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tar Kingdoms RAW novel - Chapter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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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공방[工]
공진희는 두렵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용기를 얻었다. 기댈 수 있는 희망이 생긴 것이었다. 비록 자신보다 어리고 약할지는 몰라도 자신을 믿고 따르며 힘을 북돋아주는 아이들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공진희에게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무명은 공진희가 얼마나 홀로 힘들어할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무명이 공진희에게 쏟는 관심은 굉장히 각별했다. 자주 그녀를 찾아가고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부족하지 않게 구해주려 갖은 노력을 다했다. 그리고 공진희를 설득했다, 아이를 낳게 되면 어떻게든지 자신이 아이의 양육에 대해 허락을 구할 수 있도록 말해 보겠다고 말이다.
장담은 하지 못했으나 무명은 이 상황을 설득이 가능하리라 믿었다. 이소호칸을 경험해 본 무명은 그가 이 일에 대해서 이해해 주리라 확신했다. 인간이라는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무리 내에서 관계를 맺고 인간을 꾸준히 생산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공진희는 무명과 아이들의 설득에 결국 아이를 낳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신경을 써주는 사람들 덕분에 힘겹지만 하루하루를 견디어내고 새 생명을 낳을 준비를 했다.
무명은 이때 그녀가 이마진 형님의 아이를 건강히 출산하기만 한다면 그 이후의 일은 어떻게든지 설득할 수 있으리라는 자신이 있었다. 무명은 자신의 대인관계를 믿었다. 이소호칸을 믿었고, 수에르를 믿었다. 그 둘이라면 어떻게든 대책을 세워주리라 생각했다.
그런 와중 가을이 완연하게 다가왔다.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때에 지파에서 큰 축제를 공지했다.
범족의 축제는 본래 일 년의 정확히 중간, 여름의 끝에 딱 한 번 있었는데 그날을 중모절(中母節)이라 부르며 이 땅을 빚어낸 어머니 서이피니를 기념하는 날이었다.
이미 한 달 전 즈음에 동쪽 지파와 범족은 전체적으로 중모절 축제를 맞았기에 사람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축제 공지를 받았다.
일 년에 축제가 두 번 벌어지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축제는 바로 대족장의 아들인 마진츠의 성인식을 기념하는 축제였다. 본래 성인식을 축제로써 거행하는 일은 없지만 대족장인 이소호칸의 쉰다섯 번째 생일을 기념하고 마진츠가 당에서 졸업하여 지파로 복귀하는 것을 겸하여, 성인식을 열겠다는 취지였다.
무명을 포함한 사람들이 모두 기뻐했다. 전번 축제부터는 인간에게도 고기가 일정량 지급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무명이 사냥으로 고기를 잡아온들 그것을 나누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고기를 먹으려면 일 년에 딱 한 번뿐인 중모절을 간절히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또 한 번의 축제가 공지되자 모두 몸을 쉴 수 있고 고기를 먹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 젖게 되었다. 무명 또한 그런 사람들의 기쁜 감정에 휘둘려 축제를 기다렸다.
축제는 10월 마지막 주에 예정되었다. 앞으로 3주 남짓 시간이 남아있었고 동쪽 지파에 소속되어 있는 모든 자들은 축제를 준비했다.
동쪽 지파는 유래 없이 일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이는 중모절처럼 범족 모두가 즐기는 축제가 아닌 동쪽 지파에서만 벌이는 축제이기 때문에 각 지파에서 다양하게 동쪽 지파로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대족장인 이소호칸이 초대할 뿐만이 아니라 동쪽 지파의 범인들이 평소 멀리 떨어져 있던 다른 지파의 친분 있는 자들 혹은 친인척까지 모두 불러 모으는 축제의 장이었다. 때문에 이를 준비하다 보니 지파가 전체적으로 분주해질 수밖에 없었다.
추수를 빨리 끝내기 위해 공방에서 사람들이 차출될 정도였다. 무명과 이마진들도 오랜만에 밭에 나가 므한주와 아이들을 보았다. 테이가, 추산, 토레, 긴자안들은 무명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부쩍 키가 커서 조금은 낯설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은 추수질을 하면서 공방의 일과 개간일에 대해서 서로 묻고 답했다. 남겨진 아이들은 공방에서 일하는 이마진들을 부럽게 쳐다보았다.
