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ven Sword Seven Flesh Divine Martial Arts RAW novel - Chapter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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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침노[侵]
새가 시끄럽게 지저귀자 등편은 몸을 뒤척이며 일어났다. 목 뒤가 당겨오는 것이 영 뻑적지근했다.
자신의 발치에는 물과 주먹밥 두 개가 나란히 놓여있었다.
배가 당겨오는 것을 보니 식사 시간이 훨씬 지나있음을 알아차린 등편은 주먹밥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 맛이야 더럽게 없었지만 주린 배를 채우는 것에는 문제없었다.
배가 차니 머리가 조금씩 돌아갔다. 저들은 왜 나를 아직까지 안 죽이고 있는 것일까?
죽음을 각오하고 손등을 깨물었는데도 불구하고 자신은 멀쩡히 살아있었다. 기절해 있던 것이 멀쩡하다고 말하기 뭣하긴 하지만 말이다.
등편은 주위를 살폈다.
감옥이었다. 대나무로 만들어져 간단한 창살로 이루어진 감옥 안에는 20여 명쯤 되는 남자아이들이 묶여있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여기까지 온 애들에 비해 나이가 많고 건장해 보였다.
등편은 한숨을 푹 쉬고는 다시 발랑 자빠졌다. 달리 생각해봐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등편은 누워 눈을 감은 후, 호인들이 또 해코지를 하려 하면 말이라도 한 마디 해주기 위해 지금까지 독학했던 그들의 언어를 복습하기 시작했다.
병력이 도착한 지 사흘이란 시간이 지났다.
백모 지파의 병사들은 대부분 해산하여 자기 자리로 돌아갔고, 이곳에는 정기적으로 대족장의 장원과 재물을 지키는 병력들만이 남아 보초를 서고 있었다.
호인들은 힘이라는 철저한 공동체로 이루어진 계급 사회였기에 평상시에는 무예를 수련하고 힘을 기르는 데 치중한 삶을 살다가 공동체가 부르면 발 벗고 나서 도왔다.
그들은 모두가 강력한 병사였고 강인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무를 극도로 숭상하는 탓에 모든 생활이 힘으로 집약된 게 문화적으로 다른 것을 도태시켰지만, 전쟁이라는 무가 극도로 필요한 상황에서 그들이 소집되면 거리낄 것이 없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평소에는 예비군 형태로 몇 년을 돌아가며 그네들끼리 장원을 지키거나 전선을 지키는 보초를 선출하는 것이 다였으나, 전쟁과도 같은 특수 상황이 벌어지면 노인에서 어린아이까지 모두가 참여하는 민족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었다.
대족장인 이소호칸은 노획한 물품들을 골고루 병사들에게 분배했다. 그리고 죽은 자를 전은록에 올리기 위해 강제께 상소문을 작성하였고, 술과 고기를 풀어 전쟁에 지친 병사들의 피로를 충분히 풀어주었다.
한동안 병사들과 인간 아이들로 들끓었던 장원도 이제야 한산해졌다.
이소호칸이 뻐근해진 허리를 곧게 펴며 일어났다. 건강에는 언제나 자신 있었지만 근래 들어 뼈마디가 쑤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지파 내에서 아직 자신을 이길 만한 호인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지파의 대족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3년 전 자신은 강제를 뽑는 대족장들의 결투에서 조용히 물러났다. 대호투(大虎鬪)라 불리는 이 결투는 각 지파의 대족장들이 수십, 수백 번의 대전을 걸쳐 개중 가장 강한 자를 강제로 선출하는 범족 고유의 풍습이었다. 이제 한껏 힘과 기량을 자랑하는 중장년의 대족장들 사이에서 자신이 나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이소호칸은 일찍이 깨달은 것이다.
본래 대족장의 결투는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법률이 있었으나 이소호칸은 특별히 그의 성품과 나이, 더불어 인망을 보고 결투가 면해졌다. 더군다나 그는 2대 전의 강제였다.
