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Lives Eight Lives RAW novel - Chapter 43
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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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싶더니 살아난 늑대인간!
그르르르!
늑대인간이 으르렁거렸다. 작은 울부짖음에 실린 살기와 밀도 있는 피어에 조직원이 비틀거렸다.
“이 이게······!”
날깐이가 이마에 핏줄을 도드라세우며 검을 회수하려 했다. 하지만 늑대인간의 악력은 범상치 않은지 오러가 실린 검을 맨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어딜!”
날깐이가 검을 흔들었다. 자루, 검의 시작 부분에서 오러 줄기가 흘러나오더니 검으로 스며들었다. 위아래로 흔들리는 검신에 따라 오러가 폭풍처럼 몰아치며 늑대인간의 손가락을 베었다.
쭈압! 쭈압! 늑대인간은 손가락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도 모르는지, 전신으로 피를 흡수하며 악에 찬 듯이 말했다.
“반 데르함······!”
“아닛···? 그 이름을?!”
느억이가 흠칫 놀랐다. 그녀도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걸 알아챘는지 급하게 조직원에게 손짓했다. 그 명령에 조직원은 검술단에게 향한 무기를 거두고 늑대인간에게 향했다.
“검술단! 당신들도 우리하고 싸울 때가 아닙니다!”
느억이가 작은 유리병 여섯 개를 검술단에게 던졌다.
“해독제입니다! 바로 몸이 좋아지진 않겠지만, 더는 나빠지지도 않을 거에요! 어서 먹고 준비하세요!”
검술단은 해독제를 받고 잠시 망설였지만.
“어서! 저것이 반 데르함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 몰라요? 여기서 다 같이 죽고 싶어욧!”
느억이가 매섭게 소리치자 심각함을 눈치채고 해독제를 마셨다. 그러곤 늑대인간에게 뛰어들어갈 준비를 했다.
그 타이밍에 맞춰 느억이도 채찍을 팔에 돌돌 감았다. 감긴 채찍에 오러가 한 겹 씌워지고, 불길이 감겼다.
불길 위에 또 오러가 합겹 씌워진다. 불길은 오러와 오러 사이에서 압축되더니만 오러에 배어들었다. 저주의 불길과 하나가 된 오러가 아까보다 배는 더 강한 파동을 발휘했다.
채찍을 날릴 준비를 끝낸 느억이가 내게 소리쳤다.
“당신! 이름이 뭡니까!”
“션입니다.”
“션! 좋아요! 뭐 하는 인간인지는 묻지 않겠습니다. 해봤자 천재검에 눈이 먼 머저리겠지요!”
“정확합니다.”
“저기! 천재검! 그리고 저 늑대인간! 합쳐서 저놈부터 죽이는 건 어떻습니까!”
“상황판단이 빨라서 좋군요. 동의하죠. 그보다 반 데르함에 놀라던데 그게 뭡니까? 뭐 검술 이름입니까?”
“하아?!”
내 질문에 느억이도, 조직원도, 검술단의 검사도 눈을 동그랗게 뜬다. 내가 뭐 잘못 말했나? 입술을 비쭉 내밀자 마법사가 조심스럽게 내게 말했다.
“반 데르함 알테어 32세. 7년 전까지 알테어 왕국을 다스리던 왕의 이름입니다.”
“어어······. 그렇다는 건···.”
“예. 바로 그겁니다!”
“알테어가 이름이 아니라 성으로 바뀌었나! 세월의 힘이란!”
느억이가 짜증을 냈다.
“그게 아니라! 이 화상아! 몬스터가 뭘 했겠어요! 저 늑대인간이 알테어 왕과 싸웠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 수련실에서!”
꿀꺽! 그 이야기를 듣자 검술단이 침을 꿀꺽 삼켰다. 늑대인간과 힘 싸움을 벌이던 날깐이도 움찔했다.
느억이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소드 마스터와 말이에요!”
알테어 왕이 소드 마스터였어? 나는 느억이의 말을 듣고 살짝 안심했다. 괜히 암살자하고 싸운 게 아니구만. 다 이유가 있어서 마초 짓거리를 한 거였다.
‘잠깐. 전혀 안심할 게 아니잖아?’
어디까지나 느억이의 추측이지만, 늑대인간과 소드마스터인 반 데르함이 싸웠다. 그리고 늑대인간은 말라 죽었을 뿐, 사지는 성하고 왕은 시체도 남지 않았다.
그러니까······. 늑대인간이 소드 마스터보다 강하다는 이야기인가?
