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ll Search Gets Done RAW novel - Chapter 185
186. 마석학 (2)
폴룩스의 시커먼 몸통.
그 몸통 곳곳에는 결손이 존재했다.
우측 가슴이 뻥 뚫려있다든지, 왼쪽 엄지발가락이 사라져있다든지. 한쪽 손이 아예 없어져 있다든지.
그리고 각각의 위치에는 작은 마법진이 붙어있었고 그곳에서는 새로운 마석 신체가 생겨나고 있었다.
정확히는 전송이었다. 놈의 스킬, ‘아케인 트랜스미션’을 통해 어느 곳에서부터 몸을 구성하는 재료. 즉, 마석을 끊임없이 공급해오고 있는 것.
폴룩스는 그 마석을. 즉, 끊임없이 전송해오는 자신의 신체를 소모하여 무한의 마나를 영위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폴룩스의 몸에 존재했던 비밀.
“더 높은 경지의 존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육신을 버려야 했다.”
미래 기억 상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육신은, 이 세상의 근원이라 부를 수 있는 신의 물질, ‘마나’로 대체했지.”
“그래서…… 밥은 먹을 수 있나?”
“육신은 열등한 존재에게나 어울리는 것. 진보를 위해서라면, 그러한 껍데기 따위는 얼마든지 벗어버릴 수 있어야 한다.”
“확실히. 그런 몸으로 살아있는 게 가능하다면, 사실상 의식주가 필요 없어”
“인간의 육체는 효율적이지 못하다. 따라서 언젠가는 소모되어 사라질, 일회용에 불과한 육체 대신 나는 언제든 교체가 가능한 이 마석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몸을 구축했지.”
놈에게는 머리만 덩그러니 존재했고, 그 아래로는 싹 다 마석이었다.
사실상 이 이상 놈에 대해 알 필요는 없었다.
폴룩스는 자신의 마석 몸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며 소모된 마석은 새로운 마석으로 그때그때 교체해버린다.
저 모습이 되기까지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그 과정이나 방법은 무엇이었는지.
그러한 것은 굳이 알고 싶지도, 깊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마침내 네놈도 깨달은 모양이로군. 진보된 인류에게 필요한 건 바로 정신. 마나를 더욱 깊이 느끼고 이해하며 받아들일 수 있는 고도화 된 정신이야말로 신인류가 앞으로 추구해나가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대단하군.”
“어떠한가. 고도된 지성과 정신을 지닌 나는 관대하다. 지금도 너에게는 마음을 바꿀 기회가 존재한다. 마석 이식 수술을 받고 나와 함께 신인류를 위한 여정에 동참하지 않겠는가, 한세훈?”
“마석 이식 수술이라니. 세상에는 정말로 별의별 좆같은 게 다 존재하는구나.”
“그런가…… 좋다. 이제부터는 쓸모없는 설득 따위는 관두도록 하겠다. 대신,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주지.”
“음?”
두두두두둥─!
폴룩스의 주변으로 네모난 마법진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나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그리고 마나의 진수를……!”
그리고 그 마법진들은 그의 주변으로 떨어져 하나로 합쳐져 나갔다.
마치 보도블럭 포장공사라도 하듯.
쿵! 쿵쿵쿵!
차곡차곡 오와 열을 맞춰 광범위한 영역에 장판처럼 깔려나갔다.
“마나의 결속(Manabond)!”
마치 하늘에 깔린 거대한 바둑판 같은, 푸른 격자형태의 마법진이 새하얗게 빛나며 타올랐다.
화아아아아아아악!
“저 스킬은…….”
그 위에 발을 디디는 모든 생명체를 속박하여 마나를 쭈욱 빨아들여 버리는 8티어의 광역 장판 스킬, ‘마나의 결속’.
이런 광범위한 장판 스킬을 사용했다는 건, 아마도 나의 접근을 원천 차단하려는 게 아닐까 싶었다.
“마법사답게, 원거리 전력투사로 승부를 보자 이거로군.”
콰앙!
곧장 ‘라이트닝 워프’를 사용하여 그 스킬의 효과 범위 바깥으로 벗어났다.
굳이 ‘마나의 결속’에 붙잡혀 마나를 빨아 먹힐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어 폴룩스의 외침이 들려왔다.
“짓눌리고 짓뭉개지고 짓밟혀라. 마나의 진정한 의미에 대하여 고뇌하여라.”
투두두둑─!
동시에 토템으로 이루어진 구름이 추가적인 캐스팅을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구구궁─
셀 수 없는 많은 토템들이 동시에 고티어의 스킬을 캐스팅하며 생기는 마나의 일렁임에, 온 세상이 아지랑이가 낀 것처럼 휘청휘청 흔들거렸다.
그리고 마침내, 폴룩스의 입에서 시동어가 흘러나왔다.
