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159
160. 경매장 (3)
“셋, 둘, 하나, 낙찰되었습니다! 140번 참가자분께서 D급 아티팩트, ‘바람의 망치’의 소유주가 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140번 참가자는 나였고, 저 물건은 이제 공식적으로 내 것이 되었다.
“야호! 정말 고마워요!”
“뭘 이 정도로요.”
“한의 마음이 담긴 저 망치는 제가 평생토록 품속에 간직할 거예요.”
나의 마음이라…….
약 10조의 마음이 담긴 망치였다.
이대로라면 나는 D급 아티팩트 하나를 사기 위해, 빈털터리가 될 수도 있는 상황.
“그런데 정말로 괜찮은 거 맞아요? 제가 정확히는 모르지만, 10조면 아무리 한이라도 어려우실 것 같은데…….”
“어렵긴 하죠. 10조는 터무니없이 큰 숫자가 맞습니다.”
“저도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긴 했어요. 아무리 저를 위한 선물이라고는 하셨지만, 한께서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일을 벌이실 분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사실 사라의 말이 맞았다.
저걸 정말로 10조를 주고 살 수는 없었다.
만약 정말 사야 한다면, 내 모든 개인재산은 물론이고 검색 길드와 심지어 암중모색의 자산까지 끌어와야 가능할 것이다.
당연히 그런 미친 짓을 할 리가 없었다.
“정말로 10조를 낼 생각은 없으니 걱정 마십시오.”
“그러면, 역시, 2순위 입찰자인 닐 타이슨 씨에게 ‘바람의 망치’를 양도하시려는 거군요?”
“뭐, 그래도 상관은 없겠죠. 그런데 가지고 싶다고 하신 거잖아요?”
“그렇긴 한데. 괜히 무리하지 마요. 정말로 전 괜찮으니까요.”
낙찰이 끝난 뒤, 무대에서 퇴장하는 망치 모양의 아티팩트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그것은 갑자기 몸값이 10조로 뛰어오른 D급 아티팩트였다.
“돈을 내지 않았지만, 곧 가지실 수 있을 겁니다.”
낙찰이 끝난 뒤, 무대에서 퇴장하는 아티팩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것은 무려 10조가 넘게 주고 낙찰 받은 D급 아티팩트였다.
한편 70번 참가자를 바라보니 그는 눈을 감고 있었다.
참을 수 없이 끓어오르는 스스로의 화를 다스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었다.
“항상 고마워요, 한,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무엇을요?”
“저를 얼마나 깊게 사…… 생각하고 계신지 말이에요. 저를 10조만큼 생각해주고 계시다니. 솔직히 여기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나중에 망치 받으시면, 사용 시 망가지거나 기스가 나지 않게 잘 다뤄주세요.”
“물론이에요, 평생 간직할거에요.”
쯧. 평생 간직한다니…….
나는 갑자기 허튼소리를 하는 사라에게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을 정확히 집어주었다.
“아뇨. 나중에 안 쓰시게 되시면 제대로 반납해주셔야 합니다.”
길드 소유의 아티팩트는 어디까지나 대여해주는 것이 원칙.
마침 최근에 나는 길드의 아티팩트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시설이 완공되었다는 소식을 안인식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검색 길드 사옥의 지하 2층부터 지하 10층까지. 아티팩트 전시실로 개조하는 작업이 얼마 전에 끝났다고 했는데.
규모만 놓고 보았을 때, 전 세계에서 최대 규모의 전시실이었다.
그 전시실은 최대 2,000점까지의 아티팩트를 수용할 수 있게끔 설계되어 있었는데, 이는 헌터 협회 통계상 전 세계에 등록된 모든 자연산 아티팩트의 수와 비슷한 숫자였다.
그리고 현재 우리 검색 길드의 전시실에 보관된 물품은, 호주에서 얻었던 약 40점의 아티팩트가 전부.
아직 2%밖에 차지 않은 전시실의 나머지 98%의 공간은 이제 천천히 차오를 것이다.
그곳은 나만의 보물 도감이기도 하면서, 한편으로는 비자금 창고이기도 할 예정이기에.
“그 말씀은, 설마… 평생 써도 괜찮다는 의미……?”
“아뇨. 한국에 돌아가면 아티팩트 대여에 관해서 기간이 명시된 계약서를 받으실 건데 거기에 싸인을 해주셔야 할 겁니다.”
그렇게 사라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다음 올라오는 물건들을 쭈욱 지켜봤다.
때로는 F급도 올라오고, 때로는 B급 이상의 상급품도 올라왔다.
나는 35번 참가자, 빌 캐롤을 보았다.
헌터 협회 협회장이자, 헤게모니 길드의 수장이기도 한 그는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아티팩트 수집가이기도 했다.
아마도 역대 최대 품목이 출품된 이번 아티팩트 경매에 큰 기대를 하고 참가했을 터인 그는 올라오는 품목을 하나하나 심사숙고하여 입찰가를 매기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표정이 썩 밝지 않아 보였다.
