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word Seven Flesh Divine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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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배움[學]
무명을 보며 이마진은 상쾌하게 웃어주었다. 그의 사심 없는 웃음에 무명도 덩달아 기분 좋아지는 듯했다. 그는 무명의 손을 맞잡고 아이들을 인솔했다.
일어나서 아이들의 면면을 잘 살펴보니 나이가 상대적으로 어려 보였다.
“너도 이곳에 왔다면 아마 노역으로 쓰이겠구나.”
이마진의 말에 무명은 이 숙소의 아이들이 대부분 반복 노동을 하는 아이들임을 깨달았다.
이마진은 무명을 이끌면서 다른 아이들까지 솜씨 좋게 통솔하여 밖으로 나와 걸었다.
“우리 숙소에 신입이 들어올 줄은 몰랐다. 이전부터 워낙 사람들이 많아 자리가 부족해서 못 들어올 줄 알았는데 어떻게 오기는 왔구나.”
이마진은 신입이 들어온 것이 기쁜지 무명에게 계속 말을 걸었다.
무명은 말없이 가끔 고개를 끄떡이며 이마진의 말을 경청했다.
이마진은 그 숙소에서 가장 나이 많은 아이였다. 염에 납치당해 이곳에서 지낸 지 3년이 흘렀다고 했다. 이마진은 조국 사람이었는데, 무명은 이마진이 말하는 것을 정신없이 들어야 할 정도로 그는 쾌활한 남자였다.
“아, 도착했다.”
생글거리며 웃은 이마진은 그제야 무명의 손을 놓아주었다.
무명은 손에 땀이 가득 맺혔지만 친숙하게 대해오는 이마진이 싫지는 않았다.
이마진은 최대한 무명을 배려하면서 대화를 즐겁게 이끌었기 때문에 그의 친절함이 무명의 마음에도 와 닿았던 것이다.
식사 배급소에는 줄이 있었고, 그 줄은 상당히 짧았다.
배급소 주변에는 호인 병사 한 명이 병장기를 들고 있었고, 여자아이들이 주먹밥을 나눠주고 있었다.
“제때 왔네. 늦으면 큰일 날 뻔했다. 오늘은 내가 밥을 받아 올 테니 여기서 기다려줘.”
이마진은 무명에게 말하곤 줄 뒤로 쪼르르 달려갔다. 숙소의 아이들도 뒤를 따랐고, 무명만 그 자리에서 이마진을 기다렸다.
이마진은 오래지 않아 손에 주먹밥 두 개와 국 한 그릇을 쥐고 무명에게 다가왔다.
“이거 이거 나만 잔뜩 이야기했구나. 밥 먹고 네 이야기를 좀 듣고 싶다. 해줄 수 있니?”
이마진은 주먹밥 하나를 무명에게 건네며 씨익 웃었다.
무명은 수긍의 뜻으로 고개를 끄떡이며 주먹밥을 받아 쥐었다. 따끈한 온기가 손끝에서 느껴졌다. 그 온기에 허기짐을 느끼며 주먹밥을 순식간에 목 뒤로 넘겼다.
“뭐야, 배고팠니?”
이마진은 눈웃음을 지으며 국을 건넸다.
풀때기가 둥둥 떠다니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국이었지만, 주먹밥을 꾸역꾸역 넘긴 무명은 목이 말랐으므로 얼른 국을 받아 들고 후루룩 마셨다. 국을 마시고 그릇을 내려놓자 무명의 눈앞에 반쯤 조각 나있는 주먹밥이 아른거렸다.
“배고프면 더 먹어.”
이마진이 자신의 주먹밥을 떼어 무명에게 권하고 있었다. 하지만 무명은 염치없게 남의 음식을 받는 재주는 없었다.
무명이 머뭇거리자 이마진은 예의 웃음 지으며 무명의 손에 주먹밥을 쥐어주며 말했다.
“쑥스러워할 것 없어. 난 괜찮으니 먹어도 돼. 어서 먹어.”
그의 웃음은 사심 하나 없이 밝았다.
무명은 이마진이 쥐어준 주먹밥과 이마진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가 그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나는 것 같아 주먹밥을 들고 베어 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이마진이 입술을 올리며 더 웃음 지으니 무명도 따라 웃었다.
“웃는 모습 처음 보네. 앞으로 자주 웃었으면 좋겠다.”
이마진은 벽이 없는 남자였다.