“아케인 카타클리즘(Arcane Cataclysm).”
푸우우우우욱─ 푸우우─
내 주변에서 마력의 거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것들은 마나 계열의 8티어 스킬에 의해 솟아오르는 거품이었다.
그 거품 한 개 한 개가 일반적인 헌터 한 명쯤은 존재를 지워버릴 수 있을 정도의 화력을 지니고 있었고, 그 거품들은 내 근처를 빼곡히 메워나갔다.
“흡!”
다시 한 번 ‘라이트닝 워프’를 사용하며 위치를 벗어났다.
그러나 폭발을 피해 이동한 위치에서도, 샐 수 없는 마력의 거품이 부글부글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
그것들은 급속히 팽창해나갔고,
“이런 씁, 피할 곳이……!”
얼마 지나지 않아 일제히 폭발해나갔다.
콰아아아아앙! 콰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그것 뿐만이 아니었다.
파바바바바바밧─!
아까 전에 시전되었던,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토템들이 토해내던 7티어의 ‘아케인 헤일스톰’이 일대를 파괴하며 느릿하게 이동 중이었는데.
잠시 다른 곳에 한 눈이 팔린 사이에, 그 파괴의 현장은 어느새 내 뒤를 바짝 따라붙고 있었다.
콰과과과과과광─!
“정말로 장난이 아니군…….”
쉴세없이 쏟아져 내라며 대폭발을 일으키는 7티어의 마력 덩어리의 비.
끊임없이 생겨나며 대폭발을 반복하는 마력의 거품들까지.
콰아아아아아앙─!!
창공을 뒤흔들고 지축을 뒤엎는 폭발의 연쇄가 단지 나 하나를 죽이기 위해 터져 나왔다.
지금까지 폴룩스는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사정을 봐주고 있었으나, 이제는 정말로 그럴 마음이 없는 듯 보였다.
피할 수도 없었고, 오도 가도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
그러한 혼란 속에서.
일순 내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쇄도 길드 대전지사의 민원 접수 팀에 앉아 빈둥거리던 내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칼라미티의 여섯 간부 중 최강자, 폴룩스의 진심을 다한 공격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냥 런 해?’
뒤돌아서서 도망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와서, 도망치는 건 말도 안 된다.
내 건물을 테러했고, 내 사람들에게 상해를 입혔다.
그러한 개인적인 이유도 이유였지만, 그 이전에 조금 더 대의적인 이유로 놈을 찾으려 했다.
미래 기억 상 최후의 최후까지 살아남아, 인류의 문명을 영락시키는 데 가장 많은 공헌을 했던 자.
마침내 그자와 마주치게 되었다.
‘런이란 있을 수 없다.’
고작해야 약간의 꼼수가 적용된, 무한에 가까운 마나.
그리고 셀 수 없는 토템과 함께 쏟아붓는 7티어, 8티어의 스킬로 나를 찍어 누르려 하는 시도 따위에 굴복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찰나의 고뇌가 이어지던 중,
콰아아아아아아아앙!
천지를 뒤흔드는 대폭발이 피부의 감촉에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일단, 아끼고 있던 밑천 하나를 꺼내기로 했다.
“모조리 반사해버린다.”
그것은 알데바란의 반사 스킬.
마나를 포함한 원소 속성의 스킬을 모조리 튕겨내 버리는, 사기적인 보호막이었다.
“엘리멘탈 쏜즈(Elemental Thorns)!”
투확!
뾰족뾰족하고 알록달록한 보호막이 내 주변으로 펼쳐졌다.
나를 감싸오던 폭발력은 ‘엘리멘탈 쏜즈’에 부딪친 뒤 그대로 전이되어 폴룩스를 향해 쇄도했다.
“그 또한 알고 있었다.”
폴룩스는 반사되어 돌아오는 스킬들을 피하지 않았고, 모조리 정면으로 받아냈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앙!
‘마나 쉴드’는 거대한 충격을 받아내기 위해 그에 걸맞은 마나를 필요로 했고, 폴룩스는 그 마나를 충당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신체 부위 일부를 대가로써 지불했다.
“뭐만 하면 다 알고 있었다고 입을 털고 보는군. 그건 너의 습관인가?”
“아는 걸 안다고 말해줄 뿐이다. 네놈이 알데바란의 고유 스킬, ‘쏜즈’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이미 전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일순 내 꽁무니를 따라다니며 일대를 파괴하고 있던 ‘아케인 헤일스톰’의 개개별 투사체의 색상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알데바란 녀석의 상대법쯤은 오래전에 숙지해놓았다.”
카드득─ 카득─
쏟아지는 각각의 마력 덩어리들이 굳어갔고, 결정화되어갔다.
“야망 있는 녀석이었기에. 언제든 찍어누를 준비 또한 되어있는 게 당연한 법.”
콰드드드득─! 콰아아아아!
