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tar Kingdoms RAW novel - Chapter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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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활[弓道]
“적이, 적이 옵니다! 수는 어두워 잘 분간이 가지 않지만, 그림자의 수를 세어보면 그 수가약 일천기에 달합니다!”
거센 징소리와 함께 검단성의 분위기는 요란하게 바뀌었다. 일전. 단 오백기의 호인들에게 휘둘렸던 검단성이었기에 병사들은 더욱 호들갑을 떨었다. 그 배가되는 수가 달려오는데 오금이 저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병사들을 침착하게 유지시켜라. 적들이 성 벽 위에 오를 때까지 결코 화살을 쏘지 말아라. 모두 성벽 위에서 차분히 대기시켜라. 지금 당장 천부장들에게 전하고 모든 궁수들에게 전달하라.”
모진오는 침착하게 명령을 하달했다. 지난날처럼 성 밖의 적을 향해 쏘는 것은 화살 낭비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궁수들의 십만이 넘는 화살은 저들에게 무용지물이었다. 명중하지 않는 화살은 쓰레기와 다름없었다.
“그렇다 해도, 예상 외로 빠르군. 바로 쳐들어 올 줄이야. 게다가 야습. 밤의 이점을 살려보겠다는 건가.”
모진오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며 혼잣말했다. 그리고 자리에 일어나 스스로도 전투를 준비했다. 애시당초 검단성에 오고부터 갑옷을 벗지 않았으니, 그가 준비해야 할 것은 무기 밖에 없었다.
“장제를 불러라! 내가 말했던 준비는 다 되었는지 보고를 받고 싶다.”
군영에서 나오면서 모진오는 장제를 찾았다. 미리 그에게 일러둔 일이 시간에 맞춰서 잘 이행되었는지 궁금했다.
모진오가 성벽에 올라가 적의 진군을 진중히 지켜보고 있을 때, 장제가 허겁지겁 달려와 모진오에게 대권했다.
“이제야, 소식을 들은 거냐.”
“그,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지하에서 작업을 하다, 징소리도 듣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모진오가 대권을 받자, 장제는 자세를 고치고 불길에 비쳐 흐릿하게 비춰지는 성벽 밖의 적 병력을 흘깃 바라보았다. 그는 적이 정말로 적이 다가오는 줄도 모르고 있었기에 정신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급하게 달려온 탓에 초겨울인데에도 불구하고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혀 있었다.
“내가 부탁한 것은 잘 진행 되었는가?”
“네, 저하. 시간이 촉박하여 그리 많은 수를 제조하지는 못하였으나, 부탁하신 하루 할당치는 간신히 만들어 내었습니다. 지금 즈음이면 아마 배분하고 있을 겁니다.”
장제는 작은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그는 자신의 허리춤에 매여진 나각을 매만졌는데, 그에게는 일을 확실하게 끝내고나면 습관적으로 나각을 만지는 버릇이 있었다. 그 것을 보고 모진오는 장제의 일처리를 확신하였고,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좋다. 바로 그 것을 쓰도록 하지. 배급받은 병사들을 모두 내 쪽으로 돌리라 명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저하.”
장제는 서둘러 다시 성벽을 내려갔다. 모진오의 명령을 전파하기 위해서였다. 징소리는 계속 울려 퍼졌고, 전쟁의 기운은 다시 이 성을 향해 음험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모진오는 다시 차분히 적을 지켜보면서 주먹을 그러쥐었다. 저들의 공격을 막아낸다. 지금 자신의 머릿속엔 그 것 만이 또렷하게 그려졌다. 긴장하려 하지 않으려 해도 등 뒤에 땀이 맺히고 갑옷 사이에 덧입은 옷가지들이 젖어가는 것을 느꼈다.
모진오는 품속에서 작은 입사귀 모양의 목걸이를 꺼내어 매만졌다. 정인情人인 이가사가 자신에게 증표로 준 녹색의 세공품이었다. 긴 목걸이의 끈은 이가사 자신의 흑단같이 검은 머리카락을 꼬아 만들어 준 것이었다. 모진오는 목걸이 끝의 세공품을 만지작거리면서 긴장을 풀어내었다.
이가사의 출산 예정일은 이번 주. 아버지로서 이가사의 곁에서 자식의 출산을 기뻐하고 싶었지만 하늘이 매정하게 전쟁이 일어나, 자신은 아내와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어제, 오늘. 아니면 내일 중으로 자신의 자식이 태어날 터였다. 아내인 이가사는 출정을 떠나는 모진오에게 작은 녹색의 세공 목걸이를 주며, 자신의 순산을 기원해주고 또 전투에서 승리해 달라 말했다.