개간일은 변함이 없고 반복되고 지루한 것뿐이었지만 공방은 지루한 일상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것이 계속해서 일어나는 꿈만 같은 장소였다.
므한주는 같이 공방에 못 간 것을 아쉬워하며 이마진들을 부러워했다. 무명이 언젠가 므한주 형과 다른 아이들도 꼭 공방으로 같이 오게 하겠다고 귀띔을 하자 므한주는 뛸 듯이 기뻐했다. 무명은 그런 므한주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기쁘게 웃었다.
황금색 물결이 너울지는 너른 들판도 수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어 작업에 속도를 붙이자 금세 민둥한 벌판이 되었다. 공방뿐만이 아니라 다른 동쪽의 지파에 메여있는 사람들도 전부 모여 이 추수를 도운 듯했다.
동쪽 지파 전역의 사람들이 순식간에 몰리자 그 수가 상당했다. 이삼 주가 걸릴 작업이 일주일이 덜 되어 마무리가 될 정도였으니 투입된 인원의 숫자를 쉽게 가늠할 수가 없었다.
무명은 이토록 사람들이 많이 잡혀와 있다는 것에 놀랐다. 동쪽 지파에서 각 족장들이 하나하나 이곳으로 몰려드는데 많게는 사람들 백을 데리고 와서 추수질을 도왔던 것이었다.
추수가 일주일 만에 마무리가 되자 공방 사람들을 주축으로 축제를 열 장소에 숙소를 짓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머물 숙소들은 아주 간단하게 지어졌지만 동쪽 지파에 찾아올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해 만드는 숙소 군락은 거의 한 촌락을 만든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의외로 많은 범족들이 이 축제에 참여한다 초대를 응낙하자 이소호칸은 기쁜 마음에 축제기간을 늘리고 초대에 응한 자들을 위해 거대한 축제장을 지었다. 그렇기에 각 족장에게 인간 일꾼을 끌고 오라 명한 것이었다.
무명은 갑자기 바빠지고 활발해진 분위기에 휩쓸려 선고우와 함께 신나게 건축 자재를 만들어 내었다. 선고우 또한 술과 고기가 지원된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붕 떠서 망치질을 더욱 바삐 놀렸다.
축제를 바삐 준비하는 와중에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수에르가 득남을 했던 것이었다. 수에르는 축제를 준비하는 내내 집에만 붙어 있었는데 그 이유가 바로 유기이의 출산이 임박했기 때문이었다.
무명의 수련은 출산 때문에 중지되었고 덕분에 내내 공방에서 작업할 수밖에 없었다. 열심히 작업을 하던 그때 갑자기 수에르가 뛰어 들어온 것이었다.
“아들이야! 아들이라고!”
수에르는 만면에 미소를 지으면서 뛸 듯이 기뻐하며 소리쳤다. 이소호칸도 서른다섯에 자식인 마진츠를 얻었을 때 이리 기뻐했을까? 수에르의 모습을 보며 무명은 생각했다.
수에르의 나이는 이제 스물아홉. 내년에는 서른이 되는 나이였다. 범인에게 서른의 나이는 아이를 얻기에 상당히 늦은 나이라고 수에르는 늘 말했다.
빠르면 십대 중후반에도 자식을 얻는 경우가 많다고 말을 하며 주변에서 두 번째 아내를 얻으라고 그리 말을 많이 들었지만 수에르는 유기이 하나만을 보고 지금까지 기다렸던 것이었다.
무명은 그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며 같이 기뻐해주고 즐거워해 주었다.
수에르는 자식의 이름을 유기이에게 짓게 했다. 본래 범족은 전통적으로 범족 고유의 발음을 쓰는 이름을 자주 사용했다. 그 이외에도 라이희선 반도에서 모두가 공용으로 쓰는 글자를 이용해서 이름을 지었는데 이는 극히 소수만 사용했다.
무명이 이 사실을 처음으로 알고 아이의 이름 짓는 과정에서 모두의 이름에 대해 수에르에게 물어보았다. 이소호칸은 깊은 뿌리라는 범족 단어의 뜻을, 수에르는 강물의 뜻, 유기이는 산들바람, 선고우는 모래알갱이, 마진츠는 뿔이라는 각각의 뜻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유기이는 자식에게 그런 전통을 깨고 범족 고유의 발음의 이름보다는 공용 글자로 이름을 만들어 주었다.