괜히 느억이가 날깐이를 도우려 하고 검술단에게 해독제를 넘긴 게 아니다. 늑대인간이 본래 힘을 찾으면 우리 모두 죽는다. 검술단도 그 사실을 알고 얼굴이 핼쑥해졌다.
“지금!”
느억이의 신호에 맞춰 전력으로 공격을 날린다. 압축된 오러와 저주의 불길이 늑대인간 전신에 난 잔상처를 자극하고, 일곱 줄기의 오러가 녀석의 팔을 휘감고 톱날처럼 회전했다.
늑대인간이 고통에 못 이겨 손을 놓고, 그 사이에 날깐이가 잽싸게 손아귀에서 풀려났다. 그가 낭패한 얼굴로 손목을 만지작거렸다.
날깐이가 바로 공격 준비를 하며 나를 노려보았다.
“스파이 자식. 우습게 봤는데 실력이 만만치 않군?! 뭐 하던 놈이냐?”
“나중에 물어보시죠.”
“꼭 물어볼 테니 도망갈 생각은 하지도 마라!”
날깐이가 그리 외치며 늑대인간에게 날 듯이 쇄도했다. 나도 그의 뒤를 따라서 늑대인간을 공격했다.
실력을 발휘한 건 단 한 번이지만, 상대를 파악하기엔 그 한 번으로도 차고 넘친다. 특히 살아남은 검술단 검사들에게는 더했다.
나와 자신의 실력차를 깨달은 그들은 자존심을 접고 날깐이와 나를 보조하며 늑대인간을 몰아쳤다. 늑대인간은 처음에 보였던 엄청난 살기는 어디로 갔는지, 뒤로 밀리며 상처가 하나씩 늘어갔다.
이거 쉽겠는데? 그렇게 생각한 그 순간, 늑대인간의 분노가 폭발했다.
“반 데르함! 감히 나를 속여어!!”
늑대인간이 울부짖으며 피투성이인 오른팔을 크게 휘둘렀다. 핏줄기가 연검(軟劍)처럼 길게 이어졌다. 이내, 핏줄기가 불타오르더니 검붉은 색 오러로 화(化)했다.
“강기!” 누군가가 절망적인 외침을 토했다. 강기가 아니라 오러지만, 그렇게 착각할 만큼 오러에서 엄청난 역도가 감지되었다.
수십 줄기의 검붉은 오러. 길이는 수련실 절반을 덮을 만큼 길고, 두께도 내 허벅지만하다! 위력은 얼마나 될지 상상하기도 끔찍했다.
나는 오러의 틈 사이로 몸을 날렸다. 일렁이는 오러가 불길처럼 내 위아래를 스쳐 지나갔다. 스치기만 했는데도 전신 피부가 벗겨진 것처럼 따끔따끔하다.
검술단의 검사도, 느억이도 나름의 회피술을 발휘하여 오러를 피했다. 하지만 조직원은 음속을 뛰어넘는 오러 줄기를 인식하지도 못하고 그대로 오러에 휩쓸렸다.
콰과광!
귀청을 찢는 소리가 좁은 수련실에 울려 퍼졌다. 소리는 몇 번이나 반사되어 우리들의 귀를 괴롭혔다. 익스퍼트 하급 둘이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눈과 귀에서 자그마한 핏줄기를 흘렸다.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상황을 파악했다.
‘날깐이는 무사히 피했어! 느억이도 문제없다!’
하지만 정보조직은 대부분 사망! 검술단도 익스퍼트 중급 한 명과 하급 둘만 남기고 죽었다. 전력을 계산하자 내 머리가 팽팽 돌았다.
상급 하나, 중급 둘, 하급 둘 그리고 나. 이 여섯이서 소드 마스터와 싸워 (아마도)이긴 괴물을 죽일 수 있을까. 말라 죽다가 겨우 살아난 놈이니 가능성은 있진 않을까.
어찌 되었든 간에 여기서 저놈을 죽여야 내가 산다. 나는 이빨을 갈며 늑대인간에게 달려들었다. 심장 부분은 포기한다. 나는 오러를 날려 녀석의 전신에 난 상처를 크게 벌리고, 체력을 뺐다.
늑대인간이 눈을 시퍼렇게 뜨며 내게 손톱을 휘두른다. 나는 무릎과 허리를 뒤로 눕혀 녀석의 오러를 피했다.
후앙! 하고 머릿가죽이 생으로 뜯어질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바람이 위에서 불어온다. 나는 초능력으로 불안정한 자세를 바로잡으며 녀석의 하체에 난 잔상처를 크게 벌렸다.
