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345
344화 무황성(6)
이적상중하 형제가 위지풍을 따라온 이유는 별거 없었다.
“저녁에 시간 괜찮으면 술 한잔 어떤가?”
“갑자기요?”
“삼만에 달하는 여진족 대군을 어떻게 상대했는지 듣고 싶다.”
그저 자신들의 주적이라고 할 수 있는 여진을 어떻게 패퇴시켰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
뭐, 귀찮았지만 이 몸의 영웅담이 듣고 싶어 몸이 달아오른 것을 보니 마냥 무시하기도 그래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몇 시에 찾아뵈면 됩니까?”
“해 질 녘에 사람을 보내겠다.”
“그렇게 하죠.”
“이따 보지.”
그렇게 세 사람이 떠나자 위지풍이 작게 웃으며 물었다.
“저녁에는 저 친구들하고 하고 지금은 나랑 하자.”
“좋수다. 오랜만에 코가 삐뚤어지게 마셔 보죠.”
“너무 무리하지 마라. 저녁에도 술을 마셔야 하니까.”
“취하기는 합니까?”
“크크큭, 그것도 그렇네.”
위지풍과의 대화는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는 삼 년간 자신이 보고 겪은 일들을 신이 나서 설명했고 나는 궁금했던 점들을 물어봤다.
“장성 바깥은 어떤 세상이오?”
“중원과 별다를 건 없다. 그저 척박한 시골 마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근데 왜 그렇게 쳐들어온대?”
“사람 사는 게 다 똑같지 않겠느냐. 배부르고 따뜻하게 살고 싶어서겠지.”
“겨우 그것 때문에 생목숨을 버리고 있는 거로군.”
“그들이 가진 건 그게 전부니까.”
“그런 놈들을 막아 내고 있는 무황성의 무사들이 궁금하군요.”
“……한 마디로 대단하다고 볼 수 있다.”
“우리보다 세요?”
“고수의 비율은 구룡성이 더 높을 것이다. 우리는 일곱 개 대문파의 연합이니까.”
“그런데요?”
그가 자신의 머리를 가리켰다.
“사상이 다르다. 자신이 죽더라도 적을 하나라도 더 죽이겠다는 살기. 작전의 성공을 위해 아군을 버리는 비장함. 팔다리가 끊어져도 싸우겠다는 강렬한 투쟁심 같은 것들 말이다.”
“아니.”
무슨 공산 독재 정권이냐고.
애들이 무슨 세뇌를 당해 있어.
그렇게 정신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어느새 해가 뉘엿거리며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다.
“당주님, 대공자가 보낸 사람이 왔습니다.”
약속대로 대공자가 사람을 보내왔다.
“가 보거라.”
“같이 안 가십니까?”
“으하함! 쉬지 않고 달려와서 그런지 노곤하구나. 일단 좀 자야겠다. 네 방이 어디냐?”
“……삼 년이나 여기 계셨으면서 숙소도 안 받았어요?”
“오랜만에 동생을 만났는데 다른 집에 가는 게 말이 되나. 한숨 자고 있을 테니 오면 깨워라. 다시 마시자.”
“자는 건 좋은데…….”
나는 욕탕이 있는 쪽을 가리켰다.
“일단, 좀 씻으슈. 구린내가 나는 몸으로 방에 들어갈 생각 말고.”
“…….”
누가 묵룡거지당 출신 아니랄까 봐 위생 관념이 없다시피 한 위지풍이었다.
* * *
해 질 녘 무황성의 광경은 구룡성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여기저기서 밥을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수련을 마친 무인들이 숙소로 돌아가고, 목검을 든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다.
“오랑캐 놈들의 사지를 잘라 죽이자!”
“노인이고 애고 상관없이 전부 죽이자!”
“마을을 불태우고 우물에 독을 풀자!”
“…….”
아이들을 뒤로한 채 조금 더 걸어가니 무황성주와 그 가족들이 머무는 무신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어서 와라. 기다리고 있었다.”
이적상중하 형제가 상다리 휘어지게 차려진 술상을 앞에 둔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문제는.
“…….”
유소평이 술상 한구석에서 훌쩍이고 있었다는 거지.
그것도 사 공녀 이적소의 바로 옆자리에.
‘아니.’
왜 아직도 잡혀 있냐고.
[너 뭐야? 계속 잡혀 있던 거야?]유소평이 흔들리는 눈빛으로 나를 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이적소의 싸늘한 눈초리가 나를 채찍질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시면 협상이고 뭐고 다 엎어 버릴 거예요.] [아니, 내가 뭐 했다고…….] [자세한 건 나중에 설명해 드릴 테니 일단은 술이나 마셔요.] [……그러죠.]고개를 끄덕이고 유소평에게 전음을 보냈다.