그것들은 더이상 단순한 마나 계열의 스킬이 아니었다.
“마나 크리스탈리제이션(Mana Crystallization)!”
온 세상을 집어삼킬 듯 터져 나오던 폭발력들은 더 이상 ‘엘리멘탈 쏜즈’로 튕겨낼 수 없는 종류로 바뀌어있었다.
“이것은 바로 물리적인 성질을 지닌 마나. 그리고 현재의 네놈은 ‘쏜즈’의 성질을 곧장 바꿀 수 없을 터.”
“…….”
“그리고 현재의 네놈은 ‘쏜즈’의 성질을 곧장 전환시킬 수 없을 터.”
폴룩스는 이미 알데바란의 ‘쏜즈’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있었다.
그리고 그 파훼법을 죽은 알데바란 대신, 나에게 적용해나갔다.
쿠과과과과과과곽─!
마나-결정화된 ‘아케인 헤일스톰’과 ‘아케인 카타클리즘’의 폭발력이 또다시 나를 뒤덮어왔다.
까다로웠다.
과연 칼라미티의 여섯 간부 중 최고라 불릴만한 실력자였다.
이렇게 된 이상 남은 방법은…….
“번개의 구체(Lightning Ball)!”
치직! 치지직!
머리 위에 벼락의 구슬을 띄워 올렸다.
“라이트닝 클록(Lightning Cloak), 이몰레이션 클록(Immolation Cloak), 샌드 클록(Sand Cloak), 몰튼 쉘(Molten Shell), 디바인 쉴드(Divine Shield), 스피릿 쉴드(Spirit Shield)!”
내 주변으로 펼칠 수 있는 모든 보호막이 펼쳐졌다.
투다다다다다다닥! 파바바바바바바밧!
마치 소나기처럼.
아니, 크레모아에서 터져 나온 구슬처럼 셀 수 없는 고티어 스킬들이 연신 내 몸을 두들겨댔다.
쨍그랑!
‘디바인 쉴드’와 ‘스피릿 쉴드’는 유리창처럼 깨져나갔고 그다음으로 ‘몰튼 쉘’이 당장에라도 찢어져 버릴 듯 격하게 요동쳤다.
쿵!
허공에 창대를 내리꽂자 그 부위에서부터 벼락의 마법진이 터져나왔다.
“폭풍의 합창(Choir of the Storm)!”
촤아아아악!
그와 함께 일대에 형성된 벼락의 영역을 따라 먹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이글이글─
‘화염의 날개’를 펼치고 ‘화염화’를 사용한 내 몸의 불꽃이 벼락처럼 튀어 올랐다.
치지지직! 치지지지직! 치지지지지직!!
내 뒤쪽으로 셀 수 없는 벼락의 창이 생성되었다.
그리고 ‘라이트닝 블레이드’가 켜진 ‘벼락의 지휘자’. 그 벼락의 날붙이 끝을 저 멀리서 나를 바라보는 폴룩스를 향해 겨누었다.
“무한의 뇌창(Infinity Lightning Spear)!”
파밧! 파바바바밧!
폴룩스를 향해, 벼락의 창이 무한으로 쏘아져 나갔다.
내 몸의 마나 또한 무한으로 불태워졌고, 그로 인해 만들어진 벼락 속성의 마나가 사정없이 분출되어 터져나왔다.
촤아아아악!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전자기 대폭풍(Electromagnetic Maelstrom)!”
우지지지직! 콰콰아아아앙!
벼락이 내리치던 폴룩스 주변의 공간이 시각적으로 알아볼 수 없는 형태로 일그러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폰트 오브 썬더의 길드장이자, 뇌제라고 불리웠던 로드리고에게서 배웠던 전격 속성의 광범위 폭렬스킬, 7티어 ‘천둥의 샘’.
그것의 바로 다음 티어의 상위 스킬을 캐스팅했다.
치지지지지지지지지직!
“폴룩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전력의 화력 투사에는 똑같이 전력을 다한 화력 투사로.
흡사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고 한순간을 헤엄쳐 나아가는 수영선수와 같이.
나 또한 더 이상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놈을 향해 모든 힘을 쏟아붓기로 했다.
“지금부터는 총력으로 상대해주마!”
폴룩스의 주변에 거대한 벼락 줄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일대의 공간이 그 거대한 벼락 줄기에 갇혀버렸다.
잠깐 생겨났다 사라지는 게 아닌, 영구히 타오르는 벼락이었다.
그 눈 부신 빛은 세상을 새하얗게 물들이며 무한히 발광했다.
“에버라스팅 라이트닝(Everlasting Lightning)!”
일그러진 공간을 뒤덮은 새하얀 벼락의 공간은 이윽고 빛의 대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
폴룩스 또한 설마 내가 이 정도까지 과감하게 맞설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 그저 깜짝 놀란 듯 눈을 치켜뜬 채 나를 노려보았다.