모진오는 목걸이를 통해 기도했다. 자신의 정인인 이가사의 순산과 이 전투에서 승리하여 반드시 그녀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 * *
“성벽을 올라라!”
2군은 지체없이 성벽에 도달하자 성벽을 탈 준비를 했다. 이상하게도 인간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전 같았으면 무수히 활을 쏘면서 자신들의 진군을 방해할 터였다. 아무리 밤이라 할지라도, 이정도로 성벽에 가깝게 접근을 했으면 화살과 돌무더기가 떨어져야 했다.
하지만 2군의 범족 병사들은 그런 반항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저 밤이 되어 날이 어두워졌으니, 어차피 화살을 날려도 무용지물이라 활을 쏘지 않는 것이라 여겼다.
2군의 병력들이 성벽을 하나, 둘 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간들은 이상하게 반항다운 반항을 하지 않았다. 화살도 쏘지 않고, 성벽 위에서 돌덩이를 몇 개 던지며 간헐적인 저지행위만 했다.
그러자, 범인들은 더욱 기세 좋게 벽을 탓다. 적들의 반항이 거세지 않으면 그들이야 더 좋았다. 벽을 오르는데 거칠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반전反轉은 그들이 중간 즈음 성벽을 올라가면서부터 생겼다. 성벽을 오르는 것은 그들에게 일도 아니었다. 날카로운 손, 발톱이 그들의 몸을 성벽을 아주 효율적으로 탈 수 있게 해주었다. 그러나, 성벽에서 횃불이 몇 개 떨어지면서, 성벽을 오르는데 인간들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횃불을 던져, 시야를 밝혀라! 일열일진一列一陣 의 궁수대는 올라오는 적의 병력에게 기름 화살을 준비해라!”
모진오의 우렁차고도 당당한 외침이 성벽 위에 울려 퍼졌다. 병사들은 호인의 재침략에 손을 부들 부들 떨며 지난날 그들의 강함에 공포심을 떠올렸으나, 모진오가 계속해서 그들이 다른 생각을 품어 쓸데없이 흥분하지 않게 계속해서 바삐 명령했다. 병사들은 그런 모진오의 강인한 모습을 보며 이를 악물고 적에게 대항할 준비를 했다.
모진오는 지금까지 성벽에서 적들이 올라오기만을 차분히 기다리고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 병사의 싸움에서는 저번 곽권준 통제사가 했듯, 적들이 성벽에 도달하기 전부터 공격을 쏟아 부어 진군 속도를 줄이고 사망자를 늘려 공세를 꺾어놓는 것이 필요했다.
하지만 호인들에게 그 전략을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화살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모진오는 불화살을 조금 개량했다. 화살 끝에 기름을 먹여 불을 붙이는 것은 똑같았으나, 그 바로 뒤에 가죽으로 된 주머니에 기름을 채워 넣어 활에 묶어 놓았다. 매듭은 풀리기 쉽게 한번만 매었다. 이로서 활이 날아가 부딪히면 기름 주머니가 열려 기름이 넓게 퍼졌다. 그 기름에 불화살의 불이 옮겨 붙으면 상당히 넓은 범위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모진오는 이 화살을 손수 만들어 직접 시험으로 쏴보았다. 그 성능을 확인한 그는 바로 장제에게 이 화살을 삼천발 만들으라 명령했다. 장재는 오늘 아침. 모진오가 화살을 회수하기 위해 성 밖으로 나가는 순간부터 창고에 있던 이만발의 화살들 삼천발을 이 화살로 개량했고, 즉시 궁수대에게 보급해 현재 일열일진에 모진오와 함께 첫 선을 뵐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일열일진! 쏴라!”
모진오의 명령이 떨어지자, 궁수들은 기름 주머니가 있는 화살을 올라오는 호인들에게 일제히 발사하기 시작했다. 호인들은 제각각 지니고 있던 병장기로 그 불화살들을 쳐내었다. 하지만 그 것은 그들에게 불행의 전초였다.
그들이 화살을 쳐내는 순간, 기름 주머니가 터지면서 기름이 올라오는 호인들의 몸 위로 쏟아졌다. 그리고 불은 정말로 간단하게 옮겨 붙었다. 화살들이 그들의 몸에 맞지도 않았지만, 쏘아져 내려가면서 흩날리는 잔 불똥들이 호인들의 털 갈기에 옮겨 붙으면서 성벽을 올라오던 대부분의 병력들이 화공에 휩싸였다. 그리고 그들이 불을 끄기 위해 허우적거리며 두 손이 자유롭지 않을 때, 일열이진一列二陣의 궁사들이 일반 화살들을 머리 위로 쏟아졌다. 그리고 화살 공격에 당해 성벽 아래로 떨어지는 호인들은 이열일진二列一陣과 이열이진二列二陣의 궁사들이 맡았다.