아까 있었던 10조짜리 D급 아티팩트 건 때문인지, 70번 참가자 닐 타이슨이 올라오는 물품을 죄다 쓸어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입찰가를 올려대며, 아티팩트들의 평균 입찰 시세를 대폭 상승시키고 있었다.
– 신사숙녀 여러분! 역대 급으로 많은 수의 물품이 출품된 이번 경매! 그에 걸맞게, 역대급 입찰가가 올라와서 이 옥션 홀의 분위기가 너무나도 뜨거워졌습니다!
폭주하는 닐 타이슨과, 침음을 흘리는 빌 캐롤. 그리고 신나서 떠드는 무대 위의 경매 진행자를 번갈아 바라보며 나는 다음 올라오는 물품을 바라보았다.
– 이번 아티팩트는 바로, C급 브로치입니다!
나는 대형 스크린에 떠오른 상품의 모습을 확인했다.
“드디어 나왔군.”
마침내 기다렸던 물건이 올라왔다.
붉은 보석과 노란 보석이 격자무늬로 수놓아진 브로치.
그 빛깔이 너무 영롱하여 보는 것만으로 마치 스턴에라도 걸린 것처럼 잠시 동안 넋을 놓고 바라보게 만들었다.
“와아, 예쁘……! 흡!”
옆에있던 사라가 그것을 보고 탄성을 내지르려다 말고 내 눈치를 보았다.
아까도 괜히 감탄사를 뱉었다가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졌기에 이번에는 내심 조심을 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감탄사를 내가 대신 흘려주었다.
“이건 꼭 사야 해.”
그 말을 들은 사라가, 궁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마도 지금껏 그 어떠한 아티팩트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내가 처음으로 관심을 가진 물건이라 그런 듯 싶었다.
“혹시 알고 계신 아티팩트인가요?”
“네. 알고 있지요.”
“저게 뭔데요?”
“저건 바로…….”
사라의 질문에, 나는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다.
그것은 칼라미티 수괴 놈의 열 가지 손가락이라 불리던 능력 중 네 번째.
그 누구도 그에게 다가갈 수 없게 만들었던 브로치였다.
경매 진행자가 이 아티팩트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감정명은 바로 ‘파이로쇼크 브로치(Pyroshock Brooch)’! 옵션은 딱 한 줄로 단출합니다만, 경우에 따라서는 굉장히 유용할 수도 있는 아티팩트입니다. 하지만 과연 이것을 사용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될지는 잘 모르겠군요!”
삐익!
그때 누군가 입찰가를 올렸다.
“아아! 현재까지 가장 많은 아티팩트를 낙찰 받은 70번 참가자께서 또다시 스타트를 끊으셨습니다! 시작가는 100만 달러!”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사라에게 말했다.
“혹시, 아까처럼 유난 떠시면서 가지고 싶다고 외쳐주실 수 있으신가요?”
“네에?”
“부탁합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알겠어요.”
잠시 목청을 가다듬던 사라는 곧 조금 큰 소리로 말했다.
“와! 정말 가지고 싶다!”
아까와는 달리, 무언가 부자연스러운 듯한 모습이었지만.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 소리를 들은 닐 타이슨의 귀가 포식자의 접근을 알아차린 토끼의 귀처럼, 쫑긋 솟아올랐기 때문이다.
삑!
– 아! 70번 참가자, 또다시 35번 참가자와 경쟁이 붙었군요, 300만 달라!
삑!
– 400만!
삑!
– 1,000만!
……
닐 타이슨은 이번 물건은 절대로 넘겨주지 않겠다는 듯, 호승심을 불태우며 입찰가를 올려댔고,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참가자가 입찰가를 올렸다.
– 앗! 70번과 35번 참가자 사이의 불꽃 튀는 경쟁에 36번 참가자가 끼어들었습니다! 입찰가는…….
또다시 진행자의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 100억 달러!
나는 36번 참가자를 바라봤다.
그녀는 ‘이브 트리스타’라는 가명으로 헤게모니 길드의 사무장으로서 이곳에 와있는 참가자, 카펠라였다.
지금껏 전혀 움직이지 않던 그녀가 처음으로 입찰가를 올린 것이다.
‘역시. 칼라미티는 저 아티팩트를 노리고 있었군.’
저것은 아마도, 내가 올린 입찰가처럼 뻥카로 올린 금액이 아닐 것이다.
카펠라는 분명 10조가 넘는 돈을 선뜻 지불할 생각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씨익 웃어주었다.
그녀 또한 나를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그 미소 속에는 알 수 없는 섬뜩한 한기가 느껴져 왔다.
“…….”
사실 닐 타이슨을 자극해서 경매장의 폭군처럼 만들어놓은 이유는 바로 지금의 상황 때문이었다.
카펠라는 저 아티팩트를 기다렸을 것이고, 일반적인 C급 아티팩트와 비슷한 금액으로 적당히 낙찰 받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닐 타이슨은 저 아티팩트를 가지지 못하면 안 될 것처럼 폭력적인 입찰을 진행하고 있었다.
