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meless martial arts reincarnation RAW novel - Chapter 96
095화 이사(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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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향의 의견에 따라 이사하기로 결정했지만, 바로 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단 거기서 살고 있는 식구들을 내보내야 했고 지금 우리가 사는 집도 처분해야 했기 때문.
모르긴 몰라도 한 달 이상은 걸릴 일이다.
‘그때쯤 되면 군식구도 나갈 테고.’
돈도 받았겠다 버리고 가도 큰 상관은 없을 것 같지만, 혹여나 일이 잘못돼 죽기라도 한다면 금자 다섯 냥이나 주고 산 집의 가치가 폭락할 수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시체 나온 집은 거래가 잘 안 되니까.
더군다나.
‘흑사로의 치안이 안정된 지금은 반 배, 아니 두 배는 더 받을 수 있다.’
그랬다. ‘필사적인 나의 노력’ 덕분에 흑사로의 치안은 엄청나게 안정됐다.
당연히 근방 부동산의 가격은 빠르게 치솟았고 덕분에 나도 꽤나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뛰어난 공인 중개사를 낀다면 빠르게 처분할 수 있을 터.’
그렇기에 내가 아는 최고의 공인 중개사이자 내게 흑사로의 집을 소개해 준 이조장의 부인, 복부인을 찾아가려 했는데.
“제게 맡겨 주세요. 누구보다 비싸게 팔아 드릴게요.”
묘향이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아니, 누이가 거간꾼 노릇을 어떻게 한다고······.”
“걱정하지 마세요. 돈 많은 사람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으니까요. 이야기를 흘리면 몇 명쯤은 관심을 보일 거예요.”
“그런 사람들을 안다고? 어떻게?”
“후후, 제 전직이 뭐였는지 잊었나요?”
“아······.”
그랬다. 묘향의 전직은 부자들을 상대로 칠현금을 켜던 최고급 예기.
듣기론 그녀의 칠현금 소리를 듣기 위해선 최소 한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했을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그런 생활을 몇 년이나 한 만큼 부자들을 많이 알고 있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그냥 복부인께 맡길게.”
이제는 예기가 아닌 누이가 그들을 찾아간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런 내 생각을 짐작했는지 묘향이 조소를 지으며 말했다.
“설마, 제가 웃음이라도 팔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
“걱정하지 말아요. 절대로 그런 일 없을 테니까. 아마 제발 자기에게 팔아 달라고 애걸복걸할걸요?”
대체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동업자가 이리 원하는데 들어줘야지.
“······알았어. 이익의 이 할을 줄 테니까 누이가 한번 맡아서 해 봐. 많이 안 남아도 되니까 무리하지는 말고.”
“후후, 맡겨 주셔서 고마워요.”
그렇게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는 묘향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섰다.
‘일주일 정도 있다가 복부인에게 가 봐야지.’
아무래도 여러 부동산에 내놓을수록 빨리 팔리는 법이니까.
* * *
잠시 후.
출근을 하기 전, 조가 상방에 들렀다.
소유자가 바뀐 만큼, 이사 일정을 조율해야 하기 때문이다.
‘흐음,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지?’
본래도 세입자를 내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아무 이유 없이 안 나간다고 뻗대며 보상금을 요구할 수도 있고.
정말 사정이 되지 않아 못 나가는 일도 있으니까.
심지어, 지금 조가상방에 살고 있는 이들 입장에선 가장이 죽은 지 겨우 삼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상방이 팔렸으니 비워 달라고 하는 건 너무 소시오패스 같은 짓이 아닌가.
‘뭘 해 봤어야 알지.’
더군다나 두 번에 걸친 생에서 단 한 번도 세를 줘 본 적이 없어서 더 난감했다.
조가네 식솔들을 쫓아낼 방법을 짜내며 문 앞에서 서성이던 차.
“무전이가 아니냐.”
위지풍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이건 당연했다.
조가상방 건너편이 바로 묵룡무관이었으니까.
“아, 위지 형.”
“여기까지 와선 뭐 하고 있느냐. 어서 들어와서 차나 한잔하지 않고.”
“지금은 일이 있어······.”
“죽은 주 노인 때문에 조가상방에 볼 일이 있나 보구나. 그럼 더더욱 들어와야겠다. 내 해 줄 이야기가 있다.”
뭐지? 저 집 식구들한테 무슨 일이 생겼나?
“알겠수.”
나는 위지풍을 따라 무관의 관주실로 들어갔다.
