 지구인을 만났다.
검은 연기는 지구와 연결되었다는 상징.
검은 포탈이 생성되어 브레이크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그대로 두면 브레이크와 함께 블랙맨이 지구에 헌신하게 되니 위험하다.
놈은 물리 면역력을 가지고 있어, 어지간한 각성자는 상대도 되지 않는다.
사제나 기사로 임명된 자들은 신성력을 기본으로 가지고 있으니 공격이 먹힐지도…….
“이것도 엄청 모았네.”
수호는 아직 흡수하지 않은 마석이 인벤토리에 한 무더기 담겨 있었다.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는 무덤은 두 가지.
블랙맨 아니면 블랙비스트.
죽은 수호와 죽은 쿠로의 과거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 많은 신들의 무덤 중에 지구에서 연결되는 건 둘뿐이다.
신수의 죽음에서부터 파생되는 검은 포탈.
그리고 거기에 반응하는 무덤.
검은 연기를 피워대는 그 무덤들만 찾아다녀도, 수호는 절반의 확률로 자신의 죽음을 수거하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흡수하지 않고 마석의 형태로 인벤토리에 보관중이다.
쿠로의 과거를 흡수하기엔 꺼림칙한 느낌이 있었다.
‘나는 나다.’
자신의 과거를 수습하면서 점점 성격이 뭉그러져 가는 느낌인데, 아예 다른 인격의 과거를 더하면 어떻게 변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지금의 수호는 수십 번 다른 삶을 살아간 박수호가 합쳐진 집합체였다.
그나마 베이스가 되는, 천 년의 삶을 살아온 수호의 정신력이 대단했기에 가능한 일.
“근데 왜 이렇게 뜸해졌지?”
수호는 청룡인으로 변해 구천 행성의 하늘을 날아다니며 무덤을 살폈다.
검은 연기를 피워 올리는 무덤의 출현이 더없이 뜸해졌다.
무덤이 연기를 피우려면 지구에서 신수가 살해당해야 한다.
신급 군주인 그들이 등장하려면 8성 던전이 브레이크를 일으켜야 하고 말이다.
점점 던전 발생이 가속화되는 시기이기에, 지구에 출몰하는 신수가 적지는 않을 터인데…….
“신수 사냥을 안 하나?”
수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통신 수단을 가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