“보조를 맞춰!”
척하면 척. 중급 하나와 하급 둘은 날깐이를 포기하고 나의 공세를 보조하는 쪽으로 전투의 방향성을 잡았다.
하지만 우리 넷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여기선 날깐이가 필요하다. 나는 늑대인간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날깐이를 확인했다.
“크으윽! 이 빌어먹을 독! 대체 어떤 걸 쓴 거야?!”
날깐이도 상황은 편치 않았다. 그는 급히 해독제를 마셔 몸 상태가 나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느억이와 한 짧은 전투에서 체력이 급격히 소모되었음이 명백히 드러났다.
날깐이가 코피를 흘리며 서른여섯 개의 검광 만들었다. 그가 서른여섯 개의 검광을 두 개로 압축했다. 그는 하나는 늑대인간의 상체로, 나머지 하나는 나선형을 그리며 늑대인간 주변을 드론처럼 빙빙 돌게 조절했다.
“바아아아안!”
늑대인간이 울부짖으며 양팔을 팔자로 휘둘렀다. 열 개의 손톱에서 튀어나온 열 줄기의 오러가 팔자로 회전하며 날깐이의 공격을 분쇄했다.
하지만 뒤에서 기회를 노리던 느억이의 채찍까지는 막지 못했다. 아니, 채찍은 조각조각 찢어졌지만, 채찍이 서린 저주의 불길이 늑대인간의 양팔을 뒤덮었다.
“캬아악! 이 개자식!”
늑대인간이 커튼을 걷듯이, 양팔을 확! 펼쳤다. 팔자 회전을 하며 힘을 모은 오러가 사방으로 퍼지며 무자비한 파괴를 선보였다.
쿠구궁!
나선으로 회전하던 날깐이의 오러는 늑대인간의 공격의 한 축을 막는 것이 고작이었다. 우리는 날깐이가 만들어준 활로로 기민하게 모여들었다.
한 차례 위기를 벗어났으면 양심이 있으면 우리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나와 세 명의 검사는 날깐이의 공격을 방패삼아 늑대인간의 전신을 잘게 다졌다.
“끄아아악!”
한 차례 공격을 퍼부은 늑대인간은 다시 바보로 돌아왔는지 우리가 아니라 수련실에 무차별적으로 공격을 퍼부었다. 느억이가 그 틈을 타서 채찍을 날렸다.
차악!
채찍은 탄탄하게 묶인 밧줄과도 같이 늑대인간의 오른쪽 뒷발을 감쌌다. 느억이가 채찍을 양손으로 잡고 콧김을 흥! 하고 세게 불었다. 그러곤 채찍을 쥐고 빙글빙글 돌았다.
붕붕붕!
느억이의 회전에 따라 늑대인간이 빙빙 돈다! 늑대인간은 바닥을 긁고, 이빨을 박으며 자세를 바로잡으려 했지만, 느억이의 힘과 날깐이의 공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피니쉬 공격을 당하는 프로레슬러처럼 뱅뱅 돌기만 했다.
나는 늑대인간을 채찍으로 묶고 그것을 빙빙 돌리는 느억이를 보고 확신했다. 느억이는 르암인이 아니다. 혼혈인지, 순혈인지 확실하진 않지만, 인간족이 아닌 다른 종족의 피가 섞여 있었다.
“크아악!”
박박박!
그도 그럴게··· 세상 어느 여자가 자기보다 세 배는 덩치가 나가는 괴물을 빙빙 돌릴 근력이 있을까. 늑대인간을 빙빙 돌리는 느억이를 보면 누구나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건 날깐이도 하지 못한다. 최소한 초능력으로 강화한 션 수준의 근력이 있어야만 가능한 기예다. 느억이는 그것을 본신의 힘으로 때웠다.
“흐으으윽!!”
느억이의 얼굴이 미인은 해선 안 될 수준까지 일그러졌다. 그녀의 무지막지한 힘으로도 오랫동안 늑대인간을 묶는 건 불가능하다.
느억이도 그걸 아는지 눈을 질끈 감고 높게 외쳤다.
“지금이에욧! 어서!!”
날깐이와 나, 그리고 살아남은 세 명의 검술단 검사는 입에서 피를 줄줄 흘려가며 수련실을 빙빙 도는 늑대인간을 후려쳤다.
대앵! 하고 오러로 정수리를 때리자 종을 치는 묵직한 소리가 울리고, 손이 바르르 떨린다. 이놈의 육체강도가 워낙 단단해서 평범한 공격으로는 상처를 헤집는 것도 불가능했다.
