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word Seven Flesh Divine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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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편지[書]
잠시 후 바깥이 소란스러워지면서 아이들 한둘이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무명은 그들이 들어온 줄도 모르고 공부에 심취해 있었다. 이마진이 다가와 무명의 어깨를 툭 치자 그제야 주위를 살펴보더니 서둘러 자리를 정리했다.
“뭐야, 우리 온 줄도 몰랐던 거야?”
이마진이 주섬주섬 종이 뭉치를 집어 드는 무명을 보고 말했다.
무명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었다. 글 쓰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나머지 집중을 거듭한 탓이었다.
방 안에 들어온 아이들은 모두 무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무명이 수줍어하면서 품 안으로 종이 뭉치를 넣자 이마진이 그것을 흘깃 보며 말했다.
“글쓰기를 배운 거야? 연습하고 있었구나?”
“네, 단어와 글이 부합이 전혀 안 되어서 계속해서 반복해 연습하고 있었어요. 오신 줄도 모르고 있었네요.”
무명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이마진은 그 모습을 보고 눈을 찡긋거리며 코를 쓰다듬고는 주변 아이들에게 말했다.
“자, 자. 이제 밥 먹으러 가자.”
이마진은 무명에게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된 것을 분산시키고는 일어나려는 무명의 등을 살짝 밀며 귓속말을 했다.
“아이들에게 일단 설명은 해놨어. 대부분은 호기심을 가지거나 무관심하게 반응했는데,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몇몇 녀석들도 있더라구. 인원이 많아지면 할당량도 그에 따라 늘어나는데 네가 들어옴으로써 일해야 하는 양이 조금 많아졌거든. 내가 어떻게 설득하긴 했는데 말이지.”
“감사합니다, 이마진 형님. 그렇게 걱정 많이 안 해주셔도 돼요.”
무명은 자신을 챙겨주는 이마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마진은 아이들을 숙소 밖에 한데 모은 후 무명을 곁에 두었다.
“요즘 워낙 경황이 없어서 소개가 늦었지만 어제부로 우리랑 같이 지내게 될 무명이야. 아침에 말했지만 대족장으로부터 범어를 배운다고 한다. 앞으로 우리 숙소에서 지내게 될 테니까 다들 잘해보자. 뭐, 점심시간이 촉박하니 자기소개는 가는 길에 하자.”
이마진은 간단하게 무명을 소개하고선 식사 배급하는 곳으로 아이들을 이끌었다. 그러면서 간간이 뒤를 돌아 아이들 얼굴을 확인한 후 무명에게 숙소에 있는 애들 한 명, 한 명을 소개했다.
“앞부터 므한주. 나이는 열일곱 살이고 과묵하지만 든든한 녀석이지. 그 뒤에 므한주보다 약간 키 큰 녀석이 가주레. 나이는 열다섯. 키만 커서 멀대라 불러.”
이마진이 소개할 때마다 몇몇은 손을 들거나 활짝 웃어주었다. 하지만 몇몇은 안면을 찡그리고 들은 체도 안 했다.
이마진이 소개해준 것은 자신을 제외하고 딱 아홉 명이었다. 나이순대로 므한주, 가주레, 주타, 바질, 고누, 테이가, 추산, 토레, 긴자안이었다.
이마진이 열여덟 살로 가장 나이가 많았고, 토레와 긴자안이 여덟 살로 나이가 가장 적었다.
나이가 많지 않은 아이들로 이루어진 조로 단순 노역이 그들의 주 일거리였다.
무명은 이마진이 소개해줄 때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기 위해 계속 마음으로 그들의 이름을 되뇌었다.
아이들을 다 소개한 뒤에 이마진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귓속말을 했다.
