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246
245화 천하제일 무공대회(8)
산산이 조각난 대회장.
절대고수인 두 사람이 부딪칠 때마다 폭풍 같고 태풍 같은 기파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을 뒤로 물려라!”
백성들의 안전을 염려한 문상이 목소리를 높였다.
고개를 돌려 살펴보니 그가 대체 어떻게 된 거냐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봤다.
그럴 만도 하다.
극살대마라는 전략 병기를 끌어들인 것만 해도 충분히 미친 짓인데 그를 맞상대할 절대고수까지 불러들였으니까.
대충 원자 폭탄을 두 개나 허가 없이 들여놨다고 생각하면 된다.
나도 안다. 미친 짓이라는 거.
하지만, 그 여우 같은 극살대마를 속이기 위해선 아군부터 속여야 했다.
덕분에 문상을 비롯한 구룡성의 모두를, 산왕회주와 수룡문주를, 대회를 찾은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모두 속여 넘기지 않았는가.
그야말로 혼이 담긴 구라.
‘이게 바로 내가 구라고 구라가 나인 물아일체의 경지.’
가슴이 웅장해졌다.
‘이제 남은 건 아군이 이기는 걸 바라는 기도 메타뿐.’
손을 부딪쳐 봐서 안다. 임정은 그 명성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강한 무인이라는 걸.
하지만, 그는 결코 천하제일 무공대회에서 우승할 수 없을 것이다.
어떻게 확신하냐고?
지금 그와 싸우고 있는 남지십의 정체가 바로 전왕 사조니 그렇지.
아빠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할아버지에게 헬프를 치는 게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더군다나 출신이며 이름, 무공, 생김새까지 모두 베일에 싸여 있는 사조야말로 이번 작전에 나서기에 가장 알맞은 사람이었다.
‘돈은 좀 들었지만…….’
비록, 은 오천 냥이라는 출장비가 들었지만 말이다.
‘하나 있는 아들놈, 장가 밑천은 마련해 줘야 하지 않겠냐?’
‘그 아들놈이 바로 구룡성주입니다.’
‘구룡성의 재물은 구룡성의 것이지 그놈 것이 아니지 않느냐.’
‘월봉이 상당하니 알아서 잘 가지 않을까 합니다만……. 정 뭐하면 제가 챙겨 드리면 되고요.’
‘술값으로 모조리 써 버릴 놈이다. 차라리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나아.’
‘으음, 틀린 말씀은 아니시긴 한데……. 이미 늦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놈이!’
따악!
‘으악!’
아직 희망은 있다고 믿는 사조의 집념에 나는 거액의 출장비를 약속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래도 괜찮다.
사조에게 건 비무 토토의 배당금으로 충분히 메꿀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스스로의 신산귀모에 감탄하던 차.
후우웅! 콰아앙! 콰직. 콰지직.
커다란 기의 파동이 다시 한번 휘몰아쳤다.
“흡!”
이대로 있으면 관중석까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터.
쿠웅.
곧장 발을 놀려 관중석 앞을 가로막았다.
괜히 애먼 사람이 다쳐서야 안 되니깐 말이다.
파지직. 파직. 파앙!
경력을 담은 전왕십삼투를 벼락처럼 쏟아 내 날아오는 기의 파편들을 부쉈다.
혹여 다른 쪽에 문제가 생겼을까 살피니 내성의 당주들이 자리를 잡은 게 보였다.
대회장의 대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반응이 빨랐을 터다.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고.
“……과연.”
절대지경에 든 무인끼리의 싸움을 보는 건 처음이 아니다.
당장 얼마 전만 해도 백상지의 최후를 직접 지켜보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대결은 그때와는 달랐다.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다.’
사부와 백상지의 싸움처럼 밀고 밀리는 싸움이 아닌 일방적인 싸움.
물론, 무인과의 싸움에서 절대라는 개념은 없다고 보는 게 옳다.
행운이 중첩되고 시기가 맞아떨어지고 방심을 하면 하수가 고수를 잡는 일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니까.
더군다나 상대는 십대 고수인 극살대마.
단 한 수만 놓쳐도 목숨을 잃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사조는 차근차근 아래서부터 임정을 부숴 나갈 뿐, 결코 방심하지 않았다.
또한, 그런 사조가 펼치는 전왕류는 내게 큰 영감을 주었다.
‘저, 저럴 수도 있나?’
경력을 품지 못하는 전왕류는 반쪽짜리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유의 폭발력은 물론 속도와 범위가 반감된다.