나는 뒤로 물러서며 전장을 넓게 보고는 무의미한 공격을 날리는 익스퍼트 하급 둘에게 명령했다.
“아냐! 너희는 피를 없애!”
늑대인간의 초반 공격에 떼죽음을 당한 정보조직원 오십여 명, 그들의 시체와 피가 수련실을 데굴데굴 구르는 늑대인간에게 모여든다. 그것을 당장 막아야 했다.
검사 두 명은 내 명령을 듣자마자 무슨 뜻인지 이해하곤 사방팔방으로 오러를 쏘았다. 오러는 왕가의 돈 지랄이 들어간 바닥에 그 어떠한 흔적도 남기지 못했지만, 바닥을 흐르는 피와 내장, 살점만큼은 깔끔하게 없애주었다.
박박! 바드득!
늑대인간은 바닥을 긁으며 자세를 잡으려 발버둥치고, 느억이는 혀까지 깨물고, 눈까지 까뒤집으며 늑대인간을 붙잡아 빙빙 돌린다.
나도 초능력으로 늑대인간의 사지를 나선형으로 비비 꼬는 염동력을 일으켰다. 녀석이 팔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려는 수작이다.
어떻게 보면 느억이가 계속해서 늑대인간을 돌릴 수 있는 데에는 나의 남모를 도움도 있었다. 나는 그 와중에도 날깐이와 합을 맞추는 데 전력을 다했다.
나와 날깐이, 익스퍼트 중급 하나! 세 검술 달인의 집중공격을 받자 늑대인간의 상처가 늘어났다.
그렇게 정신없이 10여 초 넘게 바닥을 구르며 오러와 저주의 불길에 육체가 망가져 가던 늑대인간. 돌연, 녀석이 서러움이 폭발했는지 서럽게 울부짖었다.
“알테어! 알테어! 반 데르함 알테어어어! 네가 어떻게 검사로서의 약속도 잊고 나를 속이느냐!”
후와악!
두 검사가 열심히 오러를 날린 덕에 증발한 피와 살점들. 수련실에 가득 찬 피 증기가 늑대인간의 전신으로 빨려 들어갔다.
어어······. 이건 위험하다. 피의 흡수량이 수십 명 분을 넘자 늑대인간의 피부가 붉은빛을 발하고, 근력이 세 배 이상 강해졌다.
한순간에 몇 배나 강력해진 늑대인간이 느억이의 회전과 내 초능력 결박마저 풀어헤쳤다. 녀석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주먹의 궤적에 느억이가 걸렸다.
“꺄악!”
주먹에 서린 포탄과도 같은 오러에 느억이가 저만치 날아가 수련실 벽에 등을 처박았다. 발을 묶는 방해꾼이 사라지자 늑대인간이 벌떡 일어섰다. 녀석의 전신에서 오러가 뭉실뭉실 일어나더니 폭풍처럼 회전하기 시작했다.
가가가각!
수련실에 눈 뜨기 힘든 소형 회오리가 휘몰아쳤다. 오러로 이루어진 회오리가 녀석의 전신을 촘촘하게 보호했다. 늑대인간은 무식한 파괴력을 온몸에 두르곤 수련실을 종횡무진했다.
웬만한 운동장만큼이나 넓은 수련실을 붉은 오러의 회오리가 가득 채웠다. 녀석의 목표는 자기를 야금야금 갉아먹던 건방진 인간 둘! 나와 날깐이!
끔찍한 오러의 회오리 절반이 나를 노린다! 나는 천지를 뒤엎는 검붉은 오러를 보면서도 주변을 확인했다.
날깐이는 나와 정 반대방향에 있어 누구를 도와주고 뭘 할 상황이 아니다. 느억이는 수련실 구석에 엎어져 있고, 익스퍼트 중급 검사는 느억이를 보호하느라 바쁘다.
하급 둘의 생존은 확인하지도 못했다. 결국, 늑대인간의 공격은 오롯이 나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는 뜻.
콰과과과!
무자비한 파괴가 내 전신을 갈가리 찢기 전. 짧은 순간, 나는 늑대인간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중벽을 때려 부순 강기. 그 주인이 너지? 참 슬픈 일이군. 알테어 왕이 지금의 너를 보고도 자신의 호적수라고 생각하며 자랑스러워 할까?]움찔!
도발을 듣자 늑대인간이 움찔했다. 그리고 도저히 뚫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진 오러에도 미세한 빈틈이 나타났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늑대인간이 알테어 왕에게 가진 콤플렉스를 자극했는데 아주 잘 통했다.
