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351
350화 결집(4)
여자에게는 화장 전과 화장 후라는 두 가지 얼굴이 있다고 하던가.
신부 화장의 위력은 정말 대단했다.
어린애 같은 몸매라서 그렇지, 이목구비만큼은 어디 가서도 꿀리지 않는 적화란은 한 송이 붉은 장미와도 같은 화려한 자태를 뽐냈고.
원래부터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얼굴이 새하얗던 청소소는 이온 음료 모델 뺨을 후려갈길 정도로 청초한 미를 뽐냈다.
하지만, 결혼식이 너무나도 신속, 정확, 깔끔하게 진행되어서 신부의 아름다움을 자랑할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나와 적화란, 청소소가 입장하고, 서로 맞절하고, 술을 나눠 마시고, 오늘의 주례 선생님인 사부가 단상에 오르기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럴 만도 했다. 결혼식이 끝나고 시작할 행사인 제2회 천하제일 무공대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워낙 많았기 때문이다.
뭔가 주인공 자리를 뺏긴 기분이라 좀 서운했지만, 어쩌겠는가.
지루한 결혼식보다 피 튀기는 혈투가 훨씬 기대되는 건 인지상정인 것을.
심지어 이번 행사엔 각 당을 대표하는 젊은 고수들까지 참여한다니, 현대로 치자면 UFC의 넘버링 대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무림인들로서는 충분히 기대할 만하다.
그리고 이런 손님들의 심리를 반영했는지.
“싸우지 말고 잘 살도록. 애도 많이 낳고.”
사부는 특수 기호 포함 17글자로 주례사를 끝내 버리는 기염을 토했다.
우와아아-!
축하드립니다. 진 무상!
최고다-!
잘 사십쇼-!
행복하게 사십쇼!
무인들과 백성들의 환호성이 사방에서 울려 퍼졌지만, 나는 안다.
‘와…….’
입으로는 축하한다지만 다들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다는 것을.
한 마디씩 던진 이들이 삼삼오오 천하제일 무공대회의 내기 도박 접수대로 걸어가는 게 그 증거였다.
아, 참고로 저 내기 도박은 저번과 마찬가지로 서천상단과 적룡당이 협업해 차린 일종의 팝업 스토어다.
저번에 수입이 워낙 쏠쏠했거든.
“떼잉…….”
“좋은 날 왜 그러세요.”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으니 적화란이 꼼지락거리며 쳐다봤다.
“이제부터 할 일도 많은데…….”
“아…… 그렇지?”
“네에…….”
그랬다.
나에게는 아직 진정한 메인 이벤트가 남아 있었다.
그 이름도 웅장한 ‘첫날밤’이라는 이벤트 말이다.
묘향이야 워낙 함께한 시간이 길기도 했고 집안에 어른도 없어 식을 올리기 전에 이미 할 건 다 했었지만, 적화란과는 입맞춤 이상 진도를 나가지 못했다. 청소소와는 손도 못 잡아 봤고.
“크흠.”
그런 생각을 하며 헛기침을 하니 전룡당의 삼 부인이 된 청소소가 한 마디를 보태 왔다.
“맞아요! 이제 혼례식도 끝났으니 술 마시러 가요!”
귀뚤귀뚤!
“…….”
얘는 정말 머릿속에 뭐가 들은 걸까?
그리고 결혼식장에 귀뚜라미는 왜 데려온 거야? 옷은 또 왜 입힌 거고.
* * *
문상의 계획대로 구룡성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크게 들썩였다.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놀거리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무림에서 공짜로 음식과 술을 퍼 주는데 어떻게 축제 분위기가 안 날까.
또한, 천하제일 무공대회에 참가하거나 대회를 구경하기 위해 온 무림인들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았다.
이 시대에 여행이란 기본적으로 돈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법.
돈 있는 여행객이 떼거리로 방문하자 관광 수입이 옥황상제의 똥구멍을 찌를 정도로 수직 상승했다.
이런 판에 우리 묘향이 빠질쏘냐.
그녀는 서천상단의 주력 상품인 비단과 보의에 할인 이벤트를 걸어 엄청난 물량을 팔아 젖혔는데, 덕분에 서천상단의 공장 가동률과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상승했다.
만약 포브스지가 있다면 ‘올해의 여성 CEO’나 ‘올해의 인물’로 뽑혔을 게 분명하다.
한편, 이런 축제 분위기 속에서 유일하게 그 분위기를 즐기지 못하는 부서가 있었으니.