이 것이 모진오의 전략. 근거리에서 거대한 힘을 가진 호인들을 원거리에서 봉쇄하는 방법이었다. 지상에서 화살을 쏘고 불을 내는 것은 발이 빠른 호인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유일한 공격의 기회는 그들이 그나마 두 발과 두 손을 성벽에 고정시킬 때였다. 그 때에도 일반적인 화살이나 낙석공격으로 피해를 주는 것은 어려웠다. 워낙 몸이 재빨러 피하거나 쳐내는 것이 대다수였다. 보다 넓은 범위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했다. 기름으로 성벽 전체를 불태운 곽권준의 방어방법을 보면서 모진오는 저들도 다른 것은 모르지만 불만큼은 확실하게 두려워하는 것을 알았다. 아니 저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물이 두려워 할 터였다. 그래서 곽권준의 전술을 최소한으로 필요한 만큼 축소하면서 피해를 입히는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낸 기름 주머니 화살은 전과 다르게 호인의 무리를 매우 효율적으로 막아내었다. 횃불이 떨어질 때마다, 올라오는 호인들의 모습이 보였고, 그 쪽으로 기름 화살을 쏘았다. 불은 호인들에게 옮겨 붙었고, 호인들은 성벽 위로 오르지 못하고 계속 저지되었다.
2군단은 전혀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다. 심지어 몸에 불이 붙어 성벽에서 떨어지는 호인들 위로 화살들이 내려와 박히니, 아무리 균형 감각이 좋은 자들도 화살을 피하지 못하고 단명을 면치 못했다.
“이이이이익!”
흑모 지파의 정루는 보다 못해 자신이 성벽에 올라갔다. 아군의 사기를 북돋기 위해서였다. 정루를 필두로 흑모의 용감한 자들이 의기투합하여 성벽에 달려들었다. 그들은 몸에 화살이 박히든, 불에 자신들의 털이 그을리든 상관하지 않고 무섭게 성벽을 탓다.
“대장이 납셨군.”
누가 보아도 일신一身을 걸고 달려드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돌파력은 실로 무섭기 까지 했다. 저 풍겨오는 위압감은 지금까지 올라오던 일반 호인들과는 명백히 달랐다.
모진오는 철궁을 꺼내 시위를 당겼다.
“내가 있는 한, 이 검단성을 넘볼 수 없으리라.”
나직히 웅얼거린 모진오는 이제 막 성벽 위에 발을 디디려 몸을 올린 적장의 미간에 시위를 놓았다.
-쐐엑
-터엉
모진오의 손을 벗어나 시위를 탄 화살은 그대로 날아가 적장의 미간에 정확하게 꼿혔다. 그대로 적장은 성벽 위에 오르지 못하고 허리를 꺾어 성벽 아래로 떨어져 내려갔다. 그 뒤로 흑색 갈기를 지닌 몇이 제 몸을 태우면서 까지 불을 견디고 성벽 위로 올라왔으나, 모두 모진오의 화살 아래 차디찬 주검으로 변했다.
이날 조국의 병사들의 사망자는 11명. 호인을 상대했다고는 믿기지 않은 숫자의 사망자였다. 반면에 적의 사망자는 삼백이 넘었다. 호인들은 결국 화공을 이기지 못하고 퇴각했다. 거의 유일하다 싶을 정도로 호인의 공격을 효율적으로 막아낸 전과였다.
이 날. 승리를 맛본 모진오는, 그제야 병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풀어 쉴 수 있게 했다. 그리고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이제 검단성의 병력들은 모두 저 무시무시한 호인들에게서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희망을 마음속에 새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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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어떠실련지요. ㅎㅎㅎ 조금 좋아보일려나요…
4시간이나 들여서 만들어서 ㅠ.ㅜ 저는 헐떡입니다. 헐떡 헐떡
모진오가 넘넘 좋습니다. 주인공을 모진오로! 모진오로! 모진오로!(퍽)
아…아 무명도 나올겁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조,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열심히 글 쓰겠습니다. 슬럼프인 거 같지만 상관하지 않고 글을 쓰겟습니다. ㅎㅎㅎ
응원해 주세요!
-서이피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