바로 이 때문에 사부도 전왕류가 아닌 흑룡수를 택한 거라고 말해 줬고.
하지만, 사조는 그런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내가 펼친 폭사경이 펀치 머신을 향해 내지른 일격이라면 사조의 폭사경은 숙련된 복서의 콤비네이션과 같았고.
내 극사경이 단단한 사과를 가르는 과도라면 사조의 극사경은 양파를 다지는 칼과 같이 리드미컬했다.
완전한 전왕류에 비해 준비 시간이 짧고 반발력이 작은 걸 이용하여 임정을 몰아친 것이다.
가장 놀라운 건.
‘모든 동작에 전왕류의 묘리가 담겨 있다.’
형식이 아예 없다는 점이다.
임정의 발등을 밟으며 폭사경을 터뜨렸고, 휘두르는 주먹에 극사경의 날카로움을 담아 냈다.
심지어, 이마 중앙에 폭사경을 담아 박치기를 해 대니 임정은 속절없이 밀리기만 했다.
그야말로 완벽한 자유.
그제야 사조의 별호가 전왕인 이유를 알았다.
튜닝의 끝은 순정이란 말처럼 초식의 끝은 무초식이라는 게 무림의 정설.
이런 무초식의 경지에 들려면 수많은 실전을 겪어야 하는바. 사조는 경지에 들기 위해 수라장을 헤쳐 나온 것이다.
그 사이에 전장의 왕이라는 별호를 얻게 된 것이고.
그제야 내게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아…….’
그동안 나는 전왕류의 위력을 온전히 쏟아 냈다. 한 수 한 수마다 태산을 무너뜨릴 각오로 말이다.
물론, 이게 잘못된 방법은 아니다.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강적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없었을 테니까.
하나, 강해질 수 있는 길을 보았는데 걷지 않을 필요 또한 없다.
더욱이 저렇게나 완벽한 교보재가 눈앞에 있음에야.
씨익.
아무래도 천하제일 무공대회를 개최하길 잘한 것 같다.
* * *
한편, 이성을 잃고 공격을 쏟아 내던 임정은 정신을 차렸다. 아니,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렇지 않으면 목숨이 날아갈 판이었으니까.
임정은 드디어 눈앞의 노인을 자신의 대적으로 인정했다.
비록 몇 차례 손해를 보긴 했지만, 아직은 괜찮다.
한 번의 기회만 잡는다면 얼마든지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문제는.
“사형제의 목을 치고 쟁취한 도법이 겨우 이거라니 원……. 구천에서 처맞으며 살고 있는 네놈 사부가 억울해서 울고 있겠다.”
“죽어라!”
저 영감탱이의 혓바닥이 신선의 영역에 닿아 있다는 점이다.
백전의 고수인 임정이 이성을 잃을 만큼 말이다.
쿠아앙!
힘이 잔뜩 들어간 대도에서 뻗어 나온 강기가 대회장을 완전히 부숴 버렸다.
역시나 격장지계의 달인답게 노인은 발을 놀려 능숙하게 피해 냈다.
힘을 빼 놓으려는 것이다.
아무리 십대 고수라도 사람인 이상 내공의 한계는 있을 테니까.
‘이런!’
자신이 또다시 실수를 했다는 걸 깨달은 임정이 이를 악물며 발을 움직였다.
기왕지사 일어난 실수라면 차라리 기세라도 가져가는 게 옳다는 생각에서였다.
파앗.
그가 이형환위를 펼치며 노인의 등 뒤를 잡았다.
철풍퇴.
무겁기로 소문난 각법이 노인의 등을 향해 펼쳐졌고.
노인의 양손이 임정의 다리를 후려쳤다.
쿠웅. 콰직!
한 방만 맞아도 뼈가 부러지고 몸이 찢길 만한 위력.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더욱 강력한 공격을 퍼부을 뿐, 두려워하는 기색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 수십 번의 공격을 주고받던 차.
쿠릉, 쾅!
임정의 복부에 틀어박힌 노인의 주먹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흡!”
그가 반탄력을 이용하여 몸을 팽이처럼 돌리며 커다란 대도를 휘둘렀다.
번쩍.
커다란 대도가 녹색 빛을 내뿜으며 허공을 길게 갈랐다.
상대의 허를 찌르는 육참골단의 한 수.
극살대마 임정이 가진 무공의 저변을 보여 주는 듯했다.
쿠아아아!
노인이 호신강기를 펼쳐 그의 공격을 막아 냈다.
‘걸렸다!’