무명은 자신의 주위에 벽을 쌓고 남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아이였다. 하지만 이마진은 그런 벽이 있든 없든 무명의 본질을 보는 아이였고, 자신이 벽이 없기 때문에 남의 벽 또한 쉽게 허물고 그 내면을 볼 줄 알았다.
다른 아이들은 무뚝뚝하고 자신들과 어울리지 않는 무명을 기피하고 꺼려했지만, 이마진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누구보다도 가깝게 다가왔다.
무명이 밥을 다 먹자 이마진도 그제야 자신의 주먹밥을 먹기 시작했다. 이마진의 주먹밥은 무명에게 반을 떼어준 탓인지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이마진은 식사를 다 하자 주변에 흩어진 아이들에게 모이라 말하더니 무명의 손을 잡았다.
“먹었으면 바로바로 이동해야 해. 식사 후에 이각 정도 휴식 시간을 주기는 하지만 여긴 바로 다른 녀석들이 밥을 받으러 오기 때문에 쉴 만한 곳이 못 되지. 숙소 근처에서 쉬자.”
이마진이 무명과 함께 일어나 곧바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뒤로 아이들이 쭈욱 따랐다.
식사 배급 장소와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자리를 잡고 휴식을 취하도록 아이들에게 말한 이마진은 바로 무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럼, 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니?”
이마진의 물음에 무명은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이어야 할지 몰라 살짝 침묵하다, 자신이 잡혀오게 된 경위부터 말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아침에 아니안에게 해준 것과 거의 동일했지만, 그것보다는 약함과 설움이 더욱 강조된 이야기였다.
이마진은 무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상당히 놀란 기색이었으나, 무명이 말을 끝낼 때까지 조용히 들어주었다.
“뭐? 대족장에게 범어를 배운다고?”
하지만 그런 이마진도 무명이 이소호칸에게 범어를 배우게 되었다는 부분에서는 너무 놀랐는지 무명에게 한마디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인간이 범족에게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전례가 없을뿐더러 그 대상이 대족장이라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놀랄 만한 일이었다.
“너, 너… 엄청나구나.”
이마진의 입이 떡 벌어진 채로 다물어질 줄 몰랐다.
무명은 그런 이마진을 보고 살짝 웃음을 지었다.
이마진은 곧 자신이 멍해져 있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세차게 도리질 쳐서 제정신을 찾았다. 이야기를 더 듣고자 이마진은 다시 무명의 말에 귀 기울여 경청했고, 무명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현재 자신이 숙소에 오게 된 경위까지 이야기를 진행하고 말을 끊자 그제야 이마진이 입을 떼었다.
“내가 3년을 여기서 일했고, 여기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어도 너와 같은 아이는 처음 본다. 네가 해준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아직 감도 잡지 못할 정도야! 너 정말 대단하구나.”
이마진은 무명의 말을 듣고 상당히 흥분했는지 감탄사를 연발하며 말했다. 그리고 무명이 지금 인간과 호족과의 관계를 조금 더 낫게 해줄 한 줄기 빛이라 생각했다.
지금까지 범족이 인간에게 호의를 보인 경우는 전무하다시피 없었다. 심지어 동정의 눈길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철저히 이용할 뿐이었다. 그저 노예로서 시키는 일을 반복하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모두들 그런 삶에 지쳐 무감각해지고 무의미한 삶을 살았다.
무명은 그런 의미에서 이마진에게 윤활제와 같았다. 대족장에게 범어를 배운다면 관계가 변화될 물꼬를 틀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직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내일이 밝아봐야 조금 더 명확해지겠죠.”
무명이 마지막 말을 맺자 이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러나 그의 두근거림은 쉽게 잠재울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맞는 말이야. 하지만 난 너무 두근거린다. 네가 대족장에게 범어를 배운다는 사실이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식으로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하고 말이야. 좋아, 범어를 배운다면 나는 너에게 이곳 생활을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가르쳐줄게. 이래 봬도 상당히 아는 게 많다고.”
이마진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자신의 가슴을 찌르며 말했다.
이마진의 기분 좋은 외침에 무명은 감응되어 미소 지었다.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웃는 와중에 종소리가 두 번 울렸다. 무명은 그 종소리가 아니안이 말해주었던 일정을 알리는 것임을 눈치챘다.
이마진은 무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자, 그럼 나를 따라와. 우리가 이곳에서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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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1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