싸구려 차 중에서는 그나마 비싼 축에 드는 차를 내주는 걸 보니 묵룡무관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긴 한가 보다.
“무슨 이야깁니까?”
“아, 그게 말이다.”
위지풍이 조가상방의 일가에 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러니까, 서로 상방을 판매한 대금을 자기가 가지겠다고 싸우고 있는 겁니까?”
“이를 말이냐. 얼마나 살벌하게 싸우던지. 심지어 어제는 칼까지 휘두르는데, 무림인이 싸우는 줄 알았다니깐. 마침 내가 보고 있지 않았다면 진짜 큰일이 나도 났을 것이다.”
“대체 왜 그런 거랍니까?”
내 질문에 위지풍이 이마를 찡그리며 말했다.
“나도 궁금하여 알아봤는데, 둘째 아들이 자신의 몫으로 절반을 주장한다더구나. 덕분에 만금전장만 난처하게 되었지.”
“그건 왜요? 그냥 첫째 아들에게 다 주면 되는 건데.”
이 시대의 재산 관념은 현대와는 조금 다르다.
개인의 재산보다는 가문의 재산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재산 상속은 주로 첫째에게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문제는.
‘하긴, 현대 가치로 백억 원이나 되는 돈이니 탐이 나겠지.’
형이 상방을 물려받을 거라고 포기하고 있던 둘째 아들 앞에 어마어마한 거금이 생긴 것이다.
반으로 나눠 가져도 상방의 가치보다 훨씬 큰 거금이.
“두 형제가 서로 돈을 가져가지 못하게 하려고 매일같이 전장에 들러서 난리를 피우고 있기 때문이지.”
“······그거참 난감하겠군요.”
아무리 금룡당이라도 함부로 손님을 내쫓을 수는 없을 테니까.
위지풍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이왕 온 김에 네가 해결해라.”
“예?”
“이대로 살인이라도 나면 어차피 네 일이 되는 것이 아니냐. 그 전에 처리할 수 있으면 해야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또한, 이 일이 빨리 해결되면 조씨 일가가 상방을 떠날 테니 어느 정도 내 목적에 부합하기도 했다.
“위지 형의 말대로 내가 나서야겠군.”
“잘 생각했다. 그런데 방법은 있는 게냐?”
“있으니까 이러는 거 아니겠습니까? 잠시만 기다리슈. 이 차가 식기 전에 돌아오겠소.”
내게는 N빵이라는 절대 무적의 현대 논리가 있었으니까.
어리둥절한 위지풍을 뒤로하고 바로 조가상방으로 들어갔다.
두 형제가 서로를 죽일 듯이 노려보며 말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아버지께선 살아생전 상방을 내게 물려주려고 하셨다! 그 상방을 판 돈을 내가 가지겠다는데 뭐가 문제냐!”
“형님! 무려 은 만 냥이오! 그런 돈을 전부 형님이 가진다는 게 말이 된다고 보오?!”
잠시 들어 봤지만, 역시나 막장이었다.
나는 그런 그들의 사이에 끼어들며 말했다.
“신고가 들어와서 왔습니다.”
그러자 둘째 아들이 짐작했다는 듯이 대답했다.
“저기 저 사람이 칼을 들고 설쳤으니 어서 잡아가시오!”
“뭐? 저 사람?! 네 놈이 정녕 미쳤구나!”
“자자, 흥분들 가라앉히시고······.”
“지금 흥분을 안 하게 생겼소이까?!”
나는 조용히 주먹만 한 짱돌을 집어 들었다.
우드득.
손에 아주 약간 힘을 주자 짱돌이 순식간에 모래로 화해 흩어졌다.
방금까지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소리치던 첫째 아들이 입을 다물었다.
둘째 아들 역시도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대충 들어 보니 아버님의 유산 때문에 그러시는 거 같은데 맞습니까?”
“······그, 그렇소.”
“맞습니다.”
“원래 상방은 첫째 아드님이 물려받기로 했고요.”
“맞소.”
“그런데 그 상방의 값어치보다 훨씬 큰돈이 생겨 버렸군요. 덕분에 동생분이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고요.”
“그렇소이다.”
첫째 아들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입을 달싹였다.
나는 다시금 짱돌을 집어 들어 그의 입을 봉했다.
“그럼 결론은 간단하군요.”
두 사람이 의문 섞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런 그들에게 판결을 내려 줬다.