나는 희희낙락하며 오러의 틈에 칼을 박아 넣고 빈틈을 늘렸다. 내가 쉽게 빠져나오면 날깐이는 더욱 쉽다. 그는 가볍게 검을 휘둘러 검붉은 회오리를 산들바람으로 바꾸곤 늑대인간에게 뛰어들었다.
나도 오러의 회오리에서 탈출하기 전, 늑대인간이 혈광을 띄며 나를 노려보았다.
“시건방진 인간족이 그딴 소리를!!”
콤플렉스를 자극해도 너무 자극한 모양이었다. 늑대인간은 가슴에 칼을 날리는 날깐이를 무시하면서까지 내게 추가 공격을 가했다.
푸욱!
녀석의 가슴에 날깐이의 검이 꽂히고, 2차로 날아든 오러의 회오리가 나를 휩쓴 건 그야말로 한순간이었다.
똑! 또독!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내면에서 똑똑히 울린다. 갈비뼈, 빗장뼈, 팔뼈, 정강이뼈, 그야말로 사지가 부러지고 전신은 세탁기에 들어간 세탁물처럼 팽그르르 돈다.
“끄아악!”
늑대인간이 괴성을 내지르며 날깐이의 검을 잡았다. 초반에 보여준 말도 안 되는 육체의 단단함도 이미 사라졌는지 손이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개의치 않고 검을 꽉 움켜쥔다.
늑대인간이 날깐이의 아구창을 후려갈겼다.
우직!
부러져선 안 될 곳이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날깐이가 안면이 뭉개져선 공중을 훨훨 날았다. 내가 본 건 거기까지였다.
나는 전신에서 피분수를 뿜으며 팽이처럼 회전하여, 수련실의 침실··· 이라 생각되는 공간에 처박혔다.
콰광!
“어억······!”
입에서 절로 앓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전신에 뜨뜬한 열감이 감도는 게, 페노마 때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부상을 이 한 번의 공격에 얻었다.
나는 흐린 눈을 떴다. 부서진 나뭇조각, 갈가리 찢긴 오리털 등을 보니 침대에 몸통이 처박힌 것 같았다.
흩날리는 오리털 사이로, 정확히는 부서진 문 사이로 검붉은 빛이 번쩍이는 게 보인다. 불길한 파동을 내뿜는 불길은 검붉은 빛에 대항하려 했지만, 도우미가 다 사라져서 그런지 솜사탕처럼 주룩주룩 녹아내렸다.
불길은 초마다 반씩 기세가 줄어들었고, 불길의 주인, 느억이가 죽을 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느억이가 죽으면 날깐이가, 날깐이가 죽으면 다음은 내 차례일 것이다.
‘욕심부리다가 이번 생도 이렇게 끝나네.’
후우! 나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반항해볼 생각이긴 하지만 그래도 죽음이 확정된 일에 모가지를 들이미는 건 허탈했다.
나는 마지막 준비를 하며 마나를 끌어올렸다. 아니, 끌어올리려 했다.
우웅!
그때, 마나를 박박 긁어모으는 나의 육체. 그 육체 깊은 곳에서 포근한 빛이 느껴졌다. 나는 대경실색해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 이건?”
내가 놀라는 것과 관계없이 빛은 도대체 어디에 숨어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한도 끝도 없이 새어나왔다.
그 빛은 내 육체에 갇혀있지만, 밖으로 풀려난다면 천지를 감쌀 막대한 잠재력을 품고 있었다. 부러진 뼈와 찢겨진 근육이 빛에 닿자 절로 회복되며 완벽한 컨디션을 되찾았다.
피가 멎고, 살이 차오른다. 초능력 이상의 회복력을 제공해주는 포근한 빛. 그 빛은 내 육체를 다 회복하는 걸로도 힘이 쇠락하지 않아, 내 피부에서 은은한 빛을 발하며 자기주장 했다.
나는 멍청하니 피부를 밝히는 빛을 바라보았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빛.
션이 아닌 다른 내가 겪은 빛.
“이건··· 승천자의 성력(聖力)이잖아?”
그렇다. 죽을 위기에 처했을 때 튀어나온 힘. 의문의 빛은 바로 전생에서 승천자 삼사드가 밥 먹듯이 썼던 성력이었다.
‘이러면 상황이 다르지.’
이거면 희망이 보인다. 나는 히죽 웃었다.
044. 엎친 데 덮치고 코까지 깨지고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