“주타와 고누는 죽이 잘 맞는 녀석들이야. 내가 오기 전에 이 숙소에서 신참 괴롭히는 걸 주도했던 녀석들이기도 하고. 므한주나 가주레는 나이는 많아도 워낙 순진하고 눈치와 실속이 없는 녀석들이라 그 두 녀석이 애들 괴롭히는지도 몰랐지. 내가 오고 나서 둘한테 주의를 줘 없애긴 했는데 아직까지도 나 없는 데서는 말로 해코지를 하고 있는 것 같아. 아까 전에 너에게 불만을 갖던 녀석이 바로 저 두 녀석이라 모쪼록 조심하는 게 좋아. 테이가, 추산, 토레는 아직까지도 저 녀석들에게 꼼짝도 못하고 있지.”
“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전 정말 괜찮아요.”
무명이 고개를 꾸벅이며 말했다. 그 모습에 이마진은 알겠다는 듯 입을 귓가에서 떼었다. 그러곤 조금 걷다가 살짝 머뭇거리며 말을 걸었다.
“저, 저기… 무명아.”
“네?”
“아까 품 안에 넣은 종이에 있었던 거, 범어가 아니라 우리가 쓰는 말도 적혀있던 것 같던데. 혹시 둘 다 배우는 거야?”
이마진이 묻자 무명은 품에서 종이를 꺼내어 보여주며 말했다.
“네, 이소호칸 어른께서 제가 글을 모르니 범어와 인간의 언어 둘 다 가르쳐 주고 계세요.”
이마진은 주변을 보면서 뜸을 들였다. 그리고 바로 말하기에는 뭔가 부끄러운지 다시금 입을 무명의 귓가에 가져다 대었다.
“저, 저기 나도 글을 좀 배울 수 있을까? 범어 말고 인간의 언어 말이야.”
“네? 글요?”
무명이 말하자 이마진이 흠칫 놀라며 다른 아이들이 보지 못하게 검지를 들어 입가에 가져다 댔다.
“쉬, 쉿! 이건 비밀이지만 다른 애들은 내가 글을 안다고 알고 있거든. 그리고 또, 써야 할 게 있어서 말이지.”
이마진은 머뭇거렸다.
무명은 소리를 낮춰 이야기를 계속하려 했지만 이미 그들은 식사를 배급받는 장소에 도착했다.
배급받는 장소에 도착하자 뒤에 있던 므한주가 이마진에게 슬쩍 다가오더니 말했다.
“오늘은 왔네요.”
그 말을 듣고 이마진은 무명과의 대화를 중지하고 서둘러 배급소를 바라보았다.
배급소에는 여자아이 여럿이 광주리에 담겨있는 주먹밥을 나누어주고 있었는데, 이마진은 그중 한 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이마진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피어오르고 볼에는 홍조가 피어올랐다.
구릿빛 피부를 가진 건장한 남성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므한주 형님, 저기 저분은?”
이마진이 정신을 못 차리고 그녀를 바라보자 무명은 이마진보다는 옆으로 다가온 므한주에게 물었다.
지금 이마진은 왠지 말을 걸어선 안 될 정도로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므한주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사심 없이 웃으며 무명에게 말했다.
“이마진 형님과 같이 이곳에 오신 분이야. 본래 같은 마을에서 살다가 잡혀 오셨는데 지금 보면 알겠지만 이마진 형님이 지극히 연모하고 계시지.”
이마진이 그 소릴 듣고 더 부끄러운지 므한주의 목을 두 팔로 잡아챘다.
“이 녀석아, 왜 쓸데없는 걸 알려주고 그러냐!”
“캑, 캑. 그러지 좀 마시오, 형님. 안 그래도 절로 알게 될 건데 말이오. 크엑.”
므한주가 능청스럽게 말하자 이마진이 더 세게 목을 졸라맸다. 므한주는 고통스러운지 캑캑거리며 허우적댔다. 므한주가 손으로 목을 죄고 있는 팔을 두어 번 치자 이마진은 그제야 손을 풀어주었다.
“더 중요한 건 말이다. 저분이 이마진 형님보다 연상이라는 거지.”
============================ 작품 후기 ============================
2014-07-31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