아까 나와 그의 사이에 벌어졌던 입찰 경쟁을 떠올린다면, 닐 타이슨이 저 물건을 포기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나와 같이 10조를 불러줘야 했다.
그래서 카펠라는 10조가 넘는 돈. 즉, 100억 달러를 올려주게 되었다.
– 더는 없습니까? 지금부터 카운트 들어가겠습니다! 다섯…….
사실 굳이 저 물건을 이 자리에서 낙찰 받을 필요가 없다는 사실은 나뿐만 아니라, 카펠라 또한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곧 벌어질 그 사건이 지나면, 굳이 이러한 번거로운 일이 아니더라도 저 물건은 자동으로 손에 들어올 예정이었기에.
그러나 만에 하나를 대비하는 칼라미티 놈들의 특성상, 꼭 얻어야 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일단 낙찰을 받아놓으려는 모양이었다.
그것은 설령 다음 일에 애로사항이 생길 경우, 일단 그 아티팩트에 대해서는 국제법상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 셋, 둘, 하나!
삐익!
“아! 70번 참가자! 무려 100억 달러가 올라온 물품에 대해서, 그가 또다시 입찰가를 갱신했습니다! 금액은…… 200억 달러!”
예상치 못했다.
이번에는 기필코 저 아티팩트를 빼앗길 수 없다는, 필사적인 의지가 느껴질 정도였다.
사라에게 치근대던 모습이, 설마 그렇게 단순한 한량 짓에 불과한 게 아니라, 진정한 마음이 담겨있었던 행동이었다는 말인가?
“와, 저 새끼 파산이네요.”
“한. 저 사람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길래…… 저 브로치에 20조나 꼬라박는 건가요?”
닐 타이슨은 마치 하얗게 불태웠다는 듯, 축 늘어져 있었다.
아마도, 저걸 사려면 10조쯤 되는 자신의 전 재산을 현금화해서 박아야 할 것이고, 거기에 빚까지 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친 표정으로 사라를 향해 윙크를 보내왔다.
“아니,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아까 제가 드린 망치에 10조의 마음이 담겨있었다면, 저 브로치에는 무려 20조 원에 해당하는 닐 타이슨의 진정한 마음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저는 10조 쪽이 더 좋은 것 같아요, 한. 그리고 저런 브로치는 사실 제 취향도 아니구요.”
“아까는 좋다면서요?”
“그건 시켜서 한 거잖아요.”
– 70번 참가자, 사랑하는 여자라도 생긴 걸까요? 저 옵션은 그저 그렇지만, 겉모습은 그 무엇보다 아름다운 브로치를 과연 누구에게 주기 위해, 200억 달러를 흔쾌히 바치기로 결심한 걸까요?
나는 36번 참가자, 카펠라를 바라봤다.
그녀는 아까와 똑같이 미동도 안 한 채 눈동자만 움직여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리 칼라미티의 지원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 물건 하나에 10조라는 금액은 상당히 큰돈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닐 타이슨이 20조를 박기로 결정했고, 시종일관 여유롭던 카펠라 또한 그 금액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는 모양이었다.
잘 보니, 카펠라의 미소 짓는 입꼬리가 1mm 정도 더 낮아진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 ……둘, 하나, 낙찰되었습니다! 70번 참가자! 200억 달러에 C급 아티팩트, ‘파이로쇼크 브로치’를 낙찰 받으셨습니다!
미래 기억 상 칼라미티 수괴의 열 가지 손가락이라 불렸던 능력 중 하나. ‘파이로쇼크 브로치’
그것의 공식적인 소유자는 이제 닐 타이슨이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펠라의 표정은 평온했다.
“…….”
그녀에게 있어서, 어차피 지금의 입찰 행위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는 것. 다시 말해 그저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대비책 하나가 사라지는 것뿐이다.
“좋아.”
그리고 나의 마음 또한 평온했다.
나는 카펠라가 대비하려 했던 일어날 가능성이 낮은 일.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게 만들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런 나에게 있어서, 이 경매는 그저 잠시 쉬어가는 여흥 거리였을 뿐이다.
저 물건을 빼앗긴 나와 카펠라는 디테일하게 보면 약간 다른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둘 다 한가지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차피 저 ‘파이로쇼크 브로치’를 포함하여, 이 경매장.
아니, 저 너머에 있는 헌터 협회 본사의 아티팩트 창고에 보관된 물건들까지.
‘여기에 있는 모든 아티팩트가 싹 다 털려버릴 예정이기 때문이지.’
텅!
그때 무언가 두꺼비집 떨어지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드넓지만 창문 하나 존재하지 않았던 옥션 홀은 불현듯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암흑으로 물들었다.
저 멀리서 경매 진행자의 뭐라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마이크 또한 전기가 끊어져 작동하지 않았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배낭을 뒤졌다.
‘덧없는 자의 의복’을 걸치고 그 위에 ‘고요한 바람의 망토’를 한 번 더 둘렀다.
이어서 신분을 숨기기 위한 가면을 꺼내 얼굴에 착용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전자기적 시야’로 꿰뚫어보며, 나는 조용히 나직였다.
‘드디어 시작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