수에르는 처음에는 조금 반대하였지만 남자아이를 낳게 된다면 자식의 이름을 모두 유기이에게 일임하겠다는 약조를 미리 해둔 상태여서 오래 반대하지 못하고 결국 그녀의 뜻대로 수긍했다.
아이의 이름은 주엄(周儼). 공손함이 두루 미친다는 뜻을 가진 이름이었다.
수에르는 아이의 아명(兒名)만큼은 반드시 전통적으로 짓겠다고 다짐한 상태여서 아명은 수에르의 이름의 뜻과 유기이의 이름의 뜻이 섞여 있는 강바람이라는 뜻의 온주로가 되었다. 진명은 성인이 돼서 받을 수 있는 이름이라 모두 아이를 온주로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주 째가 되자 마진츠가 당을 졸업하고 지파로 복귀했다. 마진츠는 성인식을 거행하여 성인이 되기도 전이었지만 그의 무명(武名)과 당을 훌륭히 마쳤다는 이 인정을 받아 지파 내에서 이미 성인 대접을 받고 있었다.
무명은 당당한 마진츠의 풍채와 이소호칸의 위엄을 닮은 강한 인상에 그가 앞으로 이 동쪽 지파를 이끌어갈 인물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인간인 자신이 그렇게 느낄 정도라면 아마 범족들은 대다수 그것을 인정하고 있을 터였다. 아직까지는 마진츠보다 강한 범인들이 이 지파에 몇 있겠지만 앞으로 몇 년 후에는 그가 이 동쪽 지파를 이끌 거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로 보였다.
무명은 이소호칸의 끌림에 이끌려 마진츠가 복귀하는 날 공방에서 나와 그가 돌아오는 것을 직접 맞았다.
마진츠는 이소호칸의 곁에 서있는 무명을 바라보며 포근한 미소를 지어주었다. 전번 백모봉에서 보았을 때 이후로 두 번째 만남이었지만 둘은 왠지 친숙함을 느꼈다.
마진츠는 마진츠대로 아버지인 이소호칸의 호감을 얻고 있는 무명에게 계속적인 친근감을 표현했고, 무명 또한 이소호칸과 같은 느낌을 주는 마진츠에게서 호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날 마진츠를 맞이하면서 무명은 처음으로 이소호칸의 부인 나무사, 아니 노밀을 볼 수 있었다. 범족의 여자 중에서도 아주 자태가 고운 여성이었다. 윤기가 흐르는 비단 같은 흰색 털이 가지런히 뒤로 넘어가 갈기와 함께 꼬여 있었고 눈은 이소호칸과 같이 옥색으로 정갈히 빛나는 여인이었다.
이소호칸은 무명이 설마 비밀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하고 있기에 무명이 약간 슬픈 눈으로 나무사를 바라보아도 자신의 기우로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무명은 나무사를 바라보며 선고우를 생각했고 선고우의 삶을 위해 저 여인이 선택한 삶에 대해 입장을 바꿔가며 깊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여러모로 어린 자신이 쉽게 선택할 수 없는 문제들과 질문들이 머릿속 가득히 울려 퍼졌다. 결국 무명은 서로의 입장이 달랐기 때문에 이렇게 관계가 얽히고설키게 된 것이라 결론을 지었다. 그리고 그 매듭의 관계는 결코 쉽게 풀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무명은 더 이상의 생각을 접고 그저 이소호칸과 선고우, 나무사의 관계가 조금 더 원만해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추수를 끝내고, 축제장을 짓고, 마진츠가 돌아왔다. 그리고 이제 축제가 일주일로 다가왔다. 동쪽 지파의 범족뿐만이 아니라 지파에 있는 인간들마저 이 즐거운 축제를 기대했다.
축제의 주인공인 이소호칸과 마진츠는 말할 것도 없었으며 수에르와 유기이는 갓 태어난 온주로를 안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준비했고 이마진들과 무명, 관엽과 선고우마저도 동쪽 지파의 축제를 만끽할 준비를 했다.
무명이 알고 있는 사람들 중 단 한 사람, 공진희를 제외하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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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6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