그의 마지막 모습이 새하얗게 발광하는 빛에 휩싸여 사라져갔다.
“크윽!”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에서 터져 나오고 있던 결정화된 ‘아케인 헤일스톰’과 ‘아케인 카타클라즘’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주변에서 터져나오는 결정화된 ‘아케인 헤일스톰’과 ‘아케인 카타클리즘’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것들은 나의 마지막 방어 수단인 ‘마나 쉴드’를 찢어발길 듯 짓눌러왔다.
내 방대한 마나통 또한 점차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에 비해 폴룩스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놈은 지속적으로 ‘아케인 트랜스미션’을 통해 어딘가에서부터 마석을 전송시켜왔다.
그리고 그 마석은 소멸된 자신의 몸으로 이식되고 새로이 사용할 수 있는 마나가 생겨났다.
방대하지만 유한한 마나를 지닌 나에 비해서, 마석 몸통을 끊임없이 교체하는 폴룩스의 마나는 무한했다.
“단순히 마나통 사이즈 대결을 하려는 게 아니다!”
폴룩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첫 번째는 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놈의 마석창고를 털어버리는 것.
이건 지금으로서는 그 위치를 알 수 없기에 불가능했다.
두 번째는 유일하게 마석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은, 놈의 머리를 공격하는 것.
가능할법했지만 실제로는 항시 켜두고 있는 무한의 마나 쉴드 때문에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세 번째. 그건 바로…….
“재생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소멸시켜버리는 것이다.”
나는 폴룩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빛에 휩싸여 모습이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전자기적 시야’를 통해 폴룩스의 실루엣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나를 다 써버린 몸통이 소멸하고, 전송된 마석에 의해 몸이 재생되고, 그리고 또다시 소멸하여 사라지고….
폴룩스는 ‘마나 쉴드’로 소모되어 사라지는 마나를 정신없이 충당하며 나의 공격을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었다.
“이래도 버텨?”
놈을 향해 시전한 ‘에버라스팅 라이트닝’의 출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출력이 올라간 만큼, 내 마나가 줄어가는 속도 또한 가속화되었다.
마침내, 폴룩스의 몸이 소멸하는 속도가 재생하는 속도를 앞질렀다.
“소멸 속도와 재생속도의 골든 크로스이다!”
결국 육체의 소멸되는 속도가 더 빨라진 지금.
잃어버린 폴룩스의 왼쪽 발이 더 이상 재생되지 않았다.
재생되지 않는 부위는 발목, 무릎, 허벅지를 따라 계속해서 올라갔다.
결과적으로 폴룩스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놈의 마나의 원천이 되는 마석 몸통이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무한의 ‘마나 쉴드’ 또한 마침내 깨지게 될 것이다.
“한세훈……!”
새하얀 빛에 휩싸여있던 폴룩스가 크게 외쳐왔다.
드디어 쥐쥐(GG)…… 아니, 서렌을 치려는 건가?
“네놈은 과연 대단한 적수였다!”
놈의 목소리에서 마치 궁지에 몰린듯한 다급한 감정이 느껴져 왔다.
그래. 이제 어떻게 할 건가?
이대로 소멸당할 것인가, 아니면 항복을 선언할 것인가?
물론 그런다고 해서 순순히 받아줄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는 어서 대가리만 남아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폴룩스의 모습이 보고 싶을 뿐이었다.
그러나 내 머리 위로 생겨나는 거대한 마법진을 바라보며, 그것은 내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아케인 트랜스미션(Arcane Transmission)!!”
그것은 놈이 잃어버린 자신의 마석 몸통을 재생시키기 위해 지겹게 사용하던 전송마법이었다.
그런데 그것을 왜, 내 위쪽에?
그리고 저 규모는 도대체 뭐지?
무슨 거대 로봇이라도 소환하려고 그러는 것일까?
폴룩스는 다시 한 번 크게 외쳤다.
“파묻혀 버려라!!”
“어……?”
“토템의 무덤(Tomb of Totem)!”
투둑, 투둑!
거대한 마법진으로부터 시커멓고 푸른 마석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한 마석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후두두두두두두두두둑─!!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양의 마석이었다.
이것은 어쩌면 폴룩스가 가진 그 힘의 원천.
도대체 얼마나 보관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놈은 스킬의 전력 투사에 집중하고 있느라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내 머리의 위쪽으로 순수한 마석을 쏟아부었다.
“이건……!”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다.
말도 안 되는 양의 마석은 순수한 질량의 힘 그 자체로 나를 순식간에 덮어버렸다.
시야가 암전됐다.
그리고 나를 뒤덮은 무한의 마석은 각각이 품고 있던 스킬을 천천히 캐스팅해나갔다.
위이이이잉─!
“……!”