[소평아, 아무래도 네가 고생을 좀 더 해 줘야겠다.] [헉! 이미 사 공녀에게 하루를 꼬박 잡혀 있었습니다. 몇 번이나 몸을 뺏길 뻔했다고요!]그가 놀란 표정으로 곧장 항의했지만, 대의를 위해서라면 소수의 희생은 감수해야 하는 법.
[뺏길 ‘뻔’한 거지 뺏긴 건 아니잖아? 일단 최대한 더 버텨 봐.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예 일단 버텨 볼 테니까 최대한 빨리 구해 주십시오!] [알았어. 나만 믿으라고.]‘포기하면 편하다. 소평아.’
나는 희망‘만’ 주는 메시지를 던져 그를 안심시켰다.
지금 중요한 건 유소평이 아니라 무황성 최고위층과의 화합이니까.
‘좋은 며느릿감을 구해 왔다고 좋아할지도…….’
어쩌면 문상이 기뻐할지도 모르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으니 이적상이 술을 따라 줬다.
“이렇게 와 줘서 고맙군.”
“겨우 일각 걸었는데요. 뭐.”
“우리 소아와는 안면이 있다면서?”
“동맹 협정을 맺기 전에 몇 번 만났습니다. 저기 저 친구가 우리 전룡당의 일 군사입니다. 아주 유능한 친구죠.”
일부러 띄워 주니 삼 형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아랑 밤새 토론한 걸 보면 그런 것 같더군. 어지간한 서생들도 그러기는 힘들 텐데 말이야. 한데 유능한 인재라며 너무 부려 먹는 거 아닌가? 잘 시간은 줘야지.”
“아…….”
뭘 어떻게 둘러댔나 했더니 밤새 협상을 한 거로 둘러댔구나.
사 공녀의 눈에서 쏘아져 나오는 두꺼비 빔을 받은 나는 얼른 긍정의 메시지를 전했다.
“구룡성과 무황성, 두 세력의 미래를 위해서니 유 군사도 이해해 줄 겁니다. 그렇지?”
“……네.”
“그렇군.”
이적상이 술을 입에 털어 넣으며 말했다.
“그럼 어디 영웅담을 한번 들어 볼까?”
자세한 설명을 듣고 싶어 하는 것 같았고, 거짓을 말할 필요도 과장을 보탤 필요도 없었기에 있는 사실 그대로 차근차근 설명해 줬다.
“……그래서 딱 갔더니 화경의 고수 두 명이 저를 죽이려고 이기어검을 쏘아 대는데……. 아니 글쎄 삼천의 절정고수가 튀어나와 한중으로 달려오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하늘로 날아가서…….”
그렇게 책으로 엮어도 한 권은 나올 만한 분량의 설명을 마친 후.
“양민들을 안전하게 피난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기습에 매복까지 하다니. 정말 대단하군.”
“수성전은 또 어떻고요, 형님. 이만이 훌쩍 넘는 적을 상대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괄목상대더라니……. 몇 년 전에 봤던 그 사람이 맞나 싶습니다.”
순서대로 이적상중하 형제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니, 제일 중요한 장면이 절정고수 삼천을 돌파하는 건데…….”
주요 줄거리를 다시 읊어 주려 했으나 이적상이 내 말을 무시하고 자기 할 말만 했다.
“병력을 운용하는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군. 단순히 무공만 강한 인재가 아니었어.”
“제가 이래 봬도 구룡성이 낳은 불세출의 전략가…….”
“하야.”
“예, 형님.”
“네 목숨의 은인이 이리도 성장했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소제도 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아니지.”
그가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가까이 두고 배워야지. 안 그러냐?”
“소제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
누가 북방 깡패 무황파 두목 아들들 아니랄까 봐 형제끼리 서열이 확실해 보였다.
뭐, 그래도…….
“삼천 리 바깥에 이런 영웅이 나타나 우리 대신 여진을 물리쳤으니 정말 기쁜 일이지 않으냐.”
“옳습니다. 형님.”
이만한 사람들이 내가 한 고생을 알아주니 나쁘진 않았다.
이적상이 고개를 숙이며 포권을 했다.
“무황성의 대공자로서 감사를 표한다.”
“휴, 대공자께서라도 알아주시니 다행이군요.”
“우리 형제만이 아니라 무황성의 모든 무사가 감사하고 있을 것이다.”