바로 군사부 소속의 내근직들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2회 천하제일 무공대회의 참여자가 일천이 넘었기 때문이다.
최근 백 년간 열린 무림대회 중 가장 흥했다나 뭐라나.
덕분에 군사부의 서생들은 퇴근도 못 한 채 대회를 진행했다.
그리고 문상은 대회에서 눈에 띈 무인들을 포섭하여 구룡성의 전력을 차근차근 늘려 갔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성의 당주들이 움직였다.
대회를 구경하러 온 무림인 중 눈에 차는 인물들을 식객으로 영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약간 머릿수만 채우는 느낌이긴 했다. 막상 전쟁이 터지면 얼마나 남아 있을지도 모르겠고.
하지만 일단 외형적인 확장은 성공한 듯 보였다.
그동안 나는 뭐 했냐고?
뭐 하긴.
“에구구…… 허리야.”
“왜, 허리 아파?”
“어젯밤에 너무…… 격렬해서…….”
“잠깐 누워 봐. 내가 봐 줄게.”
“아아. 거기……. 어멋? 잠깐만요……. 지금 해가 떴는데…… 거, 거기는…… 아아…….”
신혼을 즐기고 있었지.
결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나돌아다니겠는가.
할 게 얼마나 많은데.
새 부인이 들어왔다고 본부인을 무시해서는 안 되는 법이라, 나는 세 명의 부인에게 똑같이 사랑을 주었다.
뭐, 묘향의 기강 잡기 덕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었지만 말이다.
“지금 몇 시니? 상공이 늦장을 부리면 네가 잡아 줘야지.”
“죄, 죄송해요. 언니.”
“그리고 소소.”
“예……. 예?”
“이제 전룡당의 안주인이 되었으니 차림을 제대로 해야지. 씻지도 않고 돌아다니면 되겠니?”
“며, 명심할게요오.”
“그리고 상공, 적룡당과 의룡당은 언제 찾아가실 생각이세요? 식이 끝난 지 벌써 사흘이 지났잖아요.”
“아, 맞다.”
아직 처가에 인사를 안 갔구나.
* * *
“다녀오세요. 가가.”
“올 때 당과요.”
현대 같으면야 신혼여행을 다녀온 뒤 부부가 함께 인사를 가겠지만, 이곳은 출가외인이라는 관념이 깊게 뿌리박힌 무림 세계.
결혼한 여식이 식이 끝나자마자 친정에 방문하면 뒤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모르는 탓에 처가엔 혼자 가야 했다.
“흐음…….”
아침밥을 후다닥 먹어 버려서 그런지 속이 좀 허했지만, 어차피 처가에 가면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려 줄 테니 이 정도가 딱 좋……긴 개뿔이.
“……다 어디 갔대?”
사위 받아라! 하며 기세 좋게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적룡당주 일가 중 단 한 명만이 남아 있었다.
“오늘이 무공대회의 결선 날이잖나. 구경하러 갔다.”
“그러는 적일 형님은 왜 여기 계시고? 붕대는 또 왜 감고 있는 거요?”
“……팔 강에서 떨어졌다.”
“형님이 떨어졌다고? 와…… 대회 수준 실화냐?”
“흥! 비무대가 아니었다면 놈은 절대 천살소검을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영 틀린 말은 아니었다.
비록 살검이란 무공의 특성상 벽을 뚫진 못했으나, 천살소검을 대성한 그는 기회만 잘 잡으면 절대지경의 고수도 죽일 수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뉘예 뉘예. 물론 알고 있습죠. 천하의 적룡검 나으리가 구사하시는 살검인데 얼마나 강려크하겠슴꽈.”
“크윽!”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AOS 천년 정지에 빛나는 깐죽거림을 시전했다.
이럴 때가 아니면 이 자존심 강한 양반을 언제 놀려 보겠는가.
“그나저나, 적 형을 꺾은 사람은 누굽니까? 혹시 칠패라도 출전했습니까?”
“처음 보는 놈이었다. 얇고 긴 장도를 사용하는데 금강석도 갈라 버릴 정도로 날카로운 도법을 사용했다.”
“허, 날카로움으로 따지면 천살소검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텐데.”
생각지도 못한 강자의 등장에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들었다.
“이름이 뭐랍디까?”
“신가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가명 같더군.”
“지금은 어디 있는데요?”
“어디 있겠나. 결선에 올라갔다.”
“허…… 당주들이 난리겠네요,”
“그래서 조부님도 달려가신 거 아니겠나. 어떻게든 식객으로 들이시겠다고.”