순간, 임정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호신강기를 펼치는 동안 움직일 수 없을 터,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초식을 펼쳤다.
부아아앙!
임정의 대도가 태산과도 같은 압력을 내뿜으며 노인의 정수리로 떨어져 내렸다.
단천십팔식의 제 십오식, 절산격이었다.
그야말로 산을 가를 만한 위력의 도가 내리꽂히자 노인이 이를 악물었다.
심상치 않음을 직감했기 때문이다.
노인의 양손이 쉴새 없이 움직이며 도를 후려치기 시작했다.
쿵쿵쿵쿵쿵쿵.
그의 주먹이 도를 후려칠 때마다 반탄력이 중첩되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임정의 도는 힘을 잃었다.
“흡!”
공격이 실패한 것을 확인한 임정이 다시 대도를 휘둘렀다.
노렸던 일격이 막힌 지금은 물러나서 다시 기회를 노리는 게 옳겠지만, 그러기엔 너무 멀리 왔다.
차라리 강력한 공격을 펼쳐 기세를 가져오는 게 나았다.
임정이 있는 내공을 모두 털어 단천십팔식(斷天十八式)의 열여덟 도격을 노인을 향해 쏟아 냈다.
한 수 한 수가 산봉우리를 쪼갤 만한 위력을 품고 있는 도격.
그걸 본 노인이 양손에 회색빛 구체를 생성해 냈다.
그렇게 두 사람이 부딪쳤고.
콰아앙! 콰아앙!
경기장 한복판에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그렇게 잠시.
임정의 몸뚱이가 포탄처럼 날아갔다.
쿠웅!
“끄헉…… 우웩!”
바닥에 쓰러진 그가 내상을 입어 피를 토하면서도 다시 일어났다.
꽈드득. 우지직.
그러는 사이, 두 개의 회색빛 구체가 단천십팔식의 도강을 흔적도 없이 집어삼켰다.
“……!”
임정이 믿기지 않는다는 눈으로 그 광경을 바라봤다.
단천십팔식은 천하에서 가장 빠른 도법이 아니다. 그렇다고 가장 강맹한 위력을 품고 있는 도법 역시 아니다.
그럼에도 신공절학의 반열에 오른 이유는 하나다.
중용.
어디 하나 치우침이 없고 모자람이 없다.
어디서, 누구와, 어떤 조건에서, 몇 명을 마주하더라도 제 위력을 보일 수 있다.
약점이 없다.
그렇기에 천하제일을 향해 달려갈 수 있다.
그간 임정이 단천십팔식이 수련하며 느꼈던 점이었다.
하지만, 오늘 그런 생각이 완전히 깨졌다.
완벽에 가깝다고 생각했던 신공절학이 상대의 공격에 그대로 잡아먹힌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천하의 누가 저토록 쉽게 단천십팔식을 막아 낸단 말인가.
이건 구룡성주도 사자맹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굳이 따진다면 북방의 무신이라 불리는 무황성주만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어디서 이런 고수가……?’
의문이 들었다.
그렇다면 저 노인은 대체 누구인가.
설마 무황성주라도 된다는 말인가?
그럴 리가 없다.
당장 나이도 맞지 않을뿐더러, 그는 북방의 이민족들을 막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설마!”
그렇다면 남은 사람은 단 하나뿐이다.
수십 년간 천 번이 넘는 수라장을 떠돌며 전설이 된 투사.
당대 천하제일인이라 불리는 무황성주의 바로 아래로 평가받는 인물.
얼마 전, 십마련주의 목을 꺾은 고수.
“저, 전왕!”
바로 전왕이었다.
“뭣이라! 전왕?”
“서, 설마?”
그의 외침에 구룡성의 당주들이 시선을 집중한 건 당연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노인의 부인에 모두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그.게. 누.구.냐. 본.좌.는. 파.산.권.옹.이.지. 전.왕.이. 아.니.다. 전.왕.이. 누.구.냐.”
너무나도 어색했기 때문이다.
“거짓말 마시오! 당신이 전왕이 아니라면……. 큭!”
이에 임정이 곧장 따지고 들었으나.
쿠아앙!
노인은 그때를 노려 임정의 가슴께를 후려쳤다.
한참이나 밀려난 임정이 자신의 도를 붙잡았다.
“크륵, 비겁한!”
정체를 알아 봤자 바뀌는 건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그런 임정을 향해 노인이 일 권을 내질렀다.
“파.산.권.법. 일.초.식. 파.산.파.산.”
누가 봐도 급조한 초식명을 외치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