물론 그도 결투에 나가 겨루고 강제가 된다는 기회를 마다할 호인은 아니었으나, 그에게는 조금 더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에게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신의 나이가 이리 지긋하게 먹었는데도 백모의 대족장의 위치에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백모 지파에 돋보이는 새로운 인물이 탄생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소호칸은 그런 걱정 한편에 하나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과 쏙 빼닮은 아들 마진츠가 올해로 18세를 맞아 훌륭하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소호칸에게 마진츠는 어떠한 보물보다 귀한 것이었다. 이소호칸은 마진츠가 훌륭히 커서 백모 지파를 이끌 족장이 되리라 믿고 있었고, 백모 지파의 모든 이들도 어려서부터 강인함이 돋보인 마진츠에게 큰 기대감을 갖고 있었다.
이소호칸은 그런 자신의 아들에게 최대한 풍요롭고 안정적으로 동쪽 지파를 물려주고 싶었다. 염의 전체를 지배하는 강제가 되면 동쪽 지파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을 쏟기 어려웠기에 그는 대호투를 거절한 것이었다.
이소호칸이 여러 생각에 잠기며 허리를 폈을 때, 자신에 비해 키가 반만 한 여호인이 방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여호인은 문을 열고 그의 곁으로 다가와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백모 지파의 아버지여, 강제께서 사신을 보내셨습니다.”
이소호칸은 긴 흰 수염을 쓰다듬었다.
“흑모 지파 쪽 사람들인가?”
“예, 흑색 갈기에 노란색 줄무늬의 노란 의복을 입은 사자가 한 명, 흑색 갈기를 가진 검정 의복을 입은 자가 한 명으로, 두 명의 사신이 십여 명의 병사를 데리고 왔습니다.”
“흑색 갈기에 노란색 줄무늬, 노란 의복이라……. 노비츠, 흑모 지파에서 가장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왔군. 분명 자청해서 온 것이겠지.”
이소호칸이 쓴 뿌리를 씹은 표정으로 입술을 달싹였다.
흑모 지파는 다른 지파에 비해 월등하고 우월한 힘을 숭배했다. 특히나 그들은 여자 어린아이나 힘이 빠진 노인은 대접하지도 않았다.
그런 흑모 지파의 장수인 노비츠는 강제인 미탄마호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는 자였다.
그러나 그는 백모 지파의 이소호칸을 매우 싫어했다. 3년 전 강제를 정하는 결투에서 이소호칸이 빠졌기 때문이다.
미탄마호가 대족장이 되자 늙어서 힘이 빠진 호인은 죽어야 한다고 대족장인 자신에게 험한 말로 이죽거리던 녀석의 모습을 생각하니 골이 아파왔다.
그는 자신의 노란 줄무늬를 자랑하듯 노란 의복을 즐겨 입고 다녔는데, 노비츠의 이죽거림을 듣고 난 후부터 이상하게도 노란색이 싫어져 버렸다.
“크흠, 그렇다고 강제께서 신임하는 녀석을 죽여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지…….”
“예?”
생각을 한다는 것이 그만 이소호칸의 입에서 말이 되어 튀어나왔다.
자신을 능욕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결투를 성사시킬 수 있고, 자신의 힘으로 노비츠 정도는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었다.
하지만 힘의 논리는 강한 자를 따르는 법. 자신이 그를 죽인다면 노비츠를 총애하는 강제에 의해 어떤 식으로든지 백모 지파에 해가 되는 일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갑작스레 튀어나온 말에 시녀가 깜짝 놀라자 이소호칸은 손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헛소리네, 헛소리. 괘념치 말게나. 어쨌거나 사신들은 응접실로 모시게. 내 먼저 응접실에서 그들을 맞기 위해 가서 기다리도록 하겠네.”
이소호칸은 마음 한편이 찌뿌둥했지만 지파 전체를 위해 참아내기로 하고 응접실로 발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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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30 출판 본으로 본문을 수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