“사이좋게 반으로 나눠 가지시면 되지 않습니까?”
“하지만!”
우드득.
“허어, 요새 짱돌은 영 패기가 없군요. 힘을 조금만 줘도 가루가 되어 버리니 말입니다. 아, 제 판결에 이의가 있으신 거 같은데 무슨 할 말 있습니까?”
“······아, 아니오.”
역시나, 솔로몬에 빙의한 내 판결에 크게 감복한 첫째 아들이었다.
“그럼 동생분은······.”
“조장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형사 사건을 넘어 민사 사건까지 해결하다니.
아무래도 나는 전생에 판사를 해야 했나 보다.
* * *
조가상방 일가는 삼 일 안에 새로 집을 구해 이사를 가기로 했다.
한 가지 의외였던 것은.
“미안하다. 지금 보니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던 것 같다.”
“아닙니다. 형님. 집안을 위해 내리신 결정인 거 다 압니다.”
“동생아!”
“형님!”
와락.
돈 문제가 해결되자 조금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두 사람의 사이가 다시 좋아졌다는 것이다.
‘돈에 마귀가 씌었나?’
돈의 출처가 이 시대 최대의 마구니 집단인 십마련이니만큼 그럴 수도 있지 않겠나.
어쨌든, 이제 흑사로 집을 처분하는 일만 남았다.
‘뭐, 팔리기 전에 먼저 이사해도 상관은 없으니까.’
묘향이 이삿날이 되기 전까지 팔아 본다고 했지만, 가용 자금이 넉넉한 지금은 크게 급하지 않은 일이었다.
일단 이사부터 끝내고 천천히 기다릴 생각이었는데.
“벌써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고?!”
묘향이 반나절도 되지 않아 집을 매수할 사람을 찾는 데 성공한 것이다.
“저만 믿으라고 했죠? 후후.”
말도 안 되는 성과에 의심부터 들었다.
설마, 가격을 후려친 건가?
그랬다면 이토록 빨리 거래가 성사된 게 말이 된다.
하지만, 내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천 냥이나 받았으니까.”
“뭐?!”
“원래 천삼백 냥까지 준다는 사람이 있었는데 시기가 늦어질 거 같아 그냥 천 냥에 거래하기로 했어요.”
“아니,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는데······.”
묘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금처럼 땅값이 상승세일 때는 빨리 처분해서 재투자하는 게 유리해요.”
“아······.”
뭔가 전문가 같은 포스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묘향이 방긋 웃더니 말을 이어 나갔다.
“무엇보다 조장님도 아시는 분이세요.”
“뭐?”
“이 집을 산다는 사람 말이에요. 조장님도 아는 사람이라고요. 그것도 아주 잘.”
“적룡당에서 매수한다고 나섰어?”
내 지인은 대부분 서민이다. 천 냥이나 되는 돈을 내놓을 정도로 재력이 있는 사람은 적일과 적화란, 전묵과 단운 정도다.
하지만 전묵과 단운은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라곤 1도 없는 놈들이니 적일과 적화란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틀렸어요. 후후. 아, 마침 저기 오셨네요.”
묘향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들어 대문을 가리켰고.
뒤를 돌아본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다, 당주님?”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바로 북궁백이었기 때문이다.
“아니, 당주님이 무슨 돈이 있어서······.”
“얼마 전, 성주가 돈을 주더군. 경지에 오른 축하금이라고 하면서.”
“아니, 대체 얼마를 받으셨길래······?”
“삼만 냥.”
떠억.
엄청난 액수에 나는 물론이고 묘향까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신 조건을 붙이더군.”
“무, 무슨 조건입니까?”
“십 년 이내로 구룡성을 떠나게 되면 두 배를 갚는 조건이었다.”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성주는 화경의 고수를 삼만 냥으로 잡아 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삼만 냥이라는 돈이 작게 느껴졌다.
현대로 치면 빅 리그에서 뛰고 있는 특 S급 선수를 고작 삼백억 원에 영입한 꼴이니까.
‘성주, 당신은 도대체······.’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하는 내게 북궁백이 작은 전낭 하나를 던졌다.
턱.
“금자 열 냥이다.”
화끈한 성격답게 매매 대금을 바로 지급하는 그였다.
“······감사합니다.”
빠른 대금 지급에 감사를 표하던 그때.
“그런데, 저 안에 있는 놈들은 누구냐? 마기의 흔적이 느껴지는데?”
그가 증인 보호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는 이들을 정확히 짚어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