“검군 그 양반은 모르던데요?”
그의 호언장담에 나는 검군이라는 은혜도 모르는 이의 이름을 대었다.
“……분명 속으로는 고마워하고 있을 것이다.”
“정 고마우면…… 용린갑 한 벌 더 주시면 안 됩니까?”
“…….”
“써 보니까 괜찮아서 말입니다.”
“미안하지만, 그때 준 용린갑이 마지막 하나 남은 여분이었다.”
“떼잉…….”
그 뒤로도 이적상중하 삼 형제와의 대담은 계속되었다.
“구룡성이 있는 서천은 무황성의 북천과 어떤 차이가 있나?”
“뭐, 사람 사는 건 비슷비슷하죠. 대신 방식이 조금 다릅니다.”
“방식이라면?”
“무황성은 백성들을 철저한 통제하에 두어 평화를 지킨다면, 구룡성은 최소한의 간섭만 하는 대신 그들의 삶을 위협하는 적이 나타나면 대응하는 수준입니다.”
“그래서야 굶는 이가 나오지 않겠나?”
“대신 땅과 물자가 풍족하여 먹고사는 데 큰 문제는 없습니다.”
“그거참, 부러운 일이군.”
장래 무황성주가 될 이적상은 구룡성의 통치 방식을 궁금해했고.
“아까 오랑캐 놈들을 물리쳤던 이야기 중에 돌격을 세 번 했다고 했는데 왜 하필 세 번이었는지 알 수 있겠소? 한두 번만 해도 충분할 거라고 생각되어서 말이오.”
“완안부였나? 놈들의 장수가 상당히 침착하더군요. 골라서 잡으려고 해도 일반 병사들과 같은 옷을 입고 있어 찾기도 불가능했고요. 해서 놈의 눈이 뒤집힐 때까지 계속해서 돌격했습니다.”
“허어, 그야말로 목숨을 건 돌격이었군.”
훗날 장성을 맡게 될 거라는 이적중은 여진을 상대하는 전략에 관해 물었으며.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강해졌소? 분명 처음 봤을 때만 해도 내 밑이었는데…….”
“그냥 하루에 두 시진씩 수련을 하니까 되던데?”
“…….”
“그리고 그때 내가 이긴 거 기억 안 나? 실컷 두들겨 맞아 놓고선 밑은 무슨.”
막내인 이적하는 성장의 비결을 물었다.
참고로, 나이가 비슷한 나와 막내 두꺼비는 친구 하기로 했다.
첫 만남은 그저 그랬으나, 내가 이적하의 목숨을 구해 줬고 여진족을 크게 물리쳐서 그런지 그가 먼저 권유했다.
“그거야 자네가 산초 가루를 터뜨려…….”
“에이, 그때 인정해 놓고서 왜 이럴까. 아니꼬우면 지금이라도 한 판 뜨든지.”
그때였다.
“차라리 나와 하는 건 어떤가?”
두꺼비의 울음소리처럼 얇고 높은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무황성주였다.
“아버님께서 여긴 어떤 일로…….”
자리에 있던 모두가 서둘러 일어섰다.
“그저 술 한 잔 얻어먹으러 왔다.”
“앉으시지요.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그 전에.”
그가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패군의 무공을 견식하고 싶구나.”
“…….”
무황성주가 내뿜는 예기에 온몸의 솜털이 곤두섰다.
칠감도의 영향으로, 사방 30m를 살피는 기감이 패시브로 깔리는 나다.
하나 무황성주는 그 모든 기감을 뚫고 내 바로 옆까지 도달했다.
그 말인즉슨, 마음만 먹으면 나를 죽일 수도 있었다는 뜻이다.
질 게 뻔한 싸움.
하지만, 이럴 때가 아니고서야 자타공인 천하제일인의 가르침을 언제 받아 보겠는가.
“……좋습니다.”
나는 이를 악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패기가 훌륭하군.”
“아직 젊어서 말입니다.”
간신히 입을 열어 받아치니 그가 진하게 웃었다.
“여기서 할까?”
“이곳이 부서져도 상관없다면요.”
“그럼 안 되지. 술도 있는데.”
그의 검집에서 한 자루 검이 뽑혀 나와 허공을 날았다.
검 위에 가볍게 착지한 그가 허공을 날았다.
“따라와라. 적당한 곳이 있다.”
전설에나 나오는 어검비행을 보며 생각했다.
‘그냥 집에 갈까…….’
가르침을 얻기는커녕 개 맞듯이 맞을 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