“호오, 손주를 이긴 놈을 부하로 삼겠다? 부성주님다운 선택이네요.”
“엄밀히 말하면 식객이니 부하는 아니지.”
“대충 비슷하면 그냥 넘어갑시다. 맨날 그렇게 따지고 살면 안 피곤해요?”
“…….”
“여하튼, 몸조리 잘 하시고. 저는 이만 가 볼게요.”
“온 김에 차나 한잔하고 가지 그러냐?”
적일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쳐다봤지만, 나는 단호박에 빙의해서 고개를 저었다.
“에이, 남자끼리 얘기해서 뭐 합니까? 그냥 대회 결승전이나 보러 가는 게 낫지.”
빨리 가서 그 신가라는 친구에게 돈 걸어야 하거든.
어차피 의룡당에 가 봤자 장인어른도 없을 테니까.
둥실.
비행 모드를 펼쳐 대연무장으로 날아가니 백성들이 단박에 나를 알아봤다.
몇 번 펼쳐 보인 리버스 그래비티가 구룡성의 명물이 된 탓이다.
“진 무상이시다!”
“사람이 아니고 신선이 되셨어!”
“볼 때마다 대단하구나!”
반면, 내가 나는 걸 처음 본 무인들은 입만 떠억 벌리고 있었다.
툭.
나는 그런 무인들 틈새로 떨어져 내렸다.
“안녕하시오.”
“흐익! 패, 패군!”
“제가 좀 바빠서, 먼저 좀 걸 수 있을까 하는데…….”
“그, 그럼요! 어서 거시지요!”
“고맙소.”
그렇게 합법적으로 양보받은 자리에서 금 한 냥을 꺼내 신가에게 돈을 걸고 나오는데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장인어른?”
“컥!”
바로 천으로 얼굴을 꽁꽁 싸맨 의룡당주가 줄을 서고 있었던 것이다.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케헴, 결선이 재미있을 것 같아 구경 왔네.”
“돈을 거시려고요?”
“그러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하여서…….”
슬쩍 내려다보니 전낭이 묵직해 보이는 게 대충 봐도 백 냥은 넘어 보였다.
현대 가치로 일억 원 이상.
이 정도면 스포츠 토토가 아니라 스포츠 도박이라고 해도 무방할 액수였다.
“어디다 거시려고요?”
“신가라는 무인에게 걸려고 하네.”
“그걸 전부 다요?”
“케헴, 배당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많이 걸어야 조금이라도 이익이 늘어날 것 아닌가. 남자는 큰물에서 놀아야지. 암.”
“…….”
역시 피는 어디 안 가는 모양이다.
그렇게 신가에게 돈을 건 나와 의룡당주는 배정된 VIP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신혼은 어떤가?”
“뭐, 좋습니다. 워낙 한집에 오래 살아 편하기도 하고요.”
이제 막 결혼한 남편 앞에서 옷을 훌러덩 벗어 던질 정도로 과감해서 문제지.
오히려 끊임없이 대시했던 적화란이 훨씬 더 부끄럼을 탔다.
청소소를 잘 아는 의룡당주가 눈을 피하며 말했다.
“조금 과하게 명랑해도 이해해 주게나. 어렸을 때 너무 오냐오냐하며 키워서 그렇네.”
적화란도 그렇더니. 이 정도 되면 무림에서는 딸을 오냐오냐하며 키우는 게 패시브가 아닐까 싶다.
“이해할 것도 없습니다. 소소는 그 밝은 성격으로 전룡당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장인어른을 닮아 능력이 좀 출중합니까? 덕분에 우리 애들은 싱글벙글합니다. 이제 다쳐도 병신 될 일 없다면서요.”
“크흠, 그, 그런가? 잘 되었구먼. 크허허허.”
아예 빈말은 아니고, MSG를 조금 섞어 칭찬하니 의룡당주가 크게 웃었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나가는 도중.
투웅! 투웅! 투웅!
결승전의 시작을 알리는 북이 울렸다.
동시에 올라오는 두 사람.
왼쪽은 회룡당의 미래, 회룡도 전묵이었고.
오른쪽은 적일을 패퇴시킨 걸 시작으로 이번 대회에 파란을 일으킨 신가라는 무인이었다.
비무대 중앙에 선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포권을 했고.
챙. 챙.
자신의 무기를 뽑았다.
이겨서 돈을 벌어다 주길 빌며 신가라는 무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굉장히 낯익은 느낌이 들었다.
‘뭐지?’
이 익숙함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